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할리우드의 여왕, 메릴 스트립,
그녀의 다채로운 연기와 자유분방하면서도 올곧은 삶의 이야기.
배우에 대해 읽을 수 있는 최고의 책!
한 젊은 여배우가 1976년 리메이크 영화 〈킹콩〉의 오디션을 보러 갔다. 뉴욕의 연극 무대를 벗어나면 사실상 무명이던 그녀는 영화 쪽에서 일해본 경험이 전혀 없었다. 긴 금발 머리, 도자기 같은 피부, 도드라진 광대뼈, 매부리코의 조합은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빚어냈다. 마치 르네상스 시대 그림 속의 신비로운 모나리자가 1970년대에 환생한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녀가 연극 무대에서 보여준 비범한 연기를 본 사람들이라면 그녀의 재능이 남다르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었지만, 〈킹콩〉의 제작자가 디노 드 로렌티스가 본 것은 그녀의 외모가 전부였다. “진짜 못생겼네. 뭘 이런 걸 데려왔어?” 그가 이탈리아어로 아들 페데리코에게 불평했다. 저런, ‘이런 것’이라니. 이름이라도 제대로 불러줬으면 좋으련만. 그녀의 이름은 메릴 스트립. 그리고 드 로렌티스에게는 안됐지만 그녀는 대학에서 이탈리아어를 배운 터라 그의 말을 다 알아들었다. “기대만큼 예쁘지 않아서 죄송한데요, 어쩝니까? 보시는 게 다인데.” 그녀는 이탈리아어로 말하고선 스스로 그 자리를 박차고 걸어 나갔다.
메릴 스트립이 영화 〈킹콩〉 오디션에서 맞닥뜨린 일이다. 그 이후 오늘날까지 40여 년간 6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해온 메릴 스트립을 과소평가한 사람(트럼프를 포함하여)은 그가 마지막이 아니었지만 그런 순간마다 그녀의 뛰어난 지성, 한결같은 품위, 할리우드의 모욕적인 여성혐오자들을 신랄하게 한 방 먹이는 당당함이 더 빛을 발했다. 메릴 스트립은 그동안 맡았던 수많은 역할, 한 남편의 아내, 네 아이의 엄마로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나이 장벽(1949년생)을 극복하고, 아카데미상 후보에 가장 많이 오른 기록이 말해주듯 가장 뛰어난 배우, 그리고 존경받는 배우로 그 신화를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이 책은 영리하고 재기발랄한 버나즈 고등학교 여고생이 재능을 발휘해 미(美)의 여왕이 된 이야기로 시작해, 한 주연 여성 배우가 잭 니컬슨, 더스틴 호프먼, 로버트 드니로, 로버트 레드퍼드 같은 대단한 남성 배우들보다 더 오래 더 큰 영향력으로 자리를 지킨 이야기이자, 네 아이의 엄마가 코네티컷주 작은 시골 동네에 살면서 할리우드를 장악하여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배우가 된 이야기다.
그러나 이 책은 한 배우의 화려한 성공담이기보다, 사람과 인생을 탐구해가는 배우로서 메릴 스트립이 고민하고 기다리고 결정했던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고, 한 사람, 한 시민으로서 살아온 그녀의 삶의 태도에 대한 이야기이다. 또한 그녀가 빙의해 녹아들었던 캐릭터와 그 캐릭터가 살았던 우리 시대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더불어 할리우드 영화계와 촬영 현장에 대한 비밀스럽고 속 깊은 이야기는 어디서도 읽을 수 없는 재미를 선사한다.
메릴 스트립은 멀리서 보면 고압적인 여왕 또는 친해지기 어려운 여성 정치가 같지만 실제로 유머러스하고 심지어 장난꾸러기 같은 면모를 지닌 사람이다. 장난기 많은 말썽꾸러기 같으면서도 세련되고 귀족 같은 풍모, 창의적인 야심, 위험을 무릅쓰는 배짱, 도널드 트럼프를 신랄하게 비판할 수 있는 도덕적 권위가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이런 그녀에 대해, 새벽 4시의 혼란한 감정을 배설하듯 트위터에 “할리우드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여배우”라고 썼다. 트럼프처럼 메릴 스트립도 논란을 마다하지 않고 의견을 표명한다. 하지만 메릴은 트럼프와는 다르다. 편협한 사람들을 부추겨 분열과 분노의 길로 이끌지 않는다. 그녀는 공평과 공감을 추구한다. 정의로운 싸움을 위해 점점 더 소매를 걷어붙이게 만드는 이 시기에 그녀는 나서서 자기 의견을 직접 밝히기도 하지만 보통은 자기 영화가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기를 바란다. 그녀는 자신의 딸들을 포함한 젊은 배우들이 로버트 드니로처럼 다양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길을 터주었다. 메릴 스트립은 두려움과 억압을 극복하고 용기 있고 진실한 삶을 살아가면서, 여성들에게 의미 있는 삶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었다.
반핵운동, 환경운동, 여성운동 등 정의로운 싸움을 위한 언행을 서슴지 않았고 여성의 유리천장을 깨는 데도 앞장서온 할리우드의 전설. 자유분방하면서도 올곧은 배우. 일에서는 철저하고 깐깐하지만 실제로는 유머러스하고 평범해서 오히려 남다른 배우. 다채로운 캐릭터에 빙의하여 놀라운 연기를 보여준 영화계의 여왕, 메릴 스트립.
이 책에서는 단편적인 기사나 영화 몇 편으로는 알 수 없었던 메릴 스트립이라는 한 사람이 걸어온 인생 전체가 다채로운 빛을 띠며 펼쳐진다. 아마도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질 것이다.
메릴 스트립(Meryl Streep)
본명은 메리 루이즈 스트립(Mary Louise Streep, 1949~). 1949년 미국 뉴저지주에서 제약회사 임원인 해리 스트립과 프리랜싱 화가 메리 스트립 사이에서 1녀 2남의 맏이로 태어났다. 메릴 스트립은, 그녀가 읽은 프랭크 J. 설로웨이의 책 <타고난 반항아>에 나오듯, 맏이이면서 다른 여자 형제가 없다는 것이 자신의 성격에 영향을 끼쳤다고 말한 바 있다. “제 아들 헨리도 그래요. 맏이면서 남자 형제 없이 여동생만 셋이니까요. 딸들은 제멋대로 하지만 아들은 정말 책임감이 있어요.”
1967년 명문 여자 사립대학인 배서 대학에 입학해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끽하며 학교의 연극 무대에 올랐다. 1971년 대학을 졸업한 뒤 연극만으로 먹고살 수 있을지 고민도 했으나 자신이 정말로 연극을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고 배우로서 살아갈 것을 다짐하면서 극단 내셔널 셰익스피어 컴퍼니의 오디션을 본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이유로 떨어져 낙심하다가 다시 더 배우고 스펙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예일대학교 드라마스쿨(연극대학원)에 진학한다. 예일을 졸업한 뒤 맨해튼에서 가난한 연극배우 생활을 하다가, 영화배우로는 1977년 3월 TV 스포츠 드라마 영화 〈치명적 계절〉로 데뷔했다. 이어 그해 10월에 개봉한 프레드 진네만 감독의 영화 〈줄리아〉에 출연한 이후 영화 〈디어 헌터〉,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소피의 선택〉, 〈아웃 오브 아프리카〉, 〈어둠 속의 외침〉, 〈헐리웃 스토리〉, 〈죽어야 사는 여자〉,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디 아워스〉, 〈줄리 앤 줄리아〉, 〈철의 여인〉, 〈더 포스트〉 등 40여 년간 6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해 두 번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소피의 선택, 철의 여인)과 한 번의 여우조연상(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등 많은 상을 받았다. 조각가 돈 거머(Don Gummer)와의 사이에 1남 3녀를 두었다. 장남 헨리 울프는 배우이자 가수로, 세 딸인 메이미, 그레이스, 루이자는 배우와 모델로 활동 중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에린 칼슨
《할리우드 리포터》와 AP 통신 엔터테인먼트 담당 기자로 일했으며, 《글래머》, 《포춘》,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도 많은 칼럼과 기사를 써왔다. 노스웨스턴 대학교에서 ‘잡지 저널리즘’으로 석사학위를 받았고, 로맨틱 코미디의 거장 노라 에프런(Nora Ephron)의 영화를 본격적으로 연구한 『저 여자가 먹는 걸로 주세요(I’ll Have What She’s Having: How Nora Ephron’s Three Iconic Films Saved the Romantic Comedy)』를 썼다. 현재 왕성한 집필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옮긴이 : 홍정아
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공역한 『맥티그』, 『그리스인 조르바』가 있다.
목 차
프롤로그 / 살아 있는 전설
1. ‘넌 뭐든 할 수 있어!’
2. 메소드 vs 비메소드
3. 엄마 메릴
4. 진짜 배우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5. 케냐의 대자연 속에서
6. 여자가 진실을 폭로할 때
7. 페르소나의 밝음과 어두움
8. 자신과 가장 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할 때
9. 중년 여배우의 길
10. 인생의 급류타기
11. 책임과 갈망 사이의 로맨스
12. 배우의 영화 취향
13. 연기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
14. 천의 얼굴, 변신의 귀재
15. 메릴이 프라다를 입었을 때
16. 의심과 확신 사이
17. 연기는 어린아이처럼 즐기는 멋진 모험
18. 철의 여인이 되다
19. 슈퍼 영웅 메릴
에필로그 / 천재 배우 메릴 스트립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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