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시각적 사유의 창조적 행위이자 생성의 힘으로서
몽타주의 역량과 실천에 관한 성찰
시뮬라크르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제안하는 철학적 논의
“모든 영화는 몽타주 영화이다”(에이젠슈테인), “몽타주, 영화의 유일한 발명품”(고다르), “모든 새로운 예술은 몽타주라는 특질을 갖게 될 것이다”(아도르노).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미학적 발명품이 영화라면, 그 영화를 대표하는 이름은 몽타주일 것이다. 몽타주는 무엇이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리고 현재의 이미지 환경에서 몽타주 패러다임은 어떤 시사성을 갖는가?
몽타주라는 이름을 전면에 내걸고 영화의 역사와 몽타주의 관계, 그리고 시각적 인식론의 문제의식과 몽타주의 가치를 깊이 사유해나가는 영화 이론서『몽타주: 영화적 사유의 현재적 운동』이 출간되었다. 들뢰즈의 『시네마 2: 시간-이미지』, 자크 오몽의 『영화와 모더니티』 등을 번역 소개한 바 있는 영화학자 이정하 교수(단국대학교 공연영화학부)의 단독 저서로는 첫 책이다. 저자는 다년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120년의 영화 역사를 폭넓게 개관하고 몽타주 원리를 공유하는 다양한 대상과 실천들에 대해 밀도 높게 성찰한다.
몽타주, 영화의 아름다운 고민거리
몽타주는 일반적으로 ‘편집’이라 부르는 과정, ‘촬영된 이미지에서 필요한 부분을 선택적으로 잘라 특정한 흐름으로 이어 붙이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다. 애초에 기술적 생산 공정에서 쓰이던 이 용어는 영화의 운명에 포섭되어 영화의 특이성을 상징하는 테크네이자 미학적 개념이 되고, 역사와 세계를 지각하고 해석하는 인식의 방법론으로 확장되었다.
영화의 죽음이 몇 번이고 선언되고, 그 모든 위기를 통과하여 당도한 오늘날 매체 환경은 크게 달라졌지만, 주어진 이미지를 절단, 선택, 접속하여 새로운 이미지의 시간을 만드는 실천과 그 개념으로서의 몽타주는 여전히 건재하다. ‘몽타주의 원리는 이미 세계에 있었다’고 한 고다르의 말처럼, ‘절단하고 접속하며 파편화하고 흐름을 만드는’ 몽타주의 원리는 세상의 모든 이미지에 내재한 생산 원리이자 삶에 내재한 예술 원리인 것이다.
디지털 기술은 영화의 변화를 매개하고 촉진했는데, 그 과정에서 영화는 과거의 물적 기반 및 시각적 특이성 일부를 상실한 대신,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새로운 물질적 가능성을 얻게 되었다. 이 책은 이와 같은 매체 환경의 변화와 관련 논의를 충실하게 소개하면서 인위적․기술적 이미지들, 각종 메타 이미지들이 다발적으로 출현하고 증식하여 우리 현실의 층위를 변화시키는 이른바 시뮬라크르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몽타주, 바로 시각적 사유의 창조적 운동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강조한다.
“영화는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것은 몽타주이다.
그리고 몽타주야말로 인간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이었다.”
이 책 『몽타주』는 120년의 영화의 역사가 거쳐 온 과정을 면밀히 탐구하고 횡단해가며 다양한 층위에서 몽타주적 지식과 생산의 논리를 탐색해나간다. 영화 제작 기법으로서 몽타주 개념의 형성과 그 의미작용을 기술하는 데서 시작해 몽타주 이론의 설계자인 에이젠슈테인, 지가 베르토프, 고다르에 대한 정교한 논평을 제시하고, 현재의 시각적 인식론으로 논의를 확장한다.
1장 「영화의 운동, 몽타주의 운동」에서는 역사적 모던기에 태어나 성장한 영화의 역사에 주목한다. 블로흐가 “몽타주야말로 모던의 시간성이 요구하는 인식 형태”라고 말했듯, 몽타주는 20세기 내내 기술적, 개념적으로 눈부신 진화를 거듭했으며 전위적, 창의적 방법론으로 인정되고 공유되었다. 1장에서는 우선 영화의 창시자로서 뤼미에르의 영화를 멜리에스 등에 견주어 설명하고, ‘몽타주-왕’ 시기로 일컬어지는 1920년대 소비에트 몽타주 학파의 실험들을 자세히 소개한다. 쿨레쇼프 효과, 푸도프킨의 벽돌 쌓기 몽타주, 에이젠슈테인의 어트랙션 몽타주 등을 비롯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중대한 개념으로 작용하고 있는 파편화, 플랑-세캉스, 매치, 사실-이미지, 시간성, 연속/불연속, 시점 등이 해명된다.
2장 「몽타주의 설계자들」에서는 영화 역사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논쟁적인 몽타주 인식론의 주창자 에이젠슈테인과 지가 베르토프, 고다르의 이론을 압축적으로 들여다본다. 오늘날 이미지의 역량을 성찰하는 흐름에서 이 거장들이 창안하고 실천했던 형식과 개념들은 여전히 새롭게 부상하고 재발견되고 있다. 2장에서는 유기적 전체를 만드는 몽타주의 실질적인 운동, 그 역량의 실현 방법, 그리고 이를 수용할 집단적 신체인 관객의 역할 등을 탐구하고 내적 독백, 감각적 사유, 개념-이미지, 파토스, 엑스터시 같은 개념들을 산출해낸 에이젠슈테인, 인간의 눈에 대한 구체적 인식에서 출발해 영화-기계가 열어줄 시각의 확장과 인식 가능성을 실천적으로 이론화하고 그 실효성을 증명하고자 했던 지가 베르토프, “미장센은 시선, 몽타주는 심장의 박동” 같은 표현처럼 누구보다 날카로운 통찰력을 선보였으며 새로운 몽타주 형식 실험을 통해 영화를 근본적으로 재발명하고자 했던 고다르를 분석한다.
3장 「몽타주와 시각적 지식의 고고학」에서는 앞서 계속 탐색해온 몽타주의 역량을 영화와 예술 장르를 넘어 삶의 창조 역량으로서 사유하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선 모더니티 현상으로서 몽타주에 대해 논의한다. 저자에 따르면 몽타주는 영화에서 타 예술로, 더 나아가 인식의 장으로 가장 성공적으로 이주한 개념이다. 그 예로서 1920년대 아방가르드 예술운동의 전위적 방법론인 포토몽타주, 아상블라주, 자동기술 등을 검토해본다. 또한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 바르부르크의 ‘이미지-아틀라스’, 하룬 파로키의 ‘이미지들의 이미지들’ 같은 작업을 고찰하며 반시대적이고 변증법적인 시간 이미지 혹은 이미지 몽타주 등에 관해 사유해본다. 동시에 디디-위베르만이 제기한 시각적 지식의 고고학이라는 문제의식을 검토하고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루크레티우스의 시뮬라크르론 등을 새로운 관점에서 읽는다.
“몽타주라 불리는 것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한다. […]”(고다르). 몽타주라는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이토록 치밀하고 풍성한 논의를 전개하고, 그러면서도 그 독창성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은 이 책의 큰 미덕이다. 이 탁월한 이론서가 보다 많은 독자들에게 가닿아 생산적 논의를 촉발하기를 기대한다.
작가 소개
이정하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및 같은 과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파리 고등사회과학연구원에서 영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단국대학교 공연영화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한국 뉴웨이브의 정치적 기억』 『예술, 인문학과 통하다』(이상 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시네마 2: 시간-이미지』 『시각 저 끝 너머의 예술』 『들뢰즈와 예술』 『영화와 모더니티』 『소진된 인간』 등이 있다.
목 차
들어가며 - 우리가 사랑했던 영화, 우리가 사랑하는 영화, 그리고 ‘몽타주, 나의 아름다운 고민거리’
1장 영화의 운동, 몽타주의 운동
1. 시작의 시작
2. 서사영화와 몽타주의 진화
3. 연속과 불연속: 투명한 몽타주와 생산적 몽타주
4. 고전적 몽타주의 한계, 시간의 진실
5. 예술의 시간, 한계의 몽타주
2장 몽타주의 설계자들 - 에이젠슈테인·지가 베르토프·고다르에 관해 알고 있는 두세 가지 것들
1. 에이젠슈테인: “몽타주, 세계의 원-현상Ur-phanomen”
2. 지가 베르토프: 간격과 끝없는 몽타주
3. 고다르: “몽타주, 영화의 유일한 발명품”
3장 몽타주와 시각적 지식의 고고학
1. 모던의 기획과 몽타주
2. 몽타주와 모던의 시각적 인식론
3. 몽타주 패러다임의 현재와 비판적 재구성
나가며 - 이미지의 삶과 저항, 그리고 영화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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