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문학 향기 흐르는 경주 남산 길잡이
골짜기 구석구석
온전히 발로 걷고 손으로 더듬은 시인의 남산 사랑이
신라의 미소, 천년의 불국토로 우리를 부른다.
이하석 시인의 경주 남산 답사기. 고등학생 시절부터 경주 남산을 사랑해온 시인은 이 산의 수많은 골짜기와 등성이, 산책길을 오랫동안 걸었다. 허물어진 탑 자리와 옛 절터를 지나기도 하고, 바위에 새겨진 부처를 만나 신라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도 했다. 사진도 찍고 그림도 그렸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무너져 흩어졌던 탑들이 복원되기도 하고 방치되어 있던 유적이 정비되기도 했다. 책에 실린 열세 편의 글을 읽다 보면, 오랫동안 남산을 사랑해온 시인의 발걸음을 따라 함께 걷는 맥박을 느끼게 된다.
경주 남산에 대해 말하는 것은 한국 불교를 말하는 것이다. 불교에 해박하지 못하다고 저자는 스스로 말하지만,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천착해 온 원로 시인의 안목으로 소개하는 경주 남산은 독자에게 문학적 향취와 함께 역사의 깊이를 느끼게 한다. 특히 『삼국유사의 현장기행』(1995년)이라는 책을 펴낼 만큼 오랫동안 신라의 역사와 설화 등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자료를 수집해 온 저자의 공력이 이 책에서도 빛을 발한다. 긴 세월 동안 저자가 곳곳을 걸으며 옛 절터와 불상과 돌탑의 유래를 사색하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음미하며 쓴 이 책은, 경주와 남산을 알아가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이하석 시인은 엽서 크기만 한 스케치 수첩과 미니 팔레트를 갖고 다니며 바위에 걸터앉아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집에 돌아와 산에서 찍은 사진을 작은 화폭에 담기도 했다. 경주 남산의 불탑이며 바위, 형산강 너머로 보이는 전경을 그린 수채화에는 시인의 남산 사랑이 담뿍 담겨 있어서, 독자들에게 보내는 따뜻한 그림엽서 같기도 하다. 책에 넣을 사진을 찍기 위해 여러 차례 남산 기행에 함께한 정용태 기자(뉴스민)의 사진과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이 생동감을 더한다.
최근 들어 국내여행에 관심이 더욱 높아지면서 경주를 찾는 여행객들이 늘고 있다. 책을 들고 남산을 걸으려는 독자들을 위해 지도를 책 앞에 실었다. 저자가 걸었던 주요 지점을 표시하고 글의 순서에 따라 번호를 매겨, 책을 읽으며 시인이 걷고 있는 위치가 어디쯤인지 일일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마애불과 돌탑에 서려 있는 신라인들의 희망과 믿음을 떠올리며 경주 남산을 직접 걸어보려는 독자들에게 유용한 지도가 될 것이다.
작가 소개
1948년 경북 고령에서 출생하여 6세 때 대구로 이주, 쭉 대구에서 살아오고 있다. 1971년 『현대시학』 추천으로 등단했다. 시집 『투명한 속』, 『김씨의 옆얼굴』, 『우리 낯선 사람들』, 『측백나무 울타리』, 『금요일엔 먼데를 본다』, 『녹』, 『것들』, 『상응』, 『연애 間』, 『천둥의 뿌리』, 『향촌동 랩소디』 등이 있다. 대구문학상, 김수영문학상, 도천문학상, 김달진문학상, 김광협문학상, 이육사시문학상, 대구시문화상 등을 수상했다.
목 차
책을 펴내며 • 4
이하석 시인과 함께 걷는 경주 남산 주요 지점 • 12
천년의 불국토, 경주 남산 • 15
모량천변의 조망 / 소나무숲 위로 뜬 산 / 코 떼인 돌부처
금오신화를 낳은 웅숭깊은 골 ― 용장골 • 31
남산 제일의 탑 / 김시습과 차 / 돌아보는 부처 / 아름다운 마애불의 미소
바위에 새긴 화엄세계 ― 칠불암 • 48
밝은 숲길 / 화엄세계 싸안은 항마촉지의 의지 / 사방불의 불상들 /
마애삼존불의 큰 손 / 구름 타고 내려오는 부처
불상들로 채운 푸른 골짜기 ― 삼릉계곡 • 64
남산 탐방의 초입, 삼릉솔숲 / 목 없는 여래와 황혼빛을 다투는 관음보살 /
돌에 새긴 불화 / 화강암에 그려진 선의 미 / 하늘의 터에 앉은 마애대좌불
돌 속에 숨은 진신석가 ― 비파골 • 84
진신석가의 공양 / 비파암이 있는 골짜기 / 비파골의 아름다운 작은 탑
하늘 위에 핀 꽃 같은 ― 열반골, 천룡사지 • 101
니르바나의 길 / 천룡사, 또는 구름 위의 절 / 수리산에서
바위와 탑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세계 ― 탑골 • 119
화엄 우주를 품은 구석진 곳 / 사방불 동면의 장엄한 벽화 / 남면의 감실 삼존불 /
서쪽 면의 여래와 비천 / 높은 탑을 새긴 북쪽 면 / 소나무와 한 몸이 된 탑
여전히 살아 있는 부처들 ― 부처골, 미륵골 • 139
웃는 돌 / 불상 위에 겹쳐진 선덕여왕 / 남산 제일의 미소불 / 보리사 마애불
대립과 조화의 쌍탑 ― 남산리 • 158
쥐와 까마귀와 돼지 / 서출지와 양기못의 미스터리 / 양피사지 쌍탑 /
염불사지의 쌍탑 조각들
진달래로 장엄한 골짜기 ― 국사골 • 179
국사골의 봄길 / 남산부석, 살아 있는 바위 신앙 / 남산 파괴의 상징, 순환도로 /
국사골 삼층석탑
신라의 시작과 끝을 밟는 산책길 ― 서남산 자락길, 포석계곡 • 196
벼꽃 피는 길 / 창림사터와 석탑 / 포석정 / 윤을곡 마애삼체불좌상
산봉우리를 끌어올린 탑의 상승미 ― 선방골, 포석골 • 218
배리 삼존불의 미소 / 부엉더미의 황금불 / 달빛 속 환상, 늠비봉 오층석탑
상서장의 단풍 ― 최치원의 집터 • 232
불우한 천재들을 품었던 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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