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한 편의 영화는 총체적인 문화 속에서 태어난다.”
1947년, 조반니 베르가의 소설 《말라볼리아가의 사람들》을 각색해 영화화한 『흔들리는 대지』는 당시 이탈리아 사회의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요소들을 배치해 작품에 완성도를 더했다. 루키노 비스콘티는 원작을 이용해 이탈리아 남부 문제에 주목한다. 비스콘티는 『흔들리는 대지』를 제작하기까지의 자신의 사상적 변화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파시즘 시대라 많은 제약이 있었지만, 동시대 이탈리아 삶을 주제로 한 베르가의 작품을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계획했다. 그 이후 전쟁이 터졌고, 전쟁 속에서 레지스탕스운동을, 그리고 내가 속한 정치적 진영의 한 지성인으로서 이탈리아의 모든 문제를 발견했다. 이탈리아 사회구조와 문화적, 정신적, 도덕적 방향성에 대한 문제 말이다.”
그는 2차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 영화를 정의하는 데 중요한 감독 중 한 사람으로 네오리얼리즘을 발전시키고 그 예술성에 기여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흔들리는 대지』는 그의 작품 중 가장 정치적이고 실험적인 영화이며, 이탈리아 전후 영화사에서도 중요한 작품으로 꼽힌다. 또한 마르스크 세계관을 영화로 표현하는 데 그 가능성을 확장시켰다. 마르크스주의를 바탕으로 비스콘티는 문학의 해석자로서, 영화의 감독으로서 당시 파시즘과 가톨릭에 대항하는 영화를 탄생시킨 것이다.
실패와 패자들의 역사
『흔들리는 대지』는 중간상인들의 가혹한 착취에서 벗어날 수 없는 어부들의 모습을 그린다. 가족을 부양하는 주인공 안토니오는 어부들끼리 힘을 합쳐 중간상인들에게 대항하자고 외친다. 그는 직접 생선을 팔기 위해 집을 담보 삼아 배를 사 사업을 시도하지만 결국 실패한다. 결국 그의 가족은 가난으로 해체되고, 그는 다시 바다로 나간다는 게 이 책의 주된 이야기이다. 그럼 이 책은 투쟁의 실패를 기록한 패자들의 이야기인가?
“우리 중 몇 사람이 스스로 일하기 시작하면, 다른 이들도 용기를 낼 거야!
루키노 비스콘티는 기억되지 않는 패자들에게 집중해 역사의 면면에 흐르는 ‘투쟁의 역사’를 보여준다. 격변의 시기를 살았던 그는 이탈리아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역사적인 혁명을 목격했다. 당시 이탈리아의 사회상을 시칠리아라는 작은 섬에 대입시켰고, 국민들의 삶을 시칠리아 어부들의 삶으로 대체시켰다. 마르스크주의자였던 그는 시칠리아 노동자(어부)의 삶과 투쟁을 통해 이탈리아의 민주적 혁명을 꿰뚫은 것이다.
단번에 성공하는 혁명이 과연 있을까. 작은 투쟁에서 혁명으로 세상이 바뀌듯, 한 개인의 이념과 영향력 또한 무시하지 못한다. 이 이야기 속에서 안토니오는 결국 다시 바다로 나간다. 하지만 그는 절망하지 않고 끝없이 희망한다. 언젠간 어부들에게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 확신하며 노를 젓는 안토니오. 이것이 바로 루키노 비스콘티가 찾은 패자들의, 실패의 아름다운 역사다.
루키노 비스콘티Luchino Visconti
루키노 비스콘티는 밀라노 유명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장 르누아르를 통해 영화계에 입문했다. 장 르누아르의 『토니』(1935)와 『시골에서의 하루』(1936)의 조감독으로 시작된 작품 활동은 이후 로베르토 로셀리니, 페데리코 펠리니 등과 교류하게 되고, 1942년 제임스 M. 케인의 소설 《포스트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를 원작으로 한 『강박관념』을 데뷔작으로 발표하며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면모를 과시한다. 또한 두 번째 영화 『흔들리는 대지』(1947)로 어부들의 노동과 착취를 사실적으로 그려 네오리얼리즘의 중심에 선다. 『흔들리는 대지』, 『로코와 그의 형제들』과 함께 ‘시칠리아 3부작’인 『레오파드』는 네오리얼리즘에서 벗어나는 분기점이 되었다. 1960년대 중반부터 노골적으로 귀족주의적인 탐미 성향에 빠져든 비스콘티는 『베네치아에서의 죽음』(1971), 『루트비히』(1973)에서 퇴폐적이라 할 만큼 극단적인 아름다움으로 유미주의 성향을 드러냈다. 『가족의 초상』(1974)에서도 이 경향을 이어간 비스콘티는 『순수한 사람들』(1976)을 완성한 후 개봉을 앞두고 1976년 3월 17일 로마에서 의문의 자동차 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났다.
작가 소개
편저 : 이탈치네마
이탈치네마는 이탈리아 영화를 중심으로 한국과 이탈리아의 문화 교류 및 연구를 위해 설립되었다. 국내외 파트너 유치로 양국의 다양한 문화예술의 활성화와 소통을 추구한다. 주요 사업으로는 2009년부터 ‘이탈리아 영화제Italian Film & Art Festival’(www.ifaf.co.kr)를 주최하고 있다.
목 차
루키노 비스콘티와 『흔들리는 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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