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장날만 되면 온 세상이
거기에 다 있었다
장날의 추억이 남긴 글과 사진의 기록
장터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어 온 장터 사진가 이흥재와 한국인이 사랑하는 시인 김용택과 안도현이 만나 장날의 추억을 책으로 되살려 냈다. 20여 년 전 이흥재와 김용택, 이흥재와 안도현이 각각 만든 책이 한 권의 새로운 책으로 탄생한 것이다. 이제는 장날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지 않지만, 여전히 장터는 열리고 그곳에는 사람들이 있다. 예전에도 지금도 장터에는 반가움이 있고, 그리움이 있고, 추억이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장날의 만남에 관한 것이다.
“이 책장을 넘기다 보면, 시인의 한 구절은, 장터의 왁자지껄한 수다 속에서 누군가 내뱉은 한 마디가 마치 바람결에 실려와, 우리의 귀청을 때리기라도 하는 느낌이다. 그러면 화들짝 놀라 두리번거리는 우리의 눈길 앞에, 이 아주머니와 저 아저씨, 이 아이, 저 영감의 모습들이 한 장면씩 스쳐간다. 그 속에는 여전하지만 어딘가 동떨어진 것이기라도 하듯, 친숙하면서도 소원하게 느껴지는 그런 모습들이 펼쳐진다. 그러나 이 여전함 또한 언제까지나 그러하지는 못할 것이다. 사진은 그 여전함이 혹시 마지막은 아닐까 하는 조바심을 부추기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조바심이 아니라면, 사진이 그토록 여전한 모습으로 다가오지도 못할 것이다.” _정진국(미술평론가)
[내용 소개]
장터에서 마주치는 낯익은 얼굴과 기억들
며칠에 한 번씩 사람과 물건이 한자리에 모이는 장날은 사람들의 사교의 장이자 물건을 사고파는 거래의 장소, 그리고 세상의 소식을 접할 수 있는 뉴스 채널과 같은 역할을 하곤 했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가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이자 아들, 딸이었기에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서로의 소식을 전했다. 물건과 정情이 동시에 오가는 곳이었다. 하지만 현재의 장날은 겨우 살아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생기를 잃어 가던 장날에 사진가 이흥재는 따뜻함을 불어넣고, 표정을 덧붙이고, 사연을 끌어내 눈앞에 생생한 장터를 재현한다. 장터를 오가는 한 명 한 명을 클로즈업해 카메라 앞에 세우고, 그렇게 그들은 우리 모두의 아버지, 어머니가 된다. 버스 뒷문으로 무거운 짐을 들고 오르내리는 어르신들의 뒷모습은 장바구니를 든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고, 국밥집에 모여 앉아 우스운 이야기를 하는 듯 얼굴 가득 함박웃음을 짓는 이들은 그리운 아버지를 떠올리게 한다.
『장날』 속 인물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늘 마주하는 평범한 이들이지만,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들은 제각각 사연을 지니고 다가온다. 물건을 고르다 말고 카메라를 바라보며 쑥스러운 미소를 짓는 아주머니, 장터 바닥에 둘러앉아 점심 식사를 하는 상인들, 사이좋게 국밥을 나눠 먹는 노부부. 평범하지만 특별한 장날의 사진들은 박제된 옛 장터가 아닌 살아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 준다.
사진 속 장터는 이야기의 무대가 된다
사진가 이흥재의 카메라에 담긴 장터 사람들 모두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장터에는 물건을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자연스레 사진가와 시인, 상인과 손님이 뒤섞인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사진가 이흥재는 ‘이런 장날의 사진을 통해 나는 단순히 이미 지나가 버린 것만을 그려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을 통해 나와 우리 다음 세대의 아름다운 얼굴을 그려 보고 싶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장터라는 무대 위에 다양한 사람들이 등장하면 사진가는 이들을 포착하고 두 명의 시인은 장날의 추억을 풀어내면서 아름다운 콜라보레이션이 이루어진다. 섬진강 시인 김용택과 연탄재 시인 안도현이 전하는 장날에 관한 이야기는 담담하지만 울림을 준다. 어린 시절 장날에 얽힌 아버지와 어머니의 가슴 찡한 이야기, 그리고 이제는 사라져 가는 장날의 기억들이 사진과 함께 더욱 생생하게 다가온다.
작가 소개
글 : 김용택
전라북도 임실 진메마을에서 태어나 순창농고를 졸업했으며 그 이듬해에 교사 시험을 보고 스물한 살에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교직 기간 동안 자신의 모교이기도 한 임실덕치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시를 썼다. 섬진강 연작으로 유명하여 ‘섬진강 시인’이라는 별칭이 있다. 2008년 8월 31일자로 교직을 정년퇴임했다.
시집으로 『섬진강』, 『맑은 날』, 『누이야 날이 저문다』, 『그리운 꽃편지』, 『강 같은 세월』 등이 있고, 산문집으로 『작은 마을』, 『그리운 것들은 산 뒤에 있다』, 『섬진강 이야기』 등이 있다.
글 : 안도현
196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원광대 국문과와 단국대 대학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첫 시집 『서울로 가는 전봉준』을 비롯해 『북항』까지 10권의 시집을 냈다. 소월시문학상, 윤동주상, 백석문학상, 임화문학예술상 등을 받았다. 『나무 잎사귀 뒤쪽 마을』, 『냠냠』, 『기러기는 차갑다』 등의 동시집과 다수의 동화를 쓰기도 했으며, 어른을 위한 동화 『연어』는 15개국의 언어로 해외에 번역 출간되었다. 최근에는 『백석평전』, 『그런 일』 등의 산문을 냈다. 현재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전주에 살고 있다.
사진 : 이흥재
전북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전주대학교 미술학과와 동국대학교 불교사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동국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북도립미술관장을 역임했고, 현재는 정읍시립미술관 명예관장으로 있다. 《이흥재의 장날》, 《강산적요, 스며들다》, 《무성서원에서 선비 정신을 묻다》, 《신라를 다시 본다_ 신라, 그 푸른밤, 멀고도 가까운》 등의 사진전을 열었으며, 지은 책으로는 『그리고, 구멍가게가 생기기 전에는』, 『장날』, 『그리운 장날』, 『모정의 세월』 등이 있다.
목 차
추억조차 사라져 갈 풍경_ 안도현
장터의 시인, 장터의 사진가_ 정진국
이흥재의 장터 사진에 담긴 미학_ 정진국
순간이 역사로 이어지는 이흥재의 장날 사진들_ 김용택
내가 본 이흥재_ 안도현
작가의 말 / 사진 설명 / 이흥재 작가 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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