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청춘들의 이야기와 서브컬처 역사, 애니메이션 비평까지 담은 진짜 오타쿠 에세이
도쿄 신바시 지역에 고요히 서 있던 빌딩 2층의 편집부, 그곳에서 살다시피 하며 열정적으로 일하던 젊은이들이 있었다. 훗날 오타쿠 문화를 이끌어 나가며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되는 그들이 모인 ‘2층’은 어딘지 수상쩍으면서도 실로 기묘하고 행복한 장소였다. 1980년에 아르바이트로 ‘2층’에서 편집자의 길을 걷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오타쿠 문화의 시작과 미디어 산업의 지각 변동을 실시간으로 목격한 오쓰카 에이지가 그날의 기억을 되살린다.
저자 오쓰카 에이지는 동인지, 상영회, 리스트 만들기 등 최초 오타쿠 세대의 팬 활동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소개한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애니메이션 역사에 어떤 중요한 가치들이 만들어졌는지를 살펴본다. 더불어 <우주전함 야마토>, <기동전사 건담>,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이션까지 오타쿠를 탄생시킨 애니메이션과 서브컬처의 역사를 들여다보고, 이 작품들에 담긴 사회적?정치적 의미를 평론가의 관점에서 날카롭게 분석한다.
애니메이션 오타쿠가 모여든 2층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나
오쓰카 에이지는 엽서 정리 아르바이트생으로 2층에 들어갔다가 만화 잡지를 만드는 편집자가 되었다. 저자처럼 정규직이 아닌, 다양한 경로로 이곳에서 일하게 된 사람들을 이 책에서는 ‘2층 주민’이라고 부른다. 1980년대 도쿠마쇼텐 애니메이션 잡지 편집부 사람들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애니메이션 잡지 <애니메쥬>가 <건담>에서 미야자키 하야오로 노선을 바꾼 이유, <우주전함 야마토>에서 민족주의나 군국주의가 느껴지는 이유 등 서브컬처 역사나 일본의 전후사와도 연관 지어 함께 살펴본다.
또 ‘필자’나 ‘편집자’와 같이 한 단어로 규정할 수 없는 2층 주민들의 다양한 업무를 소개한다. 잡지 편집 방식을 만들거나, 건담 프라모델 제작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CF 콘티를 직접 그린 이야기, 동경하던 만화가에게 원고를 받고 콘티 보는 법을 배운 이야기 등 다른 곳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그 밖에도 1세대 오타쿠라고 할 수 있는 2층 주민들과 그들이 참여한 작품들에 얽힌 사연들을 소개한다.
오타쿠 문화의 맹아는 ‘2층’에 있었다.
도쿠마쇼텐으로 모여들기 전, 2층 주민들은 각자가 시초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오타쿠 문화나 방법 등을 개척하고 있었다. 1970년대 중반 16밀리 영사 기사 자격까지 갖춰서 상영회를 열거나, TV 화면을 보며 애니메이션에 대한 정보가 담긴 크레디트를 받아 적으면서 각종 리스트를 만들기도 했다. 또한 로리콤, 모에, 2차 창작과 같은 것들을 만들어내는 등 현재까지 이어지는 오타쿠 문화의 맹아가 2층에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도쿠마쇼텐 2층은 ‘서브컬처’, ‘일본 애니메이션’, 미야자키 하야오의 ‘지브리’ 등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문화의 기원이 되었다. 이곳은 2층 주민들이 팬에서 미디어를 만드는 쪽으로 경계를 넘는 것을 허용해주었고, 덕분에 그들은 필자, 작가, 애니메이터, 게임디자이너, 음악프로듀서, 편집자, 출판사 사장이나 대학교수가 될 수 있었다. 물론 도쿠마쇼텐 2층은 그런 장소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지만, 지금까지도 전해지는 중요한 가치관이나 표현이 그곳에서 만들어진 것은 분명하다.
이 책은 한국에서도 두꺼운 팬층을 보유한 <건담>이나,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 등이 하나의 문화로 발돋움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 작품과 관련된 콘텐츠를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 등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목격한 당사자에게 직접 들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책이 아닐까 싶다. 지금의 애니메이션, 서브컬처는 갑자기 탄생한 것이 아니다. 이전 세대의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있었기에 우리가 더욱 다채롭게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이다. 이들의 뒤를 이어 우리도 다음 세대를 위해 좀 더 다양한 시도를 해나가길 바란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오쓰카 에이지
만화원작자이자 서브컬처 평론가.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교수, 도쿄대학 대학원 정보학환 특임교수. 대학에서 민속학을 전공했으며, 졸업 후 만화잡지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만화 편집자가 되어 이시노모리 쇼타로 등을 담당했다. 1980년대에 만화 잡지 <코믹류>, <프티 애플파이>, <만화 부릿코> 등에서 편집자를 맡았고, 편집장까지 역임했다. 만화 스토리 작가로도 활약하면서 일본에서 지금까지 900만 부 이상 판매된 『다중인격탐정 사이코』를 비롯하여 『망량전기 마다라』, 『리비아썬』의 원작자로 이름을 널리 알렸다. 아울러 일본사회에서 ‘오타쿠 논쟁’과 1990년대 말 일본 문학계의 쟁점 중 하나였던 ‘순문학 논쟁’에서 격론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이야기 소비론』, 『전후 만화의 표현 공간』(제16회 산토리 학예상 수상), 『그녀들의 연합적군』, 『오타쿠의 정신사』, 『서브컬처 문학론』, 『이야기론으로 읽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미야자키 하야오』, 『미디어믹스화하는 일본』, 『감정화하는 사회』, 『감정 덴노론』 등 문학·민속학·정치 분야에 걸쳐 다수의 비평서를 출간했다.
또 이야기론과 작법 관련 도서를 다수 집필했다. 국내에서도 출간된 『이야기 체조』, 『캐릭터 소설 쓰는 법』, 『캐릭터 메이커』, 『스토리 메이커』, 『이야기 학교』(노구치 가쓰히로 그림), 『이야기의 명제』, 『세계 만화 학원』 등은 다양한 이야기론을 장르문학이나 영화 시나리오, 만화 등 서브컬처 분야의 창작에 접목한 책들로서 작법서 가운데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인터뷰집으로 『오쓰카 에이지: 순문학의 죽음·오타쿠·스토리텔링을 말하다』(선정우 공저)가 있다.
옮긴이 : 선정우
만화, 애니메이션 칼럼니스트, 번역가, 출판 기획사 코믹팝 대표. 1995년에 국내 매체 기고를 시작했고, 2002년부터 일본 매체에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일본어 칼럼을 연재했다. 2004년 이탈리아 베네치아 비엔날레 일본관 ‘OTAKU: 인격=공간=도시’전에 전시 작품 「한국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발표했다. 지은 책으로 『슈퍼 로봇의 혼』, 『-Vision vol.1: 한국 만화를 찾는 일본인들』(공저), 『오쓰카 에이지: 순문학의 죽음, 오타쿠, 스토리텔링을 말하다』(인터뷰집, 공저) 등이 있다. 또한 『스토리 메이커』, 『세계 만화 학원』, 『이야기론으로 읽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미야자키 하야오』, 『좀비 사회학』, 『웹소설의 충격』, 『만화 잡지는 죽었다, 웹만화 전성시대』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제25회 한국출판평론상 평론우수상을 수상했다.
목 차
01 도쿠마쇼텐의 2층은 어떤 장소였나
<코쿠리코 언덕에서>에 나오는 빌딩 | 삼류 에로 극화와 뉴웨이브의 시대 | 필름 한 컷에서 발견되는 가치 | ‘도게 아카네 같은 일’을 하라고 했던 멘조 미쓰루
02 <아사히 예능>과 서브컬처의 시대
<아사히 예능>과 무라야마 도모요시 | 카레라이스 가격 인상 투쟁과 린치 | 어린이조사연구소에 모인 사람들
03 도쿠마 야스요시와 전시의 아방가르드
이마무라 다이헤이의 『만화영화론』과 신젠비샤 | <아사히 예능>의 특파원들 | <애니메쥬> 초대 편집장 오가타 히데오의 <아사히 예능> 시절 | 오가타 히데오와 시대를 너무 앞서간
04 역사책 편집자 멘조 미쓰루의 역사적인 업무
과 만화, 망가, 코믹 | 에서 만화 전문지로 | 역사책 출판사 출신 멘조 미쓰루, 데즈카 오사무의 담당자가 되다 | 학술서로서 ‘코믹스’를 편집하다
05 극화 잡지 편집자 스즈키 토시오
<코믹&코믹>과 도에이 영화의 시대 | 극화는 예이젠시테인의 다운그레이드판이었나 | <텔레비랜드>와 정치의 계절을 지나온 사람들 | 세 명의 스즈키 씨 | 만화 편집자 스즈키 토시오, <단가드 A(에이스)>의 만화판을 만들다
06 그래, 딱 한 번 니시자키 요시노리를 만난 적이 있다
모든 것은 『로망앨범 우주전함 야마토』로부터 시작되었다 | 마사요시 씨와 패미컴 잡지 | 쓰쿠바대학 학생 기숙사의 신입생 방에는 <야마토>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 <야마토> 특공 장면에서 흐느껴 울다
07 <우주전함 야마토>와 역사적이지 못했던 우리
<야마토>의 시대, 연합적군의 시대 | <야마토>가 오타쿠를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 원재료는 ‘그 전쟁’인가, 『서유기』인가 | <야마토>에 나치스 독일을 인용한 것은 누구인가
08 <애니메쥬>는 세 명의 여고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시급 450엔, 월급 30만 엔의 수수께끼 | <애니메쥬>의 편집 방침은 ‘머리 좋은 애가 읽는 책・고급 책’ | 스즈키 토시오, 세 명의 여고생에게 이야기를 듣다
09 최초의 오타쿠들과 리스트와 상영회
상영회에서 도에이 애니메이션을 보다 | 16밀리 영사 기사의 자격 | 크레디트를 기록하는 정열
10 팬들의 혈맥
<레인보 전대 로빈> 팬클럽의 여자들 | 특촬 팬들은 특촬을 논하는 새로운 비평을 찾았다 | <괴수구락부> 탄생 전야
11 애니메이션 잡지의 편집 규범을 만든 사람들이 있었다
오타쿠의 편집에 관한 욕망 | 오토모 쇼지의 제자들 | TV와 동일한 화면을 책으로 보여준다
12 하시모토 명인의 2층 주민 시절
테니스 동아리 출신 2층 주민 |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애니메이션을 이해해줄까 | 모든 게 다 보물이니까 전부 다 싣는다
13 ‘건프라’는 어떻게 탄생했는가
2층 주민들이 하던 작업을 하나의 명칭에 담기는 어렵다 | 2층 주민, 건프라 CF를 만들다 | <건담>의 내부에서 세계관을 발견해내다 | ‘세계’의 세부를 메우는 작업
14 처음에 나는 어떻게 2층에 도달했나
귀환 주택에서 서브컬처로 | 이시노모리 쇼타로에게 ‘네임 보는 법’을 배우다
15 오가타 히데오, 애니메이터에게 만화 연재를 맡기다
다이닛폰인쇄로부터 교정지와 아즈마 히데오의 동인지가 도착하던 시절 | 작가주의의 미디어믹스 | 오가타 히데오, 카나다 요시노리에게 만화 연재를 맡기다
16 나니와 아이와 ‘애니패러’가 탄생하던 시절
고양이와 ‘애니패러’와 『샤아 고양이에 관하여』 | <애니메쥬>는 <키네마준포>인가 <스타로그>인가 | ‘순간’을 남길 수 있는 잡지를 만들고 싶다
17 샤아의 샤워 신, 그리고 <애니메쥬>와 <건담>의 밀월
<건담> 극장판 상영 시간으로 10시간 반은 필요하다 | 샤워 신에 한 페이지를 내주다
18 야스히코 요시카즈는 아이돌이지만…
극장 개봉과 <애니메쥬>의 <건담> 이탈 | 카나다 요시노리가 그린 <999> 표지 | 미야자키 하야오, <애니메쥬>와 첫 인터뷰를 하다 | 『로망앨범』은 팬클럽을 죽였는가
19 미야자키 하야오와 <애니메쥬>의 전향
“미야자키 하야오는 작가다” | 미야자키 하야오 특집호 반품율 50% | 타카하타 이사오는 미야자키 하야오를 어떻게 논했는가
20 이케다 노리아키는 애니메이션을 논할 언어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2층 주민과 애니메이션 팬의 세대교체 | 세대의 문화로서 애니메이션을 논하고 싶다 | 이노우에 신이치로, <건담>을 ‘뉴아카’로 논하다 | 어떤 식으로 카나다 요시노리를 논할 것인가 | 사원 편집자를 먼저 설득했다
21 로리콤 열풍과 미야자키 하야오의 파이냥 모에
나와 클라리스의 사랑 앨범 | 가상 아이돌의 시대로
22 <야마토>의 종언과 카나다 키즈의 출현
완전히 논의가 끝난 <건담> | <야마토>의 종언 속에서 | 매뉴얼화된 애니메이션 팬 | 카나다 키즈의 등장
23 TV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사람이 TV 애니메이션을 만들다
라이트노벨의 탄생과 <후쿠야마직북> | 애니메이션 열풍을 통해 무엇이 바뀌었나 | 가도카와 애니메이션의 등장
24 오시이의 <루팡>과 교양화하는 애니메이션
<뷰티풀 드리머>와 닫힌 일상 | 실현되지 못한 오시이 <루팡>과 <루팡> 환상이 없는 세대 | 고전 애니메이션으로의 회귀
25 2층의 정규직들은 매스컴을 지망했다
셀프슛판에 대하여 | ‘2층’의 정규직들 | ‘피가 짙은 사람’에 대한 거리감 | ‘2층’의 프로 편집자들
26 폭주 애니메이터는 누구였나
야스히코와 토미노의 거리 | 메이저 프로덕션 경험이 없는 애니메이터들 | 프리랜서라는 삶의 방식과 오시이 마모루의 비판
27 안노 히데아키에게는 살 집은 없었지만 머무를 곳은 있었다
언제부터 올 수 있나? 내일부터 나올 수 있을까? | 상영회 문화의 땅, 오사카에 모이다 | ‘커뮤’를 만들자
28 데이터 하라구치의 데이터 중심적인 삶
데이터 하라구치, <애니메쥬>에 데이터 연재를 시작하다 | 괴수 도감은 ‘리스트’이다 | 저녁 6, 7시대에는 꼭 집에 있어야 한다 | <사자에 씨> 스태프 중에도 ‘카다나 요시노리’가 있다
29 모두가 가도카와로 간 것은 아니었다
가도카와쇼텐과 ‘2층’을 떠나는 사람들 | 오타쿠를 스카우트하는 가도카와 | 세 편만 하기로 했던 것이 다섯 편으로 | ‘2층’은 ‘도모비키초’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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