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 중 「버닝」(이창동 감독)과 「보헤미안 랩소디」(브라이언 싱어)가 최고작의 영예를 안았다. 이 두 영화의 쾌거는, 어느 모로는 일찍이 예견된 바 대로고, 또 다른 면에서는 의외인 감이 없지 않다.
영화 「버닝」은 유통회사 비정규직 등으로 생활하는 소설가 지망생 종수(유아인)와, 종수가 배달 일을 나갔다 우연히 조우하게 되는 어릴적 동네 여자 친구 해미(전종서), 해미가 아프리카 여행 중 만나 이해하기 쉽지 않은 관계로 나아가는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 세 중심인물을 축으로 펼쳐지는 미스터리 휴먼 드라마이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시쳇말로 ‘저주받은 걸작’이란 이 경우 아닐까”라고 말하며, “문제적 감독 이창동만의 영화적인 너무나도 영화적인, 기념비적 모험”이라고 평했다.
추천위원들은 「버닝」 선정 이유에 대해 “호불호와 상관없이 전혀 새로운 시도에 한 표”(안숭범)를 던졌으며, “삶의 아이러니를 그려내는 고수의 솜씨”(강유정), “인간 존재와 영화 매체의 본질적 한계에 대한 사려 깊은 탐구”(곽영진), “불확실성의 사회에서 방황하고 좌절하는 세 청년의 일상과 일탈을 예리하게 포착”(김시무)하고 “작가적 세계와 젊은이의 시대성의 만남”(정민아), “애매모호함의 예술성”(정재형), “삶에 대한 통찰력과 영화적 재미”(조재영)를 준 “독창적인 실험성”(최창근)이라고 평했다.
「버닝」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긴 해도, 「보헤미안 랩소디」도 크게 다르지 않다. “1970년 ‘스마일’ 밴드가 퀸으로 변화하는 초기부터 월드투어에 나서는 전설적 밴드가 되기까지 15년간의 여정을 창작과 공연 과정을 오가며 담백한 서사로 풀어내 보”이면서, “프레디란 인물을 매력적 페르소나로 설정해 그 개인사에 초점을 맞춘”, “실화에 근거한 전기 영화”(유지나)로 2019 아카데미상에서 남우주연상(라미 말렉)을 비롯해 편집상, 음향효과상, 음향편집상 4관왕에 오른 걸작이다. 할리우드 외신기자 협회가 수여하는 골든글로브에서는 일찍이 남우주연상 말고도 드라마 부문 작품상까지 거머쥔 바 있다.
『2019 오늘의 영화』는 작년에 개봉한 영화 중에서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20편을 선정. 그 선정 영화에 평론들을 덧붙여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어느 한편도 놓칠 수 없는 중요한 영화요, 영화평론이다. 책의 뒤에는 이창동 감독의 인터뷰(윤성은)를 실었다. 그 어느 때보다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준 이창동 감독의 인터뷰는 「밀양」과 「시」 때 와는 또 다른 깊고 큰 울림을 선사한다. 영화 리뷰의 숱한 빈 구석들을 보완해주며, 미스터리로서 「버닝」에 대한 부연설명, 무라카미 하루키의 의미 등 흘려볼 지점이 거의 없다.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영화를 한 편 한 편 하면서 제 나름대로는 변하려고 노력을 해 왔는데요, 사실 늘 질문을 했어요. 「버닝」에 서는 좀 더 다른 방식, 남들이 잘 안하는 방식의 질문을 해 본거죠. 하지만 저에게는 본질적인 것이었는데, 왜냐하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대체 어떤데, 거기서 우리는 어떤 영화를 만들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니까요. 혹자는 청년 세대의 구체적인 상황을 다루지 않았다고 많이 실망할진 모르지만 저로서는 그 문제의 본질을 이야기 하려고 노력했던 작품이에요.” - 이창동 감독
이 인터뷰는 한국영화의 거장인 이창동 감독뿐만 아니라 영화 「버닝」에 대한 이해를 한층 더 풍성하게 해줄 것이다. 이 책의 설문에 참여한 추천 위원으로는 강유정 곽영진 김시무 박유희 배혜화 송경원 이채원 정지욱 조재영 황진미 등 영화평론가와 문화예술인을 포함한 100명이다. 기획위원으로는 유지나(영화평론가, 동국대 교수), 전찬일(영화평론가, 한국문화콘텐츠비평협회 회장), 손정순(시인, 쿨투라 편집인) 이 참여했다.
『2019 오늘의 영화』는 단순한 앤솔러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과 연대하여 ‘문화예술운동’의 실천적 차원을 의도하고 있다. 이 작은 시도가 동시대 문화의 중핵과 조우함으로써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 내고, 여린 물줄기들이 꾸준히 연대해 나가 언젠가 세계 영화사에 「한국 영화」라는 사조가 만들어지리라 믿는다.
PS: 『2019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시』에는 유계영 시인의 <미래는 공처럼>이 가장 좋은 시로 선정되었다. ‘2019 오늘의 시, 영화’ 시상식은 지난 3월 8일 금요일 오후 6시 30분, 문학의집 서울에서 가졌다.
작가 소개
이화여자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7대학 기호학과 대학원(영상기호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학교 영화영상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페미니즘 영화 여성(공저)』, 『여성 영화 산책』, 『영화, 나를 찾아가는 여정(공저)』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시나리오 작가를 위한 심리학』, 『영화의 역사: 이론과 실제』, 『영상 기호학』 그리고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말의 색채』 등이 있다.
목 차
펴내면서|전찬일
버닝 (이창동)
공작 (윤종빈)
리틀 포레스트 (임순례)
미쓰백 (이지원)
살아남은 아이 (신동석)
소공녀 (전고운)
암수살인 (김태균)
완벽한 타인 (이재규)
폴란드로 간 아이들 (추상미)
허스토리 (민규동)
보헤미안 랩소디 (브라이언 싱어)
더 포스트 (스티븐 스필버그)
로마 (알폰소 쿠아론)
서치 (아니쉬 차간티)
셰이프 오브 워터 (기예르모 델 토로)
쓰리 빌보드 (마틴 맥도나)
어느 가족 (고레에다 히로카즈)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루카 구아다니노)
팬텀 스레드 (폴 토마스 앤더슨)
플로리다 프로젝트 (션 베이커)
<버닝>의 이창동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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