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창동 영화를 관통하는 키key
공식적으로 이창동이 자신의 영화를 시작한 지 이십사오 년이 지났으며, 임권택 등의 조수로 활동한 시간을 합하면 그 이상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이창동에 대한 저작이 한 권도 없다는 것이 매우 ‘이상하다’. 그것은 사실상 이 땅의 시대정신에 대한 직무유기이자 태업이다. 이 책은 그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한다. 그러나 이 책(『봉인된 시간 - 이창동, 혹은 반시대적 고찰』)은 이창동 영화에 관한 비평이나 해설이 아니다. 이 책은 그의 영화에 관한 책이긴 하지만, 영화를 위한 책만은 아닌 것이다. 이 책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한국의 포스트분단체제에 대한 현재적 응시이다. 그것을 위해 저자는 4편의 이창동 영화와 1편의 이창동 영화에 대한 미적 재구성을 통해, 그의 영화를 관통하는 비밀의 키를 ‘암전’과 ‘분단체제’로 압축한다.
암전
암전은 이창동 영화의 비밀을 영화언어인 ‘쁠랑’(/쇼트)의 차원에서 이해하는 첫 번째 단서가 된다. 그는 가장 최근의 시네마 <버닝>에서 2개의 암전을 통해, 스피노자가 ‘정동’이라고 호명한, 얼굴 근육으로 표현된 ‘클로즈업’(근접화면)으로 이 시대 청년의 초상을 내밀하게 크로키한다. 그 페로조나는 이창동 자신이다. 우리는 그가 <박하사탕>에서 구사한 7개의 암전에서 이미 분단체제하 청년의 비극을 명증하게 확인했기 때문이다. 드디어 그는 <버닝>에 이르러 변주된 암전 시퀀스를 구사함으로써, 영화를 시나 소설로 환원하려는 강력한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포스트분단체제
이창동 영화에서 ‘암전’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다른 모든 영화적 방법과 표현은 ‘포스트분단체제’에 대한 응시로 수렴된다. 이 ‘시대정신’ 때문에 그의 모든 인물들은 ‘비극적 황홀’의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는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 이 책은 그의 이 문제와 정면으로 마주하는 과정을 시험함으로써 분단체제의 원인과 근인에 대한 고통스런 질문을 동시대 청춘들에게 던지고자 한다. 그것은 그의 다른 영화를 다시 소환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하는 것과 같다.
작가 소개
충북 충주생으로 『자연과생태』 편집위원을 맡고 있으며 강원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저서로 『노자와 에로스』(2016), 『사랑의 파문』(2016), 『이미지와 욕망』(2012), 『미완의 시대와 문학』(2007), 『역사의 천사』(2001), 『한국 근대문학의 이상과 현실』(2000), 『문학과 디스토피아』(1998) 등이 있다.
목 차
시대의 우울우리가 이창동을 빌어 말해보고 싶은 두세 가지 것들
암전
비극적 황홀
반시대적 고찰
소진된 인간<버닝>과 아펙투스
리비도
아펙투스?-?2개의 암전
소진된 인간
〈시〉와 유령
‘유령’
‘시’와 시인되기
비평?-?사랑의 기술
차이와 간섭<밀양>과 「벌레 이야기」
이야기, 욕망, 이미지
서사 구조와 방법
구조 분석
정황적 해석
기대 지평
봉인된 시간<박하사탕>과 환멸의 낭만주의
무제
〈박하사탕〉, 길과 기억
시간의 매듭(들)
봉인된 시간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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