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보통의 독자를 위한
이상적인 베토벤 평전
베토벤은 서양 클래식 음악 역사상 가장 중요한 작곡가 중 한 명이다. 1770년에 태어나 1827년 작고하기까지 명곡들을 왕성하게 창작했으며, 더욱이 음악인으로서는 치명적인 청각장애에도 불구하고 이런 성취를 이뤄냈다는 점에서 불굴의 정신을 보여준다. 그는 교향곡과 소나타, 현악 사중주는 물론 오페라까지, 다양한 음악 형식에서 놀라운 업적을 남겼다.
베토벤 음악을 더 잘 듣기 위한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음질이 좋은 시디를 구입하거나, 좋은 연주자와 연주회를 찾아다닌다. 또 큰 비용을 들여 오디오 장비를 갖추기도 한다. 이것들과는 결이 다른 방법 중 하나는 ‘관련 도서’를 읽는 것이다. 그의 시대를 이해하고 삶을 이해하여 곡이 지닌 의미를 좀 더 두텁게 하는 접근이다. 동시대의 음악은 이미 음악의 맥락을 은연중에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그저 듣기만 해도 충분할 경우가 많다. 하지만 수백 년 전의 음악, 머나먼 이국의 음악이라면 감상의 방법도 조금 다르기 마련이다. 고전적인 것은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들리는 법이다.
이 책은 베토벤의 삶과 작품을 자세하게 들여다본다. 그의 만 56년 조금 넘는 인생을 총 8개의 챕터로 나누어, 연도에 따라 순차적으로 서술한다. 뛰어난 전기 작가로 정평 난 저자는 집필 당시의 최신 연구 성과를 망라해 책을 쓰면서도, 기획 취지에 따라 지나친 자료 탐닉에 빠지지 않고 “일반 독자와 학생 및 학자”를 위한 “간결한 전기”의 모범을 보여준다. 참고로, 원서는 ‘탁월한 삶(Eminent Lives)’ 시리즈의 한 권으로 2005년에 발간되었다. 〈퍼블리셔스 위클리〉지는 “보통의 독자를 위한 이상적인 베토벤 평전”이라며 상찬하기도 했다.
퓰리처상 수상 작가의
치밀한 조사와 간결한 서술
이 책은 안톤 쉰들러가 쓴 조작된 평전의 광범위한 영향을 철저히 배제함은 물론, 베토벤 연구의 필독서인 알렉산더 윌로크 세이어의 전기(1879년)와 메이너드 솔로몬의 전기(1977년)를 충실히 따랐다. 루이스 록우드의 전기(2003년)와 조지프 커먼의 《베토벤의 현악 사중주》(1967년) 역시 주요 참고 자료가 되었다. 특히 저자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널리즘의 대가답게 베토벤의 서간집과 메모장 등의 방대한 자료로부터 인상적인 대목들을 다수 본문에 녹여냈다. 숱한 자료를 가로지르면서도 간결하고 균형감 있는 서술이 돋보인다.
베토벤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당대 문화예술을 이끈 인물들의 전반적인 지형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베토벤은 본의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 빈으로 유학해 음악가로서 화려한 경력을 쌓았다. 빈에 입성하여 ‘모차르트’ 앞에서 피아노를 연주해 놀라운 실력으로 깜짝 놀라게 하는 한편, 당시 빈 최고의 음악가였던 ‘하이든’을 스승으로 모시게 된다. 이후 점점 높아지는 그의 명성에 힘입어 대문호 ‘괴테’와 동등한 입장에서 조우하기도 한다. 그는 마침내 빈의 존경받는 음악가가 되어 평생을 살았고, 장례식 때는 그를 흠모한 ‘슈베르트’가 횃불을 들고 운구 행렬을 이끌었다. 한편 빈 귀족들과 밀접한 관계에 있던 베토벤에겐 ‘나폴레옹’의 흥망성쇠가 중요한 삶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저자는 이러한 베토벤과 여러 인물들의 관계를 인생 여정에 따라 차곡차곡 보여준다.
저자는 챕터별로 시기를 나눌 때 ‘인간으로서의 삶’을 주요 기준으로 삼았다. 음악 작품들의 경우 시기 구분의 기준이 되기보다는, 각 시기 삶의 맥락에 정연하게 놓여 있다. 1장은 본에서의 유년 시절을 다루고, 2장은 하이든을 스승으로 모신 빈 유학 초기를 다루었다. 3장은 충격적인 청각장애와 유서가 주요 내용이고, 4장은 성공과 실패가 교차한 왕성한 작품 활동을 서술한다. 5장은 ‘불멸의 연인’ 안토니 브렌타노가 시기 구분의 기준이 되고, 6장은 중년 후기의 삶, 7장은 조카 카를을 양자로 데려오기 위한 법정 소송, 8장은 말년의 삶을 다룬다. 이런 인생의 대목 사이사이로 베토벤이 창작한 음악 작품들이 빼곡하게 채워진다. 중요한 의미가 있는 곡에 대해선 음악 형식이나 조성 등에 관해 상세한 분석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뉴욕 타임스 북 리뷰> 추천
“솜씨 좋게 베토벤의 삶을 정리했다.”
베토벤의 청각장애는 유명한 인간 드라마의 표본으로, 베토벤을 신화적인 존재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이건 다른 중요성을 가진다. 바로 상대방과 의사소통을 위한 방대한 메모장 기록이 남게 된 것이다. 이는 메모광으로 유명했던 그의 성향과 맞물려 후대 그의 전기를 집필하는 데에 중요한 기초 자료가 되었다. 다시 말해 신화나 전설로서가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온전한 베토벤을 그려내는 데에도 청각장애가 역할을 한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측면을 충실히 반영해 베토벤을 과하게 찬양하지도, 부당하게 깎아내리지도 않고 다만 한 인간으로서 조명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에드먼드 모리스
1940년 케냐 나이로비에서 태어나 영국식 교육을 받았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로즈 대학교에서 음악, 미술, 문학 등을 공부한 그는 피아니스트가 되기를 꿈꿨다. 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런던에서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로 일하다가 1968년 미국으로 이민했다. 그 후 첫 번째 저서인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부상(The Rise of Theodore Roosevelt)》(1979)을 출간했는데, 전국적인 화제의 도서가 되어 1980년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을 받았다. 그즈음 대통령에 오른 레이건은 이 책을 인상적으로 보고 자신의 공식 전기 작가로 모리스와 인연을 맺게 된다. 오랜 시간 작업 끝에 《더치: 로널드 레이건 회고록(Dutch: A Memoir of Ronald Reagan)》(1999)을 출간한 모리스는 이어서 《시어도어 렉스(Theodore Rex)》(2001), 《대령 루스벨트(Colonel Roosevelt)》(2010)를 집필하여 ‘루스벨트 3부작’을 완성했다. 《인간으로서의 베토벤(Beethoven)》(2005)은 그가 작가로서 완숙기에 접어들었을 때의 저작으로, 방대한 자료 조사에 바탕을 둔 균형감각과 안정적인 필치가 인상적이다. 2019년 마지막 저서인 《에디슨(Edison)》을 출간했으며, 같은 해 78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옮긴이 : 이석호
좋은 음악을 듣고, 좋은 글을 읽는 것이 낙이다. 그 낙을 다른 이들과 나누는 것이 또한 즐거워, 그럴 궁리를 하고 지낸다. 10여 권의 음악 관련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다시, 피아노》, 에드워드 사이드의 비평집 《경계의 음악》, 《슈베르트 평전》, 《스타인웨이 만들기》, 코플런드의 음악 감상 개론서 《음악에서 무엇을 들어 낼 것인가》, 《바그너, 그 삶과 음악》, 《왜 말러인가?》, 필립 글래스의 자서전 《음악 없는 말》 등이 있다.
목 차
프롤로그
제1장 모차르트의 정신
제2장 하이든의 손
제3장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
제4장 차가운 지하 감옥
제5장 불멸의 연인
제6장 정신의 산맥
제7장 갈까마귀 같은 어미
제8장 침묵의 저편
고별사
에필로그
참고 문헌과 감사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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