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1950년대~70년대 한국 극장의 지형도를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살펴보다
『은막의 사회문화사』한국영상자료원에서 출간
관객이 영화를 보고 이를 체험하는 공간인 ‘극장’은 그 중요성에 비해 오랫동안 한국영화사의 주요 연구 대상에서 소외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장은 “관객이 작품을 받아들이는 중요한 환경을 제공하는 곳이자 관람이라는 공적인 동시에 사적인 행위가 일어나는 공간”으로 이에 대한 사회문화적 연구는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여섯 명의 영화사 연구자가 참여한 『은막의 사회문화사: 1950~70년대 극장의 지형도』는 2016년 11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개최된 “은막의 사회문화사: 개봉관의 등장부터 1970년대까지”에서 발표된 일부 글을 수정.보완한 결과물로, 한국영화산업이 복구되는 1950년대부터 정부의 강력한 통제를 받던 1970년대까지 서울과 지역의 극장의 변화와 양상을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고찰하고 분석한다.
극장, 영화를‘구경’하는 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다
다양한 영화 중 한 편을 골라보며 쇼핑을 즐길 수 있는 멀티플렉스 공간이 되기 이전, 극장은 영화 상영과 강연회, 기념식, 정부 행사, 공연 등이 함께 벌어지는 공간이었다. 극장은 한국영화가 급속하게 성장한 1956년 이후에서야 안정적인 영화 수급을 통해 영화전문관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는데, 최신식 영사기와 스크린, 음향시설을 도입했고 관객들의 편안한 관람을 위해 좌석을 지정하고 휴게실을 마련했으며 필요에 따라 건물을 신축 또는 개축하기까지 했다. 단순한 영화 구경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의 변모는 지역적 환경과 관객의 취향에 따른 외국영화전용관과 한국영화전용관의 개설로 이어졌다. 또한 극장의 종류도 개봉관과 2번관, 하번관 등으로 세분화되면서 더욱 다양해진 관객층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2000년대 이후 멀티플렉스 시대가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한국 극장의 모델을 형성했고, 관객은 이렇게 전문화되고 쾌적한 극장에서 영화를 새롭게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출간한 『은막의 사회문화사』는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서울 시내 극장 시설 및 규모의 변화와 이를 통해 새롭게 체험되는 영화적 경험, 독특한 상영 관행, ‘지방’ 상설 극장의 설립과 확산 등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여섯 개의 흥미로운 극장 지형도
여섯 개의 글로 구성된 이 책은 근래까지의 영화 상영의 기본적인 틀을 형성한 1950년대 서울 시내 극장의 지형도와 그 변화 과정을 실증적인 자료를 통해 구체적으로 논구한 이길성의 글로 시작한다. 이길성은 한국전쟁 이후 서울 시내 극장들의 상황을 살펴보면서 50년대 극장이 어떠한 방식으로 증가했거나 감소했는지를 조사하고, 극장 규모와 시설의 변화를 당시의 영화산업적 상황은 물론 제도적 변화와 연결하여 고찰한다. 두 번째 필자인 이지윤 역시 1950년대 중후반 서울 시내 영화관들의 좌석 수, 영사설비, 스크린과 음향시설의 변화 양상 그리고 이 현상을 바라보는 영화계의 시각 등을 분석하면서, 당대 한국영화계의 세계 보편성을 향한 열망이 영화관의 근대화에 투영되어 있음을 밝힌다. 박선영은 50년대 중반 당시 최고의 라디오 스타였던 홀쭉이와 뚱뚱이, 양석천과 양훈이 출연한 [청춘쌍곡선]의 상영 무대 인사에 주목해, 50년대 후반 극장들이 관객들의 요구에 맞추어 어떠한 방식으로 상영을 기획하였는지 살핀다. 또한 스크린과 무대에 동시 출연하며 자신들의 신체로 코미디언이라는 정체성을 보여준 배우들의 역할을 조명한다.
한편 정찬철은 1958년 한국 최초의 시네마스코프 영화 [생명] 이후 [연산군] [춘향전] 등 초창기 한국 시네마스코프 영화가 할리우드 시네마스코프 영화의 문법을 충실하게 따름으로써 관객들을 이미지에 얼마나 몰입시켰는지 논한다. 이어서 위경혜의 글은 1960년대에 숫자와 규모에서 서울에 버금가는 비중을 차지했던 지방 주요 도시의 상설극장을 당시 극장 소유/운영자 및 영사기사의 구술 증언과 심층 면담을 통해 살펴본다. 특히 필자는 서울과 달리 지방도시에서 지속적으로 존재하였던 극장 외 상영 즉 순업과 문화원 상영도 다룸으로써, 1960년대 냉전 시기 대중문화의 형성과 전파에 있어 주요 통로가 되었던 극장이 영화 상영을 통해 지역민의 일상생활에서 어떠한 위치를 점했으며 그 지역의 특성과 어떻게 연관되어 발전하였는지를 밝힌다. 마지막 필자인 송영애는 1960~70년대 서울 개봉관의 지형과 변화를 외화관 단성사를 중심으로 분석한다. 송영애 역시 구술채록 연구를 바탕으로 당시 통계와 신문 기사, 특히 단성사의 경리장부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정부에 의해 변화를 강요당한 서울 개봉관의 변화 양상을 세심하게 파악한다.
이처럼 『은막의 사회문화사』는 영화 매체의 기술적 특성은 물론 상영 제도와 관행 등을 폭넓게 살피고, 서울의 극장들과 지방 극장들을 두루 연구함으로써 영화 연구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번에 영상자료원에서 발간한 『은막의 사회문화사』를 통해 향후 극장에 관한 보다 심도 깊은 연구와 다양한 논의들이 활발하게 펼쳐질 것을 기대한다.
필진
이길성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이지윤
한국영상자료원 연구원
박선영
고려대학교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
정찬철
한양대학교 현대영화연구소 전임연구원
위경혜
순천향대학교 인문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송영애
서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은막의 사회문화사』한국영상자료원에서 출간
관객이 영화를 보고 이를 체험하는 공간인 ‘극장’은 그 중요성에 비해 오랫동안 한국영화사의 주요 연구 대상에서 소외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극장은 “관객이 작품을 받아들이는 중요한 환경을 제공하는 곳이자 관람이라는 공적인 동시에 사적인 행위가 일어나는 공간”으로 이에 대한 사회문화적 연구는 그 의미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여섯 명의 영화사 연구자가 참여한 『은막의 사회문화사: 1950~70년대 극장의 지형도』는 2016년 11월 한국영상자료원에서 개최된 “은막의 사회문화사: 개봉관의 등장부터 1970년대까지”에서 발표된 일부 글을 수정.보완한 결과물로, 한국영화산업이 복구되는 1950년대부터 정부의 강력한 통제를 받던 1970년대까지 서울과 지역의 극장의 변화와 양상을 구체적인 자료를 통해 고찰하고 분석한다.
극장, 영화를‘구경’하는 곳에서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다
다양한 영화 중 한 편을 골라보며 쇼핑을 즐길 수 있는 멀티플렉스 공간이 되기 이전, 극장은 영화 상영과 강연회, 기념식, 정부 행사, 공연 등이 함께 벌어지는 공간이었다. 극장은 한국영화가 급속하게 성장한 1956년 이후에서야 안정적인 영화 수급을 통해 영화전문관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는데, 최신식 영사기와 스크린, 음향시설을 도입했고 관객들의 편안한 관람을 위해 좌석을 지정하고 휴게실을 마련했으며 필요에 따라 건물을 신축 또는 개축하기까지 했다. 단순한 영화 구경에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공간으로의 변모는 지역적 환경과 관객의 취향에 따른 외국영화전용관과 한국영화전용관의 개설로 이어졌다. 또한 극장의 종류도 개봉관과 2번관, 하번관 등으로 세분화되면서 더욱 다양해진 관객층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2000년대 이후 멀티플렉스 시대가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한국 극장의 모델을 형성했고, 관객은 이렇게 전문화되고 쾌적한 극장에서 영화를 새롭게 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에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출간한 『은막의 사회문화사』는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서울 시내 극장 시설 및 규모의 변화와 이를 통해 새롭게 체험되는 영화적 경험, 독특한 상영 관행, ‘지방’ 상설 극장의 설립과 확산 등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여섯 개의 흥미로운 극장 지형도
여섯 개의 글로 구성된 이 책은 근래까지의 영화 상영의 기본적인 틀을 형성한 1950년대 서울 시내 극장의 지형도와 그 변화 과정을 실증적인 자료를 통해 구체적으로 논구한 이길성의 글로 시작한다. 이길성은 한국전쟁 이후 서울 시내 극장들의 상황을 살펴보면서 50년대 극장이 어떠한 방식으로 증가했거나 감소했는지를 조사하고, 극장 규모와 시설의 변화를 당시의 영화산업적 상황은 물론 제도적 변화와 연결하여 고찰한다. 두 번째 필자인 이지윤 역시 1950년대 중후반 서울 시내 영화관들의 좌석 수, 영사설비, 스크린과 음향시설의 변화 양상 그리고 이 현상을 바라보는 영화계의 시각 등을 분석하면서, 당대 한국영화계의 세계 보편성을 향한 열망이 영화관의 근대화에 투영되어 있음을 밝힌다. 박선영은 50년대 중반 당시 최고의 라디오 스타였던 홀쭉이와 뚱뚱이, 양석천과 양훈이 출연한 [청춘쌍곡선]의 상영 무대 인사에 주목해, 50년대 후반 극장들이 관객들의 요구에 맞추어 어떠한 방식으로 상영을 기획하였는지 살핀다. 또한 스크린과 무대에 동시 출연하며 자신들의 신체로 코미디언이라는 정체성을 보여준 배우들의 역할을 조명한다.
한편 정찬철은 1958년 한국 최초의 시네마스코프 영화 [생명] 이후 [연산군] [춘향전] 등 초창기 한국 시네마스코프 영화가 할리우드 시네마스코프 영화의 문법을 충실하게 따름으로써 관객들을 이미지에 얼마나 몰입시켰는지 논한다. 이어서 위경혜의 글은 1960년대에 숫자와 규모에서 서울에 버금가는 비중을 차지했던 지방 주요 도시의 상설극장을 당시 극장 소유/운영자 및 영사기사의 구술 증언과 심층 면담을 통해 살펴본다. 특히 필자는 서울과 달리 지방도시에서 지속적으로 존재하였던 극장 외 상영 즉 순업과 문화원 상영도 다룸으로써, 1960년대 냉전 시기 대중문화의 형성과 전파에 있어 주요 통로가 되었던 극장이 영화 상영을 통해 지역민의 일상생활에서 어떠한 위치를 점했으며 그 지역의 특성과 어떻게 연관되어 발전하였는지를 밝힌다. 마지막 필자인 송영애는 1960~70년대 서울 개봉관의 지형과 변화를 외화관 단성사를 중심으로 분석한다. 송영애 역시 구술채록 연구를 바탕으로 당시 통계와 신문 기사, 특히 단성사의 경리장부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정부에 의해 변화를 강요당한 서울 개봉관의 변화 양상을 세심하게 파악한다.
이처럼 『은막의 사회문화사』는 영화 매체의 기술적 특성은 물론 상영 제도와 관행 등을 폭넓게 살피고, 서울의 극장들과 지방 극장들을 두루 연구함으로써 영화 연구의 폭을 넓히고 있다. 이번에 영상자료원에서 발간한 『은막의 사회문화사』를 통해 향후 극장에 관한 보다 심도 깊은 연구와 다양한 논의들이 활발하게 펼쳐질 것을 기대한다.
필진
이길성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이지윤
한국영상자료원 연구원
박선영
고려대학교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
정찬철
한양대학교 현대영화연구소 전임연구원
위경혜
순천향대학교 인문학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송영애
서일대학교 연극영화학과 교수
작가 소개
저 :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상자료원은 소중한 문화유산인 영상자료를 국가적 차원에서 수집?보존하는 우리나라의 유일한 기구로서 1974년 설립되었습니다. 한국영상자료원은 우리 영상문화유산이 최적의 환경에서 보존?복원되어 후대에 영구히 전달될 수 있도록 기반조성에 전력을 다하고 있으며, 많은 국민들이 영상문화를 적극적으로 향유할 수 있도록 1991년부터 시네마테크 운동을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디지털 시대를 맞이하여 디지털 영상자료의 수집,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복원, 아날로그 자료의 디지털화 등 디지털 아카이빙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영화사 연구 및 발간사업을 통해 한국영화 연구와 보급의 전진기지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목 차
발간사
1950년대 극장의 변화와 전문화의 양상 연구
- 이길성
1950년대 중후반 서울 시내 영화관의 변화와 공간에 투영된 세계보편을 향한 열망
- 이지윤
1950년대 말~1960년대 초 극장의 영화 상영 관행
: 실연무대와 무대인사를 중심으로
- 박선영
1960년대 한국 시네마스코프 영화의 몰입적 스토리텔링 기법
- 정찬철
1960년대 ‘지방’ 상설극장 개관의 역사성
- 위경혜
1960~70년대 서울개봉관 지형과 변화
: 외화관 단성사를 중심으로
- 송영애
1950년대 극장의 변화와 전문화의 양상 연구
- 이길성
1950년대 중후반 서울 시내 영화관의 변화와 공간에 투영된 세계보편을 향한 열망
- 이지윤
1950년대 말~1960년대 초 극장의 영화 상영 관행
: 실연무대와 무대인사를 중심으로
- 박선영
1960년대 한국 시네마스코프 영화의 몰입적 스토리텔링 기법
- 정찬철
1960년대 ‘지방’ 상설극장 개관의 역사성
- 위경혜
1960~70년대 서울개봉관 지형과 변화
: 외화관 단성사를 중심으로
- 송영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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