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제 2 판 프롤로그
스포츠 코칭은 교육이다
<코칭이란 무엇인가?>가 출간된 이후 5년이 지났다. 학술서도 아니고, 교재도 아니었다. 코칭에세이라고 부를 수 있는 스포츠 코칭과 코치에 대한 내 개인적 성찰들을 모은 책이었다. 개인적 성찰이지만 나의 학문적, 이론적 지향을 작은 생각들로 나누어 편하게 옮긴 글이었다. 책은 작았지만, 사실 그 안에 들어있는 생각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었다. 코칭을 훈련을 넘어서는, 살짝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 훨씬 뛰어넘는 활동으로 보자는 주장을 담고 있었다.
코칭이란 시합 잘 하는 능력 향상에 멈추는 일이 아니라, 참 좋은 사람이 되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고 말하였다. 코칭이 이런 일이라면, 코치도 당연히 트레이너나 전술전략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멘토나 교육자의 역할을 해내는 사람이었다. 코칭은 교육이며, 코치는 교육자라는 생각을 드러내놓고 주장했던 것이다.
물론, 이런 주장은 이전부터 있어왔다. 성장기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운동기술만이 아니라, 교육적 자질을 갖추어 아이들의 바람직한 본보기가 되어야 한다는, 다소 가벼운 마음을 담은 그러한 관점에서 말이다. 근본적으로 이런 생각에 담긴 입장은, 운동지도가 중심이고 교육자 역할은 부수적인 것이다. 굳이 양적으로 표현하자면, 80:20 수준이다. 결국 농구를 잘 가르쳐서 시합에서 이기는 횟수를 늘이는 것이 주된 역할기대치인 것이다.
틀린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이것보다 훨씬 더 진전된 것이다. 코칭은 교육이다. 코칭은 훈련이 아니다. 80:20의 순서가 잘못되었다. 80이 교육이고, 20이 훈련이다. 내 생각은 그만큼 급진적이다. 아니, 좀 더 부드럽게 표현하면, 근본적이다. 그래서 코칭은 훈련적 시각이 아니라, 교육적 시각에서 완전히 다시금 이해되고 실천되어야 한다. 물론, 대놓고 이렇게까지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러한 생각과 태도가 밑바탕에 깔려있었다.
청소년 코칭에 국한되어 적용되는 주장이 아니다. 0세에서 100세까지의 전 연령대에 걸쳐, 스포츠 코칭은 훈련이 아니라 교육활동이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훈련이 포함된 교육활동이다. 선수에게 미치는 코칭의 영향은 “기술 잘 배워 시합 잘 하기”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 잘 되어 인생 잘 살기”까지 미친다. 코치는 이 일이 잘 되도록 도와주는 매우 중요한 사람이다. 선생, 멘토, 스승 등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하는 이다. 그래서, 코치는 자질도 교육자의 자질까지 지녀야만 한다.
현대의 지배적인 통념과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볼 때, 이러한 생각은 잘못된 것이거나 불편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그리고 지금 내가 보고 들어온 코칭이 그렇지 않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며, 코치가 그렇게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불편한 것이다. 그러나, 내가 겪은 그리고 내가 겪을 일과 사람이 전부는 아니고, 최고나 최상은 더더욱 아니다. 이 점을 깊이 인식하고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포츠 코칭과 코치에는 경쟁적 차원이 들어있다. 그리고 그 차원이 주된 차원으로 강조되었다. 코칭과 코치의 경쟁적 차원은 가시적이며 대중적이기는 하다. 그렇지만, 근본적이고 핵심적이지는 않다. 경쟁적 차원은 표층적 차원이다. 코칭과 코치의 심층적 차원은 교육적 차원이다. 심층적 차원이 근본적이고 핵심적이다. 다만, 깊이 숨어있어 인지하고 인식하기가 쉽지 않다.
내가 이 에세이집을 내어놓은 이유는, 바로 코칭과 코치에 있어서 이 심층적 차원의 근원성, 일차성, 그리고 우선성을 널리 공유하기 위함이었다. 코칭은 표층은 훈련이나 심층은 교육인 활동이다. 코치는 겉보기는 트레이너지만 속안에는 에듀케이터다. 나는 이런 내용을 강조하기 위해서 호울링, 기와 도, 아레테 스포츠, 인문적 코칭, 스포츠 리터러시 등 현란스러우리만큼 듣도 보도 못한 다양한 용어들을 소개하였던 것이다.
“코칭은 교육이고, 코치는 교육자다.” 내가 이 책을 기획한 의도라고 말하였다. 그렇지만, 우리가 지닌 코칭과 코치에 대한 지배적인 통념, 주로 일상과 방송에 의해서 각인되고 강화되어버린 인식이 너무나도 두텁고 단단한 형편이다. 계란으로 바위를 깬다는 표현도 부족하다. 그러나, 바위 위에 남은 깨진 계란의 자취는 일정 기간 남겨져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내 전략은 이것이다. 어차피 바위를 깨지 못한다면, 계란을 계속 던져서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관심을 붙잡아두자는 것이다. 그것이 내가 다시금 제2판을 내는 이유다.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계속 끌기 위함이다. 보던 이들 가운데 한 명이라도 계란던지기에 동참하게 되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혈혈단신 혼자서 산을 옮긴 우공이산의 고사도 있지 않은가. 나는 스포츠 코칭의 영역에서 투란파암投卵破岩의 고사성어를 만들고 싶은 것이다. 단, 나 혼자서가 아니라, 스포츠 코칭을 사랑하는 많은 다른 분들과 함께. 이 책의 독자들이 각자 자신의 계란을 들어 던져보기를 기대한다.
제2판에는 초판 이후에 쓰고 발표한 글들을 덧붙였다. 제1부에는 전반적인 요약의 역할로 호울 스포츠와 인문적 코칭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있다. 교육개발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학생선수 e스쿨 웹진에 연재한 6편의 원고들을 활용하였다. 제2부에서 5부까지는 기존의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새로운 4개의 글들이 추가되었다. 제6부는 올바른 스포츠 코칭의 사례와 결과를 보여주는 실제 인물들에 대해서 소개하였다. <교육과 사색>이라는 교육월간지에 2016년 일 년간 연재한 12편의 내용들이다. 제2판을 위하여 사용을 허락해주신 관계 기관들에 감사드린다.
최 의 창
2018. 6. 22.
작가 소개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교수. 강원도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조지아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하여 한국체육과학연구원에서 일했다. 건국대학교에서 10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친 후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로 옮겨 체육교사?스포츠전문인의 양성과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학생부학장, 배구클럽 지도교수를 맡고 있다. 한국연구재단 전문위원, 한국스포츠교육학회 및 한국교원교육학회 부회장, 한국교육신문 및 한국대학신문 논설위원, 독서신문 책과삶 에디터 멘토로 봉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가지 않은 길 1, 2, 3』, 『코칭이란 무엇인가』, 『인문적 체육교육과 하나로 수업』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학교를 개선하는 교사』, 『배거 밴스의 전설』, 『존 우든의 부드러운 것보다 강한 것은 없다』 등이 있다.
목 차
제2판 프롤로그 스포츠 코칭은 교육이다 · ⅰ
초판 프롤로그 왜 인문적 스포츠 코칭인가? · ⅵ
인문적 코칭이란 무엇인가
코칭은 호울링이다 3
온전한 운동이란 무엇인가 10
코칭이 선수에게 길러주는 것 18
인문적 코칭 27
인문적 코칭의 가치 35
코치학습공동체에 참여하기 43
코칭이란 무엇인가
운동이란 무엇인가 53
코칭과 호울링 63
코칭은 훈련인가 교육인가 73
코칭 대 티칭 81
술의 코칭과 도의 코칭 90
코칭의 기법과 심법 100
코치란 무엇인가
전인코칭론 111
코치군자론 120
스포크라테스 130
코치의 전인적 배움 141
코칭은 전문직인가 151
경쟁이란 무엇인가
우리가 바라는 스포츠인 163
르까프 스포츠와 아레테 스포츠 173
스포츠 경쟁론 181
스포츠맨십 가르치기 190
선수중심 코칭 203
스포츠 리터러시란 무엇인가
운동소양 기르기 217
스포츠 리터러시 227
체육에서 가르치는 것 236
교양체육과 체육교양 246
스포츠맨십이란 무엇인가
스포츠로 닦는 사람됨의 길 257
스포츠가 되찾아야할 가치로운 인성 262
올림픽이 우리에게 상기시키는 것 267
우리 여성 스포츠인의 뛰어난 스포츠정신 273
황금메달을 낳는 한국의 여궁사들 278
UCLA 농구감독 존 우든의 인생코칭 노하우 283
스포츠계의 젠틀맨 아서 애쉬 289
장애를 극복하고 최고의 선수가 된 두 사람 294
반면교사로서의 스포츠영웅 299
달리기가 가르쳐주는 것 304
산이 일깨워 주는 어짊의 가치 309
상선약수의 지혜를 보여준 이 314
제2판 에필로그 스포츠 소크라테스 되기 · 319
초판 에필로그 다시, 코칭이란 무엇인가? ·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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