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실크로드는 지구를 한바퀴 돌아 완성되었다
이 책의 집필을 위해 저자는 라틴아메리카의 최남단 우수아이아에서 북단 멕시코와 쿠바에 이르는 주요 항구와 도시를 종횡무진 탐방하고 미국 하와이를 거쳐 돌아오는 62일 간의 장정에 나섰다(1차 탐방). 이후 콜럼버스의 대서양 횡단항해 현장을 탐방하기 위해 중미 카리브해의 주요 도시와 국가(싼살바도르, 라이사벨라, 싼또도밍고, 나소)를 다녀왔다(2차 탐방).
총 80일에 달하는 서반구 대장정을 통해 저자는 ‘해상실크로드’를 통한 문명 교류의 양상을 구체적으로 밝히고자 했다. 흔히 ‘실크로드’라고 하면 유럽과 아시아에 걸친 육로와 초원로를 떠올린다. 그러나 문명교류의 통로, 실크로드는 ‘구대륙’에만 한정되지 않았으며 16세기 초부터 해로를 통해 ‘신대륙’ 즉 아메리카로 뻗어나갔다. 저자는 라틴아메리카 답사를 통해 해상실크로드가 지구의 동반구와 서반구, 북반구와 남반구를 잇는 ‘환지구적 교통로’로서 역할을 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실크로드의 범위를 유럽과 아시아, 즉 구대륙에만 국한시켜온 기존 학계의 통념에 던지는 도전장에 다름 아니다.
이번 기행에서 저자는 ‘해상실크로드’라는 개념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콜럼버스·마젤란·엔히끄 등 대서양 항로를 개척한 인물들의 여정을 있는 그대로 복기하고 유적·유물에서 드러나는 교류의 흔적들을 수집했다. 또한 이스터섬의 모아이나 나스까 지상화 같은 라틴아메리카의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유물들, 마야인 및 잉카인이 남긴 기적 같은 문명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했으며, 체 게바라·볼리바르 등 독립 영웅들의 족적을 직접 따라 밟으며 그들의 삶을 조명했다.
20개국 51개 지역을 방문했으며, 유적지와 박물관만 해도 284개소나 찾았다. 문명교류학의 대가만이 들려줄 수 있는 문물교류와 역사·인류에 대한 통찰이 방문한 곳마다에서 담아온 생생한 사진 556장과 함께 어우러져 ‘대항해시대’의 현장으로 독자를 이끈다. 아메리카대륙으로 여행을 떠날 독자들을 위한 정보와 현지의 사정, 식문화 등에 관한 지식을 담은 것은 물론이다.
문명교류학의 대가만이 이야기해줄 수 있는 라틴아메리카의 진수
해상실크로드의 환지구성을 밝히는 여정은 대서양 항로의 개척자인 해양왕 엔히끄(1394~1460)가 ‘대서양 항해’의 첫 닻을 올렸던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시작되었다. 엔히끄가 항로 개척에 처음으로 도전했던 리스본의 후까곶을 돌아본 뒤, 저자는 브라질로 떠나 풍부한 농산물과 금·다이아몬드 등의 광물로 열강들의 각축장이 된 리우데자네이루항에 닿는다. 뒤이어 포르투갈 식민사의 대표적 항구도시 쌀바도르, 마젤란이 발견하고 명명한 뒤 스페인의 식민지이자 무역항으로 발전한 몬떼비데오, 옥수수·감자·고추·땅콩 등 특산물을 유라시아에 수출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부에노스아이레스 등을 찾는다. 또한 이제 눈을 태평양 쪽으로 돌려, 다윈의 진화론을 탄생시킨 비글해협과 지구의 땅끝 우수아이아 등 해양 역사에서 중요한 도시들을 답파해나간다. 이 과정에서 마젤란 선단, 바스꾸 다 가마, 엔히끄의 여정을 항로를 중심으로 재구성해 들려준다.
그중에서도 콜럼버스는 해상실크로드와 대항해시대의 역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저자는 1차 탐방 때 완수하지 못한 콜럼버스의 첫 대서양 횡단항해 현장인 중미 카리브해 지역 탐방을 위해 두번째 여행에 나선다. 라틴아메리카의 첫 식민도시 라이사벨라(도미니카 공화국의 북부도시)로부터 식민전초기지였던 싼또도밍고, 자메이카의 ‘발견의 만’, 콜럼버스의 제1차 대서양 횡단항해의 상륙지점인 싼살바도르 등 “환지구적 해상실크로드의 대서양 연결고리”들을 순서대로 밟아나간다. 그러면서 콜럼버스 1~4차 항해의 온전한 모습을 복기하고, 역사책에서는 개척자의 지위를 누리고 있으나 실제로는 수천만 인종학살과 문명말살의 씨앗을 뿌린 콜럼버스를 여러 근거를 토대로 재평가한다. 라틴아메리카 탐방 내내 느꼈던 역사의 단절과 불합리를 바로잡아 알려야 한다는 학자로서의 의무감이 빛을 발하는 지점이다.
라틴아메리카 현장에서 발견한 역사의 빈 공간
답사의 중반을 넘은 중미 멕시코의 어느 곳에서 정수일은 자신이 20년 전 대학에서 ‘세계문화사’ 가운에 라틴아메리카 부분을 강의했을 때 쓴 강의노트를 꺼내든다. “내가 한 강의 내용은 얼마나 적중했을까?”라는 의문과 자성을 품고 답사는 계속 이어진다. 페루의 마추픽추, 잉카의 수도 꾸스꼬, 황금박물관, 마야문명의 고갱이인 치첸이차, 거석인 상인 모아이가 발견되는 이스터섬 등을 찾았다. 이곳에서 저자는 과거 자신의 강의가 “겨우 낙제나 면할 수준”이었다면서, 원주민 인디오들이 만들어낸 토기와 도자기(세라믹으로 통칭)는 동양의 그것을 뺨칠 정도로 월등하고, 황금문화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는 평가를 내린다. 그러나 이처럼 돋보이는 문화유산을 가진 인디오들의 역사 행적은 15세기부터 뚝 끊기고 말았다. 이 같은 참상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라틴아메리카를 걸으며 저자가 발견한 것은 신·구대륙 간 교류의 흔적뿐만이 아니다. 서구 식민주의자들에 의해 단절되어버린 역사의 빈 공간[空洞], 그저 서구 어느 국가의 하위 단위밖에 되지 못한 남미 각국의 독립과 이후 강대국들의 개입 및 부패로 얼룩진 그들 근현대사의 그늘도 있다. 열강들의 관점으로만 쓰인 역사, 아메리카 원주민과 그들의 문화를 ‘선진문명’의 대척점에 놓는 인식에 익숙해진 우리가 균형 잡힌 역사관과 현실 인식을 복원하는 것이 시급함을 일깨운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이름은 1502년 1월 구아나바라만에 이른 포르투갈 탐험대가 만을 강으로 착각한 데서 나온 이름이며 이러한 오명이 라틴아메리카 곳곳에서 발견된다는 것, 광장을 중심으로 중요한 기관이 모여 있는 큰 도시들의 구조는 그저 수백년 전 세워진 식민지의 흔적이라는 것, 식민주의자들이 아메리카대륙에 들어온 뒤 원주민의 숫자가 100년 남짓한 기간 동안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는 비극적 사실 등 낯설고도 아름다운 라틴아메리카의 풍경 속에서 저자가 보내오는 메시지는 흥미롭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올바른 역사 인식을 위해 중요한 것은 라틴아메리카 독립영웅 등 역사적 인물들의 업적 또는 과실을 정확하게 살피는 일일 것이다. 저자는 체 게바라가 생을 마감한 바예그란데-라이게라의 ‘체 게바라의 길’을 밟으며 그의 투쟁 과정을 돌아봤고, 라틴아메리카 독립의 주춧돌인 볼리바르, 호세 마르띠, 빠블로 네루다, 리고베르따 멘추의 삶을 조명했다. 민중혁명의 불씨가 된 벽화운동의 선구자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과 함께 라틴아메리카 곳곳의 벽화들을 소개하며, 사회주의적 변혁에 앞장섰던 차베스와 까스뜨로의 공과를 서술한다.
기록되지 않은 인간과 자연에 대한 사랑
해상실크로드의 한 끝에 위치한 라틴아메리카 답사를 통해, 그간 소외되어온 중·남미 역사를 인류사 전체의 시각에서 바라보면서 동시에 우리 역사문화의 외연성을 확인하고자 했다. 문명교류의 젖줄인 육로와 초원로에 이어 해로를 탐방한 저자의 여행은 라틴아메리카라는 실크로드의 또다른 주요 거점을 거쳐 앞으로 아프리카(문명의 요람)와 유럽(문명의 용광로) 답사기로 이어질 예정이다.
그 여정에서 ‘체 게바라’ ‘빠블로 네루다’처럼 기록된 역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인물을 조명하기도 하지만, 저자의 눈에는 여전히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보통 사람들의 삶이 밟힌다. 저자가 답사한 곳의 이름 별로 여정을 표시하긴 했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사람과 사람 사이로 전해져온 다양한 생활방식, 풍습, 전통의 이야기가 살아 있다. 그 생생한 이야기를 찾아 또다른 답사자가 길을 떠나길 바라본다.
▣ 작가 소개
저 : 정수일
파란만장한 삶을 산 학자, 정수일 교수.그는 일제 강점기 연변의 가난한 유민의 아들로 태어나, 북경대학을 거쳐 중국 외교부에서 근무하며 중국의 엘리트로 거듭났다. 그러다가 자신의 뿌리를 찾아 북한으로 건너 가 평양대학교의 교수로 재직하게 된다. 그 후 평양대학교를 떠나 10년동안 튀니지,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지의 대학에서 이슬람을 전공한 교수로 활동해왔다가 1984년 그는 한국인이 아닌 아랍계 외국인의 신분으로 남한에 돌아온다. 그는 아랍계 외국인으로서 "무하마드 깐수"라는 이름을 사용했고 이국스러운 외모와 완벽한 아랍어 구사로 한국에서 만난 아내조차 그를 아랍인으로 믿고 있었다.
1988년 단국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박사과정에 입학을 하였고, 1990년 〈신라와 아랍·이슬람제국관계사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 취득후 단국대학교에서 초빙교수로 임용되어 강의 하였고, 많은 저술 활동 및 대외 활동을 하며, 한반도의 고대문명과 아시아와 이슬람간의 문명교류 등의 분야에서 활발한 학술 활동을 전개했지만, 그는 1996년 ‘정수일’이라는 이름의 북한공작원으로써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되고 사형을 언도받는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감옥에서 ‘문명교류학’이라는 그의 학문연구에 몰두했다. 사형이 선도되기 전, 그는 이미 국내 최고의 이슬람 전문가였지만, 감옥 안에서 그는 자신의 얽혀버린 삶을 반성하듯 더욱 더 연구에 매진하여 200자 원고지 2만5,000장 분량의 연구 초고를 완성했다.
그리고, 2000년 8월 광복절 특사로 정수일은 석방, 이후 2003년 4월 30일 특별사면 및 복권되었으며 5월 14일에 한국 국적을 취득하였다. 그는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를 통하여 자신의 할 일을 학문에 몰두하는 일이라고 다짐한다.“하나하나를 새로이 출발하고 새로이 쌓아간다는 심정과 자세로 과욕이나 성급함을 버리고 천릿길에 들어선 황소처럼 쉼 없이, 조금도 쉼 없이, 오로지 앞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 할 것이오. ”현대사의 한국이 놓여있던 갈라짐과 분열의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었던 학자는 사형수로서 독방에서 해왔던 것과 같이 쉼 없이 이슬람과 실크로드에 관한 책을 저술하고 있다. 어긋난 삶의 복원은 그가 추구하는 학문 속에서, 그 지식이 담긴 글 속에서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사단법인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씰크로드학』, 『고대문명교류사』,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문명 교류사 연구』, 『이슬람 문명』『실크로드 사전』등이 있으며, 역주서로는 『혜초의 왕오천축국전』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책머리에
여는글 해상실크로드와 라틴아메리카
제1부 남미에서 문명의 풍요와 함께 병증을 찾다
01 리스본에서 장도의 닻을 올리다
02 포르투갈의 대서양항로 개척
03 세계적 미항, 리우데자네이루
04 흑인노예들의 한이 서린 땅, 쌀바도르
05 과거가 없는 수도, 브라질리아
06 남미 개발의 상징, 쌍빠울루
07 세계 최대의 커피수출항, 싼뚜스
08 자연의 신비, 이구아수폭포
09 자기 지킴의 강골, 파라과이
10 몬떼비데오, 경박한 ‘남미의 스위스’
11 ‘남미의 빠리’ 부에노스아이레스, 그 혼란스런 정체
12 교류의 흔적이 오롯이 찍혀 있는 땅
13 ‘춤추는 슬픈 감정’, 탱고의 원형
14 지구의 땅끝 마을, 우수아이아
15 다윈의 항적이 찍힌 비글해협
16 동서양 바닷길을 튼 마젤란해협
17 ‘미숙한 호랑이’, 칠레
18 천국 같은 계곡, 발빠라이소
19 빠블로 네루다와 마주앉다
제2부 잉카문명의 흔적을 더듬다
20 모아이, 거석문화의 한떨기 꽃
21 모아이의 현장을 찾아서
22 전통이 살아 숨 쉬는 남태평양의 고도, 이스터섬
23 ‘잉카의 눈물’이 보듬는 리마
24 ‘우주의 중심’, 꾸스꼬
25 잉카문명의 고갱이, 마추픽추
26 잉카문명의 영롱한 여적들
27 인디오문명의 발원지, 띠띠까까호
28 ‘평화’의 도시, 라빠스
29 자유 국민은 죽을지언정 굴하지 않는다
30 체 게바라의 길을 찾아서
31 영생하는 체 게바라의 길
32 적도를 낀 상춘의 나라, 에콰도르
33 반객위주의 단절된 역사
34 빛바래지 않는 영광을 지닌 보고따
35 문명의 지존, 황금문화
실크로드는 지구를 한바퀴 돌아 완성되었다
이 책의 집필을 위해 저자는 라틴아메리카의 최남단 우수아이아에서 북단 멕시코와 쿠바에 이르는 주요 항구와 도시를 종횡무진 탐방하고 미국 하와이를 거쳐 돌아오는 62일 간의 장정에 나섰다(1차 탐방). 이후 콜럼버스의 대서양 횡단항해 현장을 탐방하기 위해 중미 카리브해의 주요 도시와 국가(싼살바도르, 라이사벨라, 싼또도밍고, 나소)를 다녀왔다(2차 탐방).
총 80일에 달하는 서반구 대장정을 통해 저자는 ‘해상실크로드’를 통한 문명 교류의 양상을 구체적으로 밝히고자 했다. 흔히 ‘실크로드’라고 하면 유럽과 아시아에 걸친 육로와 초원로를 떠올린다. 그러나 문명교류의 통로, 실크로드는 ‘구대륙’에만 한정되지 않았으며 16세기 초부터 해로를 통해 ‘신대륙’ 즉 아메리카로 뻗어나갔다. 저자는 라틴아메리카 답사를 통해 해상실크로드가 지구의 동반구와 서반구, 북반구와 남반구를 잇는 ‘환지구적 교통로’로서 역할을 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실크로드의 범위를 유럽과 아시아, 즉 구대륙에만 국한시켜온 기존 학계의 통념에 던지는 도전장에 다름 아니다.
이번 기행에서 저자는 ‘해상실크로드’라는 개념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콜럼버스·마젤란·엔히끄 등 대서양 항로를 개척한 인물들의 여정을 있는 그대로 복기하고 유적·유물에서 드러나는 교류의 흔적들을 수집했다. 또한 이스터섬의 모아이나 나스까 지상화 같은 라틴아메리카의 신비롭고 불가사의한 유물들, 마야인 및 잉카인이 남긴 기적 같은 문명의 실체를 눈으로 확인했으며, 체 게바라·볼리바르 등 독립 영웅들의 족적을 직접 따라 밟으며 그들의 삶을 조명했다.
20개국 51개 지역을 방문했으며, 유적지와 박물관만 해도 284개소나 찾았다. 문명교류학의 대가만이 들려줄 수 있는 문물교류와 역사·인류에 대한 통찰이 방문한 곳마다에서 담아온 생생한 사진 556장과 함께 어우러져 ‘대항해시대’의 현장으로 독자를 이끈다. 아메리카대륙으로 여행을 떠날 독자들을 위한 정보와 현지의 사정, 식문화 등에 관한 지식을 담은 것은 물론이다.
문명교류학의 대가만이 이야기해줄 수 있는 라틴아메리카의 진수
해상실크로드의 환지구성을 밝히는 여정은 대서양 항로의 개척자인 해양왕 엔히끄(1394~1460)가 ‘대서양 항해’의 첫 닻을 올렸던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시작되었다. 엔히끄가 항로 개척에 처음으로 도전했던 리스본의 후까곶을 돌아본 뒤, 저자는 브라질로 떠나 풍부한 농산물과 금·다이아몬드 등의 광물로 열강들의 각축장이 된 리우데자네이루항에 닿는다. 뒤이어 포르투갈 식민사의 대표적 항구도시 쌀바도르, 마젤란이 발견하고 명명한 뒤 스페인의 식민지이자 무역항으로 발전한 몬떼비데오, 옥수수·감자·고추·땅콩 등 특산물을 유라시아에 수출했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부에노스아이레스 등을 찾는다. 또한 이제 눈을 태평양 쪽으로 돌려, 다윈의 진화론을 탄생시킨 비글해협과 지구의 땅끝 우수아이아 등 해양 역사에서 중요한 도시들을 답파해나간다. 이 과정에서 마젤란 선단, 바스꾸 다 가마, 엔히끄의 여정을 항로를 중심으로 재구성해 들려준다.
그중에서도 콜럼버스는 해상실크로드와 대항해시대의 역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저자는 1차 탐방 때 완수하지 못한 콜럼버스의 첫 대서양 횡단항해 현장인 중미 카리브해 지역 탐방을 위해 두번째 여행에 나선다. 라틴아메리카의 첫 식민도시 라이사벨라(도미니카 공화국의 북부도시)로부터 식민전초기지였던 싼또도밍고, 자메이카의 ‘발견의 만’, 콜럼버스의 제1차 대서양 횡단항해의 상륙지점인 싼살바도르 등 “환지구적 해상실크로드의 대서양 연결고리”들을 순서대로 밟아나간다. 그러면서 콜럼버스 1~4차 항해의 온전한 모습을 복기하고, 역사책에서는 개척자의 지위를 누리고 있으나 실제로는 수천만 인종학살과 문명말살의 씨앗을 뿌린 콜럼버스를 여러 근거를 토대로 재평가한다. 라틴아메리카 탐방 내내 느꼈던 역사의 단절과 불합리를 바로잡아 알려야 한다는 학자로서의 의무감이 빛을 발하는 지점이다.
라틴아메리카 현장에서 발견한 역사의 빈 공간
답사의 중반을 넘은 중미 멕시코의 어느 곳에서 정수일은 자신이 20년 전 대학에서 ‘세계문화사’ 가운에 라틴아메리카 부분을 강의했을 때 쓴 강의노트를 꺼내든다. “내가 한 강의 내용은 얼마나 적중했을까?”라는 의문과 자성을 품고 답사는 계속 이어진다. 페루의 마추픽추, 잉카의 수도 꾸스꼬, 황금박물관, 마야문명의 고갱이인 치첸이차, 거석인 상인 모아이가 발견되는 이스터섬 등을 찾았다. 이곳에서 저자는 과거 자신의 강의가 “겨우 낙제나 면할 수준”이었다면서, 원주민 인디오들이 만들어낸 토기와 도자기(세라믹으로 통칭)는 동양의 그것을 뺨칠 정도로 월등하고, 황금문화는 세계 어느 곳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뛰어나다는 평가를 내린다. 그러나 이처럼 돋보이는 문화유산을 가진 인디오들의 역사 행적은 15세기부터 뚝 끊기고 말았다. 이 같은 참상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라틴아메리카를 걸으며 저자가 발견한 것은 신·구대륙 간 교류의 흔적뿐만이 아니다. 서구 식민주의자들에 의해 단절되어버린 역사의 빈 공간[空洞], 그저 서구 어느 국가의 하위 단위밖에 되지 못한 남미 각국의 독립과 이후 강대국들의 개입 및 부패로 얼룩진 그들 근현대사의 그늘도 있다. 열강들의 관점으로만 쓰인 역사, 아메리카 원주민과 그들의 문화를 ‘선진문명’의 대척점에 놓는 인식에 익숙해진 우리가 균형 잡힌 역사관과 현실 인식을 복원하는 것이 시급함을 일깨운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이름은 1502년 1월 구아나바라만에 이른 포르투갈 탐험대가 만을 강으로 착각한 데서 나온 이름이며 이러한 오명이 라틴아메리카 곳곳에서 발견된다는 것, 광장을 중심으로 중요한 기관이 모여 있는 큰 도시들의 구조는 그저 수백년 전 세워진 식민지의 흔적이라는 것, 식민주의자들이 아메리카대륙에 들어온 뒤 원주민의 숫자가 100년 남짓한 기간 동안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는 비극적 사실 등 낯설고도 아름다운 라틴아메리카의 풍경 속에서 저자가 보내오는 메시지는 흥미롭지만 결코 가볍지 않다.
올바른 역사 인식을 위해 중요한 것은 라틴아메리카 독립영웅 등 역사적 인물들의 업적 또는 과실을 정확하게 살피는 일일 것이다. 저자는 체 게바라가 생을 마감한 바예그란데-라이게라의 ‘체 게바라의 길’을 밟으며 그의 투쟁 과정을 돌아봤고, 라틴아메리카 독립의 주춧돌인 볼리바르, 호세 마르띠, 빠블로 네루다, 리고베르따 멘추의 삶을 조명했다. 민중혁명의 불씨가 된 벽화운동의 선구자 디에고 리베라의 작품과 함께 라틴아메리카 곳곳의 벽화들을 소개하며, 사회주의적 변혁에 앞장섰던 차베스와 까스뜨로의 공과를 서술한다.
기록되지 않은 인간과 자연에 대한 사랑
해상실크로드의 한 끝에 위치한 라틴아메리카 답사를 통해, 그간 소외되어온 중·남미 역사를 인류사 전체의 시각에서 바라보면서 동시에 우리 역사문화의 외연성을 확인하고자 했다. 문명교류의 젖줄인 육로와 초원로에 이어 해로를 탐방한 저자의 여행은 라틴아메리카라는 실크로드의 또다른 주요 거점을 거쳐 앞으로 아프리카(문명의 요람)와 유럽(문명의 용광로) 답사기로 이어질 예정이다.
그 여정에서 ‘체 게바라’ ‘빠블로 네루다’처럼 기록된 역사에 큰 발자국을 남긴 인물을 조명하기도 하지만, 저자의 눈에는 여전히 역사가 기록하지 못한 보통 사람들의 삶이 밟힌다. 저자가 답사한 곳의 이름 별로 여정을 표시하긴 했지만, 그 안에는 여전히 사람과 사람 사이로 전해져온 다양한 생활방식, 풍습, 전통의 이야기가 살아 있다. 그 생생한 이야기를 찾아 또다른 답사자가 길을 떠나길 바라본다.
▣ 작가 소개
저 : 정수일
파란만장한 삶을 산 학자, 정수일 교수.그는 일제 강점기 연변의 가난한 유민의 아들로 태어나, 북경대학을 거쳐 중국 외교부에서 근무하며 중국의 엘리트로 거듭났다. 그러다가 자신의 뿌리를 찾아 북한으로 건너 가 평양대학교의 교수로 재직하게 된다. 그 후 평양대학교를 떠나 10년동안 튀니지,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지의 대학에서 이슬람을 전공한 교수로 활동해왔다가 1984년 그는 한국인이 아닌 아랍계 외국인의 신분으로 남한에 돌아온다. 그는 아랍계 외국인으로서 "무하마드 깐수"라는 이름을 사용했고 이국스러운 외모와 완벽한 아랍어 구사로 한국에서 만난 아내조차 그를 아랍인으로 믿고 있었다.
1988년 단국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박사과정에 입학을 하였고, 1990년 〈신라와 아랍·이슬람제국관계사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 취득후 단국대학교에서 초빙교수로 임용되어 강의 하였고, 많은 저술 활동 및 대외 활동을 하며, 한반도의 고대문명과 아시아와 이슬람간의 문명교류 등의 분야에서 활발한 학술 활동을 전개했지만, 그는 1996년 ‘정수일’이라는 이름의 북한공작원으로써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되고 사형을 언도받는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감옥에서 ‘문명교류학’이라는 그의 학문연구에 몰두했다. 사형이 선도되기 전, 그는 이미 국내 최고의 이슬람 전문가였지만, 감옥 안에서 그는 자신의 얽혀버린 삶을 반성하듯 더욱 더 연구에 매진하여 200자 원고지 2만5,000장 분량의 연구 초고를 완성했다.
그리고, 2000년 8월 광복절 특사로 정수일은 석방, 이후 2003년 4월 30일 특별사면 및 복권되었으며 5월 14일에 한국 국적을 취득하였다. 그는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를 통하여 자신의 할 일을 학문에 몰두하는 일이라고 다짐한다.“하나하나를 새로이 출발하고 새로이 쌓아간다는 심정과 자세로 과욕이나 성급함을 버리고 천릿길에 들어선 황소처럼 쉼 없이, 조금도 쉼 없이, 오로지 앞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 할 것이오. ”현대사의 한국이 놓여있던 갈라짐과 분열의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었던 학자는 사형수로서 독방에서 해왔던 것과 같이 쉼 없이 이슬람과 실크로드에 관한 책을 저술하고 있다. 어긋난 삶의 복원은 그가 추구하는 학문 속에서, 그 지식이 담긴 글 속에서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사단법인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씰크로드학』, 『고대문명교류사』,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문명 교류사 연구』, 『이슬람 문명』『실크로드 사전』등이 있으며, 역주서로는 『혜초의 왕오천축국전』등이 있다.
▣ 주요 목차
책머리에
여는글 해상실크로드와 라틴아메리카
제1부 남미에서 문명의 풍요와 함께 병증을 찾다
01 리스본에서 장도의 닻을 올리다
02 포르투갈의 대서양항로 개척
03 세계적 미항, 리우데자네이루
04 흑인노예들의 한이 서린 땅, 쌀바도르
05 과거가 없는 수도, 브라질리아
06 남미 개발의 상징, 쌍빠울루
07 세계 최대의 커피수출항, 싼뚜스
08 자연의 신비, 이구아수폭포
09 자기 지킴의 강골, 파라과이
10 몬떼비데오, 경박한 ‘남미의 스위스’
11 ‘남미의 빠리’ 부에노스아이레스, 그 혼란스런 정체
12 교류의 흔적이 오롯이 찍혀 있는 땅
13 ‘춤추는 슬픈 감정’, 탱고의 원형
14 지구의 땅끝 마을, 우수아이아
15 다윈의 항적이 찍힌 비글해협
16 동서양 바닷길을 튼 마젤란해협
17 ‘미숙한 호랑이’, 칠레
18 천국 같은 계곡, 발빠라이소
19 빠블로 네루다와 마주앉다
제2부 잉카문명의 흔적을 더듬다
20 모아이, 거석문화의 한떨기 꽃
21 모아이의 현장을 찾아서
22 전통이 살아 숨 쉬는 남태평양의 고도, 이스터섬
23 ‘잉카의 눈물’이 보듬는 리마
24 ‘우주의 중심’, 꾸스꼬
25 잉카문명의 고갱이, 마추픽추
26 잉카문명의 영롱한 여적들
27 인디오문명의 발원지, 띠띠까까호
28 ‘평화’의 도시, 라빠스
29 자유 국민은 죽을지언정 굴하지 않는다
30 체 게바라의 길을 찾아서
31 영생하는 체 게바라의 길
32 적도를 낀 상춘의 나라, 에콰도르
33 반객위주의 단절된 역사
34 빛바래지 않는 영광을 지닌 보고따
35 문명의 지존, 황금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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