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 책은 1995년부터 2018년까지의 시간이 담겨있다. 23년간의 부산이다. 카메라를 들고 이 도시를 서성이다가 쌓고 쌓은 두께다. 부산을 남기겠다는 견고한 사명이라든지 두툼한 의지를 불태웠던 것만은 아니다. 어떨결에 담은 무심한 사진도 꽤나 있다. 사진에 나오는 이들이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리고 한 번씩은 생각나지만 가까이 두고도 가보지 못하는 장소가 여럿 있다. 반대로 같은 장소를 몇 년을 두고 끈질기게 가기도 했다. 영도다리는 철거부터 지어지는 3년 내내 기록을 하느라 수도 없이 영도다리를 건너다녔다. 오늘도 내일도 나는 부산을 사진으로 찍는다. 찍는 이 순간이 또다시 시간을 물고 또 물고 가면 이 도시의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카메라 뒤에 선 나의 사진을 마무한 그들이 서로 다른 시간을 기억한다.
■ 이 책을 펴낸 이인미는 부산을 기록하는 사진가이다. 건축 잡지사의 사진기자로 도시를 사진으로 남기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지금도 역시 다양한 시간의 결을 지닌 도시 부산을 기록하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이 책에 나오는 사진들은 부산의 어느 골목, 옥상, 산복도로에서 찾아낸 부산이다. 이미 사라져 없어진 곳도 있지만 아직도 찾아가 볼 수 있는 곳도 있다. 도시도 늘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진집은 부산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사진가가 자신의 느낌과 색을 더한 각색된 풍경이다. 잘려지기도 하고 색이 입혀지기도 한 부산 사진이다. 사진은 현장성이 중요하다고들 말하지만 대부분이 객관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보지 않는다. 각자 자신의 눈으로 부산을 느끼고 간직한다. 이 책은 결국 사진가 이인미의 눈으로 보는 부산이라고도 할수 있다. 그렇지만 책을 통해 접근하는 이들에게는 부산을 기억하는 추억의 장소든, 가보고 싶은 장소든, 낯선 장소든 각자의 경험으로 다시 또 다른 느낌으로 빠져들게 하는 사진집이다.
작가 소개
대학에서는건축을, 대학원에서는 영상학을 전공하였다.
과거의 흔적이 어느 도시보다 빠르게 지워지고 있는 부산에서 일상적 기억을 회복하기 위해, 잠시도 머물지 못하고 변화하는 도시의 숨가쁜 생명력을 따라 잡기 위해 사진으로 도시를 만나는 작업을 하고 있다. 7번의 개인전과 다수의 기획전과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그리고 『나는 도시에 산다』, 『한국건축개념사전』, 『창덕궁』, 『김봉렬의 한국건축이야기』 등 다수의 출판 작업에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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