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한국에 사는 올림픽 88둥이들은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사람들은 88년도에 태어난 아이를 올림픽둥이, 88둥이라고 부르지만, 막상 그들에게는 서울올림픽에 대한 기억은 없다. 9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내며 IMF를 경험한 88둥이의 삶은 치솟은 학비와 취업난에 그야말로 팍팍할 뿐이다. 그래도 운 좋게 대학 졸업 후 남들이 부러워하는 글로벌 기업에 입사한 저자(모모)도 있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모토의 이 회사가 좋아 마케터로 의욕을 갖고 일하지만 일하면 할수록 사회적 기업은 모토일 뿐 결국 물건을 하나 더 파는 수단임을 알게 된다. 여기서 우선 멈춤을 결심한 88둥이 모모, 자, 다음 선택은 무엇일까.
누구나 도움이 필요하고 누구든 도움을 줄 수 있다
글로벌 기업 퇴사 후 서울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잠시 일하는 동안 해외 사례들을 직접 보고 싶단 생각을 갖는 모모. 우연히 알게 된 헬프엑스라는 사이트에서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면 그 집에 머물 수 있는 걸 알게 된다. 도움을 주고받는 여행법이 있다고? 해외여행이라 하면 맨 처음 항공권과 숙박 시설을 알아보기 마련이다. 하지만 헬프엑스라면 다르다. 내 도움이 필요한 곳이 어디인지를 찾는 게 첫 번째 할 일! 그다음은 상대가 원하는 조건에 서로가 맞는지 이메일을 주고받는다. 내가 호스트의 공간에서 ‘무슨’ 일을 ‘얼마나’ 할지 알아보고 그 대가로 어떤 환경을 제공받을지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모모가 헬퍼로서 호스트에게 어떻게 이메일로 커뮤니케이션하는지 상세히 설명한 헬프엑스 여행 지침서.
세계와 내가 함께 사는 법을 가르쳐준 여행
어디 볼까. 먼저 헬프엑스에 가입하고 이탈리아로 들어가 볼까. 호스트가 원하는 게 뭘까. 요리와 에너지 넘치는 두 사내아이와 놀아주기. 그리고 재봉틀? 난 사찰 요리도 배운 경험이 있고 얼마나 기운 센 아이들인지 몰라도 나 또한 튼튼한 체력의 소유자며 게다가 재봉틀…… 이건 떠나기 전 하루 만에라도 배울 수 있다고. 그런데 이곳이 어디? 포르치아?? 이후에도 영국, 독일, 스페인에서 호스트의 선택 원칙은 공동의 삶이다. 공동의 삶은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도 해당된다. 굳이 장애인 게스트하우스를 가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오지를 가고, 나이와 상관없이 친구를 만들면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
공간이 갖춰지면 사람들은 모인다
마을 사람들을 모이게 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 공간을 마련하면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한다. 모이는 게 어떨까, 묻지만 말고 누군가 공간을 만들어보자. 그럼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곳으로 모인다는 것을 모모는 체험한다. 새롭게 공간을 만들 필요는 없다. 영국 텔레그래프힐의 마을 공연은 공연장이 따로 없다. 마을의 성당이 공연장으로 공간을 빌려준다. 모모는 한국에 돌아와 성미산 공동체마을에서 살아가며 공동의 공간을 만들어간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주인공 앨리스의 증손녀가 살고 있는 런던의 텔레그래프힐은 모모가 사는 성미산 공동체마을의 학습 모델이기도 하다.
지역 공동체에서 산다는 것
정보화마을, 평화생태마을, 체험휴양마을, 자연생태우수마을, 마을기업, 희망마을 등 전국의 지역공동체 수는 약 5,885개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아직은 주로 정부의 주도하에 이루어지며 마을이 자발적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는 드물다. 반면 우리보다 앞서 공동의 삶에 관심이 많았던 유럽의 경우 정부 지원 없이도 자신이 살고 있는 공간에 자연스럽게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낸다. 모모는 함께 살기의 방법으로 헬프엑스 여행을 선택하고 그 현장에서 일하면서 배운다. 생각보다 우리 주변에는 잉여 자원이 많음을 깨달은 게 모모만의 여행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이다.
헬프엑스Helpx란 무엇인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호스트와 도움을 줄 수 있는 헬퍼를 연결해주는 사이트다. 이 사이트는 영국의 롭 프린스가 2001년에 개발했다. 롭은 몇 년간 호주, 뉴질랜드 등을 노동력과 숙식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여행했는데, 이를 ‘도움 교환Help exchane’이라고 불렀다. 당시에는 온라인 사이트가 없었기에 마을의 구인 게시판 등을 이용했는데 마침 IT 개발자였던 롭이 온라인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 개발을 시작한 지 얼마 뒤 롭은 패러글라이딩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이때 생긴 신체의 악조건이 오히려 사이트 개발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만들어 헬프엑스 사이트가 탄생했다.
작가 소개
저 : 김소담
1988년생. 스물일곱 살 가을, ‘외국계 기업 커리어우먼’ 생활을 조신하게 하나 싶더니 인생의 열차가 조금씩 방향을 바꾸기 시작해 지금은 영 희한한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세상은 넓고 볼 건 많다’는 기치 아래 더 많이 경험하고 더 넓어지고 더 나아지는 사람이 되길 항상 꿈꾼다. ‘헬프엑스HELPx’라는, 세계와 만나는 새로운 여행 방식을 알게 되면서 언젠가 다시 길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미래에는 나만의 새로운 가족을 꾸려, 그들의 손을 잡고 주인과 손님이 되어 여행하길 희망한다.
꼼지락꼼지락 요리하며 몸 쓰는 느낌이 좋다는 사실을 일하면서 살아보는 이 여행을 통해 처음 알았다. 내게 알맞은 몸 노동을 알기 위해 전기 없이 장작 패서 요리하는 적정기술 레스토랑 ‘자연의 부엌, 마음먹기’, 이웃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 게스트하우스 매니저, 베이커리 카페 매니저 겸 바리스타 등 이것저것 시도해보며 나다운 사람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중이다. 이 책으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다시 즐거운 경험을 하기를.
목 차
프롤로그 평범한 게 뭐지? 평범한 게 왜 좋지? 08
Ⅰ 이탈리아 포르치아 마을의 부고란
떠나기 전에 뭘 했지? 재봉질을 하루 배웠지! 24
그 여행, 나도 같이 가도 되나요? 32
첫 호스트, 이탈리아어 교사 오리에따 37
이웃이 죽으면 종을 울리는 마을, 포르치아 46
이탈리아 가정의 저녁을 책임지는 한국인 셰프 54
이탈리아 유치원 일일 교사가 되다 62
마을 사람들의 공동 와이너리 70
공유 차량 블라블라카 타고 트리에스테로 76
이날을 위해 재봉질을 배워온 저 아닙니까! 84
가는 날이 장날? 이탈리아의 시골 장터 89
어머니의 어머니의 어머니가 사는 곳 93
숲속의 작은 성, 두 번째 호스트 제니의 집 100
아시시 근교 동양 여성 두 명 동사체 발견? 107
생존을 위한 제니의 난로 특강 111
윌리엄 셰익스피어와 함께 살다 119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소통의 관계 맺기 123
한국어 억양은 노래처럼 들려 130
도시의 생명과 시골의 생명 142
엄마, 이 선을 넘어와도 괜찮아요 147
Ⅱ 영국의 공동체마을, 텔레그라프힐
오, 런던의 천사들이여 156
세 번째 호스트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증손녀 170
작가들, 이웃에게 집을 개방하다 175
마을 놀이방과 대안학교 184
영국 아이들과는 이런 걸 하고 놉니다 192
공간이 갖춰지면 사람들은 모인다 198
죽은 이들의 재래시장 그리고 커뮤니티 텃밭 206
일흔 살의 1세대 미국 히피, 다이애나와의 우정 212
Ⅲ 독일 트레벨의 장애인 전용 게스트하우스
여행의 소파, 카우치 서핑 226
베를린의 공유 텃밭, ‘공주님의 정원’ 235
네 번째 호스트, 시골의 장애인 게스트하우스 240
잔디 깎고 장작 패고, 하루가 모자라 246
홍콩 사람, 메기의 속사정 251
장애인의 성 워크숍 255
오해해도 괜찮아, 무서워해도 괜찮아 262
시골길 자전거 여행 267
Ⅳ 자연과 더불어 사는 스페인의 피코스데에우로파
하드코어 여행의 시작 274
다섯 번째 호스트, 요가인 사이먼과 앨리 286
냉장고가 없는 삶이란 291
이것이 진정한 몸 노동 298
안 되겠어, 다른 호스트네로 탈출하자 304
에필로그 살아보기를 마치며 313
부록 노동 교환 여행 방식, 헬프엑스 가이드 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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