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1. 조상의 신주를 모신 국가 사당, 종묘
옛사람들은 사람이 죽으면 혼(魂)은 하늘로 가고, 몸을 지탱하던 백(魄)은 땅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사후관으로 혼을 위한 구조물로 묘(廟: 사당)를 짓고, 백을 위해서는 무덤(墓)을 만들었다. 종묘는 국가의 조상신을 모시는 조선왕조의 사당이다.
조선의 왕이 가장 중요하게 떠받든 것은 종묘사직이었다. 사극에서 자주 나오는 대사 “전하, 종묘와 사직을 생각하소서”라는 말은 나라의 근본을 지키라는 말이었다. 1592년 임진왜란으로 조정이 모든 것을 버리고 황급히 피난길에 오르는 그 황망 중에도 종묘와 사직의 신주만은 안전하게 피신시켰다. 조상의 신주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여 ‘신주단지 모시듯한다’는 말이 여기에서 유래하기도 했다. 조상들은 종묘사직이 보존되어야 나라를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으며, 그런 의미에서 종묘사직은 국가의 존립 그 자체였다.
2. 죽은 후 평가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종묘의 대문인 외대문을 들어서면 툭 트인 궁궐과는 다르게 키 큰 나무들이 숲을 이루어 아늑한 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그리고 거친 박석을 깔아 만든 삼도가 아스라이 멀리까지 이어진다. 궁궐의 삼도가 왕이 다니는 어도(御道)라면, 종묘의 삼도는 신이 다니는 신로(神路)라고 소개한다. 이렇듯 종묘로의 출발은 궁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세계적인 건축물로 인정받고 있는 종묘 건축의 압권은 그 길이가 105미터에 이르는 정전이다. 종묘의 정전은 처음에는 7칸의 단출한 규모로 지어졌다. 그러다가 정종이 승하하니 태조의 4대조와 태조까지 5위의 신위를 모시고 있던 정전 신실 5칸으로는 부족하게 되었다. 이에 세종 때 영녕전을 정전의 별묘로 창건하고 4대조의 신위를 옮겼다. 이후 역대 왕의 신위는 정전에 부묘되었다가 영녕전으로 옮겼는데, 그중 공덕이 있는 왕은 영녕전으로 옮기지 않고 정전에 모셨다. 하진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전과 영녕전 모두 선왕들의 신위로 꽉 차버렸고, 이에 따라 일정한 봉안 원칙이 세워지게 되었다. 즉, “5대가 지난 왕은 원칙적으로 정전에서 영녕전으로 신위를 옮겨 봉안한다. 그러나 태종이나 세종과 같이 공덕이 뛰어난 선왕의 신주는 옮기지 않고 영구히 정전에 봉안한다. 또 덕종이나 장조와 같이 실제 보위에는 오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세자들도 추존하여 왕으로 봉안한다. 그리고 정전 내 가장 서쪽에서부터 선왕의 순으로 신위를 모신다”는 것이다. 이처럼 까다로운 법식을 따라가면 종묘의 건물들은 몇 차례 증축을 거치게 되었다.
그러나 임진왜란으로 정전과 영녕전이 전소되었고, 선조는 종묘의 신주를 수습하여 몽진함으로써 조선 왕실의 신주를 보존하였다. 광해군 때 재건 공사로 종묘가 완공된 후 현종, 영조, 헌종 때 다시 종묘를 증축하여 현재 좌우로 긴 종묘 정전의 모습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그러나 광해군은 임진왜란으로 불탄 종묘를 자신의 손으로 짓고도 그 신위가 종묘에 입향되지 못했다. 또한 폐위된 연산군도 종묘에 합사되지 못했다.
이 외에도 책에는 260년 만에 복위되어 종묘에 모셔진 태조의 계비 신덕왕후, 단종을 낳고 하루 만에 사망한 현덕왕후, 중종반정으로 왕후가 되었으나 바로 폐위된 단경왕후, 연산군의 생모인 폐비 윤씨와 광해군의 생모인 공빈 김씨, 그리고 숙종의 후궁이었던 장희빈과 숙빈 최씨 이야기 등은 종묘가 왕과 관련된 남성 전유물의 공간이 아님을 환기시켜준다. 궁궐이 살아 행동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종묘는 죽은 후 평가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역사의 또 다른 이면을 보여준다. 역사를 두려워해야 하는 이유다.
추천의 말
이 책 속에는 어떤 숙연함이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종묘에서 봉행되는 종묘대제를 지켜볼 때 그 엄숙함과 정성에 언제나 마음이 숙연해지는 경험과 같은 느낌입니다. 우리 문화재에 대한 오랜 애정, 집필을 위해 오랜 기간 자문을 구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스케치를 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이러한 분들이 계셨기에 오늘날 종묘의 위상이 이렇게까지 높아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조인제(종묘관리소장)
▣ 작가 소개
저 : 이향우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했으며, 세 번의 개인전과 수차례의 단체전에 참여하면서 조각가로 활동하고 있다. 23년 동안 교직에 재직했고, 2000년부터 시민 NGO 단체 사단법인 ‘한국의 재발견’ 소속 우리궁궐지킴이로 활동하면서 문화재청장 표창을 수상했다. 사단법인 ‘한국의 재발견’ 부대표를 역임했으며, 현재 우리궁궐지킴이로 활동 중이다. 한국의 전통 궁궐문화에 대한 강의와 원고 집필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경복궁』, 『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창덕궁』, 『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창경궁』, 『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덕수궁』이 있다. 종묘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진 저자가 오랜 기간 자료를 수집하고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 집필된 이 책에는 종묘 건축의 엄숙한 무게와 제향의 감동뿐 아니라 종묘를 에워싼 우거진 숲이 주는 공기가 고즈넉하게 전해지고 있다.
▣ 주요 목차
추천의 말 : ‘영원한 안녕’을 꿈꾸는 종묘
저자의 말 : 신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종묘
1. 외대문으로 들어가다
2. 망묘루와 향대청, 예를 갖추다
3. 재궁, 몸과 마음을 살피다
4. 전사청, 신을 위한 음식을 준비하다
5. 정전, 조상의 신위를 모시다
6. 영녕전, 종묘의 별묘가 되다
7. 종묘제례, 유교문화의 걸작이 되다
8. 종묘제례악, 음악과 춤으로 받들다
9. 순라길을 따라서 걷다
부록 : 종묘 십경 / 조선왕조 가계도 / 종묘 연표
1. 조상의 신주를 모신 국가 사당, 종묘
옛사람들은 사람이 죽으면 혼(魂)은 하늘로 가고, 몸을 지탱하던 백(魄)은 땅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사후관으로 혼을 위한 구조물로 묘(廟: 사당)를 짓고, 백을 위해서는 무덤(墓)을 만들었다. 종묘는 국가의 조상신을 모시는 조선왕조의 사당이다.
조선의 왕이 가장 중요하게 떠받든 것은 종묘사직이었다. 사극에서 자주 나오는 대사 “전하, 종묘와 사직을 생각하소서”라는 말은 나라의 근본을 지키라는 말이었다. 1592년 임진왜란으로 조정이 모든 것을 버리고 황급히 피난길에 오르는 그 황망 중에도 종묘와 사직의 신주만은 안전하게 피신시켰다. 조상의 신주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여 ‘신주단지 모시듯한다’는 말이 여기에서 유래하기도 했다. 조상들은 종묘사직이 보존되어야 나라를 지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으며, 그런 의미에서 종묘사직은 국가의 존립 그 자체였다.
2. 죽은 후 평가되는 사람들의 이야기
종묘의 대문인 외대문을 들어서면 툭 트인 궁궐과는 다르게 키 큰 나무들이 숲을 이루어 아늑한 정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그리고 거친 박석을 깔아 만든 삼도가 아스라이 멀리까지 이어진다. 궁궐의 삼도가 왕이 다니는 어도(御道)라면, 종묘의 삼도는 신이 다니는 신로(神路)라고 소개한다. 이렇듯 종묘로의 출발은 궁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세계적인 건축물로 인정받고 있는 종묘 건축의 압권은 그 길이가 105미터에 이르는 정전이다. 종묘의 정전은 처음에는 7칸의 단출한 규모로 지어졌다. 그러다가 정종이 승하하니 태조의 4대조와 태조까지 5위의 신위를 모시고 있던 정전 신실 5칸으로는 부족하게 되었다. 이에 세종 때 영녕전을 정전의 별묘로 창건하고 4대조의 신위를 옮겼다. 이후 역대 왕의 신위는 정전에 부묘되었다가 영녕전으로 옮겼는데, 그중 공덕이 있는 왕은 영녕전으로 옮기지 않고 정전에 모셨다. 하진만 시간이 지나면서 정전과 영녕전 모두 선왕들의 신위로 꽉 차버렸고, 이에 따라 일정한 봉안 원칙이 세워지게 되었다. 즉, “5대가 지난 왕은 원칙적으로 정전에서 영녕전으로 신위를 옮겨 봉안한다. 그러나 태종이나 세종과 같이 공덕이 뛰어난 선왕의 신주는 옮기지 않고 영구히 정전에 봉안한다. 또 덕종이나 장조와 같이 실제 보위에는 오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세자들도 추존하여 왕으로 봉안한다. 그리고 정전 내 가장 서쪽에서부터 선왕의 순으로 신위를 모신다”는 것이다. 이처럼 까다로운 법식을 따라가면 종묘의 건물들은 몇 차례 증축을 거치게 되었다.
그러나 임진왜란으로 정전과 영녕전이 전소되었고, 선조는 종묘의 신주를 수습하여 몽진함으로써 조선 왕실의 신주를 보존하였다. 광해군 때 재건 공사로 종묘가 완공된 후 현종, 영조, 헌종 때 다시 종묘를 증축하여 현재 좌우로 긴 종묘 정전의 모습으로 정착하게 되었다. 그러나 광해군은 임진왜란으로 불탄 종묘를 자신의 손으로 짓고도 그 신위가 종묘에 입향되지 못했다. 또한 폐위된 연산군도 종묘에 합사되지 못했다.
이 외에도 책에는 260년 만에 복위되어 종묘에 모셔진 태조의 계비 신덕왕후, 단종을 낳고 하루 만에 사망한 현덕왕후, 중종반정으로 왕후가 되었으나 바로 폐위된 단경왕후, 연산군의 생모인 폐비 윤씨와 광해군의 생모인 공빈 김씨, 그리고 숙종의 후궁이었던 장희빈과 숙빈 최씨 이야기 등은 종묘가 왕과 관련된 남성 전유물의 공간이 아님을 환기시켜준다. 궁궐이 살아 행동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종묘는 죽은 후 평가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역사의 또 다른 이면을 보여준다. 역사를 두려워해야 하는 이유다.
추천의 말
이 책 속에는 어떤 숙연함이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종묘에서 봉행되는 종묘대제를 지켜볼 때 그 엄숙함과 정성에 언제나 마음이 숙연해지는 경험과 같은 느낌입니다. 우리 문화재에 대한 오랜 애정, 집필을 위해 오랜 기간 자문을 구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스케치를 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이러한 분들이 계셨기에 오늘날 종묘의 위상이 이렇게까지 높아질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조인제(종묘관리소장)
▣ 작가 소개
저 : 이향우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소과를 졸업했으며, 세 번의 개인전과 수차례의 단체전에 참여하면서 조각가로 활동하고 있다. 23년 동안 교직에 재직했고, 2000년부터 시민 NGO 단체 사단법인 ‘한국의 재발견’ 소속 우리궁궐지킴이로 활동하면서 문화재청장 표창을 수상했다. 사단법인 ‘한국의 재발견’ 부대표를 역임했으며, 현재 우리궁궐지킴이로 활동 중이다. 한국의 전통 궁궐문화에 대한 강의와 원고 집필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경복궁』, 『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창덕궁』, 『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창경궁』, 『궁궐로 떠나는 힐링여행: 덕수궁』이 있다. 종묘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진 저자가 오랜 기간 자료를 수집하고 전문가의 자문을 구해 집필된 이 책에는 종묘 건축의 엄숙한 무게와 제향의 감동뿐 아니라 종묘를 에워싼 우거진 숲이 주는 공기가 고즈넉하게 전해지고 있다.
▣ 주요 목차
추천의 말 : ‘영원한 안녕’을 꿈꾸는 종묘
저자의 말 : 신들의 향연이 펼쳐지는 종묘
1. 외대문으로 들어가다
2. 망묘루와 향대청, 예를 갖추다
3. 재궁, 몸과 마음을 살피다
4. 전사청, 신을 위한 음식을 준비하다
5. 정전, 조상의 신위를 모시다
6. 영녕전, 종묘의 별묘가 되다
7. 종묘제례, 유교문화의 걸작이 되다
8. 종묘제례악, 음악과 춤으로 받들다
9. 순라길을 따라서 걷다
부록 : 종묘 십경 / 조선왕조 가계도 / 종묘 연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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