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21가지 테마로 읽는 500년 디자인의 감각과 생각들
우리가 당연한 듯 보고 읽는 책이라는 형태는 언제, 왜, 어떻게 생겨나 자리잡게 되었을까?
통계학과 과학은 디자인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원색 특히 붉은색은 왜 현대에 각광받게 되었을까?
이탈리아 아마존, ibs 등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디자인 입문서. - ibs 독자서평
매력적이며 아이디어와 성찰이 가득하다. 무엇보다도 유용하다! - 아마존 독자서평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은 무엇이 다른가?
잘 팔리는 제품부터 우리 곁에 조용히 자리잡은 사소한 것들까지
새로운 생각과 행동을 가져다 준 500년의 디자인 이야기
시각디자인의 언어, 즉 시선에 포착되기 위해 만들어진 모든 것에 대한 앎이 이 책의 주제다. 영수증, 우편엽서, 만화책, 가구조립설명서, 자몽 위의 스티커, 소설책 한 페이지, 도로 표지판, 패션 모델 사진, 때로는 과학 공식, 심지어 미국 대통령의 얼굴은 어떻게 디자인된 걸까? 그것들이 등장한 사회와 사용하는 환경, 그리고 디자인한 사람들의 생각을 읽으면 디자인을 알 수 있다.
『시각디자인: 좋은 것에 담긴 감각과 생각』(원제: Critica Portatile Al Visual Design)은 2014년 이탈리아에서 출간되어 2년 이상 예술 및 디자인 분야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하고 있는 ‘디자인 교양서이자 입문서’다. 아마존 이탈리아 독자 평점 4.8(만점 5), “넌 대체 무슨 일을 하는 거니?” 묻는 어머니에게 20년간 설명해야 했던 현역 디자이너가 마침내 쓴 ‘디자인 이야기’는 전문가와 전공자에 한정하지 않고 대중 독자 눈높이에서도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다며 호평받았다.
이 책은 디자인의 역사를 500여 년으로 확장해 보여 준다. 디자인 역사를 모더니즘 이후의 100년 정도로 보는 대부분의 디자인 책들과 다른 관점이다. 때로는 로마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고대 문화와 현대를 비교 관찰해 보여 주기도 한다. 마치 인문학 고전이 현대의 문제를 새롭게 조명하듯이 디자인을 보는 새로운 재미와 눈을 열어 준다. “1524년 어느 날,”로 시작하는 프롤로그 첫 페이지를 보자. 디자인의 기원에 대한 의문에 하나의 흥미로운 에피소드로 답하고 있다.
1524년 어느 날, 당대에 가장 위대한 판화가로 칭송받던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Marcantonio Raimondi, 1488~1534)가 교황 클레멘테 7세의 근위병들에게 체포되어 바티칸 감옥에 투옥된다. 소름끼치고 불순하기 짝이 없는 범죄의 주범으로 지목되었기 때문이다. 살인이나 도적질하고는 거리가 먼, 검은 마술이나 이단자들과도 상관이 없는 범죄였다. 모든 가능성을 검토한 뒤 내릴 수 있었던 유일한 결론은 그가 저지른 일이 이제껏 한번도 일어난 적 없는 전혀 새로운 종류의 범행이라는 것이었다. 굳이 우리 시대의 용어를 빌어 표현하자면 그가 저지른 죄는 디자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조금만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사건은 만토바의 군주 페데리코 2세가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테’ 궁전의 내부를 장식하기 위해 라파엘로의 총망받는 제자 줄리오 로마노(Giulio Romano, 1499~1546)에게 일련의 에로틱한 그림들을 의뢰하면서 시작된다. 주로 사티로스나 요정같이 신화에 나오는 인물들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었다. ‘상세함’이 에로티즘과 포르노를 구분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면 로마노의 그림은 포르노가 틀림없다. 그림 속에는 발기한 성기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성행위 자세(정확하게 열여섯 가지다)가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소수의 특권층이 포르노나 다름없는 그림들을 화가에게 청탁하는 것은 당시의 문화적 풍조였다. 전적으로 새로운 것이 있었다면 누군가 그런 이미지들의 복사본을 대량으로 만들어 훨씬 더 많은 독자층에게 배포할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다. ― p. 9
저자인 리카르도 팔치넬리는 디자인 스튜디오 falcinelli&co의 대표로 일하며 디자인학교 ISIA의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디자인학과에서 ‘인지심리학’을 가르치는 이탈리아에서도 매우 독특한 선생이다. 이 책에서 ‘레이아웃’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위해 예로 든 식탁 차리기, 피터르 브뤼헐의 「장님의 비유」 등은 역사와 과학을 아우르는 그의 강의처럼 쉽게 와 닿는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글을 읽는 습관은 책 밖에서도 의미론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영화 속에서 누군가가 떠날 때면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누군가가 돌아올 때면 왼쪽을 향해 움직이는 것이 보통이다(도널드 덕과 스머프들은 어딘가를 향해 떠나거나 돌아올 때 항상 이 규칙을 따른다). 브뤼헐의 유명한 그림 「장님의 비유」(1568)는 바로 이 방향으로 움직임을 파악하려는 일반적인 경향을 토대로 한다. 때문에 우리가 이 그림을 오른쪽 그림처럼 뒤집어 보면 장님들이 쓰러지는 장면의 긴박함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 p. 261
『시각디자인』은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세계를 다룬다. 디자인은 대기업 로고나 스마트폰 앱, 책 표지만이 아니다. 이 책은 오히려 속옷의 세탁표시에 주목한다. 가느다란 리본 위에 인쇄된 작은 글씨도 누군가에 의해 계획된 하나의 디자인이라는 사실, 늘 사용하기 때문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기호나 아이콘, 글씨체도 하나의 디자인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책이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옷은 명품이다. 멋지고 훌륭하지만 마치 조각처럼 모든 면에서 너무 완벽하기만 한 옷들이다. 한데 장을 보러 갈 때 입는 티셔츠를 만드는 일이 오히려 더 많은 고민을 안겨 주기도 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간 디자인에 대해 품었던 많은 고정관념들이 뒤집어지고 깨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우선 디자이너란 누구인가, 라는 관념부터 깨진다.
최고의 디자인 상품을 포함해서 디자인을 만드는 사람이 꼭 디자이너만은 아니다. 때로는 수학자, 공학자, 혹은 철학자가 디자이너가 되기도 한다.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현대의 인포그래픽 시스템을 탄생시킨 아이소타입은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오토 노이라트가 만들었고 최첨단의 세계지도는 수학자들이 이루어 낸 통계학의 성과였다. ― p. 18
[작가의 말 (저자 인터뷰)]
- 디자인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책인데, 기획의 계기는 무엇인지요?
시각 커뮤니케이션의 세계를 디자인 전공자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설명해보고 싶은 욕심이 제게 있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매 순간 시각디자인으로 에워싸인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온갖 종류의 티켓에서부터 냉동식품, 텔레비전 연속극에서 비디오 게임까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각디자인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죠.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어떤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는지, 적어도 이탈리아에서는, 아무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저는 젊은 학생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을 고안하게 된 계기는 제 어머니가 마련해 주셨다고 볼 수 있는데, 제게 항상 이렇게 물으셨죠. “아니 그런데 넌 대체 무슨 일을 하는 거니?” 저는 이 설명을 20년째 계속하고 있습니다.
- 디자이너이면서 인문학적인 글을 쓰고, 인지심리학의 영향도 곳곳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도 독특한 정체성의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분야에서든, 당신을 존경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쨌든 제가 디자이너와 학자로서 하는 일들을 많은 이들이 반기고 인정해 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제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창조 활동이 천재적인 기질에 달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항상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편인데 이런 점을 어떤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디자이너는 예술가라고 생각하고 그걸 선호하는 사람들이죠.
- 이탈리아 서점에서 높은 순위에 올랐고 지금도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어떤 장점이나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저자로서 원인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요?
최소한 두 가지 동기가 있다고 봅니다. 디자인에 관한 책들 대부분이 디자이너만을 위해 쓰인 것과는 달리 이 책은 모두를 위한 책입니다. 사실 문체도 기술적이지 않고 서사적입니다. 누구든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쓴 책이죠. 이런 종류의 디자인 책은 이탈리아에서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리고 디자인이 무엇인지 아는 실질적인 경험자가, 즉 디자이너가 직접 쓴 글이다 보니 독자들 입장에서는 더 믿음이 갔던 거겠죠.
- 디자인의 역사를 100년이 아니라 500년 범위로 확장해 본 점이 독특합니다. 이렇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서 디자인을 연구해야 할 필요성은 어디에 있을까요?
디자인의 정확한 특성은 물건이 아니라 사람에, 다시 말해 우리가 물건들을 구입하고 사랑하고 보고 사용하는 방식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현대적인 의미에서 대중이 탄생한 것은 르네상스 시대입니다. 처음으로 대량생산이 시작된 시대죠. 구텐베르크의 인쇄기술은 오늘날 우리의 생활에 깊이 파고든 기술적인 측면 대부분의 기초를 마련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이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가 오늘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의 기원은 언제인가?
- 디자인학과에서 인지심리학을 강의하고 계시지요? 어떤 내용인가요? 그리고 인지심리학이 디자인 작업에 어느 정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지 궁금합니다.
인지심리학은 우리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야기해 줍니다. 인간의 두뇌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인지심리학은 굉장히 멋진 학문입니다. 하지만 이 학문을 활용하는 방식의 선택이 중요합니다. 좀 더 원활한 소통을 위해 사용될 수 있지만 더 많은 수익을 위해서만 쓰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윤리적인 선택이, 우리의 능력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문제가 중요합니다.
▣ 작가 소개
저 : 리카르도 팔치넬리
Riccardo Falcinelli
1973년 로마에서 태어났다. 디자인 스튜디오 Falcinelli&co를 설립해 혁신적인 그래픽디자인 및 북 디자인 작업을 내놓고 있다. 또한 로마의 고등산업예술학교(ISIA) 디자인학과에서 인지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디자인을 위한 신경학: 바라보기, 생각하기, 프로젝트 만들기』(2011)가 있으며 마르타 포지(Marta Poggi)와 공저로 그래픽 노블 『카르디아페라니아』(2000), 『그라포그리포』(2004), 『행복의 농장』(2007)을 출판했다. 현재 에이나우디 출판사의 스틸레 리베로 총서의 디자인 디렉터로 활동 중이다.
역 : 윤병언
서울대학교에서 작곡을 공부했고, 이탈리아 피렌체 국립대학교에서 미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번역가로서 이탈리아의 인문학과 문학 작품을 국내에 활발히 소개하고 한국문학 작품을 해외에 알리는 일에 힘쓰고 있다. 그동안 우리말로 옮긴 책으로는 마리아피아 벨라디아노의 《못생긴 여자》, 조르조 아감벤의 《행간》, 에리 데 루카의 《나비의 무게》, 필리페 다베리오의 《상상박물관》,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의 《맛의 천재》 등이 있다. 또한 대산문화재단 번역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어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인노첸테》를 한국어로, 이승우의 《식물들의 사생활》을 이탈리아어로 옮겼다.
▣ 주요 목차
프롤로그. 디자인을 만드는 질문들
1 모호하고 유동적인 세상의 디자인 - 시각적 세계
뒤섞인 이미지들 | 복합적인 눈의 탐색 과정 | 이케아, 보드카, 베네통, 저장식품
2 책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 산업
최초의 디자인 상품 | 책의 인쇄가 불러온 변화 | 파이스토스 원반의 수수께끼
3 산업디자인이 사고하는 방식 - 시리즈
고대인들의 관점 | 예술과 시리즈 | 시리즈와 복사
4 디자인이 하는 일 - 디자인
디자인은 모든 예술의 아버지 | 디자인이 하는 일 | 미용사인가 헤어 디자이너인가
5 반 고흐와 마티스, 그리고 우편엽서의 시대 - 재생산
복제용 회화를 창안한 알브레히트 뒤러 | 라슬로 모호이너지의 선구적 아이디어 | 기술을 정복한 호쿠사이의 우키요에 | 그래픽디자인의 진화 | 그림의 인기와 복제 기술
6 이탈리아에서 스시를 먹는다는 것 - 소비
굿바이 레닌 | 글로벌 경제 세계의 소비 | 웹과 디지털 미디어의 영향 | 생산이 아니라 소비다
7 사물과 사람 사이 - 맥락
너무 반들반들해 | 에바 롱고리아와 로레알 | 디자이너가 사용하는 화장품 | 기호는 말하기 마련이다 | “톰 크루즈가 CIA요원으로 나온대.” | 화장으로 본 디자인의 맥락
8 만든다는 것의 가치 - 정체성
정체성과 커뮤니케이션 | “그런 것에 누가 관심을 가지느냐” | “하지만 누구의 언어란 말인가?” | 상품과 구매자들
9 초월적인 힘을 꿈꾸다 - 상표
네이밍 | 상표의 탄생 | 돌고래부터 펭귄까지 출판사 로고들 | 상표의 효율성
10 유혹의 무대 - 디스플레이
슈퍼마켓의 상품들 | 광고 | 광고를 광고한다
11 그림은 어디서 끝나고 글은 어디서 시작되는가 - 코드
글과 이미지 | 이미지의 특징 | 글쓰기 | 만화처럼 보이는 세상
12 때로는 절망적인 노력의 역사 - 서체
로마 대문자 | 소문자의 탄생과 필기체의 시대 | 모던한 서체 | 대문자의 시대 | 대문자를 없애라 | 살아남은 고딕체
13 여백은 왜 필요한가 - 읽기
읽기란 특별한 방식의 보기 | 여백과 쪽번호 | 책의 운명
14 어떤 의미를 드러낼 것인가 - 레이아웃
눈의 탐색 메커니즘 | 읽기의 방향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2046」
15 우리 시대의 도상학 - 아이콘
습관 | 불멸의 아이콘 | 『위대한 개츠비』 읽기
16 더 유용한 디자인 - 정확도
거울과 지도 | 과학의 디자인 | 경제학자의 그래픽 디자인
17 이야기의 디자인 - 내러티브
리듬과 몽타주 | 자유로운 말 | 읽을 수 없는 책 | 대머리 여가수 | 문학의 비주얼디자인
18 알려지지 않은 사진의 역사 - 사진
최초의 사진 혁명 | 암실이 아니라 인쇄 | 사진의 대관식
19 화면 밖에서 생각하기 - 화면
화면에서 화면들로 | 기기라는 개념의 탄생 | 새로운 독서 리듬 | 비디오게임 | 종이 위에 스케치하라
20 멋지다는 이유 말고 - 스타일
광택 효과, 폐허 취향 | 최초의 디자인 스타일, 리버티 | 모더니즘
21 디자인의 깊이 - 신화
단순함의 신화 | 새로움을 향한 열광 | 창의성 | 디자인은 예술인가? | 디자인을 이해한다는 것
도판목록
주요 참고도서
21가지 테마로 읽는 500년 디자인의 감각과 생각들
우리가 당연한 듯 보고 읽는 책이라는 형태는 언제, 왜, 어떻게 생겨나 자리잡게 되었을까?
통계학과 과학은 디자인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원색 특히 붉은색은 왜 현대에 각광받게 되었을까?
이탈리아 아마존, ibs 등 주요 서점 베스트셀러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디자인 입문서. - ibs 독자서평
매력적이며 아이디어와 성찰이 가득하다. 무엇보다도 유용하다! - 아마존 독자서평
시선을 사로잡는 디자인은 무엇이 다른가?
잘 팔리는 제품부터 우리 곁에 조용히 자리잡은 사소한 것들까지
새로운 생각과 행동을 가져다 준 500년의 디자인 이야기
시각디자인의 언어, 즉 시선에 포착되기 위해 만들어진 모든 것에 대한 앎이 이 책의 주제다. 영수증, 우편엽서, 만화책, 가구조립설명서, 자몽 위의 스티커, 소설책 한 페이지, 도로 표지판, 패션 모델 사진, 때로는 과학 공식, 심지어 미국 대통령의 얼굴은 어떻게 디자인된 걸까? 그것들이 등장한 사회와 사용하는 환경, 그리고 디자인한 사람들의 생각을 읽으면 디자인을 알 수 있다.
『시각디자인: 좋은 것에 담긴 감각과 생각』(원제: Critica Portatile Al Visual Design)은 2014년 이탈리아에서 출간되어 2년 이상 예술 및 디자인 분야에서 스테디셀러로 자리하고 있는 ‘디자인 교양서이자 입문서’다. 아마존 이탈리아 독자 평점 4.8(만점 5), “넌 대체 무슨 일을 하는 거니?” 묻는 어머니에게 20년간 설명해야 했던 현역 디자이너가 마침내 쓴 ‘디자인 이야기’는 전문가와 전공자에 한정하지 않고 대중 독자 눈높이에서도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다며 호평받았다.
이 책은 디자인의 역사를 500여 년으로 확장해 보여 준다. 디자인 역사를 모더니즘 이후의 100년 정도로 보는 대부분의 디자인 책들과 다른 관점이다. 때로는 로마시대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고대 문화와 현대를 비교 관찰해 보여 주기도 한다. 마치 인문학 고전이 현대의 문제를 새롭게 조명하듯이 디자인을 보는 새로운 재미와 눈을 열어 준다. “1524년 어느 날,”로 시작하는 프롤로그 첫 페이지를 보자. 디자인의 기원에 대한 의문에 하나의 흥미로운 에피소드로 답하고 있다.
1524년 어느 날, 당대에 가장 위대한 판화가로 칭송받던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Marcantonio Raimondi, 1488~1534)가 교황 클레멘테 7세의 근위병들에게 체포되어 바티칸 감옥에 투옥된다. 소름끼치고 불순하기 짝이 없는 범죄의 주범으로 지목되었기 때문이다. 살인이나 도적질하고는 거리가 먼, 검은 마술이나 이단자들과도 상관이 없는 범죄였다. 모든 가능성을 검토한 뒤 내릴 수 있었던 유일한 결론은 그가 저지른 일이 이제껏 한번도 일어난 적 없는 전혀 새로운 종류의 범행이라는 것이었다. 굳이 우리 시대의 용어를 빌어 표현하자면 그가 저지른 죄는 디자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조금만 더 거슬러 올라가 보면, 사건은 만토바의 군주 페데리코 2세가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테’ 궁전의 내부를 장식하기 위해 라파엘로의 총망받는 제자 줄리오 로마노(Giulio Romano, 1499~1546)에게 일련의 에로틱한 그림들을 의뢰하면서 시작된다. 주로 사티로스나 요정같이 신화에 나오는 인물들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었다. ‘상세함’이 에로티즘과 포르노를 구분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면 로마노의 그림은 포르노가 틀림없다. 그림 속에는 발기한 성기를 비롯해서 여러 가지 성행위 자세(정확하게 열여섯 가지다)가 적나라하게 표현되어 있다. 하지만 소수의 특권층이 포르노나 다름없는 그림들을 화가에게 청탁하는 것은 당시의 문화적 풍조였다. 전적으로 새로운 것이 있었다면 누군가 그런 이미지들의 복사본을 대량으로 만들어 훨씬 더 많은 독자층에게 배포할 생각을 했다는 사실이다. ― p. 9
저자인 리카르도 팔치넬리는 디자인 스튜디오 falcinelli&co의 대표로 일하며 디자인학교 ISIA의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친다. 디자인학과에서 ‘인지심리학’을 가르치는 이탈리아에서도 매우 독특한 선생이다. 이 책에서 ‘레이아웃’이 무엇인지 설명하기 위해 예로 든 식탁 차리기, 피터르 브뤼헐의 「장님의 비유」 등은 역사와 과학을 아우르는 그의 강의처럼 쉽게 와 닿는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글을 읽는 습관은 책 밖에서도 의미론적인 결과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영화 속에서 누군가가 떠날 때면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누군가가 돌아올 때면 왼쪽을 향해 움직이는 것이 보통이다(도널드 덕과 스머프들은 어딘가를 향해 떠나거나 돌아올 때 항상 이 규칙을 따른다). 브뤼헐의 유명한 그림 「장님의 비유」(1568)는 바로 이 방향으로 움직임을 파악하려는 일반적인 경향을 토대로 한다. 때문에 우리가 이 그림을 오른쪽 그림처럼 뒤집어 보면 장님들이 쓰러지는 장면의 긴박함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 p. 261
『시각디자인』은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세계를 다룬다. 디자인은 대기업 로고나 스마트폰 앱, 책 표지만이 아니다. 이 책은 오히려 속옷의 세탁표시에 주목한다. 가느다란 리본 위에 인쇄된 작은 글씨도 누군가에 의해 계획된 하나의 디자인이라는 사실, 늘 사용하기 때문에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기호나 아이콘, 글씨체도 하나의 디자인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는 책이다.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옷은 명품이다. 멋지고 훌륭하지만 마치 조각처럼 모든 면에서 너무 완벽하기만 한 옷들이다. 한데 장을 보러 갈 때 입는 티셔츠를 만드는 일이 오히려 더 많은 고민을 안겨 주기도 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그간 디자인에 대해 품었던 많은 고정관념들이 뒤집어지고 깨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우선 디자이너란 누구인가, 라는 관념부터 깨진다.
최고의 디자인 상품을 포함해서 디자인을 만드는 사람이 꼭 디자이너만은 아니다. 때로는 수학자, 공학자, 혹은 철학자가 디자이너가 되기도 한다.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현대의 인포그래픽 시스템을 탄생시킨 아이소타입은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오토 노이라트가 만들었고 최첨단의 세계지도는 수학자들이 이루어 낸 통계학의 성과였다. ― p. 18
[작가의 말 (저자 인터뷰)]
- 디자인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책인데, 기획의 계기는 무엇인지요?
시각 커뮤니케이션의 세계를 디자인 전공자뿐만 아니라 일반 독자들에게도 설명해보고 싶은 욕심이 제게 있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매 순간 시각디자인으로 에워싸인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온갖 종류의 티켓에서부터 냉동식품, 텔레비전 연속극에서 비디오 게임까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시각디자인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고 있죠. 하지만 이러한 것들이 어떤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는지, 적어도 이탈리아에서는, 아무도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저는 젊은 학생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책을 고안하게 된 계기는 제 어머니가 마련해 주셨다고 볼 수 있는데, 제게 항상 이렇게 물으셨죠. “아니 그런데 넌 대체 무슨 일을 하는 거니?” 저는 이 설명을 20년째 계속하고 있습니다.
- 디자이너이면서 인문학적인 글을 쓰고, 인지심리학의 영향도 곳곳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이탈리아에서도 독특한 정체성의 디자이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분야에서든, 당신을 존경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쨌든 제가 디자이너와 학자로서 하는 일들을 많은 이들이 반기고 인정해 준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제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창조 활동이 천재적인 기질에 달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항상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편인데 이런 점을 어떤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디자이너는 예술가라고 생각하고 그걸 선호하는 사람들이죠.
- 이탈리아 서점에서 높은 순위에 올랐고 지금도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어떤 장점이나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저자로서 원인에 대해 생각해 본다면요?
최소한 두 가지 동기가 있다고 봅니다. 디자인에 관한 책들 대부분이 디자이너만을 위해 쓰인 것과는 달리 이 책은 모두를 위한 책입니다. 사실 문체도 기술적이지 않고 서사적입니다. 누구든 기분 좋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쓴 책이죠. 이런 종류의 디자인 책은 이탈리아에서는 찾아보기 힘듭니다. 그리고 디자인이 무엇인지 아는 실질적인 경험자가, 즉 디자이너가 직접 쓴 글이다 보니 독자들 입장에서는 더 믿음이 갔던 거겠죠.
- 디자인의 역사를 100년이 아니라 500년 범위로 확장해 본 점이 독특합니다. 이렇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서 디자인을 연구해야 할 필요성은 어디에 있을까요?
디자인의 정확한 특성은 물건이 아니라 사람에, 다시 말해 우리가 물건들을 구입하고 사랑하고 보고 사용하는 방식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현대적인 의미에서 대중이 탄생한 것은 르네상스 시대입니다. 처음으로 대량생산이 시작된 시대죠. 구텐베르크의 인쇄기술은 오늘날 우리의 생활에 깊이 파고든 기술적인 측면 대부분의 기초를 마련했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이 독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가 오늘날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의 기원은 언제인가?
- 디자인학과에서 인지심리학을 강의하고 계시지요? 어떤 내용인가요? 그리고 인지심리학이 디자인 작업에 어느 정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지 궁금합니다.
인지심리학은 우리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이야기해 줍니다. 인간의 두뇌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죠. 인지심리학은 굉장히 멋진 학문입니다. 하지만 이 학문을 활용하는 방식의 선택이 중요합니다. 좀 더 원활한 소통을 위해 사용될 수 있지만 더 많은 수익을 위해서만 쓰일 수도 있습니다.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우리의 윤리적인 선택이, 우리의 능력을 어떻게 사용하느냐는 문제가 중요합니다.
▣ 작가 소개
저 : 리카르도 팔치넬리
Riccardo Falcinelli
1973년 로마에서 태어났다. 디자인 스튜디오 Falcinelli&co를 설립해 혁신적인 그래픽디자인 및 북 디자인 작업을 내놓고 있다. 또한 로마의 고등산업예술학교(ISIA) 디자인학과에서 인지심리학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디자인을 위한 신경학: 바라보기, 생각하기, 프로젝트 만들기』(2011)가 있으며 마르타 포지(Marta Poggi)와 공저로 그래픽 노블 『카르디아페라니아』(2000), 『그라포그리포』(2004), 『행복의 농장』(2007)을 출판했다. 현재 에이나우디 출판사의 스틸레 리베로 총서의 디자인 디렉터로 활동 중이다.
역 : 윤병언
서울대학교에서 작곡을 공부했고, 이탈리아 피렌체 국립대학교에서 미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지금은 번역가로서 이탈리아의 인문학과 문학 작품을 국내에 활발히 소개하고 한국문학 작품을 해외에 알리는 일에 힘쓰고 있다. 그동안 우리말로 옮긴 책으로는 마리아피아 벨라디아노의 《못생긴 여자》, 조르조 아감벤의 《행간》, 에리 데 루카의 《나비의 무게》, 필리페 다베리오의 《상상박물관》, 알레산드로 마르초 마뇨의 《맛의 천재》 등이 있다. 또한 대산문화재단 번역지원 대상자로 선정되어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인노첸테》를 한국어로, 이승우의 《식물들의 사생활》을 이탈리아어로 옮겼다.
▣ 주요 목차
프롤로그. 디자인을 만드는 질문들
1 모호하고 유동적인 세상의 디자인 - 시각적 세계
뒤섞인 이미지들 | 복합적인 눈의 탐색 과정 | 이케아, 보드카, 베네통, 저장식품
2 책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 산업
최초의 디자인 상품 | 책의 인쇄가 불러온 변화 | 파이스토스 원반의 수수께끼
3 산업디자인이 사고하는 방식 - 시리즈
고대인들의 관점 | 예술과 시리즈 | 시리즈와 복사
4 디자인이 하는 일 - 디자인
디자인은 모든 예술의 아버지 | 디자인이 하는 일 | 미용사인가 헤어 디자이너인가
5 반 고흐와 마티스, 그리고 우편엽서의 시대 - 재생산
복제용 회화를 창안한 알브레히트 뒤러 | 라슬로 모호이너지의 선구적 아이디어 | 기술을 정복한 호쿠사이의 우키요에 | 그래픽디자인의 진화 | 그림의 인기와 복제 기술
6 이탈리아에서 스시를 먹는다는 것 - 소비
굿바이 레닌 | 글로벌 경제 세계의 소비 | 웹과 디지털 미디어의 영향 | 생산이 아니라 소비다
7 사물과 사람 사이 - 맥락
너무 반들반들해 | 에바 롱고리아와 로레알 | 디자이너가 사용하는 화장품 | 기호는 말하기 마련이다 | “톰 크루즈가 CIA요원으로 나온대.” | 화장으로 본 디자인의 맥락
8 만든다는 것의 가치 - 정체성
정체성과 커뮤니케이션 | “그런 것에 누가 관심을 가지느냐” | “하지만 누구의 언어란 말인가?” | 상품과 구매자들
9 초월적인 힘을 꿈꾸다 - 상표
네이밍 | 상표의 탄생 | 돌고래부터 펭귄까지 출판사 로고들 | 상표의 효율성
10 유혹의 무대 - 디스플레이
슈퍼마켓의 상품들 | 광고 | 광고를 광고한다
11 그림은 어디서 끝나고 글은 어디서 시작되는가 - 코드
글과 이미지 | 이미지의 특징 | 글쓰기 | 만화처럼 보이는 세상
12 때로는 절망적인 노력의 역사 - 서체
로마 대문자 | 소문자의 탄생과 필기체의 시대 | 모던한 서체 | 대문자의 시대 | 대문자를 없애라 | 살아남은 고딕체
13 여백은 왜 필요한가 - 읽기
읽기란 특별한 방식의 보기 | 여백과 쪽번호 | 책의 운명
14 어떤 의미를 드러낼 것인가 - 레이아웃
눈의 탐색 메커니즘 | 읽기의 방향 |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2046」
15 우리 시대의 도상학 - 아이콘
습관 | 불멸의 아이콘 | 『위대한 개츠비』 읽기
16 더 유용한 디자인 - 정확도
거울과 지도 | 과학의 디자인 | 경제학자의 그래픽 디자인
17 이야기의 디자인 - 내러티브
리듬과 몽타주 | 자유로운 말 | 읽을 수 없는 책 | 대머리 여가수 | 문학의 비주얼디자인
18 알려지지 않은 사진의 역사 - 사진
최초의 사진 혁명 | 암실이 아니라 인쇄 | 사진의 대관식
19 화면 밖에서 생각하기 - 화면
화면에서 화면들로 | 기기라는 개념의 탄생 | 새로운 독서 리듬 | 비디오게임 | 종이 위에 스케치하라
20 멋지다는 이유 말고 - 스타일
광택 효과, 폐허 취향 | 최초의 디자인 스타일, 리버티 | 모더니즘
21 디자인의 깊이 - 신화
단순함의 신화 | 새로움을 향한 열광 | 창의성 | 디자인은 예술인가? | 디자인을 이해한다는 것
도판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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