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직접 가서라도 꼭 마주하고픈 그런 그림이 당신의 가슴 속엔 있는가”
한국인들은 독일인들보다 연간 4개월이나 더 일을 한다고 한다.
주위를 둘러봐도 모두들 지친 이들뿐이다. 매일 쳇바퀴 돌 듯 이어지는 이 복잡한 도시에서의 하루하루는 ‘먹고 사랑하고 기도하는’ 환상적인 일상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좋은 삶이 어떤 것인지 한국인들이라고 모를 리 없다. 일주일에 한번쯤은 여유롭게 영화를 보고, 날씨가 좋은 주말엔 가벼운 피크닉을 즐기고, 이따금 영혼을 울리는 예술들을 찾아 공연장이나 미술관을 둘러보는 삶.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다.
알람시계의 시끄러운 소음으로 시작되는 아침. 새롭게 주어진 하루에 대해 더 이상 감사해하지 않는 사람들. 복잡한 거리를 뚫고 무사히 도착한 일터는 곧 전쟁터로 바뀌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생의 에너지를 갉아 먹는 것들뿐이다. 이런 우리를 숨 쉬게 하는 것들은 작고 사소한 순간에 깃들어 있다. 한 줄의 문장이 건네는 위로, 잠시 스쳐간 노래 자락에 치유되는 상처, 우연히 마주친 그림 한 점에 맑게 씻기는 영혼….
『한밤의 미술관』은 그렇게 준비한 이야기다.
숨 돌릴 짬조차 내지 못하는 이들에게, 삶의 고달픔이 코밑까지 차오른 이들에게, 잠시 산책을 나가자고 손을 내미는 책. 일상의 무게는 잠시 내려놓고 미술관의 뜨락을 천천히 걸어보자고 채근하는 책.
영화 「굿 윌 헌팅Good Will Hunting」에서 숀 맥과이어 교수는 윌 헌팅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는 미술에 관해 물으면 뭐든 답할 수 있을 거야.
미켈란젤로를 예로 들어볼까.
넌 그의 걸작, 정치적 야심, 성적 취향까지도 줄줄 읊어대겠지.
하지만, 시스티나 성당의 냄새가 어떤지는 모를걸.
직접 미켈란젤로의 그림을 볼 때, 벅차오르는 감동도.
넌 한 번도 그 성당의 아름다운 천장화를 본 적이 없을 테니까.
이 대사는 우리들을 향한 이야기다. 직접 가서라도 꼭 마주하고픈 그런 그림이 당신의 가슴 속엔 있는가. 『한밤의 미술관』을 읽은 후 당신의 영혼 한가운데 그런 마음이 몽글몽글 맺히면 좋겠다. 이 책을 통해 당신이 그 첫걸음을 뗄 수 있길, 조용히 응원한다.
모든 것이 어둠 속에 잠든 한밤.
고단한 몸을 뉘이고 침대 맡 작은 전등에 불을 켜는 순간,
작고 어둑한 당신의 방안은 이내 미술관이 된다.
작가 소개
저 : 이소라
보고, 듣고, 읽는 것을 좋아한다.
쓰는 것도 좋아하지만 여전히 어렵다.
이화여대에서 불문학을 전공하고 동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프랑스 기메 박물관Musee Guimet을 주제로 논문을 썼다.
많은 이들이 아름다운 예술의 세계를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일상과 예술의 경계를 무디게 하는 글을 쓰고자 한다.
한국화가협동조합 매거진 『미술사랑』에 미술 칼럼을 연재하고 있으며
다음 브런치 ‘위클리 매거진’에 매주 미술과 관련된 이야기를 올리고 있다.
앞으로도 ‘나만의 방식’으로 이야기하는 데 매진할 계획이다.
목 차
- 프롤로그
p.m.7:20 골목 몇 개를 지나 집으로 돌아왔다
01 어느 젊은 화가의 죽음
- 브와디스와프 포드코빈스키, 「광분」
* 한밤의 미술관 산책 - 폴란드 크라쿠프 국립 미술관
02 이토록 아름다운 몰입의 순간 -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책 읽는 소녀」
* 한밤의 미술관 산책 - 워싱턴 D.C. 내셔널 갤러리
03 그녀가 존재하는 방식
- 비비안 마이어, 「자화상」
* 한밤의 미술관 산책 - 하워드 그린버그 갤러리
04 절망의 바닥에 있을지라도
- 존 싱어 사전트, 「카네이션, 릴리, 릴리, 로즈」
* 한밤의 미술관 산책 - 런던 테이트 브리튼
05 하는 일 없이 지내는 즐거움
- 존 윌리엄 고드워드, 「달콤한 게으름」
p.m.9:30 저녁 설거지를 끝내고 주전자에 찻물을 올렸다
06 ‘영원한 사랑’이라는 거짓말
- 프랭크 캐도건 카우퍼, 「무자비한 미녀」
* 한밤의 미술관 산책 - 독일 다름슈타트 헤센 주립 박물관
07 한 인간의 부끄러운 고백
- 에곤 실레, 「이중 자화상」
* 한밤의 미술관 산책 - 오스트리아 비엔나 레오폴드 미술관
08 무無로 돌아가다
- 모래 만다라Sand Mandala
* 한밤의 미술관 산책 - 루빈 박물관
09 아름다워야 할 의무
- 수잔 발라동, 「자화상」
10 불타는 초록빛 희망
- 반 고흐, 「사이프러스 나무와 두 여인」
* 한밤의 미술관 산책 - 크뢸러 뮐러 미술관
p.m.11:40 이불 속으로 들어가 내 작은 몸을 둥글게 말았다
11 당신이 나를 보든 말든
- 메리 카셋, 「오페라 극장에서」
* 한밤의 미술관 산책 - 보스턴 미술관
12 일상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 안드레아 구르스키, 「99센트」
* 한밤의 미술관 산책 - 벨기에 왕립 미술관
13 숨겨진 이야기들
- 에드가 드가, 「에투알」
* 한밤의 미술관 산책 - 오르세 미술관
14 생의 한가운데
- 그리스 무덤 조각Greek grave stele
* 한밤의 미술관 산책 - 아테네 국립 고고학 박물관
15 우리가 잃어버린 그것
- 허버트 제임스 드레이퍼, 「이카로스를 위한 애도」
* 한밤의 미술관 산책 - 런던 테이트 브리튼
- 우리 동네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 PKM 갤러리 / 부산시립미술관 / 경주 솔거미술관 / 뮤지엄 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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