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현대’를 살아가는 음악학자들이 ‘재해석한 오페라’
1600년, 현존하는 최초의 오페라 <에우리디체>의 탄생 이래, 오페라는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그 매력을 과시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오페라에 감동하는가? 오페라가 오랜 시간동안 살아남으며 사람들을 열광시킨 이유는 무엇인가?
오페라는 한마디로 음악으로 말하는 연극이다. 오페라에는 노래가 있고, 문학이 있고, 춤이 있고, 화려한 미술(무대장치 및 의상)이 있다. 이 모든 것이 결합한 하나의 총체적 예술인 것이다. 여기에 더해 오페라에는 철학이 있다. 인본주의로의 회귀를 표방했던 르네상스 시대에 시와 음악의 완전한 합일을 이루었던 그리스 비극의 재현을 이루고자 한 오페라 태동의 이유에서도 볼 수 있듯이, 오페라는 당시 사회적 문화적 요소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각종 인간군상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페라를 사랑한 학자들은 오페라 속에 담긴 이 의미들을 풀어내고자 했으며, 이 과정에서 많은 미학적 논쟁과 가치판단의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나 뮤지컬이 대중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오늘날, 오페라는 쉽게 접하기 어려운 고상한 취미로 전락한 상태이다. 오랜 시간 이어져왔던 오페라의 시대는 막을 내리는가? 오늘날 오페라는 과연 유효한가? 그들만의 세상 속에서 자칫 피상적인 논쟁만 지리멸렬하게 오가는 것은 아닌가?
이 책은 이러한 의문들에 대한 답이다. 과거는 과거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현재와 미래는 과거를 토대로 형성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여전히 오페라는 유효하다. 이에 저자들은 몬테베르디로 대표되는 르네상스 시대의 작품부터 진은숙의 현대 오페라에 이르기까지, 9개의 작품을 선정해 현재의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악행을 저질렀지만 마리아와 같은 순교자로 거듭난 매리’, ‘달콤한 로맨티스트로 묘사된 폭군 네로’, ‘가부장제 사회의 맥베스 부인’, ‘혼인빙자 사기극을 철썩 같이 믿는 <봄봄> 속의 나’와 같은 다양한 인간군상과 그들을 둘러싼 세계들이 시공간을 초월하여 현실세계 속에서 재편되고 서술되고 있다.
가장 인간적이고 대중적인 장르
몬테베르디의 <포페라의 대관>은 ’평민’ 관객을 위해 웃음 장치를 곳곳에 배치하였다. 초창기 오페라는 주로 카니발 기간에 공연되었기 때문에 정서적 공감으로 웃음과 즐거움을 선택한 것이다. 또한 오페라 극장의 부흥을 이끈 평민 관객들의 공감은 흥행에 가장 큰 요소였다. 따라서 초기 오페라는 예술성보다 오락성을 더 중시했으며, ‘대중’에 가까이 하려했다.
진은숙의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오페라 속에서 끊임없이 자기 존재에 대한 물음을 하는 앨리스를 통해 근대적 세계에서 이성적인 사고를 하는 인간의 모습을 나타낸다. 근대적인 자아를 지닌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서 겪게 되는 존재에 대한 성찰을 통해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반문하고, 이를 통해 근대의 인간의 모습을 이상한 나라에 사는 인물들과 끊임없이 충돌을 빚어낸다. 그리고 이러한 내용은 오페라 가수, 악기의 음색과 기교로 표현되고 연출된다. 이처럼 오페라는 청중과 가까이 하려했고, 인간사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고자 했던 장르였다.
그 외에도 급변하는 사건의 전개, 인물의 행위에 대한 타당성 부족, 밤의 여왕에 대한 인물에 대한 설명으로 인과관계가 부족하다고 평가받는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에 대한 재해석. ‘다큐멘터리 디지털 비디오 오페라’라는 장르로 오페라를 재설정하여, 20세기 테크놀로지와 인류와의 상관관계를 표현한 스티브 라이히 〈세 개의 이야기〉 등 고전 오페라와 현대 오페라에 이르기까지 시대 흐름에 따라 오페라라는 장르가 어떻게 재규정되고, 기존 작품이 어떻게 재해석되는지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무대, 연출, 문학, 음악 등 청중을 매혹시키는 많은 요소 가운데 오페라라는 장르 본질은 음악이다. 각 장의 끝에 수록된 DVD 정보를 참고하여 음악을 들으면서, 저자가 해석한 내용을 생각해보는 것도 오페라를 감상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작가 소개
엮은이 : 오희숙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 이론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며, (사)음악미학연구회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이화여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독일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에서 음악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현대음악과 음악미학 분야에 관심을 가지며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작곡으로 보는 한국현대음악사」(2019), 『음악과 천재: 음악적 천재 미학의 역사와 담론』(2012), 『음악 속의 철학』, 『철학 속의 음악』(2009), 『쇤베르크의 달에 홀린 피에로』(2008), 『20세기 음악 1, 2』(2004) 등이 있다.
엮은이 : 이용숙
음악평론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독문학, 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독문학과 음악학, 서울대학교에서 공연예술학을 공부했고 공연예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5년부터 <연합뉴스> 문화부 오페라전문 객원기자로 공연 리뷰를 기고하고 있으며, 서울대학교, 무지크바움 등의 강의와 방송 및 공연해설을 통해 음악과 인문학의 즐거움을 전하고 있다. 국립오페라단 드라마투르그로 오페라 제작에 참여하기도 했다. 저서 <오페라, 행복한 중독> <지상에 핀 천상의 음악> <춤의 유혹> <사랑과 죽음의 아리아>, 공저 <클래식 튠> <오페라 속의 미학Ⅰ> <오페라 속의 미학 Ⅱ>, 역서 <책상은 책상이다> <알리스> <천년의 음악여행> <박쥐> 등 40여 권이 있다. 제 6회 한독문학번역상을 수상했다.
엮은이 : 음악미학연구회
음악미학에 관심 있는 음악학자들과 서울대학교 음악학 전공 석·박사 학생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스터디 모임이다. 정기 세미나를 통해 음악미학의 다양한 주제를 연구하는 한편, 연구서 발간을 통해 음악학을 연구하는 후속세대를 위한 학문적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또한 현대 사회와 문화 전반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음악미학의 영역을 확대하고, 음악애호가 및 대중과의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목 차
편집자 서문
1장 미덕을 조소하는 욕망의 승리:
17세기 베네치아 카니발과 초창기 오페라
몬테베르디의 〈포페아의 대관〉 / 이용숙
1. 카니발의 목표: 에로스의 웃음과 성취
2. 죽음의 시대, 향락 추구의 합리화
3. 극장 흥행을 고려한 평민 등장인문들의 부상
2장 영원한 지혜에 대한 갈망
모차르트의 〈마술피리〉 / 이성률
1. 오페라 〈마술피리〉 대본에 대한 논쟁
2. 오페라 〈마술피리〉에 나타난 다양한 소재
3. 거짓과 진실 그리고 지혜에 대한 갈망
3장 숭고미의 음악적 표현
도니제티의 〈마리아 스튜아르다〉 / 이지연
1. 역사적 인물로서의 매리 여왕
2. 실러와 도니제티 작품 속 매리 여왕
3. 오페라의 드라마적 측면에 반영된 숭고미
4. 숭고의 음악적 표현
4장 물결치는 사랑과 바그너식 열반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 김원철
1. 물의 메타포와 물결치는 사랑
2. 죽음과 사랑
3. ‘화성의 바다’로 표현된 사랑
5장 팜므파탈의 등장? 사회적 약자의 부상!
쇼스타코비치의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 / 우혜언
1. 레스코프 vs. 쇼스타코비치
2. ‘여성-모티브’ 카테리나
3. 쇼스타코비치 음악에 나타난 풍자의 미학
4. 카테리나의 삶을 무대와 현실로
6장 김유정의 아이러니적인 해학과 조우한 오페라
이건용의 희극오페라 〈봄봄〉 / 김미영
1. ‘현실에 대한 통찰을 이끌어내는 김유정의 아이러니적인 해학
2. 오페라로 재창조된 김유정의 해학
7장 테크놀로지에 실린 목소리
스티브 라이히의 〈세 개의 이야기〉 / 이민희
1. ‘다큐멘터리 디지털 비디오’ 오페라
2. 소재로서의 테크놀로지
3. 매개로서의 테크놀로지
4. 시학적 관점에서의 테크놀로지
8장 근대적 자아의 존재론적 여정
진은숙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 원유선
1. 꿈Ⅰ: 꿈의 공간과 앨리스의 존재론적 회의
2. 앨리스의 목적 없는 여정
3. 이상한 나라에서 나타나는 전복의 미학
4. 꿈Ⅱ: 앨리스의 존재적 지평 확장
9장 판소리와 서사극, 낯섦과 익숙함의 변증법
아힘 프라이어의 〈수궁가〉 / 배묘정
1. 왜 판소리 오페라인가?
2. 판소리 〈수궁가〉와 서사극 기법
3. 판소리와 서사극의 만남과 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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