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여행을 즐기는 새로운 방식과
여행의 기억을 풍요롭게 만드는 색다른 방법!
임요희 작가의 말처럼 세상 풍속을 구경하기 위해 떠나는 여행의 의미는 이미 희미해진 지 오래다. TV와 유튜브가 절찬리에 상영해대는 온갖 세상들 너머로 떠나기엔 현실적 제약도 많다. 작가는 아주 특별한 곳을 찾아 떠나기보다 지금 자신이 머물러 있는 곳에서 가까운 특별함을 찾아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넌지시 제안한다.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이 버건디였다. 화려한 건축에서 볼 수 없는, 웅장한 자연에서 찾을 수 없는 특별한 무언가가 버건디 컬러에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내 여행의 상당 부분은 버건디를 찾는 데 할애됐다. 조선의 궁궐을 방문하면 전각이나 누각보다 버건디를 먼저 보는 식이었다.
버건디를 찾아 떠나는 여행은 파랑새를 찾는 일만큼 무모한 여정이었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누구도 ‘진짜 버건디’를 본 적이 없지 않은가. 나 역시 버건디를 모방한 버건디 비슷한 색 속에서 버건디의 느낌을 상상할 뿐이었다. 오히려 그랬기에 버건디는 나를 끊임없는 매혹 속으로 몰아넣었다.
_ 프롤로그, 중에서
버건디는 프랑스어 부르고뉴Bourgogne에 어원을 두고 있는 컬러 이름으로 사전에는 청색 기운이 도는 짙은 붉은색 혹은 적포도주 색이라고 적혀 있다. 고흐를 비롯한 많은 예술가에게 인간 내면의 ‘광기’를 드러내는 색으로 인식되었는데, 임요희 작가 역시 아름다우면서 끔찍한 색, 원초적이면서 세련된 색, 귀족스러우면서 신비로운 색, 원초적인 생명의 색으로 감각하고 있다.
당신의 여행은 어떤 깔인가요?
북유럽을 안내하고 뉴욕의 핫플레이스를 세세히 알려주는 가이드북은 많다. 제주도에서 30일을 살아보거나 한 달 동안 런던을 헤집고 다닌 여행 마니아의 에세이도 서점에서 쉽게 눈에 띈다. 하지만 계속 색다른 곳과 보다 많은 곳으로 향하려면 당신의 여정이 곧 지치고 만다. TV 예능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쏟아내는 무수한 해외 도시와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연신 감탄하는 여행지 비주얼은 호기심을 자아낼지언정 어쩐지 ‘내 여행’과 거리가 먼 듯하다. 『버건디 여행 사전-여행의 기억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들』은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더러는 식상해 보이는 관광지에서도 자기만의 여행을 찾아 즐기는 법에 대해 귀띔한다.
여행 에세이 『버건디 여행 사전-여행의 기억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들』의 임요희 작가는 지극히 개인적인 성장과 여행에서 유독 존재감을 보여왔던 강렬한 빛깔 버건디에 대해 하나씩 이야기한다. 러시아의 작은 도시 수즈달에서 발견한 버건디 색 산딸기와 영국 남부 도시 스틴스퍼드에서 본의 아니게 훔쳐 먹은(?) 버건디색 사과, 버건디 색 카펫이 깔려 있는 듯했던 캐나다의 짙은 단풍, 휴양을 기대하고 떠났던 태국 방콕에서 무에타이 체험을 하며 손에 껴야 했던 버건디 색 글러브처럼 대부분 지극히 개인적인 에피소드다. 하지만 그녀의 사적 경험과 감각은 두툼한 여행서들이 소비하는 러시아의 맛집과 영국의 호텔, 캐나다의 드라이브 코스, 태국의 교통 정보보다 열정적으로 여행의 기운을 북돋는다.
임요희 작가가 이야기하는 버건디 컬러는 때로 평범한 보라색이거나 조금 짙은 붉은색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쉽게 마주치는 붉은 우체통과 보라색 양초도 그녀의 짙은 추억이 덧씌워지는 순간 버건디 색 여행으로 물들어버린다. 이 책을 통해 독자도 자기만의 버건디 컬러를 찾아보면 어떨까? 굳이 버건디 색이 아니더라도 내 여행과 일상을 관통하는 하나의 색을 발견하는 순간 짜릿한 추억은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그것이 백만 가지 여행 정보를 습득하고 길을 나서는 것보다 여행 같은 일상 혹은 일상 같은 여행을 만나고 즐기는 가장 쉬운 방법이 될 것이다.
작가 소개
소설을 쓰면서 책과 음식, 사람, 영화와 관련해 온갖 참견을 하고 있다. 만곡을 그리며 부드럽게 휘어지는 골목길에 열광하고, 유장하게 이어지는 긴 도로와 언덕길을 힘겹게 올라오는 모든 탈것, 사람을 응원한다. 마음속의 글자는 역설逆說, 기도祈禱, 고무鼓舞. 2010년 소설가가 되었고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뉴스1, 트래블바이크뉴스 등에서 여행기자로 일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눈쇼』와 여행 가이드북 『리얼 홍콩』(공저)이 있다.
목 차
004┃ prologue 특별한 곳으로 떠나기보다 가까운 특별함을 찾기
ㅂㄱㅂㄹ
016┃ 버건디 고무 대야: 세상 뜨거운 여행
019┃ 버건디 골목: 길 잃기는 길 읽기
026┃ 버건디 그녀: 사랑은 언제나 눈물겨워라
028┃ 버건디 글러브: 내 이름은 옥혜가 아니에요
031┃ 버건디 기둥: 한 채의 궁궐은 소나무 숲의 현현이다
039┃ 버건디 기차 여행: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045┃ 버건디 도로: 모든 나라에는 1번 도로가 있다
052┃ 버건디 드레스: 속죄의 피로 순백의 트라우마를 덮다
057┃ 버건디 롤러스케이트: 꿈의 탈것
061┃ 버건디 룸: 남영동 대공분실과 다크투어
ㅂㅁㅂㅅ
072┃ 버건디 맥주: 고전과 캐주얼을 한 잔에
076┃ 버건디 모래시계: 팬시 계의 토마손
081┃ 버건디 반추동물: 긴 여정을 통해 이룩된 부드러움
085┃ 버건디 버스 여행: 끈적끈적했던 추억
088┃ 버건디 뼈: 드러나서는 안 될 것이 드러날 때
094┃ 버건디 뷰익: 육로로 평양을 방문한 차
097┃ 버건디 사과: 훔친 사과의 향미증가성 원칙
101┃ 버건디 산딸기: 돈 주고 안 산 딸기
107┃ 버건디 상그리아 혹은 뱅쇼: 탁월한 저급의 향기
113┃ 버건디 성경책: 진정한 자유와 인간 되기
119┃ 버건디 성찬: 성찬에서 성배로
126┃ 버건디 소화전: 스트레스 상황이 일어나는 시간
ㅂㅇㅂㅊ
128┃ 버건디 언덕: 히스로 뒤덮인 요크셔 언덕
135┃ 버건디 오렌지: 오렌지색이 아닌 오렌지
141┃ 버건디, 와인에서 찾은 인생: 인생을 발효시켜라
149┃ 버건디 우체통: 고뇌의 처소
154┃ 버건디 유로: 액자에 넣고 싶은 돈
160┃ 버건디 자물쇠: J와 Y는 여전히 사랑할까
163┃ 버건디 자수정: 모래와 보석 사이
168┃ 버건디 자전거: 운명의 탈것
176┃ 버건디 차이: 터키인의 핏속에는 차이가 흐른다
ㅂㅋㅂㅌ
182┃ 버건디 카니발: 방탕 좀 땡겨 쓸게요
189┃ 버건디 캐나다: 장대한 단풍의 바다
198┃ 버건디 코트: 필요한 것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205┃ 버건디 크리스마스: 떠나지 않고 떠나는 여행
210┃ 버건디 클로버: 행운보다 행복
215┃ 버건디 퇴근길: 삶에 필요한 것은 시간과 돈 그리고
222┃ 버건디 트렁크: 네 근의 무게를 지닌 물건
230┃ 버건디 티타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쉼표
ㅂㅍㅂㅎ
234┃ 버건디 팥죽: 내 영혼의 차칸 수프
236┃ 버건디 페이브먼트: 어쩌다 혁명 도구
246┃ 버건디 페이크 퍼: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 중산층
253┃ 버건디 풍차: 풍차 거인아 덤벼라
259┃ 버건디 플래트나: 느리지만 너에게 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
262┃ 버건디 하이힐: 여자 인생의 무게를 떠받치다
265┃ 버건디 향기: 좋은 향수를 살 수 없다면
268┃ 버건디 헤어: 튀는 게 아니라 이쁜 거야
270┃ 버건디 화장실: 배설하는 인간
273┃ 버건디 홍콩: 홍콩독감보다 무섭다는 홍콩중독
280┃ 버건디 흔적: 시간으로 덮어도 사라지지 않는 것들
284┃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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