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인간이 최초로 언어를 사용한 시기는 언제일까
언어는 언어가 있다는 사람들의 믿음으로 존재하게 된다
인류가 진화함에 따라 언어를 사용하게 되었다면, 그것은 과연 언제였을까? 저자는 고고학적 유물을 통해 인류의 사회상을 살피고, 과거 인류의 턱뼈나 두개골에서 해부학적 특징을 검토해 언어의 탄생 시기를 추측했다. 지금으로부터 4만여 년 전 인류는 돌이나 뼈 등에 각종 그림과 무늬를 새기며 자신을 표현했고 해부학적으로도 현생 인류와 동일했기 때문에 적어도 이때에는 언어가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그 이전부터 발화언어가 존재했을 수도 있으며 대략 200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개별 언어들은 언제 탄생했을까? 언어는 무에서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언어에서 변화가 누적되어 새로운 언어로 성립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어느 순간을 기준으로 새로운 언어로 보아야 하는지 언어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저자는 언어의 탄생을 결정하는 기준을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놓는다. 사용자들이 그 언어를 과거의 언어와 다른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믿을 때 새 언어가 탄생한다는 것이다. 그 믿음을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하나는 문자언어고 또 하나는 고유한 이름이다. 이에 대해 저자는 라틴어에서 갈라져 나온 프랑스어의 예를 든다. 중세동안 라틴어와 전혀 다른 형태의 말을 사용하면서도 그 말 글로 옮기고 또 읽으며 프랑스어라고 이름 붙이기 전까지 프랑스인들은 자신이 라틴어를 사용하고 있다고 믿었다.
언어의 역사는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 사회의 역사를 반영한다.
세계를 제패했던 알렉산더 대왕의 시대에는 그리스어가, 약 3000년간 지속된 이집트 문명에서는 이집트어가, 아랍 문명이 확장되던 시기에는 아랍어가 위세를 떨쳤다. 반면에 역사 속에 이름조차 남기지 못하고 사라져간 수많은 소수 언어들이 있다. 수많은 언어들은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국제적인 언어로 부상하기도 하고, 다수 언어에 화자를 빼앗기고 사라지는 언어가 되기도 한다.
『언어의 역사』는 개별 언어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를 살피는 역사언어학 책이 아니라 제국의 형성과 종교의 전파 등 굵직한 역사적 사실들과 언어들의 변천을 함께 풀어낸 책이다. 언어는 본질적으로 계속 변화하고 하나의 언어는 그 언어를 사용하는 인간 사회의 영향을 받는다. 한편 한 사회가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 언어로 전환되는 과정은 좀 더 큰 역사적 사건을 통해 일어나는 변화이다. 이 책에서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지점이 바로 이러한 언어들의 전환이다.
영어는 어떻게 ‘세계의 언어’가 되었나
한 언어가 국제어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을 규명한다.
영어가 국제어로 자리 잡고, 중국어가 그 지위에 도전하고 있는 현재 저자는 현 상황을 설명하기에 앞서, 과거에 이러한 위상을 누렸던 그리스어와 라틴어, 아랍어의 확산을 가져온 원인을 분석한다. 이 세 언어가 한 국가를 넘어 넓은 지역에 두루 사용될 수 있었던 원인을 한마디로 말하면 배경에 ‘힘 있는 무언가가 있었다’는 점이다. 그것은 군사적·정치적 패권일 때도 있었고 문화적 우수성 또는 종교일 때도 있었다. 고대 그리스는 당시 문학, 철학, 예술 등의 문화를 꽃피웠으며, 뛰어난 그리스 문화와 함께 그리스어도 국제적인 위상을 얻을 수 있었다. 라틴어의 경우, 로마제국의 강력한 군사력뿐만 아니라, 라틴어 표준을 세우고 유지한 국가의 언어 정책 그리고 당시의 문화를 집대성한 수많은 문헌이 로마 시대를 지나 중세 유럽까지 라틴어의 영향력을 유지한 저력이었다. 아랍어는 군사적 정복과 동시에 이슬람교라는 강력한 종교의 전파로 넓은 지역에 아랍어를 퍼트릴 수 있었다.
이런 분석을 바탕으로 저자는 오늘날 영어가 국제 언어가 될 수 있었던 원인들을 꼽아본다. 영국이 과거 자신의 식민지에 영어를 전파했고, 영국이 쇠퇴한 후에는 새로이 부상한 미국의 정치적·군사적·경제적 영향력 덕분에 영어의 사용이 광범위해졌다. 이에 더해 미국이 통신, 과학, 대중문화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한 것도 영어의 파급력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았다.
저자는 인류라는 종의 탄생과 멸종까지 언어가 함께 한다고 말한다. 개별 언어들도 인간의 생로병사처럼, 역사적·사회적 배경에 따라 생성, 전파, 소멸을 겪는다. 로마제국과 라틴어의 관계처럼, 중국어, 이집트어, 아랍어 등 역사가 길고 사용자가 많은 언어들은 강력한 국가의 공용어라는 배경이 작용했다. 국가적 배경이 없는 언어, 사용자가 자신의 언어를 지키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언어는 오래 살아남기 어렵다. 반면에 완전히 ‘죽은’ 언어라도 집단적·의식적 노력에 따라 되살아나기도 한다. 언어로서 생명이 다한 듯 보였던 히브리어가 이스라엘을 건국 후 국민들의 의식적인 노력으로 되살아난 예가 있다. 이러한 사실을 통해 인간의 역사가 그렇듯이 언어의 역사도 주어진 조건에 순응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며 사람들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운명이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식민지 강점기 우리말을 잃었던 아픈 역사를 겪은 우리에게는 이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라틴어와 아프리카 언어 전문가인 토르 얀손은 해박한 역사 지식으로 언어와 사회의 연계성을 통찰했다. 우리에게 친숙한 영어, 중국어부터 놀라운 특징을 보여주는 크리올어, 짧은 시간에 새로운 언어로 발달한 아프리칸스어까지 과거와 현재의 다양한 언어의 역사를 분석하고 그 안에 담긴 언어의 본성을 밝혔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저자는 지금까지의 언어의 역사를 통해 언어의 미래를 점쳐본다. 그가 그리는 언어의 미래는 인류가 진화해서 더 이상 인간이라는 종이 존재하지 않는 시점까지 나아간다. 역사와 사회와 그 속의 언어들이 마치 퍼즐 조각처럼 끼워져, 당신의 머릿속에 ‘언어의 역사’라는 거대하고도 촘촘한 그림이 완성될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토르 얀손
현재 스웨덴 스톡홀름 대학교 언어학과에 소속되어 있다. 2001년에 은퇴하기까지 예테보리 대학교 아프리카 언어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그 전에는 동 대학교에서 라틴어 교수로 있었다. 또 세계적인 라틴어 역사 전문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주요 저서로는 <발화: 언어의 역사 소개(Speak: A Short History of Languages)> (2002), <라틴어의 자연사(The Natural History of Latin)>(2004) 등이 있다.
옮긴이 : 김형엽
고려대학교 글로벌학부 영미학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 학사학위, 동 대학교 대학원에서 영어학 석사학위, 미국 일리노이대학교(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주 연구 분야는 음운론, 형태론, 영어교육, 번역학, 언어철학 등이다. 현재 다양한 언어학 분야와 학회에서 활동 중이며, 현대영어교육학회와 한국음운론학회의 회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왜 우리 아이의 영어성적은 오르지 않을까?: 좌·우뇌 통합 영어독서법』(공저, 2016), 『인간과 언어: 언어학을 통해 본 서양철학』(2001) 등이 있고, 역서로는 『언어의 역사』(2016), 『언어의 탄생』(2013) 등이 있으며, 주요 논문으로는 「게임 번역에서의 외래어 사용에 대하여: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를 중심으로」(공저, 2018), “Grammatical Judgment of Korean Short-form Negation as Prefix”(공저, 2018) 등이 있다.
목 차
1부
선사시대
1장 무문자언어
2장 다수 언어 어족들
2부
역사의 기반
3장 역사와 문자
4장 신성문자와 이집트
5장 중국어 - 가장 오래 생존한 언어
3부
언어의 팽창
6장 그리스어 - 정복과 문화
7장 라틴어 - 정복과 지배
8장 아랍어 - 정복과 종교
4부
언어와 국가
9장 단테는 이탈리아어로 저술했을까?
10장 게르만어에서 현대 영어까지
11장 민족 언어의 시대
5부
유럽과 세계
12장 유럽의 언어와 세계의 언어
13장 어떻게 언어가 탄생 또는 생성되는가
14장 어떻게 언어가 소멸하는가
6부
근대, 현대, 미래
15장 영어의 전성기
16장 중국어와 중국에서의 영어
17장 다음 시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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