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의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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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한성우
출판사항어크로스, 발행일:2018/03/14
형태사항p.364 국판:22
매장위치예술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60560428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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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최초의 가요 [희망가]에서 BTS까지
노래가 사랑한 말들, 우리가 기억하는 말들

국어학자가 방탄소년단에게 상을 주고 싶은 이유는 무엇일까? 방언학 분야에서 손꼽히는 연구자인 저자는 노래 속의 사투리도 놓치지 않는다. 과거에는 몇몇 곡에서만 띄엄띄엄 들을 수 있던 사투리가 최근 자주 등장하는 현상에 주목하고, 방탄소년단이 발표한 2013년 노래인 [팔도강산]의 가사를 분석하며 그들의 언어학적 통찰과 사회 감수성에 감탄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감탄하게 되는 지점은 노랫말과 우리의 언어를 대하는 저자의 시각이다. 저자는 사투리가 지역에 따른 방언만이 아니라 계층, 연령, 성별 등에 따른 사회 방언을 포함한다는 것을 일깨우면서, 노랫말의 표준어는 무엇일까 넌지시 묻는다. 그에 따르면 노랫말의 표준은 ‘젊은 세대’의 말이다. 지금의 ‘나이가 든 세대’가 사랑하는 노래도 결국은 자신의 젊은(어린) 시절 노래다. TV프로그램 [불후의 명곡]이나 [슈가맨]이 인기를 얻는 지점도 그때 그 시절을 소환하고 ‘응답’하게 하는 데 있지 않을까. 그 노래가 세월이 흘러 ‘흘러간 노래’가 되고 노랫말이 ‘시간 방언’이 되더라도 ‘당대에는 최신의 곡이었고 최신의 말’을 담아낸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사실을 놓치면 노래와 노랫말의 차이를 세대 간의 갈등”으로 보게 된다고 꼬집으며 “말과 노래는 늘 변하기 마련이고 그 변화는 젊은 세대가 주도한다”는 것을 다시금 주지하게 한다.
이러한 논지는 책 곳곳에서 노랫말과 통계로 증명된다. 1938년에 발표된 재즈풍 노래 [청춘 계급]을 비롯해 1930~40년대의 영어투성이 노래(10장), [샌프란시스코] [아메리카 차이나타운] [홍콩 아가씨] 같은 1950년대에 대거 쏟아진 외국 지명이 등장하는 노래(18장), 이 노래들 모두 당시 젊은 세대의 최신 말을 가사로 쓰며 해방 전후와 한국전쟁 이후의 시대상을 담아낸 것이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노래 속에서 연정의 대상이었던 ‘선생님’의 자리는 ‘오빠’가 대신하고(15장, 13장) ‘역’은 이별의 장소에서 만남의 장소로 변모한다(18장). 하지만 찻집에서 마시던 소위 ‘다방 커피’가 ‘아메리카노’로 변하는 동안에도 ‘술’은 시대를 관통해 인생의 슬픔과 즐거움을 담아내는 ‘한 잔’으로 한결같이 우리 곁을 지키기도 한다(19장).

가사에서 ‘사랑’보다 많이 나오는 말이 있다? 노래가 ‘사랑타령’이라는 데 반대할 사람이 있을까? 노랫말에서도 ‘사랑’을 이길 다른 단어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책은 ‘사랑’을 압도하는 두 단어를 제시한다. 바로 ‘나’와 ‘너’다. 저자는 이를 통해 노래에 대한 정의를 다시금 내린다. 노래는 “1인칭이 2인칭에게 들려주기 위한 것”, 다르게 표현하면 “나와 너의 이야기”다. 물론 그것이 사랑 이야기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노래가 애초부터 사랑타령이었을까? 아니라면 언제부터 사랑타령으로 바뀌었을까? ‘사랑’은 어떤 말들과 함께 나타날까?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일상생활에서 쓰는 명사 중 104위를 차지하는 ‘사랑’은 (인칭대명사를 제외하고) 노래의 제목과 가사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다(12장). 하지만 처음부터 우리의 노래가 사랑타령은 아니었다. 가요에서 최초로 사랑이 등장한 노래는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고 읊은 윤심덕의 [사의 찬미](1926)일 것이다. ‘사랑’이 쓰인 노래를 시대별로 분석해보면 50년대까지는 전체 노래에서 고작 2.19퍼센트에 그친다. 그러다 2000년 이후에 11.03퍼센트까지 오른다. 여기에 ‘러브’와 ‘love’까지 포함하면 무려 65.22퍼센트이다. 저자의 관심은 시대만이 아니라 작사가에까지 미친다. 자신이 만든 전체 곡에서 ‘사랑’ 노래의 비중이 가장 큰 작사자가 ‘SG워너비’라는 사실을 누가 알 수 있었을까?
이뿐만이 아니다. 사랑 앞뒤로 나타나는 단어들을 50위까지 뽑아보기도 하고, 제목에서 사랑을 꾸미는 말들만 모아보기도 한다. 노랫말에서는 ‘눈물, 이별’이 가득하고 ‘아프다, 못하다, 떠나다’가 사랑 뒤에 붙는다. 제목에서는 ‘XX 없는 사랑’과 ‘슬픈 사랑’만이 사랑인 양 보인다. 그럼에도 “사랑노래는 그 기세가 수그러들 줄 모른다”. 심지어 ‘우정’과 ‘친구’를 말하면서도, ‘계절’을 말하면서도, ‘사랑’을 노래하고 있으니 말이다(14장, 16장).
사랑을 쓰지 않은 노래들은 어떨까? 사랑만큼이나 유별난 ‘세월’을 노래하기도 하고(17장), 부조리한 현실을 그리며 ‘시대정신’을 노래하기도 한다(5장). 이처럼 노래는 사랑을 쓰든 쓰지 않든 모두 우리의 삶과 시대를 선율과 리듬 속에 담아내 우리의 가슴과 귀로 파고들어왔다.

왜 노래방 책이었을까?
국어학자가 뽑아낸 100년간의 유행가 26,000여 곡의 사연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노래는 2017년 12월 1일 기준으로 604,029곡이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노래는 26,250곡이다. 이렇게 분석 대상이 추려진 데에는 특별한 기준이 있다. 수없이 많은 노래가 있지만 ‘박제된 말이 아닌 삶 속에 살아 있는 말’을 살피려면 누구나 즐기고 부르며 ‘우리 곁에 가까이 있는’ 노래를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힌 저자는, 음악저작권협회나 음원 서비스 업체가 아닌 노래방 업체에 주목한다. 노래방에는 “‘모든’ 노래가 정리되어 있지는 않지만 ‘의미 있는’ 노래가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손님이 찾지 않을 곡은 제공할 이유가 없으니 노래방 업체의 기준은 철저히 ‘손님’이 된다. “연령, 성별, 취향 등 모든 것을 고려해 손님이 한 번쯤은 찾을 만한 노래”를 가능한 많이 모아놓은 것이 바로 이 ‘노래방 책’이다. 그야말로 ‘우리 모두가 즐겨 부르는 의미 있는 노래’ 즉 ‘유행가’가 대상이다. 이보다 더 좋은 선별 기준이 있을까?
노래방 업체의 목록에서 빠진 비교적 오래된 노래들은 [한국가요전집](전5권)을 참고해 보충했다. 이렇게 1923년에 유성기 음반으로 발매되어 최초의 가요로 꼽히는 [희망가]부터 방탄소년단까지 26,000여 곡으로 선별된 노래의 제목과 가사를 빠짐없이 모두 훑었다. 제목만 해도 원고지 2,600매, 가사는 75,000매 분량이다. 이뿐 아니라 노래의 언어와 일상의 언어를 비교하기 위해 1,400만 어절로 된 일상 언어 말뭉치 데이터를 함께 활용했다. 국내서로는 최초로 계량언어학을 적용한 인문대중서를 선보이는 셈이다. 저자는 풍부한 언어 자료와 탁월한 언어 분석으로 ‘노래를 위한 말’ 속에 담긴 ‘우리네 삶’을 맛깔나고 흥겹게 엮어냈다. 교과서에는 없는, 보통 사람들의 삶과 세상이 담긴 노랫말의 인문학이다.

작가 소개

저 : 한성우 
 충남 아산에서 태어나 서울과 아산을 오가다가 열두 살 이후로는 내내 서울에서 살았다. 아산에서 산 기간은 합쳐봐야 일곱 해 정도인데 말이나 행동, 그리고 머릿속은 전형적인 충청도 사람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공대 진학을 꿈꾸던 자연계열 학생이었으나 진로를 바꾸어 1988년에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입학하였다. 이 학교에서 학사, 석사를 거쳐 2003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가톨릭대학교 교양교육원,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에 재직하다 2007년에 인하대학교 한국어문학전공 교수로 부임하여 현재까지 연구와 강의를 하고 있다. 전공 분야는 한국어음운론과 방언학이지만 일찍부터 글쓰기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 많은 경력을 쌓았다. 박사학위를 받기 전 (주)이텍스트코리아의 문장상담팀장을 맡아 문장컨설팅이라는 새로운 서비스 분야를 개척하였다. 이 때 수도권의 문화재 안내문, 삼성전자를 비롯한 여러 회사의 매뉴얼 등 기관과 기업의 모든 문서에 대한 컨설팅을 하였다. 또한 문화방송의 우리말위원회의 전문위원으로서 아나운서, 기자를 비롯한 방송인의 언어에 대한 연구와 교육도 하였다.

글쓰기와 관련된 연구도 열심히 하여 많은 업적을 내었다. 글쓰기 및 커뮤니케이션과 관련된 저서로는 『경계를 넘는 글쓰기』 (2006), 『보도가치를 높이는 TV뉴스 문장쓰기』 (2006, 공저), 『방송발음』 (2008, 공저)이 있고, 논문으로는 『...텔레비전 자막의 작성과 활용에 대한 연구』 (2004), 『자막의 효율적 이용 방안에 대한 연구』 (2004), 『텔레비전 자막에 대한 시청자의 반응 연구』 (2005), 『대중매체 언어와 국어음운론 연구』 (2008) 등이 있다. 전공 분야에서는 4권의 단독저서와 여러 편의 연구 논문이 있다. 글쓰기 관련 교육도 꾸준히 관심을 가져 현재 재직하고 있는 인하대학교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글쓰기』 (2009), 『새내기를 위한 글쓰기 첫걸음』 (2012)이라는 온라인 강좌를 개발하여 지금도 서비스를 하고 있다. 또한 한국어문학전공 내에 실용글쓰기 과목을 개설하여 문제해결을 위한 창의적인 글쓰기에 대한 연구결과를 학생들과 함께 나누고 있다. 한반도의 남쪽 지역은 물론, 중국의 압록강과 두만강 유역까지 많은 지역을 조사하고 연구했지만 주로 반도의 서쪽을 대상으로 했다. 북한 지역의 말은 학문적, 민족적인 면에서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지금도 틈만 나면 방언조사를 떠날 궁리를 하고 있다.

목 차

머리말
시작하며 | 노래를 찾아가는 길

1부 노래
1 ‘노래’를 부르는 말들
2 노래가 된 시, 시가 된 노래
3 노래도 번역이 될까
4 후렴의 반란
5 금지된 노랫말

2부 말
6 ‘내’가 ‘너’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7 노래가 여운을 남길 때
8 노랫말 속의 사투리
9 노랫말이 부리는 마술
10 물 건너온 말들

3부 사람
11 노랫말 속 주연과 조연
12 사랑타령, 또 사랑타령
13 노래 속 가족, 그리고 ‘오빠’
14 우정, 그 씁쓸함에 대하여
15 노래가 사랑한 직업, 노래로 불리는 이름

4부 삶
16 봄 여름 가을 겨울
17 노래가 그리는 시간
18 노래가 가 닿는 곳
19 먹고사는 일에서 한 발짝 떨어져
20 하늘과 바람과 별과 노래

부록 | 순위로 보는 노랫말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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