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오페라의 감동에 원작의 넓이와 깊이를 더해 줄 ≪세비야의 이발사≫”
≪세비야의 이발사≫는 ‘피가로 3부작’ 중 첫 작품이다. 이후 ≪피가로의 결혼≫, ≪죄 지은 어머니≫가 나와 피가로 3부작은 보마르셰를 프랑스 연극계의 총아로 띄웠다. 세비야의 이발사와 피가로의 결혼은 오페라로 대중적 인지도를 높였다.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는 오페라 부파 장르의 최고봉으로 꼽히기도 한다.
이 책은 오페라의 명성에 원작이 품고 있는 보다 넓고 깊은 스펙트럼을 독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출간됐다. 말 중심의 연극에서 노래 중심의 오페라로 전치되는 과정에서 구조와 내용상의 수정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이 원작에서는 오페라와는 달리 보마르셰가 프랑스 혁명을 예고하는 극작가로 평가를 받았던 대로 예리한 시대 비판 등을 읽을 수 있다.
≪세비야의 이발사≫의 최종본은 4막 구조에 총 4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막에 6장, 2막에 16장, 3막에 14장, 4막에 8장이 배치되어 있는데, 전반적으로 보마르셰의 작품들은 동시대 다른 작품들에 비해 한 막 당 다소 많은 장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장의 다수성은 압축력 있는 빠른 진행으로 희극성을 극대화한다.
≪세비야의 이발사≫는 프랑스 17세기 고전주의 작품들과 달리 사실주의적인 묘사를 지향하고 있다. 고전주의가 등장인물의 심리나 신체적 여건에 무심했다면, 보마르셰는 매우 꼼꼼하게 인물들을 묘사하고 그들의 심리를 그려낸다.
이를테면, 피가로는 백작의 결혼 성사를 위한 조력자로만 묘사되지 않는다. 귀족계급의 횡포, 문단과 공연계의 폐단 등 현실을 비판하고 금전에 대해서도 지대한 관심을 숨기지 않는다. 백작 역시 로진을 차지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는, 진정한 사랑 찾기에 몰두하지만 의사인 바르톨로에게 ‘의술이 병을 몰아낼 줄은 몰라도 환자를 몰아낼 줄은 알게 됐다’고 현실을 빗대 조롱한다. 로진은 총명하고 당차 남성의 감금과 억압에 굴종하지 않으며, 자유를 찾고 자신의 사랑을 가꾸려는 적극적인 여성상을 보여준다.
≪세비야의 이발사≫가 대중적 인지도에서 상당 부분 로시니 오페라에 빚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오페라는 원작에 꽤나 변화를 준 것도 사실이다. 인물들의 성격 차원에서 보면 보마르셰의 피가로가 삶의 두께를 지닌 인물이었다면, 로시니의 피가로는 표피적이면서 훨씬 더 경쾌하고 가벼운 인물로 그려진다. 다시 말해 원작의 피가로가 가지고 있는 두꺼운 역사성이 제거된 것이다. 한편 로시니의 로지나는 보마르셰의 로진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고 독립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보마르셰의 로진보다 훨씬 더 진취적인 페미니스트의 면모를 보여준다.
플롯 구성에 있어서도 약간의 차이가 보이는데, 로시니의 대본가 스테르비니는 보마르셰의 플롯에 에피소드를 첨가하여 줄거리의 전개에 보다 설득력을 보강하기도 한다. 로시니는 린도르의 술주정꾼 연기가 들통 나는 계기를 연대의 등장으로 설정한다. 이 대목은 보마르셰의 희곡에는 존재하지 않는 부분이다. 마지막 결말 부분에서도 차이가 있다. 보마르셰의 결말이 신붓감을 빼앗긴 바르톨로에게 보복의 여지를 남겨둠으로써 후속극인 ≪피가로의 결혼≫에서 바르톨로가 마르슬린의 피가로와의 결혼 계획에 가담하는 것에 정당성을 부여해주고 있다면, 로시니의 작품은 모든 등장인물들이 두루 만족하는 전통적인 희극적 결말을 보여주며 하나의 독립된 완결성을 지닌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 원작의 독서로 오페라에서 잘 보이지 않았던 등장인물들의 내면성이나 심리적 깊이를 헤아려볼 수 있다.
작품해설
보마르셰는 평생에 걸쳐 총 11편의 작품을 남겼다. 퍼레이드 용 대본 5편, 희극 2편, 드라마 장르에 속하는 희곡 3편이 그것이다. 다사다난한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마추어 작가라는 평가도 감내해야 했던 그가 프랑스 연극계의 총아로 떠오르게 된 것은 '피가로 3부작'을 통해서이다.
작가 자신에 의해 여러 번의 개작을 거친 현재의 ≪세비아의 이발사≫의 최종본은 4막 구조에 총 4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세비야의 이발사≫가 프랑스 17세기 고전주의 작품들과 차별화되는 점은 무엇보다 사실주의적인 묘사를 지향했다는 점이다. 고전주의가 등장인물의 심리나 신체적 여건에 무심했다면, 보마르셰는 매우 꼼꼼하게 인물들을 묘사하고 그들의 심리를 그려낸다.
극 속에서 피가로의 역할은 백작의 결혼 성사를 위한 조력자이다. 로진에게 반한 백작이 그의 애정 추구에 최대한 걸림돌인 후견인 바르톨로라는 장애물을 걷어내는 데 도움을 주는 인물이다. 그러나 피가로는 단순한 하인 조력자로 그치지 않는다. 그는 의술이라는 과학 지식과 이발사라는 전문기술, 그리고 희곡작가라는 문학적 지성을 겸비한 만능재주꾼으로 중매쟁이이고, 연출가이고, 전략가이다. 그는 재치와 지략을 이용해서 복잡하게 엉켜서 꼬인 일들을 풀어내고, 난관에 봉착한 일들에 해결책을 제시하고, 어둠 속에 숨어 있다가 홀연히 나타나서 궁지를 모면할 수 있는 열쇠를 제공한다.
알마비바 백작은 스페인의 대 귀족으로 한때는 마드리드의 궁정에서 숱한 연애행각을 벌이기도 했던 바람둥이였지만 우연히 거리에서 만난 로진에게 반해 세비야까지 그녀를 찾아온 열정적인 사랑꾼이다. 신분이나 재산과 같은 사회적 조건에 따라 결혼을 받아들이는 당대의 풍속에 비추어 볼 때, 고아 출신의 여성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바치는 백작의 낭만성은 당대 여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로진은 귀족가문 출신의 고아로 바르톨로의 후견 아래 외출도 금지당한 채 감금된 생활을 견디며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절감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녀가 신분도 이름도 정확히 모르는 랭도르(알마비바 백작)에게 마음을 주게 된 것은 자신의 처지로부터 탈출하고픈 욕망 때문이기도 하다. 그녀는 매우 총명하고 당차고 순발력도 뛰어난 면모를 보인다. 계속되는 장애물 앞에서 재치와 수완을 발휘하는 데는 피가로 못지않으며, 랭도르와의 사랑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도 그녀인 듯 보인다.
≪세비야의 이발사≫에서 보마르셰는 문학계 혹은 예술계의 일반 관행을 비판한다. 피가로는 알마비바 백작과 만나기 직전, 오페라 작품을 창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작가는 피가로의 입을 빌어 문단과 공연계의 현실과 폐단을 언급한다. 의학계의 현실 또한 보마르셰의 조롱의 대상이 되는데, 바르톨로의 직업인 의술에 대해서 노골적인 조롱과 경멸을 서슴지 않는다. 보마르셰는 주인과 하인과의 관계와 더불어 노동현실도 짚어낸다. 집안의 하인들을 착취하고 무시하기를 일삼는 바르톨로의 모습을 통해 작가는 당시 하인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부당한 처우를 여실히 폭로한다.
희곡 ≪세비야의 이발사≫라는 작품의 대중적인 인지도는 상당 부분 로시니의 오페라에 빚을 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번 번역본의 출간을 계기로 원작이 품고 있는 보다 넓고 깊은 스펙트럼을 독자들이 확인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보마르셰
프랑스의 작가. 파리 출생. 시계상의 아들로 태어나 시계제작과 하프 연주의 재주를 인정받아 궁정 출입을 하게 되었다. 또 실업가 뒤베르네의 총애를 받아 투기로 재산을 모으고, 작위(爵位)를 사서 드 보마르셰라고 이름을 붙였다. 희곡 〈으제니〉(1767), 〈두 친구〉(1770)로 극작을 시작하였으며, 뒤베르네의 유산 소송에서 드러난 재판의 부패를 다룬 재기(才氣) 넘치는 〈비망록 (Memoires)〉(1773∼1774)으로 명성을 얻었다. 이탈리아 작곡자 로시니의 인기 오페라의 기초가 된 희극 〈세비야의 이발사(Le Barbier de Seville)〉(1775 초연)로 성공을 거두었으며 그 후 루이 16세의 밀사(密使)로 각지를 여행하였으며, 미국 독립전쟁에도 개입하였다. 또한 프랑스 작가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활약하고, 볼테르 전집(全集)의 감수를 맡기도 하였다.
모차르트의 오페라에 영감을 준 희극 〈피가로의 결혼(Le Mariage de Figaro)〉(1781, 1784년 초연)은 재치 넘치는 하인이 연애에서 귀족을 이기는 주제에다 사회풍자를 담음으로써, 프랑스혁명 전야의 시민정신에 들어맞아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나 혁명 중에 투옥되었으며, 그 후 혁명정부에 협력했으나 결국은 국외로 피신, 집정관(執政官) 정부시대에 파리로 돌아와(1796), 몇 해 후에 사망하였다. 그 밖의 작품에 철학적 오페라 〈타라르〉(1787)와 〈세비야의 이발사(Le Barbier de Seville)〉, 〈피가로의 결혼〉과 더불어 3부작을 이루는 희극 〈죄 있는 어머니(La M?re coupable)〉(1792)가 있다.
옮긴이 : 이선화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프랑스 소르본대학에서 박사과정(DEA)을 수료하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영남대학교 유럽언어문화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역서로는 ≪핑퐁≫, ≪지옥의 기계≫, ≪현대 프랑스 연극 1940-1990≫, ≪막베트≫, ≪죄 지은 어머니≫, ≪왕은 즐긴다≫가 있고, 공저로는 ≪프랑스 문학과 여성≫, ≪현대 프랑스 문학과 예술≫ 등이 있다.
목 차
등장인물 9
등장인물의 의상 10
제 1막 13
제 2막 43
제 3막 85
제 4막 121
ㅣ작가 및 작품 해설ㅣ 145
ㅣ작가 연보ㅣ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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