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천천히 읽는 짧은 소설’ 시리즈
짧은 소설을 천천히 읽는다
나와 세상을 새롭게 만난다
‘천천히 읽는 짧은 소설’은 짧은 소설 한 편을 그림과 함께 천천히 읽으며 이야기의 재미를 오롯이 느껴 보는 낮은산의 새로운 문학 시리즈다. 세 번째 이야기는 남유하 작가의 단편 소설 『평범한 아이들』이다.
수십 년 전 세계를 강타한 바이러스는 유독 아이들에게 치명적이었고, 살아남은 아이는 극소수였다.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로 폐쇄된 환경에서 자란 탓에 타인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아이들을 위해 국가교육위원회는 과거에 존재했던 ‘학교’를 다시 만들었다. 사회성을 체크하는 테스트 기준에 미달한 아이들은 학교에 다녀야 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너무 적어서 학교는 높은 사회성을 갖도록 프로그래밍 된 안드로이드인 ‘평범한 아이들’로 채워졌다. 이 소설은 학교에 가게 된 ‘특별한 아이’ 가을이가 ‘평범한 아이들’ 사이에서 겪게 되는 평범한 사랑 이야기다.
내가 관심 있는 건 너뿐이란 말이야
가을이는 평범한 아이들이 교실에서 떠드는 소리가 듣기 싫고, 매일 3교시가 끝나면 반드시 말을 걸어오는 아이가 귀찮기만 하다. 어떻게든 잠깐 다니다가 그만둘 생각만 가득한데, 한 아이가 눈에 들어온다. 가을이는 노이가 안드로이드가 아닌 자신과 같은 특별한 아이라고 생각한다. 엄마, 아빠 말고 다른 사람과 실제로 말을 해 본 적도 없었던 가을이는 우연히 운동장 느티나무 아래 벤치에서 노이를 만나 말을 걸고 초콜릿을 나눠 먹으며 조금씩 가까워진다.
초콜릿 한쪽만 먹었는데, 남은 시간 내내 배가 고픈 줄도 몰랐다. 얼굴이 뜨거운 게 열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달리기를 하고 난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리기도 하고. 정신을 차리면 노이 뒤통수만 홀린 듯 바라보는 내가 있었다. - 30쪽
노이를 만나면서 가을이는 친구라는 게 구시대의 유물이나 사전에만 있는 말이 아니라는 걸 알아간다. 점심시간에 노이와 함께 점심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들 덕분에 가을이는 학교에 가는 게 즐거워졌다. 하지만 노이와 친해질수록 가을이 마음에 의심이 자라나고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과연 노이는 진짜 특별한 아이일까? 복합적인 감정을 갖도록 업그레이드된 평범한 아이는 아닐까?
우리는 누구나 평범하면서 특별하다
가을이는 노이가 특별한 아이라고 믿고 싶지만, 노이와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그 믿음이 흔들린다. 가을이는 안드로이드인 평범한 아이들과 사람인 특별한 아이를 구분해서 선을 그으려 하고, 안드로이드의 말과 행동은 전부 다 가짜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해서 무시한다. 나와 다른 것을 구분하고 벽을 세우는 데 익숙한 가을이에게 매점 아주머니는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로봇 강아지를 사랑할 수 있어요? 가짜잖아요.”
“가짜라고? 진짜와 가짜의 기준이 뭔데? 내가 사랑하는 것에 굳이 기준을 나눌 필요가 있을까?” - 61쪽
노이가 학교에 나오지 않은 며칠 동안, 가을이는 노이에 대한 감정으로 혼란에 빠진다. 태어나 처음 느껴 보는 감정, 이 감정의 실체는 뭘까? 이건 진짜일까, 가짜일까? 이런 감정은 인간이 타고나는 것일까, 학습되는 것일까?
가을이가 노이에게 느끼는 감정의 변화는 지극히 보편적인 사랑의 과정이다. 그 감정은 노이가 누구인지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누구나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다 평범하다. 그리고 그 평범한 사람들이 만나 특별한 사랑을 경험한다. 가을이가 결국에 깨닫게 되는 반짝거리는 마음이 예쁘다. 그 마음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것, 너와 나 사이의 그 감정을 더 깊게 겪어 나가는 것, 그래서 더 넓어진 마음으로 타인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 우리가 배워야 할 건 이런 게 아닐까?
작가 소개
지은이 : 남유하
소설가. 일어나지 않은 일, 어쩌면 일어날 수도 있는 일에 대해 상상하기를 좋아한다.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상상력과 예리한 시선으로 다양한 빛깔의 작품을 선보이며, 한국 장르문학의 주목할 만한 작가로 떠올랐다. 2018년 안전가옥에서 작가살롱 ‘로맨스 쓰는 호러 작가’를 열었으며, 호러 소설 창작 그룹 ‘괴이학회’의 창립 멤버이다.
<미래의 여자〉로 제5회 과학소재 장르문학 단편소설 공모 우수상을, 〈푸른 머리카락〉으로 제5회 한낙원과학소설상을 받았으며, 지은 책으로는 소설집 《다이웰 주식회사》와 창작동화집 《나무가 된 아이》가 있다. 《다이웰 주식회사》에 수록된 단편 〈국립존엄보장센터〉는 2019년 미국 SF 잡지 《클락스월드》 10월호에 번역, 소개되었다. 《우주의 집》 《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 등 여러 앤솔러지 작업에도 참여했다.
그린이 : 최도은
대학에서 디자인을 공부하고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 힐스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다. 지은 책으로 『무용한 오후』, 그린 책으로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숲의아이, 스완』 『파랑의 여행』 『당신의 기억을 팔겠습니까?』『마법 식탁』 등이 있다.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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