책 소개
“나는 내가 될 건데?”
청소년 테마 소설 시리즈의 여덟 번째 테마, ‘통과의례’
문학동네 청소년 테마 소설 시리즈 제8권. 여덟 번째 테마는 ‘통과의례’다. 2014년 시작된 테마 소설 시리즈는 정체성, 미래, 관계와 사랑, 콤플렉스 등 청소년의 고민을 구성하는 입자 하나하나를 매 권의 테마로 삼아 독자들 곁에 자리해 왔다. 이번에도 7인의 작가라는 프리즘을 거쳐 ‘통과의례’라는 질문거리가 일곱 색채의 소설로 선명히 분광된다. 경쾌하고 활기차게 공감을 꾀하는 이야기부터 긴장감 높은 서사로 독자를 끌어당기는 이야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의 소설이 나란히 실렸다.
7인의 작가들은 ‘통과의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출발점으로 삼았다. 내가 지금 선 자리는 어디이고, 넘어서야 할 문턱은 어떤 종류의 것이며, 그것을 넘었을 때의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일 것인가. 통과의례의 본질적 의미를 파고듦으로써 의미망을 드넓게 확장시켰다. 그 결과 『성장의 프리즘』에는 성장의 문턱에 선 각양각색의 청소년들이 등장한다. “내가 나를 어색해하다니, 이게 말이 되나?” 환경의 변화 또는 자신의 변화를 맞닥뜨려 혼란스러운 채로 눈앞의 항로를 고민하는 누군가. “몸은 탈출한 지 오래인데 마음이 아직 묶여 있네.” 이미 지나왔다고 여겼으나 아직 통과하지 못한 터널의 앞으로 되돌아가야만 하는 누군가. “가야 했다. 열다섯 해 인생을 통틀어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으로…….” 외면하듯 덮어 놓았던 문제, 반드시 풀어야 할 자신만의 매듭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누군가도 있다.
소설 속 인물들은 한결같이 어떤 관문을 치열하게 통과하는 중이다. “나의 존재를 지키기 위해” 때로는 모든 것을 걸기도 하면서. 그러나 무사히 통과했다고 해서 단번에 어른이 되지는 않는다. 청소년기는 성인이 되기 위한 과도기적 단계가 아니며, 성장이란 것은 결코 완료의 상태에 닿을 수 없으므로. 이 시대의 통과의례는 사회라는 공동체가 정해 주는 것이 아니며 오직 내가 스스로 결정하는 고유한 시기임을, 우리는 일곱 편의 소설을 통해 확인하게 된다.
엮은이인 유영진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가 말하였듯, 『성장의 프리즘』이 그려 내는 통과의례는 “경계에서 불안정성을 견뎌 내는 시간”이다. 이 책은 경계 위에서의 지난한 시간을 잘 견뎌 낼 방법을 독자들에게 알려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나만의 통과의례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해 줄 것이며, 더불어 그것을 통과한 나는 어떤 ‘나’가 되어 있을지 그려 보게 하는 프리즘이 되어 줄 것이다. 작가들이 던진 질문을 받은 독자들이 자기 안의 질문을 새로이 끌어낼 것이므로.
우리는 주제와 관련된 어떤 교훈을 주고자 하지 않았습니다. 문학작품은 삶에서 부딪치는 문제에 대한 해답지가 아니라 삶에 대한 질문이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책을 읽으며 “통과의례란 무엇인가?”, “이곳의 건너편에는 무엇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와 같은 질문들을 떠올린다면 이 소설집에 참여한 작가들은 기쁠 것입니다. _엮은이의 말에서
[수록 작품 소개]
허진희 「곰인지 강아지인지 모를」
내가 나를 어색해하다니, 이게 말이 되나? 쉬는 시간마다 춤추고 까불던 우리 반 분위기메이커였는데,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로 내 캐릭터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교실에서 까불기는커녕 새 친구를 사귀지도 못하고 있으니. 낯설고 서먹한 나 자신을 도대체 어떡해야 하지?
최영희 「돌부리」
나와 똑같이 생긴 아이가 목격되었다. 흙을 잔뜩 뒤집어쓴 몰골의 그 아이는 내 주변 사람들을 하나씩 공격해 오고 있다. 놈의 정체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선, 아무래도 가 보아야 할 것 같다. 덮어 두었던 과거의 기억 속으로. 내 열다섯 해 인생을 통틀어 가장 고통스러웠던 순간으로.
오하림 「이솔은 상냥하지 않아」
중학교 동창인 한범이 아이돌로 데뷔했다. 나의 유별난 친구 이솔은 그 소식을 듣곤 욕부터 내뱉었고, 한범이 포털 메인에 뜬 날엔 냅다 시골로 도망쳐 버리기까지 했다. 중학교 교실이라는 잔인한 사냥터에서 범과 이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신현이 「내게 도착한 메시지는」
어릴 때 친하게 지냈던 진명과 같은 학원을 다니기로 했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 사이는 어쩐지 조금 어색하다. 둘이서 함께한 어린 시절에 대해 내 기억과 진명의 기억이 달라서일까? 처음으로 엄마 없는 빈집에서 혼자 자게 된 날, 비밀스러운 메시지가 나에게 도착한다.
오문세 「템플」
느닷없이 닥쳐온 일이었다. 문장의 인과관계를 파악할 수 없게 된 건. 수능을 앞두고, 이름도 거창한 신경성 유사난독증 진단을 받아 버렸다. 그래서 나는 요양차 시골 어느 절간으로 향하는 길이다. 모든 걸 때려치우고 산골에 틀어박힌 누나가 있는 곳으로.
이선주 「여름 캠프의 밤」
세상엔 사랑이나 배려, 선의 따위가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는 아니다. 내가 믿는 건 힘, 오직 그것뿐. 자신의 자리는 스스로 쟁취해야만 한다. 지난여름 캠프에서 내가 그랬듯이. 내 존재를 지워 버리려는 아이들에게 승리한 그 밤 이후로 나의 세계는 선명해졌다……고 생각했었다.
전수경 「내성 발톱 투쟁기」
오랜 시간 내 싸움의 상대는 발톱이었다. 걸핏하면 살을 파고드는 내성 발톱. 야구도 할 수 없고, 남들과 같은 속도로 걷거나 달리기도 힘들다. 남들보다 늘 한발 늦는 내 인생, 돈을 모아 자전거를 사면 무언가 달라지지 않을까. 나도 형처럼 집을 떠나 어디론가 멀리 가 볼 수 있지 않을까.
작가 소개
『아름다운 것은 자꾸 생각나』로 제24회 한국가톨릭문학상 신인상을 받았다. 동화 『저녁까지만 거짓말하기로 한 날』 등을 썼다.
목 차
최영희/ 돌부리 … 039
오하림/ 이솔은 상냥하지 않아 … 075
신현이/ 내게 도착한 메시지는 … 107
오문세/ 템플 … 137
이선주/ 여름 캠프의 밤 … 169
전수경/ 내성 발톱 투쟁기 … 193
이 책을 읽은 청소년 여러분에게 …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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