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과 면의 시간들

고객평점
저자최울가
출판사항인문아트, 발행일:2017/12/15
형태사항p.247 46판:20
매장위치예술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98259259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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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1. 동시대성과 그림의 문학성을 획득하다

이 책은 2016년에 출간된 나는 하이에나처럼 걸었다의 개정판이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초판에서 빠진 글과 작가의 최근 그림들을 보충하여 작가가 지향하는 그림 세계의 정점을 보여주고 있다. 2000년부터 시작된 오일 페인팅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로 화단의 주목을 받아온 서양화가 최울가의 30년에 걸친 예술 행로를 알 수 있는 책이다. 1980년대 20대 후반에 파리로 건너가 40대 중반인 2000년에 뉴욕으로 옮기면서 세계적 화가로 발돋움한 작가는 파리와 뉴욕 시절에 그려진 그림과 함께 그동안 써온 일기와 수필 등을 모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자유롭게 낙서하듯이 그린 150점의 그림과 문학적 감수성이 물씬 베어나는 글이 어우러져 있다.
1부에서는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의 탄생에 대한 작가의 회화론, 그림의 사상적 바탕을 이루는 원시주의에 대한 천착, 그리고 현대미술에 대한 철학적 성찰 등이 담겨 있다. 2부에서는 현대미술의 본고장인 뉴욕에서 생존과 싸우면서 새로운 그림에 대한 열망과 자유를 향한 몸부림이 뉴욕의 일상적 삶을 통해 그려져 있다. 3부에서는 20대 후반 파리로 건너간 후 몽환과 현실 속에 갇혀 좌충우돌하면서 존재와 우주, 그리고 그림에 대한 사고의 확장을 엿볼 수 있는 파리 시절의 이야기가 일기 형식으로 쓰여 있다. 책에는 자신의 스토리를 가지고 그림을 그려 나가는 작가가 그림에 있어서 동시대성(컨템포러리 예술)을 획득하는 과정과, 그림의 문학성을 성취하는 과정이 내면 고백을 통해 그려져 있다.

“뉴욕이라는 환경은 나를 새로운 작품 세계로 이끌어주었을 뿐 아니라 나의 삶도 바꿔 놓았다. 파리에서는 회색빛 고독과 외로움의 연속이었다면, 뉴욕에서의 작가생활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상업적 토템 위에서 만들어진 치열한 경쟁을 이겨야 하는 전쟁터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달콤함을 얻기 위해서 새로움을 찾아야 하고 그것에 대한 대가를 얻으려고 안간힘을 썼던 것이 어쩌면 한 마리 하이에나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봤다.”

2. 불태워진 그림들과 새로운 그림의 탄생

최울가의 그림들 속에는 기호나 문자가 아무렇게나 등장하고 겹쳐지지 않는 단색과 선묘의 표현이 주를 이룬다. 이는 파리 시절부터 시작된 선과 면, 그리고 색채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뉴욕 시절에 이르러서 조형적 선과 단색의 블랙 앤 화이트 면을 구사하여 선의 흐름을 중시하는 미학에 관심을 기울인 결과이다. 하지만 새로운 그림에 대한 탄생은 쉽게 허락되지 않았다. 뉴욕의 모진 추위와 세면조차 맘대로 할 수 없는 허름한 작업실에서 생쥐와 함께 잠을 청하고 피자 조각으로 끼니를 때우는 물리적 고통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그림에 대한 열망을 이어간다. 모든 것이 절박하기만 하던 그때 쓰레기통에 버려진 캔버스의 그림을 지우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게 되지만, 훗날 이 그림들은 불태워지는 운명에 처하게 되고 현재 진행 중인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가 탄생한다. 이 혹독한 시절을 작가는 다음과 같이 고백한다.

“나는 썩은 그림자를 밟고 다녔다. 하이에나의 퀭하고 무지한 도살자의 눈처럼 오직 한 가지의 감각적인 생각으로 뉴욕의 맨해튼 거리를 컹컹거리며 다녔다. 본능적 육신의 감각으로 이어지는 DNA의 작동이 펼치는 발 빠른 정신적 추격전이라고 표현해야 옳을 듯하다. 그랬다. 그때 그 시간에는 온통 절망과 절박함으로 가득 채워진 허기진 하이에나 그 자체의 포효였다. 마룻바닥 구멍 사이로 찾아온 생쥐와의 동거. 절정의 적막 속에 갇힌 듯한 느낌. 그 공간 속에 잠을 청해야 하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공간에서 나 자신과의 전투. 그곳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그림과의 대화.”

3. 무의식 속 즐거움을 원시주의로 표현하다

일찍이 작가는 1980년대에 파리로 건너가 예술적 감수성을 체험하기도 했거니와 2001년 9?11 테러 현장인 뉴욕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작가의 개인적 경험이 작품화하여 삶과 세상에 대한 인식을 일깨운다고 할 때 최울가의 그림은 분명 국내 작가들이 경험하지 못한 그림의 세계를 보여준다. 평온한 일상 뒤에 도사리고 있는 전쟁과 폭력에 대한 예민한 포착은 작가를 불안한 의식 속으로 이끌어가고, 이는 현대문명을 부정(순수한 어린 시절로의 회귀)하고 원시주의(Primitif)를 추구하게 했으며 이를 그림에 투영시켜 왔다. 하지만 작가가 추구하는 평화로운 일상은 작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수많은 문제들로 점철된 현실 속에서 모순에 직면하게 된다.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지구의 원시림 아마존과 아프리카는 현대문명의 잠식으로 점점 더 황폐해 가고 있으며, 인간의 욕망으로 뿜어내는 열기는 지구를 점점 더 붉게 물들이고 나 자신 역시도 그 문명 속에 하나의 작은 테러리스트가 되어 존재하고 있기에 그 모순됨을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하여 그의 그림에는 인간, 집, 자동차, 배, 동식물, 가정용 기구, 권총 등 다양한 오브제들이 충돌하며 자유롭게 배치되어 있다. 이는 어린 시절 즐거웠던 순간들과 암울한 현실의 시간들이 충돌하며 만들어낸 화면이다. 그는 어린 시절 무의식 속 즐거웠던 순간들과 부서지기 쉬운 위태위태한 현실 사이를 오가며 지극히 아나키적인 세계를 구축한다. 이것은 작가의 의식을 얽매는 것으로부터의 탈출이다. 작가는 이러한 인식을 그림 속에서 단순화하고 기호화함으로써 비로소 정신적 자유를 얻게 된다.
국내보다는 뉴욕을 중심으로 한 세계 화단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는 세계적 작가로 재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우리 시대가 기다려 온 큰 작가이며 문제적 작가이다. 이 책은 그 중심에서 평가되고 이야기되어질 것이다. 무엇보다도 그림의 문학성을 완성하였다는 점에서 지금까지 만날 수 없었던 새로운 한 권의 책이 독자들 곁으로 다가간다. 그림이 무엇인지, 예술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원점에서 생각하게 하는 도발적인 책이다. 그림을 사랑하여 그림에 평생을 걸었던 최울가. 캄캄한 터널 속을 헤매며 하이에나처럼 걸어온 그의 기나긴 예술 행로가 궁금하기만 하다.

 

작가 소개

저 : 최울가
서양화가. 프랑스 파리국립장식예술학교 수료 및 베르사유 시립미술학교 졸업.
1956년 울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했다. 일찍이 일곱 살에 일본에 보내져 일본식 교육을 받고 훗날 통역관이 되어 돌아온 개화파 후손 아버지 밑에서 2남 2녀 중 막내로 자랐다.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공부는 중간도 해보지 못했지만, 문학과 음악으로 밤을 새우곤 하는 집안의 문제아였다. 1980년대에 파리로 건너가 예술 세계에 눈을 뜨게 되고 본격적인 화가로서의 길을 걷었다. 15년 동안 파리에 머물면서 작품 활동을 하다가 40대 중반인 2000년에 현대미술의 본고장인 뉴욕으로 옮겨 지금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작품을 탄생시키면서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그림들 속에는 기호나 문자가 아무렇게나 등장하고 겹쳐지지 않는 단색과 선묘의 표현이 주를 이루는데, 이는 어린 시절 내면의 감수성이 문학적 스토리를 가지고 그림 속에 표현된 것으로 보인다. 첫 개인전 이후 5권의 화집을 발간했으며, 국내와 뉴욕·파리·일본 등에서 35회의 개인전 및 단체전에 참여했다.  

 

 

목 차

파리에서 뉴욕으로 온 화가의 예술 행로 _ 제이슨 박
 지극히 아나키적인 그림을 구축하다 _ 나카하라 유우스케
 문학에의 목마름으로 펴낸 화가의 변 _ 최울가
‘선과 면의 시간들’을 펴내면서 _ 최울가

1. 원시와 현대 사이에서
 선과 면에 대한 나의 회화론
 뉴욕, 치열함의 시간들
 원시주의에 대해 파고들다
 언어와 예술
 무의식 속 즐거움을 찾아서
 놀이를 그림 속으로
 아크릴과 유화의 두 얼굴
 내 그림의 네 가지 유형
 추상에 대한 도전과 편견

2. 현실과 작품 사이에서
9.11 그날에
 소호 거리에서
 에드가 알렌 포우의 삶을 생각하며
 안녕 파트릭
 퀸즈에서의 슬픈 기억
 버려진 캔버스와 불태워진 그림
 캄캄한 터널 속을 헤매다
 소중한 인연
 뷰티풀 월드
 스타벅스 커피숍에 앉아서
 블랙 시리즈의 탄생
 그림 앞에 서 있는 작가보다 그림 뒤에 서 있는 작가가 되기를
 하이에나처럼 거닐다
 네 가지 동물의 히스토리
 브룩클린의 세탁소 2층집
 뉴욕에서 만난 프랑스인들
 롱아일랜드시티로 옮기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스페인 식당에서 느끼는 향수
 외로움과의 대화
 뉴욕의 큐레이터
 뉴욕이라는 이민자의 나라

3. 몽환과 현실 사이에서
 신에게 대항하다
 이상한 그림의 탄생
 사막의 환영
 낙타와 여행하는 법
 그늘진 카페에서
 파리의 슬픈 동양인
 귀향
 총을 겨누다
 기억의 세포들에게
 파리의 지하철역에서
 완벽한 행복을 얻는 법
 자유가 가까이 있다
 눈에 보이는 것만
 부다페스트에서
 잠이 깨는 것은 힘들어
 나는 쉬고 싶다
 며칠 동안 그림을 그리지 못한 이유
 그림으로밖에 말할 수 없어
 우주의 시간 앞에서
 한 마리 사자를 피해
 기차역에서
Cafe Boule D’or
그림 앞에서 방황
 아무도 예술에 대해 얘기 안 해
 시간 앞에 무릎을 꿇는다는 것
 일곱 살 어린 소년
8개월 동안 햇빛이 없어
 나도 용사가 되고 싶어
 먼 불빛이 반짝이는 그곳으로
 파리에서 보낸 5년
 나의 길을 가야지
 아이들을 따뜻하게 해 주세요
 우린 모두 귀여운 아이였다
 아프리카는 넓지 않아
 앙상한 파리의 겨울
 무엇을 기다리나
 늙지 않는 아이는 없어
 검은 거울
 나를 믿어야 해
 오후 2시, 한낮의 뜨거움
 뫼동을 떠나던 날
 겨울밤
 언제나 하루만 사는 거야
 나를 그곳으로 데려다주오
 인간이 최초로 그었던 선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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