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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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송은정
출판사항북폴리오, 발행일:2017/08/30
형태사항p.297 46판:19
매장위치취미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37857584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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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여긴 파라다이스는 아니야. 하지만 살기에는 꽤 괜찮은 곳이지”
스물일곱 살,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좋은 나이라는 생각이 막연히 들었다. 스물아홉이라면 지금보다 더 몸을 사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결정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다. 인생의 정류장에 들러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직접 들여다보고 싶었던 저자는 어느 날 퇴사를 결심하고 들른 웹사이트에서 우연히 자신의 앞길을 인도할 빛줄기를 발견한다. 인지학Anthroposophy을 기반으로 설립된 장애인공동체 캠프힐. 그곳의 장애인들을 보살피며 생활하는 자원봉사자인 코워커에 지원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실패와 거절로 점철된 멍든 일상에서 벗어 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 지금과는 다른 삶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속에서 미묘한 긴장감으로 캠프힐의 문을 두드렸다.
낮선 땅에서 일상을 살아내야 한다는 부담감에 화답하듯이 북아일랜드에 도착하자마자 잿빛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몬그랜지로 향하는 픽업 차량 안에서 하우스패런츠 조가 건낸 한마디는 그녀에게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여긴 파라다이스는 아니야. 하지만 살기에는 꽤 괜찮은 곳이지.”

스스로 일구는 삶은 멋지다.
일상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들이 마을 안에서 자체적으로 해결되는 몬그랜지 커뮤니티의 자급자족 유기농 라이프는 캠프힐에 오기 직전까지 채식을 했던 저자를 매혹시키기에 충분했다. 이곳에선 식빵을 직접 굽고, 샐러드에 들어갈 양상추와 샐러리를 재배하며, 소와 양들을 초원에 풀어놓고 키운다. 화학 비료를 쓰지 않는 방법으로 작물을 재배하며 수확한 감자와 오이, 파, 토마토, 각종 허브가 담긴 채소 상자는 손수레에 실려 집집마다 주기적으로 배달된다.
도시의 속도에 떠밀려 엉거주춤 끼니를 때우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지난 생활에 비하면, 먹는 것을 스스로 일구는 몬그랜지의 삶은 자연의 리듬에 맞춰 춤을 추듯 가볍고 경쾌했다. 식물보다 낮은 자세로 허리를 굽혀본 일이 거의 없었던 저자가 이곳에서 좀처럼 쓸 일 없는 근육을 사용한 바람에 온몸은 늘 천근만근이었지만, 몬그랜지의 일상은 자연의 리듬을 하나씩 몸으로 체득하는 과정이었다.
느린 손으로 그릇의 물기를 닦아내듯, 마른빨래를 다림질하고 개는 동안 몬그랜지의 빌리저들은 생활 감각을 유지했다. 일상의 작은 부분일지언정 스스로 그것을 가꾸는 것과 제공받는 것의 차이는 컸다. 이는 자존감과도 직결된 문제였다. 자신의 쓸모를 경험하는 것. 그럼으로써 우리는 스스로를 조금 더 자랑스러워하게 되는 게 아닐까.

잠시 쉬어가는 법을 배우다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줄 알았던 달팽이가 실은 최선을 다해 조금씩 이동하고 있는 것처럼 몬그랜지의 생활은 분명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정해진 일과 동안 필요한 만큼의 일을 하는 것이 마치 게으름을 피우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던 건 초과 노동의 경험에서 기인한 부작용이었음을 저자는 뒤늦게 깨달았다. 느슨한 일상이란 삶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이지 시간적 여유를 뜻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건강하게 노동한다. 그것은 밤을 꼬박 새우거나 주말을 상납하면서까지 서로를 착취하지 않음을 의미했다. 그 대신 몬그랜지에선 매일의 성실함을 요했다. 계절 내내 밭을 갈고 수확한 것으로 한 끼 식사를 마련했다. 매일 한 가닥씩 베틀을 짜다 보면 어느새 커다란 카펫이 완성되듯 저자는 몬그랜지에서 1년을 살아냈다. 그토록 꿈꿔 왔던 낭만적인 슬로 라이프였다. 더 이상 허겁지겁 달리지 않아도 되는 삶. 직장과 학업, 심지어 결혼마저도 뒤처질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삶. 적어도 몬그랜지는 그런 기대를 얼마간 충족해 주었다. 비교와 경쟁이 제거된 환경 속에서 저자는 훼손된 독립성을 회복해 갔다. 필요한 타이밍에 숨을 고르고, 잠시 쉬어 가는 법을 배웠다.

 

작가 소개

저 : 송은정

1986년생. 서울의 낡은 골목에서 여행책방 일단멈춤을 운영했고, 지금은 매일 안방 옆 ‘집업실’ 책상으로 출퇴근하며 여행에 관한 이야기를 짓고 있다. 무엇이 되었든 글 언저리에서 오랫동안 살아가고 싶다. 영화 <런치박스>의 대사처럼 때로는 잘못된 기차가 우리를 바른 목적지로 데려다줄 것이라 생각한다. 열심히보다는 성실하게. 매일, 매일의 힘을 믿는다.

 

 

목 차

프롤로그

PART 1 할 수 있는 만큼, 무리하지 말고
Episode 1. 재취업의 뫼비우스 띠
Episode 2. 천국은 아니지만 살 만한
Episode 3. 만나본 적 없는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보았다
Episode 4. 각자의 인사 방식
Episode 5. 낯선 섬 나의 보금자리
꽃을 어루만지는 동안
Episode 6. 이제 겨우 아침이라니
Episode 7. 자급자족 유기농 라이프의 시작
Episode 8. 내겐 너무나 넓고 복잡한 마을
Episode 9. 어쨌거나 행복한 사람
Episode 10. 먼 곳에서 만난 제주
찻잎을 우리는 동안
Episode 11. 비효율의 세계에 적응하는 법
Episode 12. 토요일 토요일은 즐거워
Episode 13. 시작과 끝이 교차하는 계절

PART 2 어딜 가든 삶은 따라온다
Episode 14. 북동쪽 끝으로 향한 여행
Episode 15. 모두가 빠짐없이 즐거운 밤
Episode 16. 아무래도 할 수 없었던 말
괜찮으냐고 내게 당신이 물었다
Episode 17. 낭만적인 슬로 라이프의 부작용
Episode 18. 정상 궤도를 이탈하기
Episode 19. 나는 말하고, 그녀는 쓴다
Episode 20. 우리 각자의 평화로운 밤
Episode 21. 다른 무엇도 아닌 나
작고 좁은 방에 관한 이야기
Episode 22. 31일 동안의 크리스마스
Episode 23. 고요한 밤, 소란한 밤
Episode 24. 세상에서 가장 평온하고 따뜻한 감옥

PART 3 나는 장거리 주자입니다
Episode 25. 파리로 떠난 음악 여행
Episode 26. 어느 일요일 오후의 앙갚음
아침 동안의 게으름
Episode 27. 달라서 아름다운 사람들
Episode 28. 시간이 내게 선물한 것
Episode 29. 시계 없는 삶
Episode 30. 빛나는 무대를 갖추기 위한 조건
Episode 31. 다정한 것들이 그립다
우리의 부엌
Episode 32. 화려했던 마지막 일주일
Episode 33. 이별 없는 작별 인사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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