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 권력 사회-인터넷은 어떻게 권력이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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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박승일
출판사항사월의책, 발행일:2021/08/10
형태사항p.440 A5판:21
매장위치자연과학부(B2)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97186822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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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자유’가 곧 ‘통제’인 인터넷 세상


2012년 7월, UN 인권위원회는 인터넷 접근권을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로 선언한다. 인터넷은 상용화된 지 20년이 채 지나지 않아 인간의 기본권으로까지 격상되기에 이르렀다. 도대체 이 짧은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2010년까지만 해도 인터넷은 만인에게 자유롭게 정보를 제공하고 거리를 뛰어넘어 소통할 수 있는 유토피아적 매체로 여겨졌다. SNS를 통해 이집트 혁명을 이끌었던 와엘 고님은 “사회를 해방시키고 싶다면, 인터넷만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오늘날 상황은 정반대로 변하고 있다. 와엘 고님은 정확히 5년 후 과거의 입장을 뒤집어 “사회를 해방시키고 싶다면, 우리는 먼저 인터넷을 해방시켜야 한다.”고 부르짖는다. 정보 편향에 따른 진영 논리가 판을 치고, 개인에게 맞춤 제공되는 검색 결과와 광고가 디지털 감시사회의 위험성을 부각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인터넷은 새로운 자유를 실현한 것인가, 아니면 우리를 다시 새로운 양극화로 빠져들게 하는 것인가?


이 책 『기계, 권력, 사회』는 어째서 인터넷을 둘러싸고 이와 같은 분열된 인식과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지 그 근본 이유를 낱낱이 파헤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우리가 살아가는 인터넷 세계를 ‘권력’의 관점에서 새롭게 읽어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빅데이터, 알고리즘, 사물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정보 환경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을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권력의 효과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 새로운 권력이 감시가 아닌 ‘자유’를 통해 우리의 환경과 정신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교묘한 권력이라는 점에 있다.


이 책은 Y2K, KT 화재, 무선인터넷, 스마트폰,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검색 알고리즘, 웹 2.0, 플랫폼 경제 등을 종횡무진 가로지르면서, 너무나도 자유로운 인터넷 세계의 이면에 있는 새로운 관리 권력의 실체를 밝힌다. 인터넷 권력을 직시하는 것은 우리가 어떤 ‘사회’에 살고 있는지 알기 위한 지름길이다. 오늘날 그 어떤 경제 활동이나 정치 활동도 인터넷 없이는 성립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그동안 인터넷 ‘기계’에 숨어 있는 ‘권력’의 의미와 효과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못했다. 이 책은 바로 그 한계에 도전한다.


■ 오늘의 권력은 명령하지 않는다. 단지 유도할 뿐이다.


이 책의 문제의식은 간단하다.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작동하는 권력, 그러면서도 감시와 음모가 아닌 ‘자유’를 통해 작동하는 권력이 우리를 둘러싼 일상적인 매개 환경의 형성과 함께 전면적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히 빅데이터, 플랫폼, 알고리즘, 사물인터넷 등의 첨단 기술이 사회의 모습을 어떻게 바꾸어 나가는지를 현상적인 수준에서 설명하고 이를 ‘초연결사회’니 ‘4차 산업혁명’이니 하는 말로 성마르게 선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오히려 그러한 변화를 근본적으로 지탱하고 있는 원리와 운동을 분석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사이버 공간은 권력이 사라진 공간이 아니라 다만 권력이 인터넷의 기술적 합리성에 따라 그 작동 방식을 ‘바꾼’ 공간일 뿐이기 때문이다.


오늘의 권력은 명령하지 않는다. 단지 환경을 최적화하고, 자유를 극대화하고, 끊임없이 참여하라고 우리를 유도할 뿐이다. 이 책은 인터넷 권력의 여러 양상들을 면밀히 추적함으로써 새로운 관리 권력이 어떻게 사용자들의 환경에 개입하는지, 그리고 사용자들의 자유를 극대화함으로써 어떻게 사용자들의 정신적 능력을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미디어는 당신을 수동적으로 만들지 않는다. 사실 그것들은 끊임없이 당신이 참여하고, 당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고, 당신의 의견을 제출하고, 당신의 삶을 이야기해 주기를 요구한다.”(본서 176쪽)


■ ‘환경’을 관리하는 권력, ‘정신’을 관리하는 권력


우리는 인터넷 세상에서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고 모든 것이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으며 또 모든 것이 데이터로 표현되는, 말 그대로 ‘매개된 세계’를 살아가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매개 환경이 더는 선택 가능하지 않다는 데 있다. 물고기가 물 바깥을 선택할 수 없듯이, 우리는 현재의 일상을 지탱하고 있는 이 매개 환경을 거부할 수도, 그 바깥을 선택할 수도 없다. 이로써 남게 된 것은 마치 ‘자연’과도 같이 일상화된 네트워크 세계이다. 그리하여 이제 권력은 우리를 둘러싼 일상 환경에 대한 설계와 개입, 관리를 통해 그 환경에 속한 개인(=인구)의 사고와 행동을 자동적으로 특정한 방향과 형태로 이끌어내고 있다. 요컨대 환경에 대한 자동화된 통치가 개인에 대한 규범적 권력을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다.(본서 3장)


가령 이런 현상에 주목해 보자. 2020년 8월 15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정부의 방역 조치를 비판하면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벌어졌다. 정부는 집회 참가자가 누구인지 특정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해당 지역의 휴대전화 기지국 접속 기록을 분석하는 식의 우회 전략을 선택했다. 위법자를 색출하기 위해 검문검색, 도청, 탐문 등을 일삼았던 과거의 정부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데이터가 말하게 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인터넷이라는 매개 환경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 안에서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산출하고 있다는 현실적인 상황을 전제로 한 조치였다. 요컨대 이때의 권력이란 개인(=인구)이 놓여 있는, 네트워크화되고 데이터화된 환경 그 자체를 개입의 대상으로 삼고 있었던 것이다.(12-13쪽)


그런가 하면, 인터넷은 환경 관리로 환원될 수 없는 또 다른 경향적 흐름을 산출하고 있다. 인터넷 웹서비스의 개별화 메커니즘은 사용자의 과거 검색 이력을 수집하여 이를 바탕으로 사용자 개개인에게 특화된 검색 결과를 보여주며, 이러한 재귀적 작용을 통해 사용자의 생각 및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더욱이 이렇게 집약된 거대한 규모의 데이터베이스는 사용자 인구의 집합적이고 무의식적인 의지와 욕망을 통계적으로 가시화함으로써 다시 이를 통한 정교한 통치의 기술과 전략을 가능케 한다. 이 과정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인터넷은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생산과 참여, 협력 등을 유도하고 촉진할 뿐만 아니라 또 기꺼이 그렇게 하도록 그들의 태도와 정서를 이끌어낸다.(본서 4장)


이 책은 인터넷 권력의 이 두 측면을 문제 삼으면서 이를 그 원리에 따라 각각 ‘환경관리권력’과 ‘정신관리권력’이라고 명명한다. 환경관리권력이 일상 환경을 인터넷의 자동적 매개 안에 있도록 구성하고 관리하는 권력이라고 한다면, 정신관리권력은 모든 사람의 정신에 대해 작용하면서 그 정신을 특정한 방향과 형태로 인도하는 권력을 뜻한다. 결국 오늘날 권력의 새로운 통치 대상은 개개인이나 특정 집단이 아니라 그들이 속한 ‘환경’과 그들의 ‘정신’이라는 것이 이 책의 중심 주장이다.


한편에는 환경을 최적화하여 이를 통해 사용자의 사고와 행동을 특정한 형태로 관리, 통제, 제어하라는 명령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자유와 참여를 극대화하여 이를 통해 정신적 능력을 전유하라는 명령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리 권력이 등장하는 맥락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그보다 먼저 그에 대한 규정적 조건으로서의 신자유주의를 주의 깊게 살펴봐야만 한다. 인터넷을 위시한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란 결국 신자유주의라는 맥락 속에서 그것과의 관계를 통해서만 구체적으로 형성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본서 2장)


결론적으로 이 책은 인터넷 권력이 환경 관리와 정신 관리라는 이중의 관리를 통해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통치 시스템을 구축해 왔음을 규명하는 데 근본적인 목적이 있다. 마치 동물원이 이중적인 관리구조 안에 놓여 있듯이(울타리 안에서의 자유), 인터넷으로 매개된 오늘의 환경 역시 이중적인 관리권력이라는 특유의 통치 구조 안에 놓여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진단이다.(본서 5장) 요컨대 우리는 ‘이중 관리사회’에 살고 있는 것이다.

작가 소개

박승일
서강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신문방송학과 대학원에서 문화연구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강대 미디어융합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며, 서강대와 연세대에 출강하고 있다. 지금까지 주로 미디어 문화연구와 기술 문화연구, 비판이론에 중점을 두고 학제적인 연구를 진행해 왔으며, 최근에는 인공지능, 포스트휴먼, 신유물론 등에 관심을 갖고 공부와 저술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신자유주의와 금융화, 신자유주의와 범죄학, 인터넷과 권력, 권력과 저항, 국가와 폭력 등에 관한 논문을 썼다. 공학과 사회과학, 인문학을 아우르는 공부의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목 차

머리말

1장 자유라는 이름의 권력
1. “사회를 해방시키고 싶다면?”
2. 예비적인 논의

2장 새로운 권력이 온다
1. 기계, 권력, 사회
2. 규율사회에서 관리사회로
3. 신자유주의라는 조건을 사유하기
4. 권력의 두 벡터, 정신 관리와 환경 관리
5. 왜 통치성이 아니고 관리권력인가

3장 환경관리권력에 대하여
1. Y2K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2. 세계는 더 이상 이전과 같지 않다
3. ‘매개 안에 있음’과 환경의 관리
4. 매개 환경의 최적화와 통치의 자동화
5. 코드가 법이다? 코드가 권력이다
6. “환경적 유형의 개입이 행해지는 사회”
7. 사회적 복종과 기계적 예속

4장 정신관리권력에 대하여
1. 구글은 무엇의 이름인가
2. 생각의 인도와 무의식의 관리
3. 정신관리권력이라는 문제설정
4. 신자유주의와 정신관리권력
5. 인터넷과 정신관리권력 그리고 관리사회

5장 우리는 이중 관리사회에 살고 있다
1. 이중 관리권력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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