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나라도, 부모도, 집도 없는 게!”
문제는 언제나 거기서 시작되었다.
미스터리 같은 존재들이 아릿한 현실과 충돌하는 이야기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수상작가 손서은 신작
“너희들은 행복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 아니겠어?”
아름다운 그리스 크레타 섬, 이곳을 맴도는 유령 아이 마이크와 타인의 시선에 지친 빨강 머리 엠마가 만났다. 완벽했던 계획은 하나둘 어긋나고, 서로의 빈틈을 파고들며 상처를 벌린다. 『유령 아이』는 현실의 날것을 과감하게 표현하며 청소년소설에서는 보기 드문 소재와 전개가 특징이다. 소설이 주는 신선한 감각에 독자들은 이내 묘한 기분에 사로잡힐 것이다.
‘대체 뭐가 문젠데. 너희들은 행복해야 할 의무가 있는 것 아니겠어. 가족을 갖고 집을 갖고 돈을 갖고 나라를 갖고도 그게 안 된다면 대체 그건 누구의 몫인가.’
_112쪽
작품 속 ‘행복’은 단순하다. 하지만 그런 단순한 행복을 찾기 위해 마이크와 엠마는 고군분투한다. 그마저도 우열을 가리는 기묘한 경쟁심리가 상대를 자극한다. 누가 더 불행한가는 중요하지 않다. 그들의 엔딩은 부겐베리아 꽃잎이 떨어지는 것처럼 순리적이다.
"있지만 없는 존재. 사람들 눈에 띄면 안 돼요.“
그리스 크레타 섬의 하루가 시작됐다. 지중해의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고, 리몬디 분수는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는다. 이곳에 호텔 웨이터를 꿈꾸는 작은 레스토랑의 열다섯 살 호객꾼 마이크가 있다. 그는 10명을 채우면 5유로를 받아 하루를 버티는 호객꾼이지만 자신을 엄연한 스태프라 칭한다. 이것도 비즈니스다. 그에게는 부겐베리아와 마리아 아줌마, 미할리스 그리고 꿈과 계획이 있다.
마이크는 일을 나갈 때마다 정장이나 다름없는 청바지를 입는다. 단정하고 깔끔한 옷차림과 좋은 냄새는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거리에서 호객하지만, 심통 사납게 앉아 있는 빨강 머리만 보인다. 마이크는 상황을 재고 망설이고 할 것도 없었다. 호객을 놓치면 점심 영업은 망한 거다. 빨강 머리 여자의 이름은 엠마. 그녀의 표정은 어둡기만 하다. 마이크는 엠마를 부겐베리아로 데려가기 위해 나쁜 일은 오렌지꽃 향기에 날려 버리라고 말한다.
밤의 부겐베리아는 조용했다. 마이크는 엠마를 다시 만났다. 그녀는 마이크에게 주절주절 푸념하다 자신의 호텔에서 차 한잔하자며 부른다. 마이크는 차 한 잔쯤이라는 생각으로 엠마를 따라가는데…….
엠마는 맑은 살결과 환한 밤색 머리칼을 갖고 태어난 예쁜 아기였다. 아버지는 엠마가 두 살 되던 해 재혼했다. 새어머니는 앙증맞고 예쁜 엠마를 좋아했다. 엠마를 앉혀 놓고 머리를 따주거나 공주 드레스를 입히고 거리로 나갔다. 사람들은 어린 엠마에게 감탄하며 예쁘다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엠마가 십 대가 되면서 돌연 머리색이 붉게 변했다. 또래에 비해 키가 컸고, 사춘기가 일찍 왔다. 그게 문제라면 문제였다. 고등학생이 된 엠마는 옷 가게에서 맞는 사이즈를 구하기 힘들어졌다. 친한 친구들과도 멀어지고, 대신 초코바를 손에 쥐었다. 주변 사람들이 떠나가고, 엠마는 점점 타인에게 등을 돌렸다. 엠마는 5년 전 집을 나간 새엄마를 찾으러 온 크레타에서 마이크를 만난다.
“홈, 스위트 홈. 우리는 모두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 유감은 없다.”
청소년의 심리를 세심하게 들여다보는 문학동네 청소년 문학 수상 작가 손서은의 장편소설이 나왔다. 이번엔 그리스 크레타 섬을 배경으로 가장 슬프고 기묘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각자의 아픔을 지닌 마이크와 엠마의 만남은 아릿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거주권과 인권 그리고 가족과 친구. 작품은 누군가에겐 당연한 일이지만, 애써야 하는 것들이 있음을 지그시 말해 준다. ‘홈 스위트 홈. 모두가 평등하게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 평등이란 단어가 어색해지는 서사. 오늘도 부겐베리아는 가게 문을 열었다. 새 주인 브래디 핸더슨은 한가로운 거리 풍경을 감상하고, 지배인은 꽃밭에 물을 준다. 손님이 들어온다. 화목해 보이는 가족이다. 미할리스가 자리를 안내하고, 마리아 아줌마는 부엌에서 양파를 썰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식당은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낡은 호텔 구석에는 노인이 혼자 누워 텔레비전을 켜 둔 채 잠들었다. 어느 곳에도 마이크와 엠마는 없다. ‘호객’을 하지 않아도 식당은 손님이 가득하고, 호텔 객실은 북적인다. 유감이다. 『유령 아이』는 크레타 섬의 눈부신 풍경 아래 두 인물의 목소리가 교차되며 사람의 부재를 드러낸다. 또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민낯을 세밀하게 그려냄으로써 판타지 같은 이야기에 현실감을 불어넣는다.
작가 소개
손서은
대학에서 법학을, 대학원에서 사진을 공부했다. 아침에는 아이들을 깨우고 학교에 보내는 일을 하고 오전에는 몸을 단련하는 데 시간을 쓴다. 서서 밥을 먹고 서서 커피를 마시고 서서 글을 쓴다. 펴낸 책으로 『컬러 보이』 『착한 아이 백천수 씨』 『테오도루 24번지』가 있다.
목 차
마이크
엠마
부겐베리아의 유령
베네치안 항구
차 한잔
카레타 카레타
공의 순리적 엔딩
작가의 말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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