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당대의 영화 평론가 오동진이 최근에 쓴 평론을 모았다. <택시 운전사>, <미안해요, 리키>, <남산의 부장들>, <바이스> 등 정치적 욕망이 다분한 영화에서부터 <내 사랑>, <인생 후르츠> 같은 대자연의 법칙을 설파한 영화,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 <엘르>, <튤립 피버> 같은 노골적 사랑을 대변하는 영화까지 74편을 담았다. 이처럼 오동진 평론가는 달관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듯 모든 분야의 영화를 조명하고 있고, 글쓰기 또한 달필이라는 듯이 능수능란한 놀림으로 단맛과 쓴맛을 흩뿌린다.
오동진 평론은 쉽게 직진한다는 게 특징이다. 전문적인 단어로 독자를 현혹하지 않으며, 하나를 설명하기 위해 두셋을 불러오지 않으며, 설명을 보완하기 위해 같은 말을 되풀이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깔끔하고 담백한데, 그는 영화를 너무 고매와 현학의 영역으로 올려놓으면 도로(徒勞), 곧 헛된 노력이 된다고 말한다. 평론이란 대중과 호흡하는 글이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인 셈이다. 그의 말처럼 중심만 툭툭 건드리는 글은 순식간에 읽히는데, 비전문가를 위한 전문가의 평론이란 바로 이런 글을 말한다.
오동진 평론은 한마디로 콘텍스트 비평이다. 그는 텍스트보다 하필이면 왜, 지금 이런 영화가 만들어졌느냐는 점을 의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내용보다는 그 영화를 만든 의도를 분석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의미로, 영화에 나타난 현상만으로는 감독의 역설과 은유를 읽어낼 수 없다는 뜻이다. 영화란 시대와 개인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분야라서 단순히 보는 차원을 넘어야 하고, 완전히 빠지지 않는다면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다. 관객은 영화가 수수께끼처럼 흩뿌려 놓은 조각을 하나씩 맞춰야 하고, 역사와 시대에 영화를 넣어 재단해야 비로소 그 의미를 알아차리는 것이다. 이 책은 관객을 그런 길로 안내하는 평론집으로, 이제 영화에 어른거리던 어두운 그림자는 걷힐 것이다.
따라서 <기생충> 같은 영화도 그의 예리함을 피해 가지 못한다. 하층 계급에 의한 사회 전복을 그린 영화가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국 사회에서 왜 이렇게까지 열광하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하는데, 극단적 양극화 현상을 보란 듯이 고발하고 있는 영화를 자본주의적 투자, 제작, 마케팅을 통해 대중 한가운데로 착지시켰다는 점은 모순이라고 말한다. 이런 영화를 만듦으로써 제작자는 혁명으로 돈을 벌고, 관객은 영화를 통해 계급적 분노를 해소하며 대리 만족을 느끼는데, 결국 이로 인해 사회 개혁의 에너지가 순치된다고 비판한다.
오동진 평론의 또 다른 특징은 에둘러 가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듯이 영화의 핵심을 찾아서는 그 함의를 파헤친다. 이곳저곳을 들쑤시기보다는 영화가 하려는 얘기에 힘을 집중적으로 쏟아붓고, 현시대와 관통하는 부분을 들춰서는 곧장 결론을 내 버린다. 게다가 그의 평론은 구체적이라 모호한 부분이 없다. 독자의 편리함을 위해선지 상당히 친절하게 접근하는데,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역사와 세계관을 추출해 내서는 현재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밝힌다. 그러고는 영화 한 편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떤 현상을 일으키는지 증명하고, 결론으로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제시한다.
오동진의 멋들어진 이 평론집으로 말미암아 영화와 관객은 더욱 친밀해질 것이고, 더욱 가까워질 것이다.
작가 소개
고려대학교 사학과를 나왔다. 문화일보와 연합뉴스, 와이티엔(YTN) 등에서 기자 생활을 했다. 이후 영화 주간지 <필름2.0(FILM2.0)>과 <씨네 버스(cine bus)>, <엔키노(nKINO)> 등에서 영화전문기자 및 편집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을 지냈고, 부산 동의대학교 영화과 초빙교수 생활도 했다. 지금은 들꽃영화상 운영위원장과 부산 아시아 콘텐츠 필름 어워즈 운영위원장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현재는 매체 활동을 접고 전업 영화 평론가로 지내고 있다. <버라이어티> 편집장이었다가 20세기 폭스 부사장을 지낸 후 다시 현업으로 복귀한 피터 바트처럼 종종 영화 제작에도 관여한다. 배창호 감독의 <여행>, 김성호 감독의 <그녀에게>, 전계수 감독의 <뭘 또 그렇게까지>, 이상우 감독의 <스피드> 등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했던, 보석 같은 저예산 영화를 제작했다. 일반 대중에게는 이비에스(EBS)의 <시네마 천국>, 와이티엔(YTN)의 <시네24>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널리 알려졌고, 지은 책으로는 『작은 영화가 좋다』 등이 있다.
목 차
내 사랑 - 모드 루이스, 그리고 샐리 호킨스
택시 운전사 - 고리키의 어머니, 위르겐의 택시 기사
사랑과 욕망의 짐노페디 - 욕망하라, 세상이 바뀔 것이다
오직 사랑뿐 - 사랑은 국가를 올바르게 만든다
기생충 - 기생충의 이중 가치, 그것이 갖는 무거운 의미
엘르 - 난교의 혼란 속으로, 그래서 세상 속으로
바이스 - 진짜 악의 축이었던 인간
미안해요, 리키 - 빵을 줄 때는 장미를 주는 것처럼
인생 후르츠 - 바람이 불면 잎이 떨어진다, 천천히, 차근차근
튤립 피버 - 튤립 열풍, 비트코인 열풍
시인의 사랑 - 서로 핥아 주고 비벼 주고, 이렇게까지 해야 해?
아이리시 맨 - 당신이 호파를 알아? 팀스터를 알아?
벌새 - 영화가 과거를 기억하는 방식
프란치스코 교황: 맨 오브 히스 워드 - 재물을 좇는 교회에는 예수가 없다
그래비티 - 나는 나아갈 수가 없다, 나는 나아갈 것이다
남산의 부장들 - 10·26의 심리학
박열 - 혁명은 좀 놀면서 하는 것
올 더 머니 - 부자가 되는 건 쉬워, 부자로 사는 게 어려운 것이지
플로리다 프로젝트 - 빈곤의 철학과 철학의 빈곤
블랙 머니 - 론 스타, 그 풀리지 않는 이야기
유전 - 너희가 나, 파이몬을 알아
하나레이 베이 - 하루키가 영화를 만났을 때
사마에게 - 당신은 누구 편이야?
살인마 잭의 집 - 세상을 허물자는 그 폭력에의 유혹
서치 - 당신이라면 딸을 찾을 수 있을까
1987 - 1987년의 남과 여, 운동권의 사랑
안도 타다오 - 늙은이는 뒤에 앉혀
애드 아스트라 - 과학을 알면 신의 질서를 알게 된다
그 후 - 사랑을 세공하면 이렇게 보일까
주피터스 문 - 제우스의 문, 난민을 위한 문
봉오동 전투 - 안 좋지는 않았어, 섬세해
양의 나무 - 죽음은 끝나지 않았어
소공녀 - 소공녀 사라가 현대를 살아가는 방법
1991, 봄 - 이념의 투쟁, 인간을 위한 투쟁
어스 - 무섭지 않아, 잔인하지 않아, 야하지 않아
콜드 체이싱 - 영감탱이! 패다 패다 지쳤나?
가버나움 - 지성의 비관과 의지의 낙관 사이
천문: 하늘에 묻는다 - 하늘에 물어봐, 누가 옳은지
그것: 두 번째 이야기 - 공포를 만드는 자, 과연 누구인가
그것만이 내 세상 - 있는 자의 행복, 없는 자의 행복, 그 차이
어느 가족 - 아이는 왜 당신을 엄마라고 불렀나요?
남자가 사랑할 때 - 남자가 사랑하는 법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 타란티노의 위험한 상상
프란츠 - 비밀과 거짓말, 내가 죽인 남자
고스트 스토리 - 연인은 죽어서 유령이 돼 돌아온다
버닝 - 리틀 헝거, 그리고 그레이트 헝거
브이아이피 - 아수라의 세계, 남과 북의 악마들
콜드 워 - 당신을 여기서 꺼내 줄게, 내가 꺼내 줄게
주전장 - 일본이 기억을 거부하는 할머니들
신문 기자 - 신문 기자가 신문 기자가 아닐 때
변신 - 내가 아직 엄마로 보이니?
콰이어트 플레이스 - 다른 소리에 재갈을 물린 사회
레이디 맥베스 - 구속하면서 해방되고, 해방하면서 구속된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빚어내는 확신
킬링 디어 - 중산층의 행복, 그 얇은 유리창
파리로 가는 길 - 아파트 비밀번호 네 자리, 그 비밀
맨 오브 더 이어 - 웃길 줄 아는 대통령, 행복한 나라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 10대의 사랑이 사라진 시대
두 개의 사랑 - 폴과 클로에, 그리고 루이의 스리섬
블레이드 러너 2049 - 홀로그램의 사랑, 역설의 순애보
스톡홀름의 마지막 연인 - 세상에 단 하나의 사랑은 없다
해피 댄싱 - 6·8세대가 뭐야?
공범자들 - 우리는 모두 공범자다
오 루시! - 날 따라 해 봐요. 하아? 이?
레토 - 브레즈네프와 안드로포프, 이기 팝과 섹스 피스톨스
일일시호일 - 세상에는 금방 아는 일과 그렇지 않은 일이 있다
도쿄 느와르 - 적당히 섹스하고 사세요, 전쟁보다 나아요
시크릿 레터 -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편지 쓰며 살고 있습니까?
주키퍼스 와이프 - 여자는 자신이 배신할 것을 남자가 안다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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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진 킹: 세기의 대결 - 안토니오 이노키 시절의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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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히어로 - 애인들과 사상가들은 흙으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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