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치료 QNA

연극치료에 대해 묻고 답하다

프로이트가 정신분석학을 창안하면서 새로운 정신과학의 세계로 들어간 이래로 우리는 막연하게 생각했던 정신의 세계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탐구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언어를 바탕으로 하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거대한 무의식의 세계에 다가가는 데 있어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언어 자체가 인간 의식의 산물이고, 그런 의식의 그물에 걸려든 무의식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런 탓에 프로이트 시대부터 카를 융과 산도르 페렌치, 오토 랑크, 빌헬름 라이히 등이 말이라는 이성의 영역을 벗어나 그림과 극적 장치, 생체에너지 등 다양한 영역으로 그 통로를 확대해 무의식을 탐구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모레노는 사이코드라마라는 연극적인 방식으로 프로이트가 정신분석으로 이루고자 했던 것을 이루려고 하였다. 이렇게 현대 심리 치료는 초기의 말을 통한 분석에서 말과 행동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여기에 예술이 지닌 치유적 측면이 심리 치료에 통합되면서 그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연극치료는 연극이 가지고 있는 치유의 힘을 바탕으로 인간의 상처받은 영혼을 보살피는 예술/심리 치료의 한 분야로서 이론과 실천 면에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연극치료가 도입된 것은 시간상으로 오래되지 않았다. 연극치료란 제목의 번역서가 처음 발간된 것이 2000년대 초이며, 그 이전부터 현장의 연극인들이 중심이 되어 공부하고 실천하기 시작한 것을 감안해도, 이제 걸음마 단계를 막 넘어서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력이 짧은 만큼, 현장에서 연극치료를 실천하는 사람들의 열정만큼은 훨씬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나온 [연극치료 QnA]는 우리나라에서 연극치료의 성장 과정을 오롯이 함께 해온 지은이가 연극치료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애정을 바탕으로 연극치료 전반에 대해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독자들이 알기 쉽게 풀어낸 책이다.

이 책은 연극치료가 궁금하지만 그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는 독자들, 그리고 다양한 입장에서 연극치료를 접한 경험을 바탕으로 연극치료에 대해 좀 더 구체적인 관심을 가진 독자들, 그리고 연극치료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 연극치료사와 같은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그들의 구체적인 질문 속에서 연극치료의 개념적 원리와 임상 실제를 생생하고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주요 내용

이 책은 모두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 “연극치료의 둘레와 가운데”는 연극성, 연극치료의 형성 과정, 궁극적 목표, 투사, 사이코드라마와의 관계, 통합 예술 치료 등을 묻고 답하면서 연극치료가 무엇인지, 인접하거나 유사한 다른 분야와 구별되는 점은 무엇인지를 개괄한다. 그리고 연극치료에 관심 있는 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연극치료사의 직업적 비전과 연극치료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2장 “연극치료 속으로 한 걸음 더”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지나치게 휘둘리거나 불안해서 자꾸만 어색한 웃음을 짓거나 자존심이 상해 화가 날 때가 많다는 질문에 대하여 일상생활에서 흔히 경험하는 심리적 불편함을 어떻게 다루면 좋을지를 연극치료의 관점에서 답한다. 그리고 연극치료에 적합한 대상과 공간, 작업 기간과 매체의 선택 방식, 특정 질환에 대한 접근성 여부, 정신과 치료를 병행해야 하는 경우, 효과 측정 방법 등 연극치료의 처음부터 끝까지 과정 전반을 알기 쉽게 소개한다.

3장 “새내기 연극치료사를 위하여”는 말 그대로 작업 현장에서 다양한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연극치료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어떻게 진단 평가의 객관성을 확보할 것인지, 집단치료에서 집단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치료적 개입이 필요한 때가 언제인지, 어떤 이야기를 선택해야 하는지, 참여자가 공격성을 나타낼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치료적 목적의 공연을 제작할 때 유념할 점이 무엇인지, 연극치료사로서 자신을 어떻게 돌보아야 하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 같은 길을 앞서 걸어온 선배로서의 경험을 나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