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미국팝과 제이팝을 넘어선
‘케이팝 독립’의 역사
‘K’를 붙잡고 ‘팝’을 좇은 욕망이 만든 우리 시대의 음악적 자화상……
H.O.T.가 탄생시킨 팝이 BTS에 이르기까지 겪어낸 위기와 변화의 순간들
★일본에서 출간 후 이미 검증된 최신의 ‘케이팝 참고서’
“2012년 <강남스타일>과 2017년 방탄소년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별안간 전 세계적인 히트곡이 되고, 싸이가 미국 연말 시상식인 AMA 무대에 서며 우리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 5년 후인 2017년, 이번에는 방탄소년단이 세계적 신드롬의 주인공이 되어 AMA에서 를 열창했다. 일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있었다. 2011년 말 일본 최고 권위의 음악 방송인 「홍백가합전」에는 동방신기, 소녀시대, 그리고 카라가 출연해 케이팝의 저력을 과시했다. 그리고 2017년 말 트와이스가 다시 「홍백가합전」에 등장해 무대를 선보였다.
이는 다음과 같은 질문으로 이어졌다. “2012년 <강남스타일>과 2017년 방탄소년단 사이, 2011년과 2017년의 「홍백가합전」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그 답은 이렇다. ‘케이팝은 늘 거기에 있었다.’ 2017년 재발견된 케이팝은 혹자들이 말하듯 반짝 유행이 아니다. 케이팝은 이제 새로운 미디어와 헌신적인 팬덤, 그리고 지금 여기의 뮤지션들이 만든 새로운 세계적 팝이다! 그렇다면 케이팝은 어떻게 새로운가? 이를 알기 위해서 케이팝의 탄생과 확장, 그리고 지금 여기를 알아야 한다.
‘보는 음악’의 도입부터 아이돌의 등장, 블랙뮤직과의 만남, 힙합 문화의 수용, 한국형 매니지먼트의 정착, 일본 진출과 돔 투어, 그리고 아이튠즈와 유튜브의 시대까지, 첫 한국 아이돌인 소방차부터 서태지, H.O.T., 보아, 동방신기, 빅뱅, 소녀시대, 엑소, 방탄소년단, 그리고 트와이스까지. 케이팝의 가장 중요한 순간들과 그 순간들을 만들어낸 뮤지션들을 만나본다.
•탄생: 미국팝과 제이팝 사이에서 태어나다
케이팝의 역사는 곧 ‘아류’에서 벗어나는 과정이었다. 케이팝은 미국팝/제이팝 ‘따라 하기’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케이팝의 역사를 논하는 일은 곧 케이팝이 어떻게 해외 팝의 아류에서 독자성을 획득한 새로운 팝이 됐는지 돌아보는 작업이 된다. 이 책의 1부인 ‘탄생’은 한국 대중음악의 화두가 미국/일본 음악을 어떻게 모방할 것인가에서 시작해 미국과 일본의 음악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로 옮겨가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것이 곧 케이팝의 탄생과정이다.
저자가 케이팝의 원형이 나타난 해로 짚은 것은 1987에서 1997년 사이다. 당시 한국사회는 민주화, 개방화를 겪고 있었고 새로운 세대가 나타나 그전과 다른 음악을 갈구하고 있었다. 이에 한국 대중음악은 1980년대 MTV가 열었던 ‘보는 음악’의 기반 위에서 일본 아이돌과 미국 아이돌의 특징을 흡수하여 ‘보는 음악’과 아이돌의 시대를 열었다. 여기서 소방차와 김완선이 등장한다.
또한 미국 음악 중에서도 특히 1990년대를 섭렵한 ‘블랙뮤직’을 시간 차 없이 도입하면서 랩/힙합이 케이팝의 저변에 스며들게 되었는데, 이 블랙뮤직의 도입을 대표하는 가수가 서태지와 아이들이다.
이 책은 이렇게 한국 대중음악이 미국과 일본의 음악을 과감하게 도입하고 모방하는 가운데 이를 한국적인 느낌과 융화시키려는 노력도 병행되었다는 데 주목했다. 김완선은 미국 아이돌을 모방한 뮤지션이었지만 이미 한국 아이돌만의 느낌을 풍기고 있었고, 서태지와 아이들을 비롯해 당대의 싱어송라이터들, 즉 유재하, 신해철, 김현철, 윤상, 이승환 등 여러 뮤지션은 외국 장르를 받아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미국팝’ ‘제이팝’과 차별화하여 새로운 ‘한국팝’의 프레임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여기에 케이팝만의 매니지먼트가 더해지면서 마침내 케이팝이 탄생한다. 물론 이 매니지먼트 시스템의 핵심은 아이돌이었으며, 여기서 H.O.T.가 태어났다.
H.O.T.는 그 음악적 성격을 선배들로부터 이어받는 동시에 헌신적이고 조직적인 케이팝 팬덤을 출현시키고 중국 등지에서 해외 음악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주면서 케이팝만의 새로운 산업 모델을 제시했다. 즉 케이팝이라는 세계의 등장이다.
‣확장: ‘아이튠즈’와 ‘유튜브’ 시대의 팝
H.O.T.에 이르러 드디어 탄생한 케이팝은 새로운 음악/산업 모델을 획득하며 한류(韓流)라는 신조어까지 낳았지만 ‘세계적’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상태였다. 미국과 일본의 영향 아래에 있다가 드디어 1990년대 그 형태를 드러낸 케이팝은 2000년대에 비로소 글로벌화의 구조를 구축하며 확장했으며 그 과정에서 전 세계적인 팬덤을 획득했다. 제2부 ‘확장’은 곧 이 글로벌화 과정에 대한 기술이다.
이 책에서 케이팝 글로벌화 과정의 핵심으로 꼽은 것은 2000년대 음악시장을 대변하는 두 가지 플랫폼 ‘아이튠즈’와 ‘유튜브’다. 아이튠즈가 대변하는 디지털 음악의 시대는 음악을 구매하는 것에서 공유하는 것으로 바꿔놓았다. ‘유튜브’는 강력한 동영상 플랫폼으로서 매스미디어를 제치고 지배적인 미디어로 부상했다.
저자는 음악시장의 이 같은 판도 변화와 함께 케이팝이 그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또 뛰어나게 반응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케이팝은 ‘보는 음악’에서 출발해 이미 유튜브에 최적화돼 있던 콘텐츠, 즉 뛰어난 비주얼, ‘칼군무’, 다채로운 패션 등을 바탕으로 빠르게 확장했다. 또한 케이팝 팬덤도 소셜미디어에서 동영상 편집, 동영상에 자막 달기, 리액션 비디오 업로드 등의 활동을 전개하며 뜨겁게 반응함으로써 소셜미디어는 케이팝의 음악 공간이 되었다. 빅뱅, 소녀시대, 엑소,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등은 여기서 탄생한 팝스타들이다.
또한 2부에서는 글로벌화와 함께 비교적 케이팝의 주변부로 생각됐던 발라드와 걸그룹이 확장시킨 케이팝에 대해서도 논의한다. 케이팝의 내용적 확장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화되기 위해서는 감추어야 할 것으로 여겨져온 발라드의 한국적 ‘뽕끼’는 이제 케이팝을 확장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걸그룹은 이전까지는 보이밴드의 주변부에서 ‘귀여움’ ‘섹시함’ 등 한정적 정체성을 바탕으로 활동해왔다. 그러나 소녀시대가 다른 걸그룹은 물론 보이밴드들을 압도하며 케이팝의 아이콘으로 등극하며 그 한계를 넘어섰고, 이후로 원더걸스가 직접 작사 작곡한 곡만으로 이루어진 앨범을 발매하는 등 자기 서사와 경험을 이야기하는 여성 아이돌이 등장함으로써 새로운 가능성이 모색되고 있다.
Ⅱ지금 여기: 과정과 스토리를 공유하는 동시대의 팝스타
‘미국팝’ ‘제이팝’에서 벗어나 ‘케이팝’으로서 지위를 획득하고, 글로벌화를 통해 해외시장과 글로벌 팬덤을 획득한 케이팝의 현재는 그럼 어떤 모습인가? 제3부 ‘지금 여기’는 케이팝이 지금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짚는다. 일단 저자는 케이팝이 주류의 팝이 되었음을 선언한다. 이는 케이팝이 더 이상 아류가 아님은 물론 트렌드를 이끄는 ‘쿨하고’ ‘힙한’ 팝이 되었다는 의미다. 빅뱅의 지드래곤 등은 세계적인 ‘테이스트 메이커’로서 이를 증명한다. 『가디언』은 지드래곤이 디플로, 바우어 등 해외 톱 뮤지션들이 공동 작업 파트너로 꼽는 가장 쿨한 뮤지션이자 이탈리아 『보그』의 표지를 장식하고 매년 파리 패션위크 맨 앞줄에 초대되는 세계적인 패션 리더라는 점에 주목했다. 사람들이 느끼는 ‘쿨함’은 그의 음악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노래와 랩, 댄스 이외에 그의 스타일, 복장, 액세서리, 태도와 표정으로 표현되는 뉘앙스까지가 지드래곤이라는 이름으로 소비된다.
그러나 케이팝의 스타들은 단순한 동경의 대상이 아니다. 이 책에서는 케이팝 뮤지션들이 팬들과 이룬 공동체의 성격에 주목한다. 케이팝 뮤지션들은 그 팬들과 결과 이상의 것들을 공유해왔다. 선발부터 데뷔까지의 여정, 안무 연습 과정 등을 유튜브 등에 공개하고, 팬들과는 트위터 등지에서 활발하게 소통하며, 자신의 서사와 경험을 노래와 퍼포먼스 속에 녹여내 팬들과 ‘감정의 공동체’를 이룬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방탄소년단은 데뷔 초기부터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함으로써 탄탄한 팬덤을 구축하고 세계적 톱스타로 떠올랐다. 지금의 케이팝 아이돌은 ‘과정과 스토리를 공유하는 동시대의 팝스타’인 것이다.
한편 케이팝 아이돌의 이런 성격을 가장 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각종 ‘오디션 방송’이다. 이 오디션 방송을 통해서 소비되는 것은 ‘아이돌이 되려는’ 아이돌들의 모습이다. 그리고 오디션 과정 동안 이들의 노래, 댄스 등 기본적인 실력은 물론이고 아이돌로서의 매력, 미숙한 태도와 발언 등이 시종일관 관심의 대상이 되며 때로 여기에 날선 비판이 가해지기도 한다. 이는 이들이 데뷔한 후에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세계적 톱스타가 되더라도, 아이돌들은 언제나 혹독한 시선 위에서 끊임없이 검증을 요구받는다. 이것은 ‘셀럽’의 일거수일투족이 평가받는 이른바 유튜브 시대 스타가 피할 수 없는 것이지만 과정과 서사를 공유함으로써 지금의 위치에 오른 케이팝 아이돌은 유독 이중, 삼중의 시선 위에 서 있다. 이 책은 아이돌들이 속한 이런 현실을 비춰 케이팝의 주체인 아이돌의 정체성과 아이돌과 대중의 관계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작가 소개
문화사회학자. 미디어/문화 연구 전공. 1976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언론정보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도쿄대 대학원 학제정보학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도쿄대 조교Assistant Professor, 일본학술진흥회 특별연구원, 조지타운대 방문연구원 등을 역임했고, 2018년 현재 홋카이도대 준교수로 재직 중이다.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동아시아의 미디어, 음악, 도시, 관광 문화를 연구하고 있으며 일본에서 다수의 책과 논문을 썼다. 한국에서 출간된 책으로는 『일본을 금하다: 금제와 욕망의 한국 대중문화사 1945-2004』(글항아리, 2017)가 있다.
목 차
한국어판 서문│프롤로그
제1부 탄생
1장 한국팝과 아이돌
한국가요│‘K’의 느낌│‘보는 음악’의 등장│또 하나의 ‘보는 음악’, 일본형 아이돌│구세대의 위화감│소방차: 한국형 아이돌의 원형│일본형 아이돌의 의미│김완선: 한국의 마돈나│아이돌을 향한 시선
2장 블랙뮤직과의 만남
블랙뮤직의 시대│서태지와 아이들: 케이팝의 기준점│교포들의 블랙뮤직│한국어 랩의 정착
3장 한국가요로부터의 이행
X세대의 음악 생산과 소비│싱어송라이터의 시대│한국팝의 프레임│제이팝에서 벗어나기
4장 케이팝의 탄생
시스템의 확립│한국형 매니지먼트│H.O.T.: 케이팝 아이돌의 전형│케이팝 팬덤│케이팝의 ‘탄생’
제2부 확장5장 한일 음악 공간이 갖는 의미
제이팝의 상대 개념으로서의 케이팝│케이팝의 정의│조용필에서 보아까지│보아: 한국과 일본의 음악 공간│동방신기: 케이팝의 형태│케이팝의 공간으로서의 돔 투어│‘노예계약’ 사건│아이돌 산업의 딜레마│‘표준계약’│케이팝의 글로벌화와 제이팝
6장 ‘테이스트 메이커’로서의 케이팝
디지털 음악의 시대│아이튠즈와 케이팝│유튜브: 동영상을 통한 디지털 음악│유튜브와 케이팝│테이스트 메이커│지드래곤: 세계적인 테이스트 메이커│빅뱅: 경계를 넘어선 케이팝
7장 케이팝의 멜로디와 한국적 감수성
케이팝의 발라드│‘뽕끼’라는 감각│뽕끼에서 벗어나기│발라드를 통한 사운드의 확장│아이유: 케이팝의 이정표
8장 걸그룹의 시대
걸그룹의 정체성│소녀시대: 걸그룹의 가능성│다시 만난 세계│원더걸스와 투애니원의 길│레드벨벳과 블랙핑크: 계보와 확장성
제3부 지금 여기
9장 케이팝의 글로벌화
강남스타일: 새로운 전개│‘한국적인 것’이란 무엇인가│케이팝의 핵심에 있는 것들│‘K’와 국가│소프트파워로서의 케이팝
10장 케이팝의 장소
서울: 케이팝의 도시│강남: 집중된 ‘K’의 욕망│홍대: 감각과 스타일의 공간│케이팝의 관광 공간
11장 케이팝의 조건
오디션 방송과 아이돌│케이팝 아이돌의 조건│아이돌 메이커│아이돌의 윤리│엑소: 케이팝 아이돌의 완성│매니지먼트의 한계와 케이팝의 과제
12장 케이팝의 현재와 미래
트와이스: 다국적 아이돌의 초국적 팝│아이돌의 정체성│아이돌의 삶과 죽음│방탄소년단: 케이팝의 지금 여기│과정과 스토리를 둘러싼 감정의 공동체│케이팝과 보편적인 ‘팝의 순간’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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