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내 인생의 영화』는 50여 명의 문화예술인들이 고심 끝에 골라낸 영화들을 매개로 그린 삶의 편린이다. 이 글들은 기본적으로 영화 자체를 새롭게 들여다보는 계기가 된다. 영화를 만드는 이는 감독과 배우를 비롯한 영화인들이겠지만, 그리하여 영화는 작품 자체로서 이미 관객들에게 말 걸고 있겠지만, 누가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그것은 독자 혹은 관객들에게 또 다른 빛깔로 다가올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내 인생의 영화』는 영화를 눈여겨본 문화예술인들의 진솔한 영화 읽기이며 영화의 색다른 재발견이다.
영화 속에 인생 있냐? 인생 속에 영화 있지!
그러나 『내 인생의 영화』는 무엇보다도 ‘자신의 삶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영화를 읽고 있기에 더욱 새롭게 다가온다. 대상화된 영화를 말하는 글은 쉽게 만날 수 있지만 자신을 오롯이 드러내며 영화를 말하는 글은 찾기 쉽지 않은 게 현실. 이 점이 수많은 영화 평론들과 이 책에 실린 글들의 차이다.
각각의 글을 들여다보면 이 점은 더욱 명확하다. 몇몇 영화감독들은 자신의 작품이 아닌 타인의 영화를 통해 그들의 지향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정규적인 코스를 밟지 않은 ‘비질서의 삶’을 드러낸 영화로서 윤인호 감독의 <바리케이드>를 꼽은 김기덕, 조금은 유치할지 모르지만 어린 시절 ‘폭소 만발 재미 만점’으로 온 정신을 앗아갔던 성룡의 영화들을 꼽은 류승완, 할리우드 영화 <더 록>을 통해 배우가 로봇이 아니라 영화 위에 자신만의 고명을 얹는 이들임을 역설하는 이정향. 이들의 글을 통해 현재의 김기덕과 류승완, 그리고 이정향을 추리해내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재의 그들을 만든 자산이 이들 영화이므로 어쩌면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 터.
그러나 생필품도 아닌 영화가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 그것은 영화가 굴곡 있는 삶의 한 순간을 버티는 동안 함께 있어준 둘도 없는 친구이기 때문일 것이다. 드라마 작가 노희경은 하루하루의 생활비를 아껴 빠듯한 생활을 이어가며 드라마를 쓰던 시절 그녀를 위로했던 영화를 고백한다. 대중예술평론가 이영미는 비합법음반의 제작과 배포로 재판을 받고 있던 남편을 뒤로 한 채 ‘합법적으로’ 극적 일루전에 빠졌던 시절을 영화와 함께 회상한다. 소설가 함정임은 사랑하는 이를 잃고 식음을 전폐하듯 음악과 영화를 끊고 살던 시절 조우했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하지만 영화라는 매체가 항상 진지하고 절실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내 인생의 영화』에는 영화 속의 재미와 스릴, 그리고 유머가 감각 있는 필치에 녹아 있다. <에스콰이어> 기자 김유준은 누나와 함께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며 “지기더라”라는 말을 내뱉던 순간을 질퍽한 사투리로 풀어놓는다. 시나리오 작가이면서 영화 <달콤한 인생>을 통해 카리스마적인 연기를 선보인 김해곤은 <우묵배미의 사랑>에서 무대책, 무계획, 무개념으로 일관하는 인물을 연기해낸 배우 박중훈을 회상하며 이렇게 고백한다. “과연 저게 사람의 새끼인가?” <씨네21> 기자 이성욱은 포르노라는 ‘유사 기록영화’와 만난 과정을 영화 <타부>를 매개로 진솔하게 풀어낸다.
50여 명의 필자들이 자신만의 입담으로 엮어낸 다채로운 사연의 세계는 『내 인생의 영화』에 어우러져 깨달음과 감동, 그리고 웃음을 자아낸다.
<씨네21> 최다 필자 동원 칼럼, 내 인생의 영화!
씨네21에서는 창간 10주년을 맞이하여 『내 인생의 영화』를 필두로 단행본 출간을 시작하고자 한다. 이 책은 그간 <씨네21>에 연재되었던 동명의 칼럼을 갈무리해 엮은 것이다. ‘내 인생의 영화’는 총 238명의 필자를 동원했던, <씨네21>의 최다 필자 동원 칼럼으로서 이번 책에서는 개중 50편을 엄선해서 수록했다. 『내 인생의 영화』를 통해서 50여 명의 필자들이 감동적으로 보았던 영화, 그들이 느꼈던 삶의 진실, 그 놀라운 스파크를 느껴보고 싶진 않은지. 그리하여 다시금 영화의 세계로 빠져보고 싶진 않은지. 그 세계가 바로 여기, 『내 인생의 영화』에 있다.
작가 소개
저 : 박찬욱
Park Chan-Wook
감독으로 데뷔하기 이전부터 박찬욱은 예술영화, B급영화, 상업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섭렵하던 영화 매니아였다. 1992년 데뷔작 <달은 해가 꾸는 꿈>과 1997년 두 번째 연출작 <3인조>는 흥행면에서는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여러 장르를 넘나드는 독특한 연출감각을 선보이며 아쉬움이 남는 수작이라는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 이후 한국의 분단현실과 그 속에서 따뜻한 우정을 나누는 남북한 병사들의 비극을 드라마, 액션, 스릴러 등 여러 장르의 요소를 통해 긴장감 있게 그려낸 <공동경비구역 JSA>으로 본격적으로 주목 받기 시작했다. 관객동원 580만이라는 놀라운 흥행기록을 세운 이 작품으로 흥행 뿐만 아니라 ‘웰메이드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재평가 받게 된다. 그리고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및 청룡영화상 감독상, 백상예술대상 감독상, 시애틀 국제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까지 수상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의 반열에 올라섰다.
<공동경비구역 JSA>의 차기작인 <복수는 나의 것>은 한국최초의 정통 하드보일드 영화를 표방하며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킨 작품. 그리고 2003년 또 다른 설정의 복수극 <올드보이>를 선보였다. 국내 관객들이 그 해 단연 최고의 영화로 손꼽았던 이 작품은 ‘15년간의 감금과 5일간의 추적’이라는 긴장감 넘치는 설정에 음악, 촬영, 미술 등 모든 부분에서 스타일리쉬한 연출을 보여주며 많은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2003년 청룡영화상 감독상, 대한민국 영화대상 감독상, 백상예술대상 작품상, 대종상 감독상에 이어 깐느 영화제 심사위원대상까지 수상하며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놀라운 반향을 일으켰다.
자신만의 세계가 녹아있는 주제와 독특한 영화적 감각을 선보이며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박찬욱 감독. 차기작에서는 또 어떤 새로운 연출감각을 선보일지 지금 세계가 <친절한 금자씨>에 주목하고 있다.
[필모그래피]
달은 해가 꾸는 꿈(1992)|감독
박찬욱 감독 특별전-달은... 해가 꾸는 꿈(1992)|각본
박찬욱 감독 특별전-달은... 해가 꾸는 꿈(1992)|감독
박찬욱 감독 특별전-삼인조(1997)|감독
3인조(1997)|감독
박찬욱 감독 특별전-공동경비구역JSA(2000)|각본
공동경비구역 JSA(2000)|감독
박찬욱 감독 특별전-복수는 나의 것(2002)|감독
복수는 나의 것(2002)|감독
박찬욱 감독 특별전-올드보이(2003)|감독
박찬욱 감독 특별전-여섯 개의 시선(2003)|감독
올드보이(2003)|감독
올드보이(영문자막)(2003)|감독
쓰리
몬스터(2004)|감독
친절한 금자씨(2005)|감독
친절한 금자씨(디지털상영)(2005)|감독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감독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디지털상영)(2006)|감독
미쓰 홍당무(2008)|각본
박쥐(2008)|감독
목 차
강헌 l '대부'의 진실을 말해볼까? - 대부
공지영 l 지금은, 슬픈 귀를 닫을 때 - 닥터 지바고
권병철 l 내 인생의 여자 - 올리브 나무 사이로
김기덕 l 우리 안의 바리케이드를 위하여 - 바리케이드
김대우 l '공원의 살인'이 부른 영화 욕망 - 욕망
김동원 l 사이먼 앤 가펑클 뒤의 현실 - 졸업
김병욱 l 내 삶의 마지막 풍경 - 월하의 공동묘지 / 흐르는 강물처럼
김선구 l 길 잃으면 고양이버스 불러줘! - 이웃집 토토로
김유준 l 머, 아홉 번 봤다꼬? 제정신이가? - 타워링 / 사운드 오브 뮤직
김정영 l 튜니티처럼, 주성치처럼 - 내 이름은 튜니티 / 서유기 선리기연
김지운 l 에스프레소 향 풍기는 갱스터 무비 - 글로리아
김해곤 l 아아,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 우묵배미의 사랑
김현진 l 불러본다, 나의 J.D.를 - 헤더스
김홍준 l 공중전화 부스에서의 키스 같은 - 열혈남아
남기웅 l 쓰레기 먹고 힘내기 - 백 투 더 퓨처
노희경 l 당신이 행복할 것 같아서 - 바그다드 카페
류승완 l 나를 흥분시켰던 그분 - 프로젝트 A / 폴리스 스토리
박재동 l 나를 움직인 '움직이는 그림' - 요술소년 / 피노키오
박찬옥 l 슬픈 내 안의 헐크 - 분노의 주먹
박찬욱 l 청춘이여, 안녕 - 복수의 립스틱
방은진 l 소녀에서 여인으로 - 남과 여
배수아 l 예술이 아니라서 재밌다 - 헨리: 연쇄살인범의 초상
백민석 l 춤추고 노래하라! - 그리스
서 정 l 미세한 떨림과 침묵 속에 깃든 구원 - 피아노
손석희 l 에로? 액션? 앗, 사회극! - 알 파치노의 뜨거운 오후
송일곤 l 당신의 불빛 - 시티 라이트
신경숙 l 내 친구 미순아! -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신윤동욱 l 사카린 같이 스며들던 상처야! - 애정만세
심재명 l 잠들지 않는 한여름 밤의 악몽 - 싸이코
오지혜 l 그리고, 가슴앓이가 시작되었다 - 거미여인의 키스
유시민 l 사랑의 이름으로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육상효 l 이것이 코미디다! - 뜨거운 것이 좋아
윤석호 l 프랑스 영화처럼 - 남과 여
윤제균 l 7일 동안 하는 거 아니었어? - 7일 간의 사랑
이두호 l 그냥 아홉 번, 그림 때문에 다섯 번 - 벤허
이성욱 l 나의 청춘을 지배한, 너! - 타부
이송희일 l 내 영화의 시작 - 레즈
이영미 l 내가 신파에 눈물을? - 남과 북
이우현 l 슈퍼맨! 여기도 좀 봐줘요! - 슈퍼맨
이장호 l 아버지와 보고, 딸과 또 보고 - 자전거 도둑
이정향 l 배우가 로봇이 아님을 알다 - 더 록
이충걸 l 비루함, 20대의 장식 - 티켓
이해준, 이해영 l 우린 이런 거 언제 쓸가? - 빌 머레이의 맥스군 사랑에 빠지다
인정옥 l 이 맛이 신파다! - 영웅본색
장민승 l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디지'털' - 몬스터 주식회사
최영아 l 글쎄, 사랑도 변하더라니까 - 봄날은 간다
추상미 l 낯선 감각 즐기기 - 집시의 시간
한 강 l 한 줄의 현 위에서, 홀로 - 현 위의 인생
한재권 l 꿈이여, 다시 한번 - 사랑의 행로
함정임 l 단절 이후 다가온 불온한 천국 -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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