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우리 아빠가 사람을 죽였어.”
어느 날 갑자기 가해자의 가족이 된 열여섯 소년
탐 청소년 문학 스물여섯 번째 작품 《용서의 자격: 살인자의 아들이 된 한 소년의 고해》가 출간됐다. 가족, 친구, 이웃과의 관계 속 아이들의 마음을 섬세하게 그려 온 일본 아동·청소년 문학가 이토 미쿠의 성장소설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가해자의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범죄와 처벌의 이면에 숨겨진 여러 사람들의 삶과 상처, 용서와 치유 그리고 성장에 대한 메시지를 전한다.
날마다 시시각각 범죄 뉴스가 쏟아진다. 사회적 관심이 몰리는 범죄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가족까지 매스컴의 취재 요청으로 몸살을 앓으며 2차 피해를 받는 경우를 종종 목격한다. 이러한 보도 행태에 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고, 피해자 가족의 일상 회복을 위해 사회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그리고 여기 또 하나의 가족이 있다. 가해자의 가족. 가족 가운데 누군가가 범죄를 저지르는 순간, 가족의 평범한 일상은 붕괴되고, 개인으로서의 삶은 사라진다. 종일 전화벨이 울려 대고, 사는 곳과 얼굴 등 개인 정보가 폭로되기도 한다. 이웃의 시선을 피해 삶의 터전을 떠나 도망치듯 이사를 하고, 아이들은 아는 사람이 없는 학교로 전학을 간다. 직장을 잃는 경우가 많고, 소설 속 주인공 료헤이처럼 개명을 하기도 한다. 가해자의 가족은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비난 속에서 일상을 잃고 고통을 받지만, 사회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고통을 감내하기를 요구한다. 게다가 지금처럼 온라인을 통해 세계 구석구석까지 연결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도망이라는 것도 쉽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 고통 속에 빠진 한 가족, 한 소년의 이야기가 《용서의 자격》에 담겨 있다.
《용서의 자격》은 어느 날 갑자기 살인자의 아들이 되어 버린 열여섯 살 소년 료헤이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여름부터 그해 겨울이 지나기까지, 료헤이와 가족들이 겪어야 했던 사건들과, 고통의 터널에 갇힌 료헤이의 심리를 세밀하게 묘사하고, 가족들이 느끼는 혼란과 그로 인한 갈등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이토 미쿠의 흡인력 있는 문장과 깊은 통찰을 통해 독자는 료헤이는 물론, 료헤이를 둘러싼 이웃, 친구, 방관자, 또다른 가해자 등 다양한 인물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살인자의 아들, 료헤이의 고해를 통해 괴로움 속에서도 이해하고 이해 받고 싶어 하는 마음, 용서하고 용서 받고 싶은 소망을 가진 한 소년을 만나 보자.
가해자의 가족에게는 아무런 죄가 없으나 이들은 이제 어제와 다를 것 없는 오늘을 기대할 수 없고, 기대해서도 안 된다. 미처 생각해 본 적 없는 가해자 가족의 고통을, 열여섯 살 소년 료헤이의 담담한 독백으로 풀어 놓았다. _옮긴이의 말에서
“미안하다고 말하려면 용기가 필요하대.”
나의 세상을 뒤바꿔 버린 아빠를 용서할 수 있을까.
내가 포기하려 한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할 수 있을까.
평소와 다름없는 아침, 느닷없이 경찰이 들이닥쳤고, 경찰서에 조사받으러 간 아빠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빠의 죄명은 살인. 아빠는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만약 사실이라도 사고였을 거라고 믿고 싶지만, 아빠는 아무런 말없이 가족과의 면회를 거부할 뿐이다. 대문 앞에는 ‘살인자의 집’이라고 쓰인 협박장이 붙고, ‘가해자의 집’을 취재하려는 기자들이 마을을 들쑤시고 다니기 시작한다.
그렇게 열여섯 살 소년 료헤이는 ‘살인자의 아들’이 되어 버렸다. 하루아침에 사는 곳도, 학교도, 성도 바꾸고, 많은 것을 버리고, 겁에 질린 채로 숨죽여 살아가야 한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그 고통조차 마음껏 드러낼 수 없다. 친구들에게도 비난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료헤이는 자신의 아빠처럼 아무런 말없이 친구들 곁을 떠나는데…….
전학 간 새 학교에서, 또 다른 가해자의 가족인 동급생 도다카가 괴롭힘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료헤이는 그녀가 주변의 냉혹한 시선을 이겨 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그리고 자신 또한 ‘용서’의 의미를 되새기며 세상에 나아갈 용기를 내어 보려 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토 미쿠
일본 가나가와현에서 태어나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작품을 쓰고 있다. 《내 몸무게가 어때서?》로 일본아동문학가협회 신인상, 《하늘로》로 일본아동문예가협회상, 《사쿠와 아키》로 노마아동문예상, 《용서의 자격》으로 제36회 우쓰노미야어린이상을 받았다. 저서로는 《엄마 사용 설명서》, 《아포리아: 내일의 바람》, 《진짜 가족》, 《인력거꾼》, 《내일의 행복》 등이 있다.
옮긴이 : 고향옥
동덕여자대학교 일어일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일본문학을 전공하였다. 일본 나고야대학교에서 일본어와 일본 문화를 공부했다. ‘한일 아동문학 연구회’에서 오랫동안 두 나라의 어린이·청소년 문학을 비교·연구해 왔다.
《민담의 심층》, 《아포리아, 내일의 바람》, 《있으려나 서점》, 《아빠가 되었습니다만》, 《나는 입으로 걷는다》, 《컬러풀》, 《일러스트 창가의 토토》, 《핀란드 교육 현장 보고서》, 《카페 레인보우》, 《진짜 가족》 들을 비롯해 많은 어린이책과 청소년문학, 문학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러브레터야, 부탁해》로 2016년 국제아동청소년도서협의회(IBBY) 아너리스트 번역 부문에 선정되었다.
2019년에는 합천원폭피해자복지회관 소식지 《한국인 원자폭탄 피해자를 아십니까?》를 일본어로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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