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육교와 그 안에 스며있는 우리들의 삶
이 책 『육교, 도로와 사람을 잇다』는 육교에 관한 이야기이다. 육교를 통해 우리 현대사, 그중에서도 1960년대와 70년대 개발광풍이 불었던 대한민국 서울의 개발 과정을 살펴보면서 인권과 안전에 대해 생각해본다. 또한 이 과정에서 산업화와 도시화의 상징과도 같은 육교의 탄생 배경과 오랜 세월 그 자리에 있으면서 사람들의 삶의 공간으로 자리 잡은 육교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그러나 탄생 배경에서 알 수 있듯 육교는 장애인과 약자를 생각하지 않은 구조로 인해 인권 문제가 대두되었고, 오히려 안전하지 않은 시설물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금은 낡고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하나둘, 도로에서 사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 책은 육교가 이런 이유로 과연 사라져야 하는 시설물인지 질문을 던지고, 새롭게 복원하여 지역 경제도 살리고 공동체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유럽 여러 나라의 육교 복원사업을 소개하면서 그 속에서 답을 찾게 한다.
차량 중심 도로환경을 위해 설치됐던 육교들
사실 육교는 특별할 것 없는 소박하고 투박한 ㄷ자형 모양에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횡단보도를 만들지 왜 이런 걸 설치해서 사람들을 힘들게 하나 불평불만이 저절로 생기는 귀찮고 불편한 설치물이다. 그렇다면 육교는 누가, 왜 만들었을까?
이 책은 이 질문에서 시작하여 육교가 본격적으로 설치된 1970년대 서울의 변화 과정과 당시 생활상을 생생하고도 세밀하게 펼쳐 보인다. 1960년대 대한민국은 36년간의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으로 최빈국 가운데 하나였다. 당시 정부는 가난에서 벗어나고자 1966년부터 경제개발5개년계획을 세워 실행하였고, 그 첫 시작이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서울의 도로를 정비하는 것이었다. 그때 도로마다 육교가 생겼다. 경제개발을 시작한지 4년 만에 서울에만 무려 144개가 생겼고, 20년 동안 전국에 2천여 개가 세워졌다. 자동차의 속도를 위해서였다. 육교는 자동차가 빨리 달리는 것이 곧 경제성장과 발전이라고 믿었던 당시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물이었다.
보행자의 안전과 편의보다는 차량 중심으로 만들어진 도로환경에 인권이 있을 리 없었다. 사람들은 도로를 건너가려면 무조건 가파른 육교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무거운 짐을 지고 있건, 자전거를 타고 가건 그때 육교에는 이들을 위한 편의시설은 아예 없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불평하지 않았다. 나라가 가난에서 벗어난다면 이런 불편쯤은 감당해야 한다고 믿었던 까닭이다. 그렇게 육교는 오랜 세월 사람들과 함께했고, 사람들은 육교를 삶의 공간으로, 생계를 위한 생활 터전으로 이용했다. 없는 물건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물건을 가져다 팔았던 육교 위 노점상인들, 육교를 오르내렸던 수많은 이들의 추억, 때론 사랑방처럼 혹은 오두막처럼 육교에서 이웃의 정을 나눴던 소소한 이야기들은 마치 그 시대로 들어가 있는 착각마저 불러일으키며 추억을 떠올리고 향수에 젖게 한다.
육교는 사라져야 할까?
1990년대 들어 인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안전사고에 대한 의식이 개선되면서 도로 체계를 사람 중심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그 변화가 가장 눈에 띄게 드러난 것이 육교를 철거하는 일이었다. 육교가 사라진 자리에는 횡단보도가 생겼고, 사람들은 편하게 도로를 건널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해마다 낡고,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육교가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육교를 철거하는 것만이 답일까? 비록 경제개발만이 살길로 여겼던 1970년대 개발논리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육교는 오랫동안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키며 사람들의 안전을 책임졌고 사람들의 삶의 자취가 스며있다. 이 책은 그런 삶의 기억들이 낡고 오래되었다는 이유로 사라지는 것이 맞는지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또한 오래된 육교를 새롭게 복원하여 도로 위 사람들의 안전도 지키고 지역 경제도 살린 유럽 여러 나라의 육교 복원사업을 소개하여 육교에 대한 우리의 태도를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대수롭지 않던 육교가 새롭게 보이고, 낡고 오래된 육교를 새롭게 복원하는 일이 허물어 없애거나 새로 만드는 것보다 가치 있고 효율적일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오늘이 있기까지 근간을 이룬 역사적 흔적을 보존하면서 사람의 안전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 육교에서 이것을 배우게 한다.
작가 소개
저자 : 지혜선
어릴 때부터 사람을 좋아하고 새롭게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호기심 많은 아이였습니다. 일간 경제신문 취재기자, 방송 구성 작가를 거쳐 지금은 프리랜서 작가로 글을 쓰면서 틈틈이 학생들에게 논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책을 통해 더 많은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림 : 김세진
상상의 세계를 담을 수 있어 그림을 그리는 작가입니다. 제19회 비룡소 공모전 그림책 부문‘황금도깨비상’을 수상했고, 창작 그림책으로 『양들을 부탁해』, 『달을 삼킨 코뿔소』, 『안녕, 야옹』이 있고, 그린 책으로 『덜컹덜컹 버스 처음 타던 날』, 『바느질 소녀』, 『사랑에 빠진 도깨비』, 『어떤 동물하고 친구할까?』, 『있다』, 『호랑이는 내가 맛있대요』 등이 있습니다.
목 차
제1장 육교의 탄생
길을 잇는 다리, 육교
육교가 세워지다
가난한 나라, 복잡한 서울
서울은 공사 중
제2장 그땐 그랬지
서민들의 삶과 함께했던 육교
육교 위에는 노점상인이 있었다
제3장 육교의 전성기
서울 도로의 증가
지역 불균형과 인구 증가
인권이 무시된 사회
‘빨리빨리’가 만든 비극
졸속공사와 무개념의 상징, 경부고속도로
평화시장과 사람들
노점상 철거
제4장 육교의 추락
교통사고, 무단횡단 증가
자동차 중심 도로의 폐해
애물단지가 된 육교
도로는 변화 중
제5장 육교의 재발견
살아남은 육교들
육교는 사라져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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