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조각가 박찬용이 말하는 자신의 인생과 작품 세계
죽음에 이를 때까지 싸우는 동물은 사실 없어요. 그전에 도망가거나 항복하죠. 그래서 죽을 때까지 싸우는 투견의 행동은 어찌 보면 본능에서 벗어난 겁니다. <죽을 때까지 싸운다>라는 것은 동물이 아닌 인간이 숭배하는 의식입니다. 사람들이 숨기려고 하는 인간의 폭력성이 정말로 병이라면 당연히 질병으로 인정하고 치료를 해야겠죠. 반대로 폭력성이 인류를 유지해 온 힘의 하나였다고 인정한다면, 무조건 폭력성을 외면해서도 안 된다고 봅니다. ─ 박찬용
박제는 귀하고 강한 것에 대한 정복의 욕망이자 승리의 표상이다. 박찬용이 성찰을 요구하는 지점은, 바로 자연에 대한 승리의 전리품을 끌어안고 있는 생명과 폭력 그리고 지배와 소유에 관한 것들이다. 박찬용의 <우상 시리즈>는 현대인의 욕망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이자 인간적 관점, 개인적 소견, 언어적 제한, 철학적 사상 따위에 속박되어 빚어지는 판단의 오류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다가온다. ─ 미술 평론가 김영호
박찬용의 조각은 사실적이며 극적이고 거칠다. 그의 조각은 삶의 장을 투견장으로 그리고 서커스장으로 바꿔 놓는다. 마치 세팅된 무대 같은 그 장소에서 우리 모두는 생존하기 위해 싸우고, 성악설을 실현하기 위해 싸우고, 진화론이 진리임을 증명하기 위해 싸운다. 투쟁의 와중에서 짐승들은 야성을 거세당하고 남근을 거세당하고 욕망을 거세당한다. 작가는 이 불임의 시대에 길들여지지 않는 야성이 회복되기를 원한다. 길들여지지 않는 것은 그 길들여지지 않음으로 인해 존중돼야 한다. 누가 누구를 길들이고 싸움으로 내몰고 웃음거리로 만드는가. 우리 모두는 심지어는 도망갈 출구조차 없는 그 장의 안쪽에 있을 수도 있고 그 바깥쪽에 있을 수도 있다. 나는 그리고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 미술 평론가 고충환
박찬용, 인간의 본질과 사회의 권력 구조를 폭로하다
최근 현대 미술계에서는 입체 작품에 대해, <조각>이라는 용어보다 <설치 미술>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설치 미술은 고정된 형태 없이 전시되는 공간에 따라 형태가 변화하는 작품을 의미한다. 그러한 최근 경향에도 불구하고 박찬용 작가는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조각의 맥을 잇는 작업을 이어 가고 있다. 특히 그의 작품은 구상 조각으로서 인간의 본질과 사회의 권력 구조를 폭로한다. 박찬용 작가의 작품과 조각 인생을 엮은 『박찬용: 조각가로 산다는 것』은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에서 기획되었던 그의 전시 『박찬용 조각전』과 함께 출발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출판사 열린책들에서 운영하는 미술관으로, 열린책들은 창조적 생각을 책에 담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러한 의미에서 전시를 만드는 일과 책을 만드는 일은 다름이 없다고 생각하는 곳이다. 그러나 전시는 일시적이며 공간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 또한 작품은 작가의 생각이 정제되고 다듬어진 결과물이다. 형상을 통해 작품의 의도를 전달하지만, 매우 상징적이기에 언어처럼 명확하게 이해되지 않는다. 이러한 예술의 한계를 조금이나마 극복하고 전시를 통해 다 드러내지 못한 작품의 의미와 작가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박찬용: 조각가로 산다는 것』은 작가와의 인터뷰와 평론 글 그리고 작가 노트와 그의 모든 작품 목록이 실려 있다. 인터뷰는 한국 조각에 조예가 깊은 최태만 비평가가 진행했으며 작가의 어린 시절, 초기 작업, 주요 작품 시리즈, 작가로서의 삶에 대한 질문과 답을 통해 <작가 박찬용>을 입체적으로 담아내고자 했다. 그리고 주요 작품 시리즈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도록 미술 평론가 김영호와 고충환 비평가의 평론 글도 포함되어 있다. 작가의 생각이 오롯이 담긴 작가 노트 역시 작품을 독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박찬용 작가가 작업을 시작한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 주요 작품의 이미지도 함께 수록하였다. 많은 사람이 <현대 미술은 이해하기 어렵다>라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맞는 말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술가 역시 우리와 동시대를 살며 비슷한 것을 경험한다. 차이가 있다면 그들은 더욱 예민하게 세상을 바라본다는 점이다. 현대 미술을 감상한다는 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나와 다른 관점, 눈에 보이지 않았던 비가시적 세계를 본다는 의미이다. 이 책이 권력, 욕망, 폭력, 지배 등의 개념을 통해 인간을 바라본 박찬용 작가의 시각을 해석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동아일보와 『스페이스』가 <한국 최고의 현대 건축>으로 선정한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열린책들이 파주출판도시에 세운 미술관으로, 열린책들의 예술 서적 전문 브랜드 <미메시스>에서 이름을 따왔다. 2009년 완공된 이 미술관은 <건축의 시인>이라 불리는 포르투갈 건축가 알바루 시자가 설계를 맡아 안양 <알바루 시자 홀>에 이어 또 한번 선보이는 미술관 프로젝트이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대지 1,400평에 연면적 1,100평으로, 지상 3층(지하 1층)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다양한 크기의 여러 전시 공간이 하나의 덩어리에 담긴 설계로 유명하다. 다양한 곡면으로 이루어진 백색의 전시 공간은 가급적 인조광을 배제하고 자연광을 끌어 들여 은은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빛의 향연을 볼 수 있는 이 건축물은 건축 자체만으로도 전시 이상의 큰 즐거움을 선사한다. <알바루 시자가 설계한 브라질의 이베리 재단 미술관보다 전 세계적으로 더 많은 방문객을 끌어 모을 것>이라는 포르투갈의 유명한 건축 사진작가 페르난두 게하의 말처럼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개관 전부터 각종 해외 잡지에 소개되었고, 전 세계 건축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지금도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미메시스 아트 뮤지엄은 2010년 말에 개관하였으며, <상상력을 자극하는 예술>을 적극 소개해 나갈 예정이다.
작가 소개
1989년 동국 대학교 예술 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여 년간 총 12회에 걸친 개인전을 통해 동물과 인간이 지닌 욕망과 본성을 탐구하는 조각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의 조각 작품이 드러내는 특유의 거친 물성은 흙으로 주조한 후 알루미늄 주물로 캐스팅하여 만들어 내는 재료적 특성을 보여 주며, 야생 동물의 강인하고 잔혹한 생명력을 생동감 있게 표출하고 있다. 최근 「동굴의 우상」, 「박제」 시리즈를 통해 인간의 욕망과 종교가 교차되는 지점을 탐색하는 작업을 계속해 오고 있다. 지금까지 「투쟁, 그 영원함」(가나 아트 스페이스, 2000)에 이어 「가까운 자들의 관계」(송은 갤러리, 2003), 「가까운 자들의 관계 Ⅲ」(SPIN GALLERY, 토론토, 2004), 「적대적 애정」(ZONE:chelsea, 뉴욕, 2005), 「CIRCUS」(한길 아트 스페이스, 2006), 「짐승들의 느와르」(인사 아트 센터, 2007), 「보헤미안을 꿈꾸는 기회주의자의 변신」(갤러리 그림손, 2009), 「취중천국 ll」(아람누리 미술관 누리 갤러리, 2013), 「박찬용 조각전」(미메시스 아트 뮤지엄, 2014) 등의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2002년 송은 미술 대전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현대 미술관 미술 은행, 송은 문화 재단, 분당 율동 공원, 연천시 등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목 차
머리말 미메시스 그리고 박찬용
인터뷰 초기 작품부터 작가 생활에 대해
평론 1 본능적 투쟁 욕망의 알레고리 / 김영호
Critique 1 Allegory of Instinctive Fighting Desire Young Ho Kim
평론 2 박찬용의 상황주의 조각: 서커스, 짐승들의 누아르 / 고충환
Critique 2 Situationalistic Sculptures of Park Chan Yong: Circus, The Noir of Beasts
작가 노트 조각가로 산다는 것
작가 약력
작품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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