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3년 6개월간 ‘닫힌 사회’ 이란에 체류하면서
페르시아 문화와 역사의 현장을 생생히 파헤친
오늘의 이란 국토 기행과 페르시아 문화유산답사기!
시집 『황금빛 모서리』 김중식 시인의 여행 에세이!
1. 이란 버전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이란-페르시아 바람의 길을 걷다』는 3년 6개월간(2012.3.~2015.8.) 주駐 이란 한국 대사관에서 문화홍보관으로 일한 김중식 시인(50)의 페르시아 문화 답사기다. 그곳에서 김시인은 우리 문화를 알리는 일을 했다. 한국의 대통령이나 총리가 한국문화원이나 문화홍보관이 없는 인근 나라를 순방할 땐 그 이웃나라로 가서 한국 기자단을 위한 프레스센터를 운영하기도 했다.
김시인은 동시에 이란에서 ‘페르시아 신화기행’이나 ‘페르시아 문화기행’처럼 한국인을 대상으로 이란 바로 알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상대방 문화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야말로 가장 진정성 있는 한국문화 홍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도무지 짬을 내 여행을 다니기 쉽지 않은 한국식 업무환경으로부터 탈출해 저자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 제대로 이란 여행을 해보자는 마음도 있었다고 한다.
그는 귀국을 앞두고 이란 버전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찾아내 우리나라에 번역소개하고 싶었다고 한다. 그것이 저자가 생각할 수 있고, 할 수 있는 이란에 대한 최대의 마지막 예우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러나 그런 책을 찾아내지 못했다. 추정컨대 이란에서 그런 류의 책이 나온 적이 없다. 직접 쓰게 된 이유가 그것이다. 이 책은 깨알 가득 정보를 담아낸 실용적 목적의 가이드북이라기보다는 한 여행자의 시각으로 하나의 큰 문명을 이해하고자 고투한 흔적을 담은 ‘페르시아 문화 답사기’를 지향한다. 반만년 이란 문화와 역사를 씨줄로 삼고 필자 개인의 소회를 날줄로 엮었다.
2. 최후의 여행지, 이란
이란은 한국과 비슷한 위도에 있지만, 그 어떤 나라보다 멀게 느껴진다. 아프리카와 남미까지 다녀온 분들에게도 이란은 ‘최후의 여행지’로 여겨진다. 이란은 우리와 다른 지층 위에서 서로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 세속국가의 ‘속물’들에게 이란에서의 하루하루는 문화충격의 연속이겠다. 낯섦과 불편을 기꺼이 감내하는 여행자에게 이란은 매혹적인 여행지가 될 것이다. 매순간 문화 다양성의 현기증 나는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다.
과거 이란은 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란성쌍둥이로 태어난 인류문명의 한 발상지다. 인류 첫 대제국 페르시아의 고향으로서 동서양의 문화가 처음 만나고, 당시 세계의 모든 문화를 융합한 뒤 다시 전 세계로 확산시킨 곳이다. 동방(오리엔트)이 서양의 모든 문명과 문화의 젖줄이었다는 사실 또한 근대 이후 유럽이 페르시아의 발견을 통해 재발견한 것이었다. 이란은 세계사의 중원이었다.
현재의 이란은 중동에서조차 ‘이방인’이다. 언어(페르시아어), 민족(아리안족), 종교(시아파 이슬람)가 아랍 국가(아랍어, 셈족, 수니파 이슬람)들과 다르다. 이란은 1979년 친미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리는 혁명 이후 세계 유일의 이슬람 신정국가가 되었다. 신(알라)의 뜻을 지상에 구현하려는 나라다. 나라의 공식 이름이 ‘이란이슬람공화국’이다. 이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지 않고, 신에게 있다.
이란은 혁명 이후 미국과 거의 40년간 ‘척’지며, 자의반타의반 세상과 담을 쌓고 지냈다. 악마(사탄)의 유입을 막으려고 국가 인터넷망을 따로 만들고, 외국 정보의 유입을 방해한다. 겉으로는 종교의 힘으로 삿된 것들을 청소하고 멸균시켜버린 청정사회 같다. 그러나 속으로는 인간의 욕망이 들끓는 사람사는 세상이기도 하다. 한 인간이 지닌 천사의 모습과 짐승의 모습이 그 어떤 곳보다 선명하게 경쟁하고 갈등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3. 산문집을 겸하는 여행기
『이란-페르시아 바람의 길을 걷다』는 첫시집 『황금빛 모서리』(1993년, 문학과지성사)를 펴낸 김중식 시인의 첫 산문집이자 여행기다. 이란의 도처를 편력하면서 최대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역사적 사실(事實)을 기술하는 한편, 시인 특유의 통찰과 직관으로 역사적 진실 즉 사실(史實)에 육박하는 모험을 감행하기도 한다. 동방에 대한 서구의 역사관과 이란에 대한 서방언론의 편향성에 맞서 이란을 적극 옹호하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그의 경험과 관찰에서 우러나오는 체험적 진실을 고백함으로써 이란 내부의 치부를 폭로하기도 한다. 이란 찬양 일변도의 기존 여행기와는 결과 색이 확연히 다르다. 실제 이란을 재방문할 마음이 있는 사업가나 여행객이라면 이란에 대한 비판은 금물이다.
책은 야즈드(선사시대) - 수사(고대) - 페르세폴리스(고대) - 시라즈(중세) - 이스파한(근세) - 커션(근대) - 테헤란(현대) 순서로 돼 있다. 이는 실제 여행의 최단 동선이 아니다. 이란 역사의 주요 왕조들이 수도로 삼았던 도시들을 연대기 순서로 따라간 것이다. 그 도시들은 이란에서 가장 유명한 역사도시이자 최대의 관광도시들이다. 이란을 여행하는 독자라면 머물고 있는 도시 부분을 먼저 읽어도 무방하다.
이란의 국토는 절반 이상이 사막이다. 하지만 있을 것은 다 있는 하나의 대륙이다. 만년설산과 바다 같은 호수, 온 국민을 너끈히 먹여 살리는 곡창지대가 있다. 땅과 바다에 ‘빨대만 꽂으면’ 석유와 가스가 나오는 축복받은 나라다.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이 19곳으로 중동에서 가장 많을 만큼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자원과 자부심이 흘러넘치기에 인류 역사상 최고 강도의 글로벌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자급자족의 ‘레지스탕스 경제’(저항경제)로 버텨내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이란에서는 보이는 것만 보면, 아무것도 볼 수 없다. 길은 멀고, 먼 길 끝에 도착해도 자상한 설명 한 줄 없다. 제국의 궁은 사막 속 돌산에 불과하고, 오아시스는 빨래터에 지나지 않는다. 강이라 해야 시궁창 같을 때가 있고, 산이래야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민둥산이다. 역사적 상상력으로 과거를 총천연색으로 입체 복원할 필요가 있다. 예습 없는 이란 여행은 고난의 행진이 될 뿐이라고 저자는 경고하고 있다.
이란은 워낙 두꺼운 역사의 지층을 갖고 있다. 1979년 혁명 이후 세계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현대사를 통과하고 있다. 이란은 누구에게나 아주 많은 질문을 던지는 특별한 나라임이 틀림없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이란에 대한 ‘해설서’라기보다는 오히려 호기심을 증폭시키는 ‘퀴즈 모음’이라 할 만하다. 아마도 직접 가서 보고 듣고 질문하고 대답을 얻는 과정에서 스스로 그려낸 이미지와 실물감이 이란에 대한 ‘정답들’의 하나가 될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중식
1967년 인천에서 태어나 1990년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0년 1월 문학사상을 통해 등단했고 출판사 민음사·김영사, 격주간 서평전문지 출판저널 기자로 활동했다. 또 [경향신문], [중앙선데이] 기자, 국정홍보처, 미래기획위원회, 대통령실 연설 비서관실, 주 이란한국대사관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국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다. 1993년 첫 시집 『황금빛 모서리』(문학과지성사)를 출간했다.
목 차
프롤로그
사막 가는 길
:바다를 건너는 낙타처럼,사막을 건너는 고래처럼
1. 이란 가는 길
:'인샬라'와'인저 이란', 두 얼굴의 이란
2. 야즈드
:살기 위해 '발명'한 물과 종교
3. 수사
:고대 페르시아의 '세계사 박물관'
4. 비문을 찾아서
:바위에 새긴 불멸에의 욕망
5. 페르세폴리스
:신이 보시기에 아름다워야 했던 왕중왕의 도시
6. 시라즈
:시와 장미와 와인의 왕국
7. 이스파한
:낙원을 구현한 '세계의 절반'
8.커션
:페르시아에서 이란으로 가는 길
9. 테헤란 1
:혁명의 낮과 밤
10. 테헤란 2
:혁명의 낮과 밤
11. 테헤란 3
:히잡과 스포츠
12. 이란의 절반,이란의 여성
:여성을 찾아서
13. 노루즈와 라마단
:이란 최대의 두 이벤트
부록:참고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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