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독일 희극의 걸작 「깨어진 항아리」
마을의 판사 아담은 침대에서 굴러 떨어졌다며 사나운 몰골로 법정에 나타난다. 때마침 사법 고문관 발터가 시찰을 위해 법정에 방문한다는 소식에 아담은 부랴부랴 재판장으로 향한다. 오늘의 재판은 딸의 약혼자인 루프레히트가 집에 몰래 숨어들어 자신의 항아리를 깼다며 마르테 부인이 처분을 요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에 루프레히트는 약혼자인 이브가 다른 남자와 부정을 저지르는 모습을 보았다며 반박하고, 이브는 입을 다문다. 판사인 아담은 사법 고문관의 눈치를 살피며 어떻게든 빨리 법정을 마무리하려 하는데….
클라이스트는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 왕」과 장자크 르 보의 동판화에서 영감을 받아 희극 「깨어진 항아리」를 집필하였다. 시골마을의 법정 풍경을 그려내어 ‘깨어진 항아리’로 말미암은 사건을 익살스럽고 유쾌하게 표현하였으며, 끝에 가까워질수록 우스꽝스러워지는 범인의 행태가 극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깨어진 항아리」는 항아리에 대한 재판을 시작으로 ‘깨어진 항아리’가 함의하고 있던 본질적인 사건을 드러내며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또한 이번 희곡선에서는 ‘〈깨어진 항아리〉 제12장 변곡’을 삽입하여 출간 당시 짧게 수정하였던 12장을 원래의 모습으로 만나볼 수 있다.
▶ 실존에 대한 고뇌를 담은 희극「암피트리온」
하인 조지아스는 암피트리온의 아내 알크메네에게 승리를 알려주라는 명령을 받고 테베로 향한다. 그러나 성문 앞에서 자신과 똑같은 형상을 한 인물의 방해로 성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조지아스는 이를 암피트리온에게 보고하지만 그는 그 사실을 믿지 않는다. 한편 테베의 성에는 암피트리온의 형상을 한 신 주피터가 알크메네의 곁을 지키고 있다. 남편이라 믿었던 주피터와 행복한 밤을 보낸 알크메네는 가짜 암피트리온과 진짜 암피트리온 사이에서 혼란스러워 하는데….
「암피트리온」은 그리스 신화의 영웅이자 알크메네의 남편인 암피트리온을 모티브로 창작된 희극이다. 클라이스트는 알크메네와 암피트리온의 신화를 변형하여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였다. 클라이스트의 「암피트리온」은 절대적인 존재인 신 주피터와 암피트리온의 사이에서 진짜 남편을 가려내지 못하고 혼란스러워하는 알크메네와 내가 나임을 증명해내야 하는 암피트리온의 고뇌를 담고 있다. 이는 클라이스트가 꾸준히 골몰해온 인간의 실존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유명 신화를 모티브로 하여 사건을 구체적으로 전개해 나간다.
▶ 법과 자유의 화해 「홈부르크 공자」
홈부르크 공자는 몽유병으로 인해 비몽사몽한 상태로 선제후와 그의 조카인 나탈리에를 조우한다. 다음 날, 그는 자신에게 남겨진 장갑의 출처와 나탈리에를 떠올리며 작전 회의에 집중하지 못한다. 전투가 벌어지자 홈부르크 공자는 선제후의 신호를 기다리지 않고 공격을 개시하고, 전투는 큰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선제후는 명령을 어긴 홈부르크 공자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홈부르크 공자는 곧 사면될 것이라며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데….
「홈부르크 공자」는 마음의 명령을 따르며 꿈속을 헤매는 홈부르크 공자와 법을 주관하고 현실의 재판을 이행하는 선제후의 대립과 갈등을 전개한다. 선제후의 명령을 어기고 승리를 쟁취한 홈부크르 공자는 군법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별다른 반성을 보이지 않고, 이에 선제후는 공자에게 사형이라는 극형을 명한다. 법으로 비유되는 세계 질서와 개인의 자유 사이에서 고뇌하는 홈부르크 공자의 모습은 대립되는 가치 속에서 고뇌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드러내며 극적인 화해를 향해 나아간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 (1777∼1811) Heinrich von Kleist
독일의 극작가이자 시인, 소설가, 저널리스트로 생전에는 이렇다 할 인정을 받지 못했다. 서른넷이라는 짧은 일생을 살았으며, 불치의 병을 앓고 있던 어느 여인과 동반자살을 함으로써 주목받았다. 사후 200여 년의 시간이 지난 현재, 그는 독일 고전 작가들 중에서 가장 현대적인 특성을 지닌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클라이스트가 현대 독일문학에 끼친 영향은 매우 크며, 그의 작품에 대한 성가(聲價)는 점점 더 올라가고 있다.
클라이스트는 10대의 어린 나이에 부모님을 모두 잃고 힘겹게 격동의 시대를 살았다. 약 10년 동안의 비교적 짧은 작품 활동 기간에 남긴 작품으로는 『슈로펜 슈타인 일가』, 『로베르 귀스카르』(미완성), 『깨어진 항아리』, 『암피트리온』, 『펜테질레아』, 『헤르만의 전쟁』, 『홈부르크 공자』, 『하일브론의 케트헨』 등 8편의 희곡과 단편소설 「미하엘 콜하스」, 「O... 후작부인」, 「칠레의 지진」, 「성 도밍고 섬의 약혼」, 「로카르노의 거지 여인」, 「주운 아이」, 「성녀 세실리아 또는 음악의 힘」, 「결투」 등이 있다. 그 밖에도 「인형극에 대하여」라는 에세이와 정치평론, 일화(逸話) 작품 등을 다수 남겼다.
옮긴이 : 배중환
서강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부산외국어대학교 독일어과 교수로 정년퇴임한 후, 현재는 동 대학교 명예교수로 독일 문학 작품을 번역하고 있다.
번역한 작품으로는 클라이스트가 지은 『깨어진 항아리』, 『미하엘 콜하스』, 『칠레의 지진』(단편전집), 『슈로펜 슈타인 일가』, 『암피트리온』, 『헤르만의 전쟁』과 『유태인의 너도밤나무』(드로스테 휠스호프 지음), 『예기치 않은 재회』(요한 페터 헤벨 지음) 등이 있고, 옮겨 엮은 책으로는 『동화로 배우는 독일어』가 있다.
목 차
깨어진 항아리
〈깨어진 항아리〉 제12장 변곡
암피트리온
홈부르크 공자(公子)
해설
작가 연보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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