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기괴한 목소리를 감추고 싶은 소녀 해리엇이
두려움과 불안을 이겨 내는 순간,
편견으로 닫혀 있던 서로의 마음이 열린다!”
다봄 청소년 문학 톡! 첫 번째 책
THE WEALD BOOK AWARD 2020 수상작
“나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다.
말하는 게 어려운 것도 장애 증상의 하나다.
아니, 말하는 건 어렵지 않다.
어려운 건 내 말을 사람들에게 이해시키는 거다.”
해리엇은 또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재치 있고 거침없으며, 이성에 관심이 있고 예쁘게 꾸미는 걸 좋아하는 수다스러운 소녀다. 하지만 기괴한 목소리와 사람들이 잘 알아듣지 못하는 발음 탓에 소리 내어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지금껏 견고해 보였던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엄마의 임신과 입원으로 한순간 없어지고, 해리엇은 사랑스러운 딸이자 한 인간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쫑쫑 땋은 머리에 어린아이처럼 공주 가방을 메고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학교에 갈 수도 없는 불쌍하고 귀찮은 존재가 되고 만다.
“아빠? 아기 괜찮아요?”
“오 그럼. 아기는 괜찮은 것 같아. 다만 임신이 엄마하고 맞지 않는 것 같아.”
“내 잘못이에요?”
“어떻게 네 잘못일 수 있지?”
“몰라요.”
정말 몰랐다. 엄마는 날 돌보느라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써야 했다.
이야기 전반에 해리엇과 같은 장애를 가진 아이가 또 태어날 수도 있다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안개처럼 짙게 깔려 있다. 임신이라는 축하받아 마땅할 소식이 가족 사이에서조차 금기어인 듯이 조심스럽게 이야기된다.
이런 극단의 두려움은 할머니가 손녀를 돌보는 것을 두려워하는 모습이나 제이크가 집에 머물지 못하고 자꾸만 밖으로 나가는 모습들을 통해 드러난다. 그렇게 모두들 회피하고 외면하면서 도망치는 동안 해리엇은 묵묵히 그 무거운 감정들을 홀로 견뎌 낸다.
“난 개의치 않았다. 샬럿이 나를 진짜 사람처럼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도록 손을 내밀어 주는 친구라는 존재
저자 케이트 다비셔는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딸을 두고 있고, 오랫동안 특수학교에서 보조교사로 일해 왔다. 저자는 자신의 첫 책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아도》를 통해 주인공 해리엇처럼 말을 할 수도 걸을 수도 없는 아이들에게 세상으로 나아갈 길을 알려 주는 나침반 역할을 하는 것은 바로 친구들이며, 우정이야말로 해리엇과 같이 육체에 갇힌 채 무거운 짐을 홀로 지고 있는 이들에게 지지와 응원을 보내는 최고의 선물임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학교에 다닌 지 여섯 달이 넘어가지만 백 개의 거대한 창문들을 보면 여전히 가슴이 울렁거리고,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장애인 화장실로 피하거나 식당 구석에서 혼자 밥을 먹던 해리엇에게 손을 내밀어 준 것이 바로 샬럿이다. 다른 아이들은 자신을 없는 사람으로 취급하거나 한두 마디 말을 할 뿐인데 샬럿은 해리엇이 주말에 무엇을 하며 보냈는지 궁금해하고, 보조교사가 없는 동안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서로의 비밀을 공유한다.
친절하게 구는 샬럿을 향해 언제 자신을 놀림감으로 삼을 것인지 의심하고 불안해하던 해리엇은 어쩌면 자신에게 처음으로 친구가 생겼음을 느끼고, 마음을 열고 소통하는 동안 자신을 진짜 사람으로 느끼게 된다.
자신에게 불친절하기만 했던 바깥세상에 대한 편견의 한 조각이 깨어지면서 희망을 가지고 세상 밖으로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는 용기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비틀리고 동정받는 장애인이 아닌
평범한 사춘기 소녀 해리엇일 수는 없을까?
역자는 옮긴이의 말을 통해 이렇게 밝혔다.
“박자 감각이 남다른 해리엇이긴 하지만 장애를 넘어서는 계기가 그 특별한 재능이 아닌, 사람에 대한 진정성인 것이 이야기를 믿음직스럽게 했다. 또 하나 인상적인 설정은 해리엇의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하던 할머니의 변화였다. 있는 그대로의 해리엇을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변화의 핵심이다. 사실 극복이라는 단어는 대상을 이미 부정적인 것으로 전제한다. 장애는 없어져야 할 것, 사라져야 할 것, 넘어서야 할 것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러나 장애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주어진 조건이다. 그냥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더불어 살아가면 된다. 그리고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조건을 만들어 가면 된다. 그렇게 믿는다.”
해리엇은 신체의 일부가 마비되었을 뿐인데 생각할 능력조차 없는 사람인 듯 선을 그어 버리는 사람들과 뒤틀리고 굳어진 몸에 갇혀,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생각조차 해 보지 못했다. 하지만 자신을 향한 세상의 편견도 세상에 대한 자신의 편견도 모두 깰 수 있는 건, 결국 해리엇 자신일 수밖에 없다.
사춘기 소녀 해리엇은 또래의 아이들이 그렇듯, 자신의 방식으로 내면을 탐색하는 길에 올랐다. 해리엇의 이 같은 여정에서 할머니, 엄마와 아빠, 오빠 제이크, 샬럿을 포함한 학교 친구들과 선생님들까지 함께 모두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케이트 다비셔
영국 바스 스파대학에서 문예창작과 교육을 공부했고, 십여 년 동안 특수학교 보조교사로 일했다. 다섯 자녀 중 딸 케이티는 뇌성마비 장애인이며, 밝고 유머가 넘치고 다른 형제 못지않은 장난꾸러기로 자랐다. 케이티가 초등학생일 때 구상한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아도』는 작가의 첫 소설이다. 현재 영국 도싯에서 동반자와 막내, 그리고 아주 크고 매우 복슬복슬한 잉글리시 스프링어 스패니얼 ‘플러스터’와 살고 있다.
옮긴이 : 김경연
서울대 독어독문학과에서 ‘독일 아동 및 아동 청소년 아동 문학 연구’라는 논문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프랑크루프트 대학에서 ‘독일 아동 청소년 환상 문학’을 연구했다. 아동문학평론가로 활동하며 다수의 아동도서와 인문도서를 번역하고 소개하는 일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책 먹는 여우』, 『휠체어는 내 다리』, 『손으로 말해요』, 『달려라 루디』, 『통조림 속의 아가씨』, 『내 강아지 트릭시를 돌려줘!』, 『나무 위의 아이들』, 『왕도둑 호첸플로츠』 등이 있다.
목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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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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