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왜 박춘석 기념관은 만들어지지 않는 걸까?
창작곡 하나 없이 음반을 낸 유명 가수는?
애호가의 눈으로 본 한국 가요사!
한국 대중음악을 시대별·장르별로 살펴보는 책이다. 그러나 단순하게 가요사를 나열한 개론서는 아니다. 저자는 전문가가 아닌 일반 팬으로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이해하고 즐겼던 가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고 한다. 두 남성이 대화하는 방식으로 서술되었고, 덕분에 오랜 친구와 대화를 나누듯, 혹은 아버지의 옛이야기를 전해 듣듯 편안한 호흡으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책을 개인의 소회를 담은 에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저자 나름대로 대중음악에 대해 공부했고, 이를 통해 이화여대에서 한국 대중음악을 주제로 강의도 한 까닭이다.
이 책은 대한제국 말기에 생겨난 창가부터 최근의 싸이 열풍까지 지난 100년의 한국 대중가요를 훑어본다. 나훈아, 이미자의 트로트부터 김민기의 포크, 신중현의 록 음악까지 중년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무엇보다 노래가 만들어진 시대 배경이나 뒷이야기 등을 알 수 있어 대중음악이나 한국 근현대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 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배경음악은 무엇입니까?
우리와 함께했던 그때 그 노래
잊지 못할 히트송을 남겼으나 지금은 보이지 않는 가수를 찾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1990년대의 음악을 재조명하는 시도도 몇 년째 계속되고 있다. 이 열풍 속에서 당신은 어떤 시간을 떠올렸는가? 그 시절 당신의 배경을 장식했던 음악은 무엇이었는가? 우리는 왜 과거의 음악에 열광하는 걸까?
누구에게나 자신이 살았던, 그리고 살고 있는 시대를 장식하는 음악이 있다. 떠올리는 순간 자연스레 장면이 그려지고 흥얼거리게 되는 음악, 우리의 시간을 훨씬 빛나게 해준 그 음악은 주로 대중음악이다. 대중음악은 이렇듯 어렵지 않은 언어와 살가운 선율로 대중의 정서를 정확하게 반영하며 서민들 속으로 파고들어 왔다.
저자는 이것이 바로 음악의 힘이라 말한다. 음악은 모든 사람이, 혹은 모든 계층이 직접 행하고 즐기는 유일한 예술 장르이며 인간의 감성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공연히 업신여김당하는 우리 대중음악을 위해
『예순 즈음에 되돌아보는 우리 대중음악』의 저자 최준식은 전문 음악인이 아니다. 평론가나 가수도 아니다. 그저 한국학을 연구해온 평범한 60대 남성일 뿐이다. 그렇다면 그는 이 책을 어떻게 쓰게 된 걸까? 서문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첫 번째는 대중음악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다.
“「섬마을 선생님」은 도농을 막론하고 50대 이상이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고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희귀할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한 곡이다. 그런데 국민들은 법정의 수필보다 박춘석의 노래에 더 많은 위안을 얻었으면서 왜 박춘석에 대해서는 이렇게 박하게 구냐는 것이다. 이것은 잘못된 현실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에서 박춘석 등과 같은 대중음악 작곡자들이 얼마나 위대한 작곡가인지 보여주고 싶었다. 더 이상 이런 천재 작곡가들을 이렇게 대접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쓴 것이다.” _ 21쪽
“만일 그가 서양 고전음악을 하는 사람이었다면 사람들이 그렇게 무관심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가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이라 이렇게 저평가되고 있는 것 아닐까? 어떻든 배호처럼 저평가 혹은 잘못 평가되고 있는 우리 가수들에 대해 알리고 싶은 것도 이 책을 쓰는 목적 중 하나이다.” _ 22쪽
저자는 우리의 전통문화가 그 진가보다 훨씬 더 낮게 평가되는 것처럼 우리의 대중음악 역시 그러한 상황에 있다고 본다. 「고향역」, 「물레방아 도는데」의 작곡가인 박춘석을 비롯해 길옥윤, 배호 등 수많은 예술가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대중음악은 우리의 삶에서 너무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데, 막상 그 음악을 누리는 이들조차 이 음악을 천시한다는 것이다.
자신과 사회를 이해하게 해주는 대중음악
내가 이 책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아주 간단하다. 우리에게 대중음악이 얼마나 중요한 존재였는가를 알리는 것이다. 대중음악이라는 게 그저 적당히 즐기고 마는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예술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 ……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그동안 즐겼던 대중음악에는 어떤 것이 어떻게 있었는지 정리해보고 싶었다. 만일 이 작업이 성공한다면 근 100년 동안 우리 문화가 어떻게 진행되어왔는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대중음악을 통해 우리 자신을 이해해보자는 것이다. _ 11쪽
저자가 이 책을 쓴 두 번째 이유는, 대중음악을 통해 우리 자신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우리 대중음악은 사회가 변천하는 과정에 발맞추어 끊임없이 변해왔기 때문에 대중음악을 잘 이해하면 지난 세월을 이해할 수 있다. 그때는 왜 그 노래가 인기 있었는지, 그 노래를 듣고 부르던 사람은 누구였는지 되돌아보며 중년을 지나온 이들은 자신의 청춘을 기억할 수 있고, 젊은이들은 아버지 세대를 이해할 수 있다. 대중음악 이해에는 이렇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걸최: 나는 이 트로트 메들리에서 다른 모습을 봅니다. 나는 이 음악을 들을 때마다 조금도 쉬지 않고 근대화나 산업화를 이룩하려고 달려온 우리의 모습이 보입니다. 우리의 선배들이 지난 수십 년 동안 어찌 일했습니까? 쉰다는 개념은 아예 그들의 뇌리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그렇게 바쁘게 산 한국인들이 노래를 느긋하게 들을 여유가 어디 있겠습니까?남강: 그래서 이 메들리에서는 노래가 한 번 시작하면 수십 분 정도 계속되는 것이군요. 세상에 이런 노래가 또 어디 있을까 합니다. 좌우간 카세트테이프의 한 면이 다 돌아갈 때까지 노래는 한 번도 쉬지 않으니 말입니다. 노래를 하고 놀 때에도 일할 때처럼 하는 것이군요.” _ 107쪽
우리 대중음악을 통해 살펴보는 한국 근현대사
역사와 야사를 넘나들며 읽는 ‘우리’의 노래와 사회, 그리고 인생
대중음악은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한 나라의 역사를 말해주기도 한다. 한국 대중음악이 탄생한 이후, 우리 역사에 큰 흐름이 몇 가지 있었다. 일제의 강점, 해방, 조국 분단, 군사독재… 그때마다 대중음악은 시대의 정서를 반영했다.
“걸최: 남강이 말한 그대로입니다. 분단은 사람들에게 아주 큰 고통을 안겨다 주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등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런 것을 잠자코 보고만 있을, 민중의 슬픔을 외면할 트로트가 아니죠. 그래서 나온 노래가 박시춘 작곡의 「가거라 삼팔선」, 혹은 김기태 작곡의 「꿈에 본 내 고향」 같은 노래였습니다.” _ 75쪽
“걸최: 어떻든 이 노래는 이런 장엄함이나 청아함 때문에 1971년에는 건전가요로 선정됩니다. 그런데 웃기는 것은 1975년에 가수들을 억압하는 대마초 파동 일어날 때 이 곡이 금지곡이 되었다는 겁니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죠. 아니 어떻게 건전가요로 선정된 노래가 몇 년 뒤에 금지가요가 될 수 있답니까? 당시는 정말로 코미디 같은 사회였습니다. 이때 금지된 노래가 굉장히 많은데 이 노래들은 1987년 전두환이 물러난 다음에야 풀리게 됩니다.” _ 210쪽
저자의 이야기는 꼭 노래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를 따라 시대별로 유행한 노래를 살펴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우리는 그 시대의 생활상을 보게 된다. 가령 그때는 어떤 시대였는지, 그 노래가 등장한 전후에 나라의 분위기는 어땠는지를 알 수 있다. 대중음악은 한국 근현대사와 오롯이 함께해온 것이다.
“남강: 미국 방송국 이야기하니 생각나는 것이 있습니다. 초기에 미군의 TV 방송은 채널 2번을 사용했지요. 우리나라에 방송국이 3개밖에 없던 시절, 그러니까 TBC(7번), KBS(9번), MBC(11번)밖에 없던 때에 미군 방송이 버젓이 2번에서 나오고 있었던 거예요. 그때는 그게 당연한 것으로 보였죠. 미국이 하는 건 다 옳게 보였던 터라 2번 채널에서 미군 아나운서가 나와 영어로 떠드는 게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습니다.걸최: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 생각해보면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습니다.” _ 84쪽
당신이 지금 듣고 있는 노래는 무엇인가? 당신의 삶에서 음악은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가?
예순을 지나온 이들이든, 바라보는 이들이든 당신과 우리 음악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의 대중음악을 찾아 떠나보자. 그리고 우리의 인생을 살펴보자. 그때 그 노래를 다시 들을 때 나와 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깊이가, 다시 살아갈 힘이 생길 것이다.
작가 소개
서강대학교에서 역사학(한국사)을 전공하고 미국 템플대학교 대학원에서 종교학을 전공했다(종교학 박사). 1992년에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한국학과에 교수로 부임하면서 한국 문화에 대해 폭넓은 공부를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에는 ‘국제한국학회’를 만들어 김봉렬 교수(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나 고(故) 오주석 선생 등과 같은 동학들과 더불어 한국 문화를 다각도로 연구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사단법인 ‘한국문화표현단’을 만들어 우리 예술문화를 공연형태로 소개하는 운동을 시작했고 지금도 여전히 하고 있다. 2013년에는 한국문화가 중심이 된 복합문화공간인 ‘한국문화중심(K-Culture Center)’을 만들어 한국문화 전반을 대중들에게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한국인에게 문화는 있는가』, 『한국 문화교과서』, 『한국의 종교, 문화로 읽는다 1, 2, 3』, 『다시, 한국인』, 『한국 음식은 ‘밥’으로 통한다』, 『예순 즈음에 되돌아보는 우리 대중음악』, 『한국문화 오리엔테이션 1, 2』, 『한 권으로 읽는 우리 예술 문화』, 『종묘대
제』, 『한국 문화의 몰락』, 『서북촌 이야기 上?下』 등이 있다.
목 차
들어가며
장을 열며
대중음악을 어떻게 나누면 좋을까
트로트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신민요와 함께 보기
미군부대 음악과 드디어 유행하기 시작하는 미국 가요: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편하게 즐겼던 노래, 이지리스닝(스탠더드 팝) 노래들
드디어 포크와 록으로
한국 포크 음악의 시작
1970년대 대중가요계의 독특한 움직임에 대해
1980년대 록 음악
1990년대, 드디어 서태지가 등장하다
2000년 이후 가요계의 분위기
한국 대중가요 순례를 끝내며
나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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