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고유한 항해술과 안팎의 언어
“놀랍도록 우아하다... 런던의 젊은이들이 이처럼 품위 있는 조그만 잡지를 만들고 있다는 건 정말 반가운 일이다.” - 파리 리뷰(THE PARIS REVIEW)
“잡지 자체가 그렇듯 나날이 지명도가 높아지는 인물들이 컨트리뷰터 명단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
“온갖 형식의 다채롭고도 예상치 못한 자료들로 가득한 [화이트 리뷰]는 미래가 보내는 메시지를 전한다. [화이트 리뷰]는 예술과 문학을 감각적이면서도 유쾌한 방식으로 경험하고자 하는 독자와 저자들의 끊임없는 목마름을 능히 채워준다.”
- 머리나 워너(Marina Warner)
“유럽 최고의 잡지 중 하나.”
-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
“그야말로 문화적 혁명이다.”
- 데버러 레비(Deborah Levy)
이 책은 영국의 문예지 [화이트 리뷰(The White Review)]에 수록된 문답을 새롭게 엮은 것입니다. 2011년 창간된 [화이트 리뷰]는 1889년부터 1903년까지 파리에서 발간된 [라 르뷔 블랑슈(La Revue Blanche)]에 일정 부분 영향과 영감을 받아 그 영문명을 이름으로 삼은 잡지입니다. 이들은 신예 예술가의 소설, 시, 에세이, 회화 등을 주로 수록하면서 자신들보다 한 세대 앞선 시기의 예술가를 인터뷰하여 그 문답을 게재해왔습니다.
[예술가의 항해술]은 잡지 [화이트 리뷰] 창간호(2011년 2월)부터 9호(2013년 12월)까지 실린 인터뷰의 번역본이자 그들 스스로 아직 단행본으로 묶은 적 없는 원고로 만든 책입니다. 각자가 가진 창작 방식을 확고하면서도 다양하게 들려줄 수 있는 인터뷰이를 다시 선별하여 한 권을 만들었습니다. 이들 작가들은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 리처드 웬트워스(Richard Wentworth), 구스타프 메츠거(Gustav Metzger), 쥘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 리베카 솔닛(Rebecca Solnit), 머리나 워너(Marina Warner), 뤽 타위만스(Luc Tuymans), 파울라 헤구(Paula Rego), 존 스테제이커(John Stezaker), 엘름그린 & 드락셋(Elmgreen & Dragset), 소피 칼(Sophice Calle), 유르겐 텔러(Juergen Teller)까지 총 열두 명입니다.
‘예술가의 항해술’이라는 제목은 수록된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인터뷰 중 큐레이터라는 용어의 사용이 급증한 것이 항해술과 관련이 있다(21쪽)고 답한 부분을 변형한 것입니다. 그는 이 단어를 큐레이팅에 한정하고 타인을 향한 일종의 길잡이 역할로 사용했지만, ‘항해술''이라는 단어를 접한 순간 그것이 무엇보다 예술가와 그 창작 방식을 잘 표현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어딘가로 이동하는 방식을 떠올렸을 때 그 길이 육안으로 안내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기차, 지하철, 자동차처럼 그 수단의 이동을 위해 길을 낸 경우가 전자일 테고, 비행기와 선박처럼 공간을 육안으로 구획할 수 없는 경우가 후자일 터입니다. 그때, 규칙이나 안내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공간을 움직이는 것은 무척 막연해 보입니다. 대형 항공기나 유람선이라면 이를 돌파하기 위한 장치들이 탑재되어 있을 테지만, 개인적인 규모의 소형선, 쪽배, 심지어 나무 판자 하나라면 그때 하나하나의 본능과 결정, 우발적인 동시에 세밀한 항해술은 모두 그의 생존과 연관될 것입니다. 흔히 ‘망망대해’라고 표현하는 아득한 공간에 들어섰을 때 이동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발전과 갱신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누구를 만날 수 있고 어떻게 연계하거나 연계하지 않을 수 있는가, 지속과 기록 그리고 이를 위한 장치와 사유 공간은 어떻게 마련되거나 마련되지 않는가 중요해집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위치한 곳에 대한 감각, 특정한 위도와 경도를 제대로 파악하는 일이 모든 항로에 대한 초석이 됩니다.
비유를 이어나가면 여기 수록된 열두 명의 인터뷰이는 이제 자신만의 우아하고 튼튼한 선박을 하나 구축한 예술가들입니다. 여전히 홀로 산만할지언정 자유롭게 떠내려가는 법을 즐기는 방랑자 내지는 해적 같은 사람도, 적잖은 사람들과 소집단을 꾸리고 이를 이끌어나가는 선장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이때 반대편에서 질문을 던지는 [화이트 리뷰]의 각기 다른 인터뷰어는 보편적인 질문에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마주 앉아 있는 이가 누구든 던질 수 있는 질문들 말이죠. ‘가장 영향 받은 작품은 무엇인가''라든가, ‘당신에게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든가, 불필요한 상황을 가정하는 ‘예술가가 되지 않았다면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은가'' 등등. 각 인터뷰어들은 [화이트 리뷰]의 공동 설립자 겸 편집자 벤저민 이스텀(Benjamin Eastham)과 자신의 분야에서 연구와 창작를 하는 사람들로, 인터뷰 대상의 작품 세계와 노선, 심지어 다른 매체에 남긴 말과 문장까지 이미 섭렵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열두 개의 문답은 추상적인 확인을 반복하며 작가의 바깥을 겉도는 것이 아니라 그의 세계관 안에 자리를 잡고 앉아 대화하고 의견을 나누고 의심하거나 함께 고민합니다.
널빤지나, 여차하면 캔버스에 종이를 고정한 뒤 이젤에 놓고 작업한다. 요새는 모델을 보면서 바로 그린다. 예전에 하던 것처럼 네모를 다 채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그게 가능하다. 색은 절대 섞지 않는다. 그 대신 여러 겹의 레이어를 만들고, 품질이 뛰어난 아크릴 베이스의 픽서티브(정착제)를 듬뿍듬뿍 뿌린다. 바탕칠을 할 때 사람의 피부는, 유화를 그리던 때와 마찬가지로, 밝거나 어두운 녹색 톤을 사용한다. 그런 다음 정착시키고 그 위에 분홍색과 복숭아색을 덧칠한다. 이렇게 하면 두 겹의 레이어를 통해 색이 드러나며, 음영 등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그러고 나서 작은 콩테 연필로 한꺼번에 빗질을 하듯 다듬는데, 말하자면 붓질과 동시에 소묘를 하는 것이다. 그다음 이 과정을 반복하고, 다시 또 반복한다. 이런 식으로 레이어가 쌓이고 쌓인다. 절대로 문지르지 않는다.(파울라 헤구, 164쪽)
나는 체계적으로 잘 정리된 요소들의 집합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즉, 작품의 요소들을 어떻게 끼워 맞출지 계획을 세우고서 작업하지 않는다. 거기서 나오는 두려움과 걱정은 비록 어마어마하나, 실상 내가 예술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스튜디오형 작가가 도저히 되지 못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내게는 이른바 ‘작은 죽음’처럼 느껴진다.(리처드 웬트워스, 41쪽)
파울라 헤구의 말처럼 구체적인 기법으로 작품의 바깥을 잘게 나눠 보여주거나 리처드 웬트워스의 말처럼 추상적인 동기와 철학으로 작품이 시작되기 전 시점을 들려주기도 합니다. 동등하게 주고받는 대담이라기에는 인터뷰의 대상이 된 작가 쪽에 무게가 많이 쏠려 있지만, 그렇기에 개별적으로 배려된 질문과 답변 속에 이전까지 발언되거나 누설된 적 없는 생각과 철학, 방향과 말투가 드러납니다. 인터뷰 사진을 배제하여 그들의 세세한 표정을 관찰할 수 없어져 각자의 문장이 표정을 대신합니다. 하나의 세계를 완성한 작가는 고유한 말투와 언어 체계 역시 갖는 모양입니다.
뤽 타위만스가 ‘회화가 다루는 것은 현실의 시간이 아니라 그려진 시간’(148쪽)이라고 말한 것처럼 인터뷰가 다루는 것은 현실의 논평이 아니라 스스로 말해진 예술가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어떤 부분에서는 비밀에 가깝게 묶여 있던 이야기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풀려 나오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항변에 가깝게 자기-합리화-포장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는 미술관에서 회화 작품을 감상하던 사람들처럼 다시 이 문답 앞에 판단의 위치에 놓입니다. 모순을 고백하기도 하고 자신의 전시를 실패작으로 규정하기도 하며 작품의 근원과 작동법을 열거하는 이들의 언어는 유독 그들의 작업과 닮아 보입니다. 사변적인 뒷이야기나 개인적인 근황보다는 열두 명이 각자 만든 소형의 선언 내지는 성명처럼 읽힙니다. 그것이 치밀하게 짜여진 전략이든 엉성한 우연이었을 뿐이라는 너스레든 이들의 고유한 항해술이 독자에게 새로운 관람과 판단의 계기 혹은 연결고리로 기능하길 바랍니다.
- 이로(유어마인드)
▣ 작가 소개
저자 : 화이트 리뷰(The White Review)
[화이트 리뷰(The White Rview)]는 2011년 창간된 영국의 문예지다. 신예 예술가 및 작가가 창작한 예술적 또는 교육적 가치가 뛰어난 작품들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잡지를 표방하며 창간되었다. 예술과 문학, 그리고 그 교육을 진흥하는 것을 목표로 2011년 2월 시작하여 2015년 현재 14호까지 꾸준히 발행되고 있다. 1889년부터 1903년까지 파리에서 발간된 [라 르뷔 블랑슈(La Revue Blanche)]에서 일정 부분 영감을 받았으며, 그 제호를 역영해 [화이트 리뷰(The White Review)]로 이름 지었다.
역자 : 정은주
고려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공연예술학 석사과정을 수료한 후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계간 〈GRAPHIC〉 국제판의 번역과 감수를 맡아왔으며 〈W〉, 〈CA〉, 〈바이시클 프린트〉 등 여러 잡지와 『플레이스 / 서울』(공역), 『모든 것은 노래한다』, 『벨로: 자전거 문화와 스타일』, 『연필 깎기의 정석』, 『디자이너가 되는 방법』 등을 번역했다.
▣ 주요 목차
서문 - 고유한 항해술과 안팎의 언어
1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 Hans Ulrich Obrist
2 리처드 웬트워스 - Richard Wentworth
3 구스타프 메츠거 - Gustav Metzger
4 쥘리아 크리스테바 - Julia Kristeva
5 리베카 솔닛 - Rebecca Solnit
6 머리나 워너 - Marina Warner
7 뤽 타위만스 - Luc Tuymans
8 파울라 헤구- Paula Rego
9 존 스테제이커 - John Stezaker
10 엘름그린 & 드락셋 - Elmgreen & Dragset
11 소피 칼 - Sophice Calle
12 유르겐 텔러 - Juergen Teller
이미지
뤽 타위만스 | 존 스테제이커 | 엘름그린 & 드락셋 | 소피 칼 | 유르겐 텔러
고유한 항해술과 안팎의 언어
“놀랍도록 우아하다... 런던의 젊은이들이 이처럼 품위 있는 조그만 잡지를 만들고 있다는 건 정말 반가운 일이다.” - 파리 리뷰(THE PARIS REVIEW)
“잡지 자체가 그렇듯 나날이 지명도가 높아지는 인물들이 컨트리뷰터 명단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
“온갖 형식의 다채롭고도 예상치 못한 자료들로 가득한 [화이트 리뷰]는 미래가 보내는 메시지를 전한다. [화이트 리뷰]는 예술과 문학을 감각적이면서도 유쾌한 방식으로 경험하고자 하는 독자와 저자들의 끊임없는 목마름을 능히 채워준다.”
- 머리나 워너(Marina Warner)
“유럽 최고의 잡지 중 하나.”
-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
“그야말로 문화적 혁명이다.”
- 데버러 레비(Deborah Levy)
이 책은 영국의 문예지 [화이트 리뷰(The White Review)]에 수록된 문답을 새롭게 엮은 것입니다. 2011년 창간된 [화이트 리뷰]는 1889년부터 1903년까지 파리에서 발간된 [라 르뷔 블랑슈(La Revue Blanche)]에 일정 부분 영향과 영감을 받아 그 영문명을 이름으로 삼은 잡지입니다. 이들은 신예 예술가의 소설, 시, 에세이, 회화 등을 주로 수록하면서 자신들보다 한 세대 앞선 시기의 예술가를 인터뷰하여 그 문답을 게재해왔습니다.
[예술가의 항해술]은 잡지 [화이트 리뷰] 창간호(2011년 2월)부터 9호(2013년 12월)까지 실린 인터뷰의 번역본이자 그들 스스로 아직 단행본으로 묶은 적 없는 원고로 만든 책입니다. 각자가 가진 창작 방식을 확고하면서도 다양하게 들려줄 수 있는 인터뷰이를 다시 선별하여 한 권을 만들었습니다. 이들 작가들은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 리처드 웬트워스(Richard Wentworth), 구스타프 메츠거(Gustav Metzger), 쥘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 리베카 솔닛(Rebecca Solnit), 머리나 워너(Marina Warner), 뤽 타위만스(Luc Tuymans), 파울라 헤구(Paula Rego), 존 스테제이커(John Stezaker), 엘름그린 & 드락셋(Elmgreen & Dragset), 소피 칼(Sophice Calle), 유르겐 텔러(Juergen Teller)까지 총 열두 명입니다.
‘예술가의 항해술’이라는 제목은 수록된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인터뷰 중 큐레이터라는 용어의 사용이 급증한 것이 항해술과 관련이 있다(21쪽)고 답한 부분을 변형한 것입니다. 그는 이 단어를 큐레이팅에 한정하고 타인을 향한 일종의 길잡이 역할로 사용했지만, ‘항해술''이라는 단어를 접한 순간 그것이 무엇보다 예술가와 그 창작 방식을 잘 표현해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어딘가로 이동하는 방식을 떠올렸을 때 그 길이 육안으로 안내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기차, 지하철, 자동차처럼 그 수단의 이동을 위해 길을 낸 경우가 전자일 테고, 비행기와 선박처럼 공간을 육안으로 구획할 수 없는 경우가 후자일 터입니다. 그때, 규칙이나 안내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공간을 움직이는 것은 무척 막연해 보입니다. 대형 항공기나 유람선이라면 이를 돌파하기 위한 장치들이 탑재되어 있을 테지만, 개인적인 규모의 소형선, 쪽배, 심지어 나무 판자 하나라면 그때 하나하나의 본능과 결정, 우발적인 동시에 세밀한 항해술은 모두 그의 생존과 연관될 것입니다. 흔히 ‘망망대해’라고 표현하는 아득한 공간에 들어섰을 때 이동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발전과 갱신은 어떻게 이뤄지는가, 누구를 만날 수 있고 어떻게 연계하거나 연계하지 않을 수 있는가, 지속과 기록 그리고 이를 위한 장치와 사유 공간은 어떻게 마련되거나 마련되지 않는가 중요해집니다. 그리고 지금 자신이 위치한 곳에 대한 감각, 특정한 위도와 경도를 제대로 파악하는 일이 모든 항로에 대한 초석이 됩니다.
비유를 이어나가면 여기 수록된 열두 명의 인터뷰이는 이제 자신만의 우아하고 튼튼한 선박을 하나 구축한 예술가들입니다. 여전히 홀로 산만할지언정 자유롭게 떠내려가는 법을 즐기는 방랑자 내지는 해적 같은 사람도, 적잖은 사람들과 소집단을 꾸리고 이를 이끌어나가는 선장 같은 사람도 있습니다. 이때 반대편에서 질문을 던지는 [화이트 리뷰]의 각기 다른 인터뷰어는 보편적인 질문에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마주 앉아 있는 이가 누구든 던질 수 있는 질문들 말이죠. ‘가장 영향 받은 작품은 무엇인가''라든가, ‘당신에게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든가, 불필요한 상황을 가정하는 ‘예술가가 되지 않았다면 무엇을 하고 있을 것 같은가'' 등등. 각 인터뷰어들은 [화이트 리뷰]의 공동 설립자 겸 편집자 벤저민 이스텀(Benjamin Eastham)과 자신의 분야에서 연구와 창작를 하는 사람들로, 인터뷰 대상의 작품 세계와 노선, 심지어 다른 매체에 남긴 말과 문장까지 이미 섭렵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열두 개의 문답은 추상적인 확인을 반복하며 작가의 바깥을 겉도는 것이 아니라 그의 세계관 안에 자리를 잡고 앉아 대화하고 의견을 나누고 의심하거나 함께 고민합니다.
널빤지나, 여차하면 캔버스에 종이를 고정한 뒤 이젤에 놓고 작업한다. 요새는 모델을 보면서 바로 그린다. 예전에 하던 것처럼 네모를 다 채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그게 가능하다. 색은 절대 섞지 않는다. 그 대신 여러 겹의 레이어를 만들고, 품질이 뛰어난 아크릴 베이스의 픽서티브(정착제)를 듬뿍듬뿍 뿌린다. 바탕칠을 할 때 사람의 피부는, 유화를 그리던 때와 마찬가지로, 밝거나 어두운 녹색 톤을 사용한다. 그런 다음 정착시키고 그 위에 분홍색과 복숭아색을 덧칠한다. 이렇게 하면 두 겹의 레이어를 통해 색이 드러나며, 음영 등의 효과도 얻을 수 있다. 그러고 나서 작은 콩테 연필로 한꺼번에 빗질을 하듯 다듬는데, 말하자면 붓질과 동시에 소묘를 하는 것이다. 그다음 이 과정을 반복하고, 다시 또 반복한다. 이런 식으로 레이어가 쌓이고 쌓인다. 절대로 문지르지 않는다.(파울라 헤구, 164쪽)
나는 체계적으로 잘 정리된 요소들의 집합을 다루는 것이 아니다. 즉, 작품의 요소들을 어떻게 끼워 맞출지 계획을 세우고서 작업하지 않는다. 거기서 나오는 두려움과 걱정은 비록 어마어마하나, 실상 내가 예술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스튜디오형 작가가 도저히 되지 못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내게는 이른바 ‘작은 죽음’처럼 느껴진다.(리처드 웬트워스, 41쪽)
파울라 헤구의 말처럼 구체적인 기법으로 작품의 바깥을 잘게 나눠 보여주거나 리처드 웬트워스의 말처럼 추상적인 동기와 철학으로 작품이 시작되기 전 시점을 들려주기도 합니다. 동등하게 주고받는 대담이라기에는 인터뷰의 대상이 된 작가 쪽에 무게가 많이 쏠려 있지만, 그렇기에 개별적으로 배려된 질문과 답변 속에 이전까지 발언되거나 누설된 적 없는 생각과 철학, 방향과 말투가 드러납니다. 인터뷰 사진을 배제하여 그들의 세세한 표정을 관찰할 수 없어져 각자의 문장이 표정을 대신합니다. 하나의 세계를 완성한 작가는 고유한 말투와 언어 체계 역시 갖는 모양입니다.
뤽 타위만스가 ‘회화가 다루는 것은 현실의 시간이 아니라 그려진 시간’(148쪽)이라고 말한 것처럼 인터뷰가 다루는 것은 현실의 논평이 아니라 스스로 말해진 예술가 그 자체입니다. 그래서 어떤 부분에서는 비밀에 가깝게 묶여 있던 이야기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풀려 나오기도 하고, 어떤 부분에서는 항변에 가깝게 자기-합리화-포장되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는 미술관에서 회화 작품을 감상하던 사람들처럼 다시 이 문답 앞에 판단의 위치에 놓입니다. 모순을 고백하기도 하고 자신의 전시를 실패작으로 규정하기도 하며 작품의 근원과 작동법을 열거하는 이들의 언어는 유독 그들의 작업과 닮아 보입니다. 사변적인 뒷이야기나 개인적인 근황보다는 열두 명이 각자 만든 소형의 선언 내지는 성명처럼 읽힙니다. 그것이 치밀하게 짜여진 전략이든 엉성한 우연이었을 뿐이라는 너스레든 이들의 고유한 항해술이 독자에게 새로운 관람과 판단의 계기 혹은 연결고리로 기능하길 바랍니다.
- 이로(유어마인드)
▣ 작가 소개
저자 : 화이트 리뷰(The White Review)
[화이트 리뷰(The White Rview)]는 2011년 창간된 영국의 문예지다. 신예 예술가 및 작가가 창작한 예술적 또는 교육적 가치가 뛰어난 작품들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잡지를 표방하며 창간되었다. 예술과 문학, 그리고 그 교육을 진흥하는 것을 목표로 2011년 2월 시작하여 2015년 현재 14호까지 꾸준히 발행되고 있다. 1889년부터 1903년까지 파리에서 발간된 [라 르뷔 블랑슈(La Revue Blanche)]에서 일정 부분 영감을 받았으며, 그 제호를 역영해 [화이트 리뷰(The White Review)]로 이름 지었다.
역자 : 정은주
고려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공연예술학 석사과정을 수료한 후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계간 〈GRAPHIC〉 국제판의 번역과 감수를 맡아왔으며 〈W〉, 〈CA〉, 〈바이시클 프린트〉 등 여러 잡지와 『플레이스 / 서울』(공역), 『모든 것은 노래한다』, 『벨로: 자전거 문화와 스타일』, 『연필 깎기의 정석』, 『디자이너가 되는 방법』 등을 번역했다.
▣ 주요 목차
서문 - 고유한 항해술과 안팎의 언어
1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 Hans Ulrich Obrist
2 리처드 웬트워스 - Richard Wentworth
3 구스타프 메츠거 - Gustav Metzger
4 쥘리아 크리스테바 - Julia Kristeva
5 리베카 솔닛 - Rebecca Solnit
6 머리나 워너 - Marina Warner
7 뤽 타위만스 - Luc Tuymans
8 파울라 헤구- Paula Rego
9 존 스테제이커 - John Stezaker
10 엘름그린 & 드락셋 - Elmgreen & Dragset
11 소피 칼 - Sophice Calle
12 유르겐 텔러 - Juergen Teller
이미지
뤽 타위만스 | 존 스테제이커 | 엘름그린 & 드락셋 | 소피 칼 | 유르겐 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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