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의 강 - 이미지의 시대를 연 사진가 머이브리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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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리베카 솔닛
출판사항창비, 발행일:2020/10/20
형태사항p.458 A5판:21
매장위치취미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36478285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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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맨스플레인’ 리베카 솔닛의 예술비평 대표작
시간과 공간, 기술과 예술,
인물과 풍경을 한데 엮은 눈부신 통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 사회는 화려한 이미지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업사회에서 이미지 시대로의 이행에 기여한 인물이 많지만, 특히 영국 출신의 사진가 에드워드 머이브리지(1830~1904)는 본격적인 사진의 시대를 열고 영화의 시대를 앞당겨 이미지의 시대를 연 ‘현대의 아버지’라 불릴 만한 인물이다. 『그림자의 강』(River of Shadows: Eadweard Muybridge and the Technological Wild West)은 이처럼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린 머이브리지의 생애와 현대 사회의 문턱에 서 있던 19세기 미국 캘리포니아를 그린다. 저자 리베카 솔닛은 머이브리지의 삶, 사진예술에 대한 날카로운 비평, 미국 서부의 전환기 풍경을 한데 엮어 현대 이미지 시대로의 도약을 대담하고 독창적으로 묘사한다.
솔닛은 ‘맨스플레인’(man+explain) 현상을 통렬하게 비판하며 국내 독자들에게 대표적인 페미니즘 저자로 자리 잡았다. 이 책은 솔닛이 작가로서 활동하게 된 시작점인 동시에 그의 사회학자이자 역사학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는 저술로, 2004년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마크 린턴 역사상, 샐리 해커 상을 받았다. 솔닛은 머이브리지가 산업사회에서 이미지 시대로의 이행을 주도했다는 점에 주목하여 그를 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현대의 아버지’로 확장해 해석한다. 오늘날 우리에게 친숙한 화려한 이미지와 정보기술의 뿌리를 그에게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화관의 어둠 속에 앉아 있으면 머리 위로 깜빡이는 빛줄기가 지나가며 스크린 위에 투영된다. 『그림자의 강』은 지금은 너무나도 익숙한, 강처럼 흐르는 빛과 그림자가 만들어내는 이미지의 신세계가 열리던 순간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사진의 시대가 막을 올리자
영화의 세계가 성큼 다가왔다


1872년 봄, 사진가 머이브리지는 달리는 말 사진을 찍었다. 미국에서 가장 빠르기로 손꼽히던 경주마 ‘옥시덴트’의 달리는 네발이 모두 공중에 떠 있는 사진이었다. 이전까지는 그 누구도 재빨리 움직이는 동작을 그렇게 얼어붙은 듯 기록하지 못했다. 사진가는 아무도 해내지 못했던 고속사진을 찍기 위해 끊임없이 탐구했고, 달리는 말, 하늘을 나는 새, 쏟아지는 물, 제자리뛰기하는 체조 선수의 동작처럼 너무 빠르게 움직이기 때문에 눈으로 볼 수 없었던 동물과 인간의 동작을 포착해냈다. 이 일련의 사진 실험을 통해 머이브리지는 활동사진(motion picture)의 핵심 요소를 발명했다. 마치 사진이 시간 자체를 포착해 멈추게 한 후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는 시간을 통제했고, “과학, 예술, 오락, 그리고 의식의 영역에서 신세계가 열렸”다(9면). 조용하고 느릿한 이전 시대는 멀리 물러나고, 사진의 시대가 막을 올린 것이다.
실제 동작을 쪼갰다가 다시 이어붙이는 머이브리지의 고속사진들은 움직이는 이미지, 즉 영화의 기초가 되었다. 그는 활동사진을 찍기 위해 빠른 동작을 담아낼 수 있는 필름과 셔터를 만들었고, 동작을 선명하게 만들기 위한 여러 장치를 고안했으며, 이미지들을 이어붙여 스크린 위에 투사하는 영사기 ‘주프락시스코프’(zoopraxiscope)를 개발해 영화의 시작을 알렸다. 초기 영화의 발전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진 토머스 에디슨이나 뤼미에르 형제를 비롯한 과학자?예술가의 계보를 따라 올라가면 어디든 맨 앞에는 머이브리지가 있다.
머이브리지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이전 세계를 연결하는 하나의 입구이자 축이다. 그의 행적을 좇다보면 초고속 이미지가 범람하는 오늘날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영화의 중심지 할리우드가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고 정보기술의 중심지 실리콘밸리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를 알게 된다.


현대의 아버지가 된 사진가
그가 남긴 흔적을 추적하다


솔닛은 머이브리지가 남긴 사진, 그와 관련된 기록과 자료를 샅샅이 연구해 머이브리지의 삶을 재구성한다. 그의 위대한 유산으로 알려진 활동사진이나 요세미티 풍경사진은 물론, 다른 실험적인 사진들도 빠짐없이 다룬다. 거기에다 예술가나 과학자로서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의 다면적인 모습까지 담아 인물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머이브리지는 영국 런던 북부의 조용한 마을에서 태어났는데, 누구보다 야망 있고 독특한 청년이었다. 그는 새로운 세계를 찾아 미국 캘리포니아로 떠났고,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수차례 바꾸며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냈다. 서적 판매상으로 사업을 시작하며 샌프란시스코에 정착한 그는 어느날 미국 동부로 여행을 떠났다가 마차가 전복되는 사고를 당했고, 뇌에 큰 손상을 입었다. 연구자들은 이때의 뇌 손상이 그의 창의성을 극대화했고, 이후 활동에 영향을 미쳤으리라 추측한다.
사고 이후 사진기술을 배운 머이브리지는 사진가로서 두번째 인생을 시작한다. 당시 사진가들이 돈을 버는 가장 확실한 수단은 초상사진을 찍는 것이었지만, 머이브리지는 여기에 관심이 없었다. 그 대신 그는 풍경사진, 특히 대담하고 독창적인 구도의 요세미티 계곡 사진을 촬영했고(2장, 4장), 원주민 전쟁 장면을 사진으로 남기기도 했다(5장). 샌프란시스코 도심을 찍은 파노라마 사진(7장), 그리고 그의 업적을 가장 잘 보여주는 동작연구 사진(8장)도 있다. 이 책에는 당시 그가 직접 찍은 흑백사진들이 수록되어 있다.
머이브리지는 위대한 예술가이자 과학자였지만, 과묵하고 독특한 괴짜이자 부인의 외도 상대를 죽인 살인자이기도 했다. 인생의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동작연구에 대한 저작권 논쟁에 휘말렸고, 후원자였던 릴런드 스탠퍼드와 소송으로 엮였다. 가족과 여생을 보내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책을 집필하고 강연도 했으며 이따금 신문에 글을 기고하기도 했다. 솔닛은 머이브리지가 남긴 공적인 업적은 물론 사적인 영역의 흔적까지 살피며 그를 한명의 입체적인 인간으로 그려낸다.


현대 사회의 문턱에서 바라본 새로운 풍경


『그림자의 강』은 머이브리지의 평전에서 그치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가 19세기 미국 서부의 역사와 풍경, 그리고 그 속의 인물과 사건 역시 생생히 묘사한다. 당시 샌프란시스코로 대표되는 미국 서부는 미지의 땅, 모험과 정복의 땅, 그리고 황금의 땅이었다. 도시는 황금을 찾아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붐볐고, 외부와 단절된 그곳에서 이주자들이 만든 새로운 사회가 자리 잡았다. 사람들이 몇번이고 자신의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곳, 말 그대로 ‘과거가 없는 곳’은 새로운 세계가 탄생하기에 알맞은 장소였다.
광활한 언덕에서 발견된 금맥, 잔잔한 해안과 눈 덮인 산봉우리들, 드높은 폭포와 절벽, 거대한 세쿼이아 숲,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요세미티 공원 등은 이주자들에게는 새로운 풍경이었지만, 이미 그곳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에게는 익숙한 공간이자 종교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곳이었다. 이주자들이 도시를 개발하고 철도를 연장하기 위해 정복하려 했던 그 땅은 원주민 세계의 중심지였다. 솔닛은 자신들의 중심지를 빼앗기지 않으려 맞서 싸운 원주민들을 묘사하며, 공간에 대한 두 집단의 서로 다른 감각을 소개한다.
19세기 캘리포니아에서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개념 자체가 완전히 달라졌다. 원주민들을 몰아낸 땅에 미국 대륙을 횡단하는 철도가 놓였고,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장소와 공간은 그 땅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정체성을 선사했다. 시간을 멈췄다 흐르게 하고, 공간을 완전히 지배하는 게 가능해 보였던 그곳은 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의 시초가 되었지만, 그 흐름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솔닛은 도시의 발전과 그 과정에서 발생한 충돌을 세세히 그리며 우리가 서 있는 땅의 의미를 묻는다. 지금 우리가 갖춘 시공간에 대한 감각의 뿌리를 탐색하며, 그 기저에 자리한 잔혹함과 절박함, 익숙함과 낯섦을 기억하자고 이야기한다.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마크 린턴 역사상, 샐리 해커 상 수상작
연구자 리베카 솔닛을 빛낸 책


『그림자의 강』에서 솔닛은 역사적 사실을 향해 집요한 추적을 이어나간다. 머이브리지와 플로라의 무덤을 찾았고, 원주민 전쟁이 벌어졌던 장소를 방문했으며, 머이브리지의 고향에 다녀갔고, 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에 들렀다. 수많은 도서관과 자료실에서 관련 기록을 찾아 헤맸고, 솔닛 자신이 직접 관계자들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특히 역사와 인물에 대한 기존의 시각에 안주하지 않는 비판적인 태도로 머이브리지의 삶을 재해석하고 현대 세계의 시작을 이야기한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런 충실한 연구에 거침없이 써내려간 힘 있고 탁월한 글, 인물과 역사와 풍경을 모두 엮어내는 눈부신 통찰이 더해졌다.
우리는 대형 영화관 스크린 위나 거실 한구석 텔레비전에 투영되는 이미지들에 홀려 있고, 컴퓨터나 휴대폰 안에 흐르는 정신없이 빠른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솔닛은 이런 현상을 지적하며 우리 모두가 ‘재현의 동굴’에 갇혀 있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현실에서 벗어나 재현과 이미지의 세계에 스스로 고립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현의 동굴’에 갇힌 현대인을 지배하는 두 장소로 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를 꼽았다. 이는 솔닛이 이미 십수년 전에 이야기한 것이지만, 시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이미지와 속도를 가늠할 수 없는 정보기술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견고해진다는 점에서 그 지적은 오히려 지금 더 유효하다. 때로는 이미지가 현실을 압도하는 현대 세계를 사는 독자들에게 솔닛의 글은 그 어느 때보다 의미심장하게 다가올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리베카 솔닛
예술평론과 문화비평을 비롯한 다양한 저술로 주목받는 작가이자 역사가이며, 1980년대부터 환경·반핵·인권운동에 열렬히 동참한 현장운동가다. 특유의 재치 있는 글쓰기로 일부 남성들의 ‘맨스플레인’man+explain 현상을 통렬하게 비판해 전세계적인 공감과 화제를 몰고 왔다. 국내에 소개된 책으로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어둠 속의 희망』 『이것은 이름들의 전쟁이다』 『멀고도 가까운』 『걷기의 인문학』 『이 폐허를 응시하라』 『길 잃기 안내서』가 있다. 구겐하임 문학상,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 래넌 문학상, 마크 린턴 역사상 등을 받았다.


옮긴이 : 김현우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 비교문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지은 책으로 『건너오다』가 있고, 옮긴 책으로 『윤곽』 『위대한 집』 『멀고도 가까운』 『초상들』 『스티븐 킹 단편집』 『행운아』 『고딕의 영상시인 팀 버튼』 『G』 『로라, 시티』 『알링턴파크 여자들의 어느 완벽한 하루』 『A가 X에게』 『벤투의 스케치북』 『돈 혹은 한 남자의 자살 노트』 『브래드쇼 가족 변주곡』 『우리의 낯선 시간들에 대한 진실』 『킹』 『아내의 빈 방』 『사진의 이해』 『스모크』 등이 있다.

 

목 차

1장 시공간의 소멸
2장 구름 낀 하늘 아래의 남자
3장 황금 못의 교훈
4장 낭떠러지에 서서
5장 잃어버린 강
6장 인생의 하루, 두 죽음, 더 많은 사진
7장 도시를 훑다
8장 시간을 멈추다
9장 활동 중인 예술가, 휴식 중인 예술가
10장 세상의 중심에서 마지막 경계까지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연표
 주
 도판 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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