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내가 매일 걷는 길이 갤러리가 된다
일상을 예술로 바꾸는 거리 미술 산책
미술 작품을 보려면 꼭 미술관에 가야 할까? 『거리로 나온 미술관』은 이 질문에 대해 “미술관이나 화랑에 꼭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거리 곳곳에도 미술 작품이 있다”는 뜻밖의 답을 제시한다. 아파트 단지 안, 대형마트 앞, 회사 건물, 지하철역 근처… 거리 위에는 밀폐된 공간에 대한 걱정이나 관람 시간 제한 없이 마음껏 감상할 수 있는 미술 작품이 가득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출퇴근길, 자주 가는 장소, 매일 걷는 길 위에서 발견할 수 있다. 출근길 여의도 IFC 서울 앞을 지날 때면, 빌딩 숲 사이 상큼하면서도 당당한 레몬색 조각 〈조용한 증식〉이 보인다. 점심을 먹고 나오는 길, 한국프레스센터 앞 광장에서 추상 조각 〈관계항-만남의 탑〉을 만난다. 친구와 서울라이트 축제에 가보니 우아한 곡선형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외장 패널에 내장된 LED 조명이 작은 구멍 사이로 빛나며 화려하게 물결치고 있었다. 주말에 장을 보러 간 홈플러스 영등포점에서는 보드를 타는 샐러리맨 조각 〈지나간 세기를 위한 기념비〉를 바로 눈앞에서 보았다. 늦은 저녁 녹사평역에 내려 상행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무심코 고개를 들었더니 중앙 홀에 설치된 돔 형태의 〈댄스 오브 라이트〉가 반겨줬다. 이렇듯 우리는 이미, 일상 곳곳에서 공공미술 작품을 마주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거리 위의 다양한 공공미술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실제로 우리가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미술 작품, 조형물을 소개한다. 광화문, 서대문, 동대문, 종로, 용산, 노량진, 코엑스, 인천국제공항 등 우리에게 익숙한 장소에 스스럼없이 녹아들어 일상의 풍경이 된 공공작품들과 건축물이 가진 다채로운 매력을 알 수 있다.
‘거리 미술관’은 24시간 연중무휴 상설 전시 중
일상 속에서 공공미술 작품을 발견하는 재미
『거리로 나온 미술관』에서는 한국 공공미술이 시작된 1980년대부터 2021년 최근까지 공공미술 작품의 변화와 발전 과정을 한눈에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을 선정해 앞으로의 공공미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함께 생각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또한, 공공미술 작품을 단순 열거하지 않고 공공미술 작품과 건축물 이야기에서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오버랩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기존에 출간된 공공미술 책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공공미술이 아직 낯설게 느껴지는 독자들도 관심을 갖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작품의 위기와 기회 순간, 작가의 인터뷰, 사진 등 취재를 기반으로 한 실제 자료를 풍부하게 담았다. 따로 검색하거나 공부하지 않고도 공공미술사를 일별할 수 있는 게 이 책의 또 다른 매력이다.
우리의 머릿속에는 광화문 하면 떠오르는 풍경, 인천공항 하면 떠오르는 풍경, 녹사평역 하면 떠오르는 풍경들이 있다. 이 자연스러운 풍경 안에는 무척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우리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공공미술 작품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다. 세계적인 거장의 유명한 작품,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작품, 이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시도로 생겨난 작품들이 거리에 무궁무진하다. 관람선을 지킬 필요도 없고 편하게 대화를 나눠도 되고 시간의 제약도 없이 자유롭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미술관은 오직 거리 위에만 있다. 미술은 미술관에 있다는 고정관념에서 한발 벗어나 예술의 향기가 가득한 거리 미술관을 산책하다 보면, 발견의 재미뿐 아니라 인문학적 지식과 작품을 더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얻게 될 것이다. 이 책이 우리를 공공미술 앞으로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손영옥
저널리스트 겸 미술평론가. 현재 국민일보 부국장이자 문화전문기자로 일한다. 202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미술평론(필명 손정)으로 등단했다. 우리나라 미술시장사 1호 논문인 「한국 근대 미술시장 형성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단색화 새로 읽기: 포스트식민주의와 글로벌리즘 사이」 등 다수의 논문을 썼다.
2020년 한 해 동안 『국민일보』에 연재되었던 칼럼 ‘궁금한 미술’을 바탕으로 한 이 책은 우리가 평소에 잘 알지 못했던 한 가지 사실을 알려준다. 그것은 바로 ‘굳이 미술관에 가지 않아도 일상 속에 미술품이 있다’는 것. 하지만 언제든 볼 수 있다고 해서 그 작품의 작가, 제작 경위, 미학적 가치, 시대사적 맥락을 두루 알기란 쉽지 않다. 이 책은 거리 위 조각물과 건축물이 누구의 손을 거쳐 탄생했는지, 설치된 배경은 무엇인지, 어떤 점이 멋진지 등을 궁금해할 이들에게 ‘친절한 거리예술 안내서’가 될 내용을 담았다.
저서로 『미술시장의 탄생』 『아무래도 그림을 사야겠습니다』 『한 폭의 한국사』 『조선의 그림 수집가들』 『독일 리포트』(공저)가 있다.
목 차
프롤로그
1장. 익숙한 곳에서 발견하는 낯선 아름다움 - 공공미술 이야기
ㆍ 빌딩 숲 사이 상큼하면서도 당당한 ‘레몬색 조각’
- 여의도 IFC 서울 × 김병호 조각가 〈조용한 증식〉
ㆍ 출퇴근하는 모두를 응원을 하는 도심 속 자화상
- 광화문 흥국생명 × 조너선 보로프스키 〈해머링 맨〉
ㆍ MB의 대권 꿈에 속전속결 세워진 소라고둥
- 청계광장 × 클래스 올덴버그 〈스프링〉
ㆍ 흉물 논란 딛고 100억대 복덩이로 변신한 아마벨
- 포스코센터 × 프랭크 스텔라 〈꽃이 피는 구조물〉
ㆍ ‘불시착 우주선’ 같은 DDP 그곳에 등장한 미래 인간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 김영원 조각가 〈그림자의 그림자〉
ㆍ 과거와 다른 현재 풍경이 된 장대한 아름다움
- 광화문광장 × 김세중 조각가 〈충무공이순신장군상〉
ㆍ 입간판에 가린 추상 조각이 이우환 작품이었다니
- 한국프레스센터 × 이우환 작가 〈관계항〉 연작
ㆍ 눌리고 짜부라져 길쭉한 샐러리맨은 아빠의 초상
- 홈플러스 영등포점 × 구본주 조각가 〈지나간 세기를 위한 기념비〉
ㆍ 꽃과 나무로 피어난 플라스틱의 상상력
- 코엑스 × 최정화 작가 〈꿈나무〉
ㆍ 공항 외벽에 펼쳐진 구름 문양의 ‘비행기 도로’
- 인천국제공항 × 지니 서 작가 등 〈아트포트 프로젝트〉
2장. 도심 안의 또 다른 예술 - 건축 이야기
ㆍ 동해 거친 화산섬에 살포시 앉은 곡선의 황홀
- 울릉도 × 김찬중 건축가 ‘코스모스 리조트’
ㆍ 섬처럼 고립된 중앙박물관, ‘뒷길’이 ‘숨길’이다
- 용산 × 박승홍 건축가 ‘국립중앙박물관’
ㆍ 뒤뜰에서 백자를 감상… 뒷모습이 더 아름다운 집
- 성북동 × 시민문화유산 1호 ‘최순우 옛집’
ㆍ ‘하얀 큐브’가 품은 공중정원 세상의 풍경을 끌어안다
- 용산 × 데이비드 치퍼필드 ‘아모레퍼시픽 본사’
ㆍ 〈몽유도원도〉 속 한국 산세를 꿈꾸는 건물
- 동대문 × 자하 하디드 ‘동대문디자인플라자’
3장. 거리예술로 훔쳐보는 그 시절 - 역사 이야기
ㆍ 한국인이 꽃피운 일제강점기 모더니즘 건축의 정수
- 종로 × 박길룡 건축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ㆍ ‘북한보다 크게 더 크게’ 박정희 시대 체제 경쟁의 산물
- 종로 × 엄덕문 건축가 ‘세종문화회관’
ㆍ 급조된 불통의 아이콘 건축가 없는 누더기 건축물
- 여의도 × 지명 건축가들 ‘국회의사당’
ㆍ 도시 재생의 상징이 된 세운상가
- 종로 × 김수근 건축가 ‘세운상가’
ㆍ 열 번 넘게 퇴짜 맞은 지붕 갓 씌우니 그제야 “됐소”
- 서초 × 김석철 건축가 ‘예술의전당’
4장. 관점을 바꾸고 경계를 허물다 - 새로운 공공미술
ㆍ 경계 없는 마음속 정원을 거닐다
- 금천 아파트 × 김승영 작가 〈누구나 마음속에 정원이 있다〉
ㆍ 거리 전광판 안으로 쏙 들어온 미디어아트
- 노량진 오피스텔 × 정정주 작가 〈경계의 숲〉
ㆍ 서울로 7017 끝자락 철제 구조물에 일렁이는 물결
- 서울로7017 × 건축가팀 SoA 〈윤슬〉
ㆍ 수면 위를 걷다 작품이 되는 타원의 광장
- 중랑 용마폭포공원 × 정지현 작가 〈타원본부〉
ㆍ 쇠락한 70년대 ‘타워팰리스’ 아래 예술이 흐르는 물빛 길
- 서대문 유진상가 × 공공예술 공간 ‘홍제유연’
ㆍ 속도의 지하철에서 만나는 쉼표의 예술
- 녹사평역 × 공공미술 프로젝트 ‘지하예술정원’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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