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들레르와 고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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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테오필 고티에, 샤를 보들레르
출판사항걷는책, 발행일:2020/03/10
형태사항p.254 46판:19
매장위치예술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89716035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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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예술을 위한 예술’을 주창했던 두 거장, 고티에와 보들레르가 상대의 삶과 작품을 말한다.
귀한 줄 모르고 너무 흔하게 소비되어 닳아버린 이름들. 서로에 대한 깊은 존경과 애정이 담긴 글을 통해 만나는 두 거장은 여전히 우리 가슴을 흔드는 신선한 생명력을 내뿜는다.

“그는 보헤미안처럼 자유분방한 댄디, 그러나 어디까지나 품격과 자기만의 방식, 자기숭배를 잃지 않으면서 방랑한 댄디라고 할 수 있었다.”(테오필 고티에, 〈샤를 보들레르〉에서)
“이웃나라 사람들은 셰익스피어와 괴테 이야기를 한다! 우리 프랑스는 그들에게 답할 수 있다. 우리에겐 빅토르 위고와 테오필 고티에가 있노라고!”(샤를 보들레르, 〈테오필 고티에〉에서)
“테오필 고티에는 위대한 시인이며, 당신은 마치 고티에가 발전의 동생이라도 되는 양 그를 칭송합니다. 그런데 실상 발전의 동생은 바로 당신입니다. …… 당신은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분입니다. 내 손을 잡아주십시오.” (빅토르 위고, 〈샤를 보들레르 씨에게〉에서)

프랑스 낭만주의 시대의 거장, 고티에와 보들레르가 서로를 말한다

 이 책은 19세기 중·후반 프랑스 문단에서 시인이자 소설가, 비평가로 이름 높았던 두 거장, 테오필 고티에와 샤를 보들레르가 서로에 대해서 쓴 전기 겸 작품론을 함께 묶은 책이다. 여기에 프랑스의 대문호 빅토르 위고가 보들레르에게 보낸 편지가 보들레르의 글 앞에 서문 격으로 들어가 있다.
‘예술을 위한 예술’을 주창하여 당시 문단에 파란을 일으킨 테오필 고티에, 따로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현대 프랑스 문학사에 크나큰 영향을 미친 시집 《악의 꽃Les Fleurs du mal》(1857)의 저자 보들레르. 동시대를 살았던 이 두 사람은 10년이라는 제법 큰 나이 차가 있었는데도 만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 깊이 존경하며 꾸준히 교유하는 친구 사이가 된다. ‘마음이 서로 통하는 친한 벗’, 지음(知音)의 경지가 무엇인지 이 책에 실린 두 편의 글이 여실히 보여준다.

나무랄 데 없는 시인이자/ 프랑스 문학의 완벽한 마술사인/ 내 아주 소중하고 아주 존경하는/ 스승이자 친구/ 테오필 고티에에게/ 더없이 깊은 겸손의 감정을 담아/ 이 병든 꽃다발을/ 바칩니다./ C. B.
 ―《악의 꽃》 헌사(〈옮긴이의 말〉에서 인용, 221쪽)

보들레르는 《악의 꽃》을 다름 아닌 고티에에게 헌정했을 뿐 아니라 1859년 〈라르티스트L’Artiste〉라는 문예지에 이 책에 실린 글 〈테오필 고티에〉를 발표해 고티에의 작품 세계를 조명했다. 그런가 하면 고티에는 자신보다 5년 먼저 세상을 떠난 보들레르를 기리기 위해, 보들레르 사후 1년째 되던 해인 1868년에 출간되기 시작한 《보들레르 전집Œuvres complètes de Baudelaire》의 서문으로서 이 책에 실린 〈샤를 보들레르〉를 공들여 집필했다. 이 두 편의 글은 독자들을 두 거장의 삶과 작품 세계로 충실하게 이끌어주는 소중한 기록이라 하겠다.
책을 읽어가다 보면 당시에 한편에서 대두한 ‘시 무용론’이나 ‘발전에 복무하는 예술’에 두 사람 모두 크게 반감을 가지고 있었음을 알 수 있으며, 예술(시)의 자율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역설하는 목소리를 곳곳에서 들을 수 있다. 두 사람의 예술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으로 보들레르의 글 일부가 인용된 부분이 있는데, 흥미롭게도 두 글 모두에 이 대목이 등장한다.

시의 목적이란 어떤 가르침이라고, 시가 때로는 양심을 강화하고 때로는 풍속을 완벽하게 만들어주고, 때로는 뭔가 쓸모 있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 자기 자신 속으로 조금만 내려가 보거나 자기 마음에게 물어보거나 열렬히 심취했던 추억을 상기해본다면, 시의 목적이란 오로지 시 그 자체일 뿐일 것이다. 다른 목적은 있을 수 없으며, 오직 시를 쓴다는 즐거움 때문에만 쓰인 시보다 더 위대하고 고귀하며 시라는 이름에 걸맞은 시는 없을 것이다. …… 시는 ‘진실’을 목표로 삼지 않으며, 오로지 ‘그 자신’만을 목표로 삼는다. 시가 ‘진실’을 보여주는 방식은 다르며, 딴 곳에 있다. ‘진실’은 노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 본문 42-43쪽, 179-180쪽

“누구보다 드높은 사랑과 감탄을 마음속에 지닌 사람” _ 고티에가 그린 보들레르의 초상

 고티에는 먼저 보들레르를 처음 만났던 날을 회상하면서 글을 시작한다. 그의 기억에 따르면 ‘1849년 중반’ ‘피모당 호텔’에서였다고 한다. 피모당 호텔은 실제 호텔이 아니라 유명한 건물의 별칭으로, 당시 유명 인사 중 한 사람인 페르낭 부아사르가 살던 집이다. 그 집의 살롱은 고티에가 다른 글에서 상세히 묘사한 ‘해시시 피우는 사람들의 모임’이 열린 곳이기도 한데, 그곳에서 젊은 보들레르를 처음 마주했다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얼마 뒤, 보들레르가 다른 시인들이 펴낸 시집을 한 권 들고 고티에의 집을 방문했으며, 그때 대화를 나누면서 두 사람 사이에 곧바로 우정이 싹텄다고 한다(이런 고티에의 기억과 달리 보들레르는 최초의 만남을 그가 고티에의 집을 방문한 때로 기억한다).
이어서 보들레르의 단정한 용모와 ‘간소한 댄디즘’이 드러난 신체적 첫인상, 무척 예의 바르고 정중한 그의 태도를 묘사한 뒤, 보들레르의 가족과 어린 시절 및 청소년 시절 등 전기적 사실을 간략히 소개한다. 그의 시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친 인도 여행 이후 성년이 된 보들레르는 경제적으로 독립하여 본격적인 문필 생활을 시작했는데, 나중에 《악의 꽃》에 실린 시들 중 상당수는 이미 그 전에 창작해놓은 것들이었다고 한다.
고티에는 〈독자에게〉 〈축복〉 〈태양〉 〈고양〉 〈지옥에 간 동 주앙〉 〈자그마한 할머니들〉 같은 《악의 꽃》의 주요 작품들이 제각각 지닌 매력과 의미를 해설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또한 보들레르 시학의 특징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향기와 인공적인 것, 고양이와 이국적인 여인 등 보들레르가 특별히 사랑했던 것들과 취향을 언급한다. 그가 시의 형식에서도 음악적 효과를 치밀하게 추구했다는 사실도 강조한다.
《악의 꽃》에 이어, 고티에는 보들레르가 크게 영향을 받고 애착을 보였던 작가 에드거 앨런 포, 화가 외젠 들라크루아, 풍속화가 콩스탕탱 기스에 관련된 이야기들을 펼쳐나간다. 고티에는 에드거 포의 작품을 번역하여 프랑스에 소개한 일을 보들레르의 업적 중에 가장 중요한 성취로 꼽는다. 다음에는 절반은 토머스 드퀸시라는 영국 소설가의 작품 번역이고 절반은 창작인 책 《인공 낙원―해시시와 아편》을 소개한다. 여기서 고티에는 보들레르가 이런 약물에 관심을 보였다고 해서, 그것들을 남용해 건강을 잃었을 거라는 세간의 선입견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긴 시기에 걸쳐 여러 곳에 발표했던 산문시를 모은 《산문시집》을 소개하고, 보들레르가 세상을 떠나기 전 마지막 모습을 전하며 글을 끝맺는다.

“내 아주 소중하고 아주 존경하는 스승이자 친구” _ 보들레르가 그린 고티에의 초상

 도입부에서 보들레르는 먼저, 일반적인 전기와 달리 고티에처럼 “극적인 모험이 그의 뇌 뚜껑 밑에서 이루어지는 인물의 전기”를 쓰는 일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문학적 작업”이라고 규정한다. 그러니 ‘추억담’이나 ‘속이야기’는 기대하지 말라고 한다. 그런 만큼 이 글에서 고티에의 사생활이나 전기적 사실은 거의 드러나지 않으며 그의 작품 세계를 탐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다만 그 이름이 아직 널리 알려지기 전이었던 보들레르가 당시 명성이 자자한 고티에의 집을 방문했을 때 나눈 대화 내용과 고티에의 첫인상만은 상당히 자세히 묘사한다. 한마디로 “당당하고 편안하고 우아한 모습”에 “사람 좋은” 선배의 모습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는데, 그런 모습에서 보들레르는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혹은 ‘아시아적인’ 느낌을 받는다(보들레르는 이때의 만남이 최초의 만남이라고 생각한다).
그다음에는 고티에의 유미주의 소설 《드 모팽 양》, 시집 《알베르튀스》, 단편집 《젊은 프랑스》와 《악마의 눈물》 등을 차례로 해설한다. 특히 고티에의 대표적인 장편 소설 《드 모팽 양》을 설명하면서 보들레르는 고티에와 자신 모두 ‘예술지상주의’를 공유한다고 밝힌다. 또한 고티에의 독특한 상상력과 아름답고 ‘성스러운’ 문체를 상찬한다. 그러는 한편 고티에가 섭렵한 여러 장르 중에서도 보들레르 자신이 ‘시적 단편 소설’이라고 부르는 작품들을 가장 높이 사며 이 작품들(《미라 이야기》 〈칸다올레스 왕〉)을 자세히 해설한다. 미술 비평가, 여행기 작가로서도 활약하여 젊은이들에게 큰 도움을 준 점도 언급한다. 이어서 (프랑스에서 시와 시인에게 무관심하거나 적대적인 현상을 개탄하며) 고티에 시가 지닌 특별한 개성을 짚어준다. 마지막으로, 고티에가 종교나 정치에 무관심하다는 비판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고 고티에를 옹호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무려 400개 가까운 충실한 각주가 두 거장의 진면목과 당시의 문화적 지형을 생생히 그려낸다

 안타깝게도 우리말로 번역된 보들레르와 고티에의 작품은 일부에 한정되어 있고, 두 사람의 전기나 작품론도 쉽게 만나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탁월한 비평가이기도 했던 두 사람이 서로를 심층 탐구한 글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19세기 프랑스 문학과 예술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여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백과사전에 몇 줄 피상적으로 소개된 이들 예술관의 진면목을 제대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보들레르에게 덧씌워진 세간의 부정적 선입견—악마주의적이고 퇴폐적이며 음울한 시의 창작에 몰두한 마약 중독자―과 매우 다른 면모를 알 수 있는 점도 흥미롭다.
150여 년 전 프랑스 문인들의 관심사와 주장이 오늘의 우리에게는 어쩌면 조금 먼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른다. 또 요즘의 글과 달리 호흡이 긴 만연체인 데다 당시의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프랑스 문학을 전공하고 수많은 책을 우리말로 옮긴 역자의 노련한 번역과 세세한 역주(무려 395개!)를 길동무 삼아 찬찬히 음미하며 읽어가노라면 현대 글에서는 맛보기 어려운 유장한 멋과 절묘한 매력에 빠져들 것이다. 또한 빅토르 위고, 발자크, 샤토브리앙, 생트뵈브, 들라크루아, 쿠르베처럼 널리 알려진 인물들은 물론이고 현재 독자들에겐 낯선 이름이 된 수많은 문인과 예술가에 관한 이야기, 그들이 꽃피웠던 살롱 문화 등 당시의 문화적 지형도를 그려보는 즐거움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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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이 만난 거장 《보들레르와 고티에 _ 아름다움을 섬긴 두 사제》는 걷는책+포노+포토넷이 선보이는 ‘거장이 만난 거장’ 시리즈의 여섯 번째 권입니다. 이따금 얄궂은 예외도 없지 않지만, 대개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 제목과 마찬가지로 역사에 ‘등대’와 같이 등장했던 한 거장이 다른 거장을 만나 그를 통해 어떻게 세계와 예술을 이해했는지 직접 그 거장의 글로 만납니다. 《쇼팽 노트 _ 가장 순수한 음악》(앙드레 지드 지음, 임희근 옮김), 《내 친구 쇼팽 _ 시인의 영혼》(프란츠 리스트 지음, 이세진 옮김), 《헨델 _ 음악의 세계인》(로맹 롤랑 지음, 임희근 옮김), 《쇼팽을 찾아서 _ 비르투오소의 면모들》(알프레드 코르토 지음, 이세진 옮김), 《리하르트 바그너 _ 미래의 음악》(샤를 보들레르 지음, 이충훈 옮김)

 

작가 소개

지은이 : 테오필 고티에
19세기 중·후반 프랑스 문단에서 활약한 시인이자 소설가 겸 문예 평론가. 어린 시절부터 문학과 그림에 관심이 많아 진로를 고민하다가 빅토르 위고와의 만남을 계기로 문학에 매진하기로 결심한다. 1830년부터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는데, 특히 1832년에 발표한 장시長詩 〈알베르튀스〉에 붙인 서문과 1835년에 출간한 장편 소설 《드 모팽 양》에서 ‘예술을 위한 예술’을 옹호하는 발언을 하여 문단에 파란을 일으켰다. 시와 소설뿐 아니라, 평생 동안 여러 매체에 연극, 문학, 미술, 무용, 음악 등 다양한 문예 비평문을 기고하거나 편집인으로 일했으며, 여행기도 여러 편 남겼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시집 《에나멜과 카메오》, 장편 소설 《미라 이야기》, 비평집 《유럽의 미술》 등이 있다.


지은이 :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프랑스 현대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19세기 중반 프랑스의 시인이자 비평가. 중등학생 때부터 시작詩作에 관심을 보였으며, 청년 시절 여러 문인들과 어울리며 시와 소설, 비평문을 쓰는 삶에 들어섰다. 처음 출판된 책은 날카로운 통찰력을 보여준 미술 평론집 《1845년 미술전》이며, 1847년에는 유일한 소설인 《허풍선이》를 발표한다. 1851년 이후에는 미국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작품 번역과 평론을 쓰는 일에 몰두한다. 마침내 1857년 6월에 대표 시집인 《악의 꽃》이 출간된다. 하지만 보들레르와 출판업자 및 인쇄업자가 외설과 신성모독죄로 기소되어 유죄 선고를 받고 벌금을 물었으며, 여섯 편의 시가 발표 금지된다. 30대 후반부터 여러 지병이 나타나고 궁핍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산문시를 매체에 발표하는 등 붓을 놓지 않는다. 이런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1864년 벨기에로 건너갔으나 강연과 출판이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낙심한다. 결국 2년 뒤 다시 파리로 돌아와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46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사후에 산문시집 《파리의 우울》(1869)과 단상집인 《벌거벗은 내 마음》(1887)이 출간되었다.

 

옮긴이 : 임희근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제3대학교에서 불문학 석사,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여러 출판사에서 기획 및 해외 저작권 부문을 맡아 일했고, 출판 기획 번역 네트워크 ‘사이에’를 만들어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헨델》 《쇼팽 노트》 《쇼팽, 그 삶과 음악》 《소소한 사건들》 《음악가의 음악가 나디아 불랑제》 《분노하라》 《고리오 영감》 《D에게 보낸 편지》 《정신의 진보를 위하여》 외 다수가 있다.

 

목 차

1부
 샤를 보들레르
 주

2부
 샤를 보들레르 씨에게 _ 빅토르 위고
 테오필 고티에
 주

 옮긴이의 말
 테오필 고티에 연보
 샤를 보들레르 연보
 찾아보기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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