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상실 뒤의 날들을 어루만지는
작가 공선옥의 특별한 성장소설
생생한 언어로 삶의 깊은 이면을 포착해 온, 우리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 공선옥의 신작 소설 『선재의 노래』가 출간되었다. 할머니와 단둘이 살던 열세 살 선재가 갑자기 할머니를 여읜 뒤 슬픔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그렸다. 할머니를 잃은 선재의 마음과 선재를 보듬는 마을 이웃들의 정이 가슴을 울린다.
재난, 팬데믹 등 무수한 죽음과 이별이 지나간 자리에 꼭 필요한 작품이자 깊고 진지한 애도가 빛나는 소설이다. 어떤 이에게는 할머니와의 추억을, 또 다른 이에게는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을 떠올리게 하는 이번 작품은 청소년과 성인이 함께 읽고 나눌 수 있는 특별한 성장소설이다.
그날, 할머니가 내 곁을 떠났고 나는 홀로 남았다
아무 근심 없는 콧노래를 다시 부를 수 있을까?
사랑하는 이가 영영 떠나 버린 이 세상에서
열세 살 선재는 할머니와 단둘이 산다. 종종 부모님의 빈자리를 느끼지만 할머니의 사랑으로 부족할 것 없이 지내 왔던 선재에게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닥친다. 늘 선재의 곁에 함께할 줄만 알았던 할머니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계속될 것 같은 날들은 언젠가는 끝나게 된다. 그것은 실제 상황이다.”(9면) 할머니가 쓰러진 날, 할머니에게 거짓말을 하고 장에 따라가지 않은 일이 선재의 마음을 무겁게 짓누른다. 연락이 닿는 친척도 없이 세상에 홀로 남은 선재는 장례를 치르고 할머니의 체취가 가득한 집으로 돌아온다.
괜한 심통이 나서 어리광을 부렸던 날 보았던 할머니의 속울음, 억울한 일을 당하고 돌아왔을 때 조곤조곤 선재의 말을 받아 주던 다정한 목소리, 언제고 선재의 편이 되어 주었던 든든한 팔까지, 다시는 보지 못할 할머니 생각에 선재는 눈물과 그리움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만해문학상, 신동엽문학상 수상 작가
우리 시대의 작가 공선옥이 들려주는 애도와 성장
단편 「한데서 울다」(『멋진 한세상』(창비 2002) 수록작) 「일가」(『나는 죽지 않겠다』(창비 2009) 수록작) 등 작품들이 교과서에 수록되며, 청소년에게 소개할 ‘우리 시대의 작가’로 자리매김한 소설가 공선옥. 전작들에서도 어려움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자신의 삶으로 나아가는 청소년을 그렸던 작가는 이번 작품에서도 단단히 자라나는 아이의 마음을 섬세히 살핀다. 어린 나이에 겪은 갑작스러운 이별에 두려움이 앞서지만 선재의 곁에는 선재를 보듬어 주는 마을 주민들이 있다. 살뜰히 선재를 챙기는 친구 상필이와 상필이 할머니, 혼자 남은 선재를 걱정하며 찾아오는 이장님과 국자 할머니, 염소 할아버지, 그리고 담임 선생님. 집으로 찾아온 상필이로부터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날의 이야기를 들은 선재는 자신이 지키지 못한 할머니의 마지막 순간에 괴로워한다. “상필이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펑펑 울었다. 그렇지만 나는 눈물이 나오지 않았다. 눈물은 안 나오는데, 몸이 떨려 왔다.”(92면) 그리고 이제 눈물을 뒤로하고 기억 속에 남아 있던 할머니의 “절골로 가자”는 말을 따라 유골함을 안고 길을 나선다.
슬픔으로 위로하는 슬픔
상실을 치유하는 애도의 노래
『선재의 노래』는 상실과 이별을 함께 슬퍼하고 울어 주며 애도하는 소설이다. 작가의 말에 언급되듯, 슬픔에게 안식을 주는 것은 또 다른 슬픔이다. 선재의 사연에 빠져들어 읽다 보면 소설이 건네는 맑은 공감과 위로의 힘을 느낄 수 있다. 할머니를 떠나보내기 위해 나선 여정에서 선재는 고물 장수, 오토바이 아저씨, ‘그거 할아버지’를 만난다. 저마다의 사연이 있는 어른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도움을 받으며 할머니를 잃은 슬픔을 오롯이 품고 성장해 간다. 글자로, 숫자로 수많은 죽음과 이별을 마주하는 시대, 무엇보다 긴요한 것은 진실한 애도의 경험이다. 『선재의 노래』는 학교나 사회에서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는 진정한 애도의 방식을 배울 수 있는 소설이다. 할머니와의 추억부터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까지, 선생님과 학부모, 청소년까지 모든 세대가 함께 읽고 마음을 나누기에 맞춤한, 감동적인 성장소설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은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 아닐까. 깊고 깊은 슬픔 속에서 선재 이야기를 썼다. 슬픔이 슬픔을 어루만져 주었다. 슬픔은 또 다른 슬픔에게 안식을 준다. 내 슬픔 속에 들어와 쉬라고, 편한 자리를 내준다. ―「작가의 말」 중에서
작가 소개
공선옥
1963년 전남 곡성에서 태어났다. 1991년 『창작과비평』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피어라 수선화』 『내 생의 알리바이』 『멋진 한세상』 『명랑한 밤길』 『나는 죽지 않겠다』 『은주의 영화』, 장편소설 『유랑가족』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영란』 『꽃 같은 시절』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 등이 있다. 만해문학상, 신동엽문학상, 오늘의젊은예술가상, 올해의예술상, 요산김정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목 차
1. 할머니 생각 007
2. 사람들 067
3. 나는 열세 살이다 099
4. 할머니, 안녕 129
작가의 말 174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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