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는 군사 활동
기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하루가 멀다 하고 지구촌 곳곳에서 폭염, 폭우, 홍수, 가뭄, 산불, 태풍 등 기후재난 소식이 들려온다. 기후재난으로 사망하는 사람의 수가 전 세계에서 매년 500만 명 안팎에 이른다고 한다. 기후변화는 인류의 생존만 위협하는 것이 아니다. 학자들은 산업화 이전 대비 연평균 온도가 2도 상승하면 육상 생태계의 최대 18퍼센트가 멸종할 수 있다는 끔찍한 전망을 한다. 이러한 심각성을 자각한 세계 각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에 탄소세를 물리기도 하고, 국제협의체를 만들어 국가별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제시하기도 한다. 하지만 정작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데도 잘 모르거나 모른 척하는 커다란 구멍이 있다. 바로 군사 활동에서 배출되는 엄청난 양의 탄소이다.
세계 군사 활동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이 전체 배출량의 5∼6퍼센트를 차지한다고 한다. 전 세계 항공, 해운, 철도에서의 배출량을 합한 것보다도 많다.이렇게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는데도 불구하고 군사 활동을 줄이려는 노력은 고사하고, 군사 활동이 기후위기에 미치는 악영향을 공론화하려는 분위기조차 없다. 각국은 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제시하면서도 군사 분야에서 배출되는 탄소에 대해서는 예외로 하거나 외면하고 있다. 나라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군사 활동을 줄일 수는 없지 않느냐는 논리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지구에서 인류의 생존 자체가 위태로워지는데, 각자 자기 나라의 안보를 지키고자 군사 활동을 늘리는 것이 정당화될 수 있을까?
신냉전으로 가열되는 군비경쟁
이렇게 군사 활동에서 막대한 탄소가 배출되고 있는데도, 오히려 군비경쟁의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전 세계가 신냉전 구도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국제정세를 왜 ‘신냉전’이라고 부르며, 신냉전 체제가 군비경쟁을 고조시키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책에서 저자는 ‘신냉전’이라는 새로운 국제정세에 대한 청소년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먼저 1945~1989년 냉전 시기의 역사를 이야기한다. 저자가 풀어서 설명해주는 냉전의 기원과 성격을 따라가다 보면, 신냉전이라고 부르는 현재의 국제정세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신냉전이 기후위기 대처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신냉전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은 군비경쟁인데, 이 과정에서 막대한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후변화 대처에 사용되어야 할 소중한 자원이 군비경쟁으로 흘러가는 낭비도 초래한다. 무엇보다도 국경을 초월한 지구적 문제인 기후위기는 국가 간 협력이 중요한데, 안타깝게도 신냉전이 확연해지면서 기후 문제 대처를 위한 협력도 후퇴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신냉전은 핵보유국들 사이의 관계를 악화시키면서 핵전쟁의 가능성까지 높인다.
우리가 사는 한반도는 어떨까?
안타깝게도 한반도는 세계에서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지역 가운데 하나이다. 지난 100년 동안 지구 평균기온은 0.75도 상승한 데 비해 한국은 1.7도, 북한은 1.9도 상승했다고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20퍼센트 정도에 불과해 기후위기는 우리나라의 식량 안보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만성적인 식량난에 시달려온 북한은 말할 것도 없다.
동시에 한반도는 세계에서 군사 활동이 가장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지역 가운데 하나이다. 유일한 분단 국가로서 남북한이 대치하느라 그렇지 않아도 군비경쟁이 치열한데, 최근 들어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대결 구도가 확연해지고 있다. 기존의 냉전 체제로 인한 군사적 긴장관계가 극복되기는커녕 신냉전의 한복판에 서 있게 된 것이다. 게다가 ‘동아시아의 화약고’라는 대만 문제에 연루될 위험까지 높아지고 있다.
기후정의와 평화를 위한 군축
이처럼 기후위기와 신냉전은 전 지구적인 관점에서도 심각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를 생각하면 더욱 심각하고 중요한 문제이다. 저자는 우리 앞에 놓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전화위복의 상상력과 실천으로 ‘기후정의와 평화를 위한 군축’에 나서야 한다고 역설한다. 국가안보와 인류를 포함한 지구 생명체의 안보 사이에 균형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마다 자국의 안보를 지킨다는 명분으로 군비경쟁에만 몰두하고 기후위기 대처에 손을 놓는다면 인류는 ‘냄비 속 개구리’의 신세를 벗어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갈수록 거주 불능이 되는 지구를 향한 허망한 경쟁을 멈추라’고 외쳐야 한다. 나 혼자 그렇게 외친다고 세상이 달라질까 하는 무력감이 들 수도 있지만 이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세상도 달라질 수 있다며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가장 중요한 기여는 바로 ‘희망 만들기’에 있습니다. 거의 모든 나라가 군비 증강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군축은 불가능하다고들 합니다. 군축을 제안하거나 추진하는 지도자는 자국에서 여론의 지지도 받기 힘들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군축의 종말’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동시에 우리는 ‘절망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기후재앙을 막을 수 없다는 비관론이 지구촌을 배회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가능해 보인다는 군축을 통해 희망의 근거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열 개 출판사 청소년책 공동기획 ‘너는 나다-십대’ 시리즈
철수와영희, 자연과생태, 마리북스, 북치는소년, 갈마바람, 학교도서관저널, 리얼부커스, 보리, 히포크라테스, 아이들은자연이다 등 열 개 출판사는 전태일의 풀빵 정신을 생각하며 우리 시대 청소년을 응원하는 인문, 사회, 생태, 과학 교양 도서를 ‘너는 나다-십대’ 시리즈로 함께 펴낸다.
청년 전태일이 이웃과 함께했던 따뜻한 마음, 세상을 향해 당당히 나아갔던 걸음, 더 나은 삶을 위해 외쳤던 힘찬 목소리는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도 유효하다. 열 개 출판사는 청소년들이 당당하고 주체적인 시민으로 자신의 삶을 꾸릴 수 있도록 ’너는 나다-십대‘ 시리즈로 좋은 책들을 꾸준히 펴낼 예정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정욱식
평화 연구자, 활동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평화’라는 믿음으로 1999년 평화네트워크를 설립해 핵과 전쟁 없는 세상, 모두가 공평하게 누리는 평화를 상상하고 궁리해왔다. 2021년부터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을 겸임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북한대학원대학교에서 석사 학위(군사안보 전공)를 받았다. 2006-2007년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방문학자로 한미동맹과 북핵문제를 연구했다. 20여 년간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군축·반핵·평화체제에 천착해온 공로를 인정받아 제8회 리영희상(2020)을 수상했다. 주요 저작으로 《핵과 인간》 《MD본색》 《사드의 모든 것》 《한반도의 길, 왜 비핵지대인가?》 《흥미진진 핵의 세계사》 등이 있다.
그린이 : 김상민
홍익대학교 디자인과를 졸업하고 [경향신문] 일러스트레이터 미술 기자로 재직 중이다. 2002년 제8회 한국편집기자협회 한국편집 ‘대상’을 수상했다.
KBS 특집 다큐멘터리 [마음]의 메인 포스터와 이미지를 작업했으며, [보그], [GQ], [과학동아], [어린이동아], [수학동아] 등 다양한 매체에 그림을 연재했다. 《고인돌에서 강화도 조약까지 강화도 시간 여행》 《조선 왕조의 살아 있는 유물 경복궁 이야기》 《고종 황제와 함께하는 경운궁 이야기》 《내 꿈을 펼쳐라》 《재밌어서 밤새 읽는 한국사이야기》 등 다수의 책에 그림을 그렸다.
목 차
프롤로그 - 네덜란드 소년과 냄비 속 개구리
1. 인류가 멸망할 수도 있다고요?
2. ‘신냉전’이라는 말이 유행하는데, 냉전은 뭔가요?
3. 그럼 신냉전은 무엇이고 기후위기와 무슨 관계인가요?
4. 핵무기가 ‘게임 체인저’였다고요?
5. 기후위기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까요?
6. 군사 활동은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나요?
7. 전쟁과 기후위기는 어떤 관계가 있나요?
8. 군사 분야는 왜 예외가 되었죠?
9. 기후분쟁은 왜 일어나나요?
10. 노벨상 수상자들은 어떤 호소를 했나요?
11.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12. 대만을 왜 ‘동아시아의 화약고’라고 부르죠?
13. 우리가 사는 한반도는 어떤가요?
14. ‘그린 데탕트’는 뭔가요?
15. ‘기후정의와 평화를 위한 군축’에 나서보면 어떨까요?
16. 군축을 하면 세상이 달라지나요?
17. 군축을 하면 안보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에필로그 - 살 만한 지구를 위하여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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