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사랑하고 욕망하고 도전하고 실패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에 둔 새로운 아트 큐레이션
1. 오늘의 당신에게 말을 거는 ‘인생 미술’
- 나만의 ‘인생작’을 찾아 떠나는 5,000년간의 그림 여행
·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수산나와 장로들〉, 1610년.
· 조지아 오키프, 〈검은 아이리스Ⅲ〉, 1926년.
· 주디 시카고, 〈디너파티〉, 1974~1979년.
작가, 창작 시기, 소재, 재료 모두 제각각인 이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을 수 있을까? 작품들의 공통점은 여성 작가들이 표현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장로들에게 추행을 당하는 수산나, 여성의 성기 모양을 닮은 아이리스 꽃, 아마존 여전사·테오도라 황후·인권 운동가 메리 울스턴크래프트 등 역사적 여성 13인을 위한 밥상은 〈그녀들을 위한 밥상〉(193~200쪽)이라는 하나의 이야기로 묶였다. 이처럼 《오늘, 그림이 말했다》는 인생이라는 물레를 돌려 새로운 이야기를 직조하며 삶의 흔적이 묻은 ‘인생 미술’을 찾아낸다.
· 에두아르 마네, 〈아스파라거스 다발〉, 1880년.
· 한스 하케, 〈게르마니아〉, 1993년.
· 아이웨이웨이, 〈똑바로〉, 2008~2012년.
1880년, 마네는 〈아스파라거스 다발〉을 절친한 컬렉터에게 팔았다. 친구의 후한 인심에 감동한 마네는 “먼저 보낸 다발에서 한 줄기가 빠져 있었지 뭔가.”라며 아스파라거스 한 줄기를 더 그려 보냈다. 이 그림은 훗날 독일의 미술가 한스 하케에 의해 나치의 유태인 탄압을 밝히는 증거가 됐다. 마네와 친구의 따뜻한 사연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독일(게르마니아)’의 바닥을 파헤친 하케의 작품, 쓰촨성 대지진의 희생자를 추모한 아이웨이웨이의 작품으로 이어진다. 19세기부터 21세기까지, 프랑스와 독일과 중국, 시간과 공간은 달라도 역사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으려는 미술가 정신이 하나로 뭉쳐 〈문제적 미술가들〉(67~74쪽)에 담겼다.
《오늘, 그림이 말했다》에서 다룬 작품들은 기원전 3000년경의 고대 문명에서부터 현대 미술까지 5,000년이라는 기간에 걸쳐 있다. 긴 세월 동안 펼쳐져 있던 이야기를 사람들의 삶을 중심으로 다시 쓰고 엮다 보니, 취직과 결혼과 출산은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몇 세기 전에도 변함없이 쉽지 않았고, 2,000년 전의 그리스에서나 20세기의 한국에서나 여성들의 삶은 슬프게도 비슷했다. 일, 여성, 사랑, 우울, 소비, 실패, 이상, 죽음….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모두가 마주하게 되는 인생의 순간들이다. 이 모든 것을 다양한 방식으로 보고 듣고 느끼고 표현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나면서 당신도 자신만의 ‘인생작’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2. 이과생이 사랑한 ‘우정아 교수의 아트 스토리’
- ‘미.알.못’에게 미술의 감동을 전하다!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우정아 교수는 이과(理科)의 정점에 서 있는 학생들에게 미술을 가르친다. 포스텍에 오기 전에는 카이스트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과생들은 왜 미술 수업을 들을까? 수업 후기를 남긴 학생들의 답변이 재밌다. “여자 친구와 미술관에서 근사한 데이트를 하고 싶어서.” “교양 있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학생들의 귀여운 후기는 우리가 미술에 대해 갖고 있는 가장 솔직하고 순수한 생각을 보여 준다. 미술이라는 게 결국은 편한 사람들과 함께 즐기며 삶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교양 아닐까? 이공계 특성화 대학에서 미술과 역사에 ‘노(NO)관심’인 학생들을 앞에 두고 가끔 좌절할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우정아 교수가 꿋꿋하게 학교와 미술관 등을 오가며 부지런히 강의를 하는 이유다.
보여 주지 않는 것들이 사실 더 많은 이야기를 한다.
틀림없이 존재하는데도 평균적인 관람객의 눈에는 띄지 않는 것들을 찾아내고 싶다.
- 프레드 윌슨
우정아 교수는 읽는 이를 생각하며 오늘의 풍경과 어울리는 그림들을 사려 깊게 골라 《오늘, 그림이 말했다》를 채울 이야기들을 써 내려갔다. 오늘의 눈으로 보기,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기, 전문가의 상아탑에서 내려오기. 그녀의 친절하고 감성적인 눈길이 닿은 이 책에는 익숙한 명화, 처음 만나지만 어딘가 매혹적인 그림, 지적이면서도 감성충만한 글들이 가득하다. 책을 꾸준히 읽다 보면 ‘미.알.못’도 그림에서 위로를 받는 기적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3. 미술관이 어려운 당신을 위한 미술사 수업
- 연대표 밖으로 걸어 나온 새로운 미술사 이야기
“미술사를 꼭 ‘연대순’으로만 봐야 할까?” 연대순 감상법은 미술사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도움이 되겠지만, 어떤 이에게는 공부에 대한 압박으로 다가와 미술을 멀리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누구나 한 번쯤은 미술관에 전시된 작품을 보면서 ‘이렇게 보는 게 맞나?’라는 의문을 품은 적이 있을 것이다. 미술에 정답이 있을 거라는 우리의 편견 때문이다. 미술은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을 바꿔 보면 어떨까? 평소 ‘미.알.못’을 자처하지만 그럼에도 오늘도 미술관을 찾는 당신을 위해 《오늘, 그림이 말했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출발한다.
미술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미술 작품들을 물릴 정도로 봐 온 우정아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운데 두고 나니 그동안 눈여겨보지 않던 작품들이 눈에 들어왔고, 너무 유명해서 오히려 식상했던 작품들이 달리 보였다.”(6쪽) 작가도, 시대도 다른 서너 편의 그림들을 엮어서 자아낸 새로운 ‘아트 스토리’는 지식의 눈으로만 본다면 포착하지 못했을 풍경을 독자들에게 보여 준다. 이 책에서는 명화든 낯선 그림이든, 고대 그리스 유물이든 현대 작품이든, 인상주의든 개념미술이든 큰 상관이 없다. 시기와 사조에 따른 구분이 아니라, ‘인생’이라는 카테고리로 작품을 묶은 새로운 미술사 감상법은 미술을 우리 곁, 아주 가까운 곳으로 데려온다.
작가 소개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전공하고, 미국 UCLA에서 1960년대 개념미술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남겨진 자들을 위한 미술》 《명작, 역사를 만나다》 등을 썼고, 《장소 특정적 미술》 등을 우리말로 함께 옮겼다. 《World Art》 《Art Journal》 《서양미술사학회 논문집》 등 국내외 전문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해 왔다. 국립현대미술관, 삼성미술관, 아트선재센터, 일본 모리 미술관 등의 전시회 카탈로그에 글을 실으며 대중에게 미술사를 친근하게 소개하는 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전쟁과 재난 같은 비극적 사건의 트라우마, 급격한 사회 변화에 따른 집단적 상실감을 재현하는 현대 미술의 다양한 방식과 그 사회적 기능을 연구한다. 지금은 1990년대 이후의 한국 현대 미술을 개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목 차
머리말
1부 무모한 자들의 연대기
겁나게 잘 싸우는 니케의 후예들
신 앞에서 펜을 쥐고
용감하고 무식했던 그 사람
빛을 그리고, 눈을 잃다
쓸모없는 상상
기계의 미래
문제적 미술가들
2부 사랑과 현실 사이
미인이 온다
공주들의 공통점
결혼은 기적이다
엄마의 자격
무자식이 상팔자
사랑의 선물세트
떠나간 연인의 빈자리
희망이 태어난다
3부 마이너들의 역사
안티-안티-에이징
아프니까 어린이다
플랜더스의 개들
미국의 흑역사
차가운 도시의 여자들
그녀들에게 바치는 밥상
거장의 어두운 옆자리
4부 실패한 다음 날
평범하고도 기적적인 사건들
영원한 제국은 없다
성자들의 품격
실패한 다음 날
그의 사전에도 불가능이란 있다
슈퍼스타의 최후
5부 유토피아를 찾아서
단추가 말을 하네
전원일기
자유롭게 걸을 수 있는 도시
컬러풀 유토피아
참을 수 없는 초현실적 우울
가난을 그리다
낯선 곳에서 갑자기 선물을 받는다면
6부 왜 사냐고 묻거든
천국은 미술을 타고
취직이란 거룩한 것
종말의 날이 온다
노동에도 클래스가 있다
파이가 채 식기도 전에
나는 사기 위해 산다
대통령과 스팸과 전쟁
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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