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미술관-그림에 삶을 묻다-(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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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김건우
출판사항어바웃어북, 발행일:2022/04/11
형태사항p.419 A5판:21
매장위치취미예술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92229041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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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화가의 삶에 박힌 ‘영혼의 옹이’ 같은 명화들

1890년 7월 27일, 고흐가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밀밭에서 총상을 입고 쓰려졌다. 총상을 입은 채 집까지 걸어온 고흐는 이틀 동안 고열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다. 그의 복부에 총을 겨눈 이는 다름 아닌 본인으로, 고흐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 오랫동안 정설이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타살 가능성을 제기하는 학자들이 등장했다. 타살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제시하는 근거 가운데 하나가 고흐가 사망한 해에 그린 일련의 작품들이다.

1889년 고흐는 고갱과 다투고 귀를 자른 후 제 발로 생 레미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끊임없이 밀려오는 고통에 절규하던 시기에 아이러니하게도 고흐는 가장 밝고 희망적인 분위기의 작품을 그렸다. 긴 겨울을 버티고 가장 먼저 꽃망울을 터트린 아몬드 나무를 그린 <꽃 피는 아몬드 나무>, 아기가 제힘으로 생의 첫걸음을 떼는 순간을 묘사한 <첫걸음마>, 그리고 고흐의 마지막 작품으로 알려진 <나무뿌리>……. 고흐가 1890년에 완성한 작품들은 곧 스스로 목숨을 끊을 화가가 그렸다고 믿기지 않을 만큼 삶에 대한 의지로 충만하다. 작품에서 화가의 인생을 떼어내고 감상했을 때는 알아챌 수 없는 것들이다.

그림에는 화가의 감정, 생각, 그리고 삶이 녹아 있다. 화가는 그림을 통해 세상과 자기 자신에 관해 수없이 질문을 던진다. 즉, 화가의 삶을 통과해 나온 언어가 그림이다. 그래서 화가들이 남긴 작품은 크고 작은 부침을 겪으며 영혼에 박힌 옹이와 같다. 『인생미술관』은 서양미술사를 관통하는 화가 스물두 명의 인생을, 그들이 삶의 변곡점에 남긴 작품들을 프리즘 삼아 헤아려 보는 여정이다.


◎ 실패하고, 욕망하고, 두려움에 뒷걸음질 치고, 타협하는

가장 보통의 삶이 그림 안에 있다!

인생은 누구에게도 호락호락하지 않다. ‘거장’이라 칭송받는 예술가도 마찬가지다. 후대 미술사가들에게 ‘신에 가까운 예술가’로 평가받는 다 빈치는 메디치 가문의 인정을 받지 못해 예순이 넘은 나이에 새로운 후원자를 찾아 프랑스로 떠나야 했다. ‘19세기의 가장 완벽한 초상화가’로 불린 앵그르는 스물한 살에 그린 자화상에 쏟아진 혹평 때문에 평생 자화상 그리는 것을 두려워했다. 권력자를 위한 그림을 그리던 고야는 현실의 부조리를 비판하는 내용의 판화집을 출간했으나, 종교재판에 회부되는 게 두려웠던 나머지 판화집을 모두 회수했다. ‘현대미술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세잔은 에밀 졸라의 소설 속 실패한 예술가의 모습을 자신이라고 확신한 나머지, 유일한 친구와 하루아침에 절교했다. 화가가 수공업자 취급을 받던 시기에 뒤러는 자신을 예수처럼 묘사함으로써 세상을 향해 “나는 예술가다!”라고 외쳤다.

미술사에 길이 남을 명작을 그린 화가 역시 우리처럼 불완전하고 모순투성이의 인간이다. 화가를 위인이 아닌 실패하고, 욕망하고, 두려움에 뒷걸음질 치고, 타협하고, 고뇌하는 한 명의 인간으로 바라볼 때, 미술관에 걸린 그림과 평범한 우리 사이에 접점이 생긴다. 결국 ‘명화’라고 불리는 그림은 각자의 색으로 삶의 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인 셈이다. 그림이 현실의 삶과 연결되면, 일방적인 감상의 차원을 넘어 그림과 대화할 수 있게 된다.


◎ 화가의 발자취를 좇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양미술사를 관통

그림을 즐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미술사조 순으로 또는 끌리는 작품 위주로 감상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그림과 서먹한 사이일수록 화가 중심으로 그림을 볼 때, 감상의 폭이 넓어진다. 작품 위주로 즐기다 보면 꿰지 않은 구슬처럼 파편화된 지식이 방향을 잃고 방황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화가의 삶을 중심축으로 두고 그림과 만나면, 과거와 현재 그리고 개인과 사회를 넘나들며 총체적인 시각에서 작품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다 빈치, 틴토레토, 벨라스케스, 렘브란트, 고흐, 세잔, 뭉크 등 화가의 발자취를 좇다 보면 자연스럽게 서양미술사를 관통하게 된다. 더 높은 차원의 예술을 향한 그들의 도전이 새로운 미술사조를 열었기 때문이다. 화가들의 인생과 그들이 남긴 작품은 미술사를 직조하는 씨줄과 날줄이다. 평소 서양미술사가 버거웠던 독자라면, 화가들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 미술사를 쉽고 재미있게 알아갈 수 있다.


◎ 인물에 대한 가장 응축된 텍스트, 부고(訃告)

이 책이 소개하는 모든 화가의 인생 이야기는 ‘부고(訃告)’ 기사에서 출발한다. 부고는 누군가의 죽음을 알리는 글이다. 사망이라는 엄숙한 순간에 맞춰 작성된 글은 한 인물에 대한 가장 응축된 텍스트다. 그래서 부고는 짧은 시간 안에 인물에 대한 정보를 각인하듯 선명하게 정리해준다.

스물두 명의 화가 이야기는 모두 그들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다. 렘브란트는 무연고자와 빈민의 시신을 묻는 교회 소유 공동묘지에 묻히는 순간, 다비드는 망명지에서 마차에 치여 쓸쓸하게 죽음을 맞는 순간, 세잔은 그림을 그리러 나갔다가 폭우를 맞고 의식을 잃고 쓰러질 때를 첫 장면으로 인생의 매듭을 하나씩 풀어낸다.

화가 사후 짧게는 100년 길게는 500년 후에 다시 쓴 부고 기사는, 화가가 세상을 떠난 직후에는 담을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알려준다. 고흐가 마지막까지 머물렀던 오베르에서는 100년 간격으로 두 번의 장례식이 열렸다. 1890년 7월 29일 열린 장례식에는 동생 테오와 친구 몇 명만 참석했다. 고흐가 마을에서 떠나길 바랐던 오베르 주민들은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외면했으며, 신부는 자살했다는 이유로 추모미사를 거절했다. 100년 후인 1990년 7월 29일 열린 장례식에는 오베르 주민 500여 명이 참석했고, 추모미사는 물론 마을 행진까지 거행되었다. 현시점에서 쓴 부고 기사는 달라진 화가의 위상과 평가 그리고 그가 후대 예술가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 화가의 발자취를 더 정확하게 기술한다.

고갱을 모델로 한 소설 『달과 6펜스』에서 ‘달’은 아름다운 이상, ‘6펜스’는 세속적인 현실을 상징한다. 예술가뿐만 아니라 평범한 우리 역시 달과 6펜스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뇌한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며 그려나간 궤적이 곧 인생이다. 달 또는 6펜스를 좇아 캔버스를 찬란하고 처연하게 물들인 스물두 편의 인생 이야기에서, 우리는 가장 보통의 삶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소개

김건우

미술, 음악, 영화 등 문화예술 관련 콘텐츠를 기획하여 책으로 만드는 에디터이다. 지난 십여 년 동안 근·현대 서양미술에 천착해 다양한 도서를 기획해왔다. 이를 위해 전 세계 미술관을 여행했다. 런던 내셔널갤러리·테이트모던·코톨드, 파리 루브르·오르세·오랑주리, 마드리드 프라도·티센보르네미사 ·레이나소피아, 피렌체 우피치·아카데미아, 빈 미술사박물관 ·레오폴드박물관 ·벨베데레(궁전), 뮌헨 알테·노이에·모데르네 피나코테크, 도쿄 국립서양미술관 ·도고세이지 등 여행한 미술관과 독대한 작품이 늘수록, 그림이 발화(發話)하는 순간이 더 자주 찾아와 기쁘다.

그는 그림과 서먹한 사이일수록 화가 중심의 감상을 권한다. 작품 위주로 즐기다 보면 꿰지 않은 구슬처럼 파편화된 지식이 방향을 잃고 방황하기 십상이다. 화가의 삶을 중심축으로 두고 그림과 만나면, 과거와 현재 그리고 개인과 사회를 넘나들며 총체적인 시각에서 작품을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작품은 화가의 내면과 시대를 모두 투영하기 때문이다.

그가 최근 주력하는 콘텐츠 기획 및 개발 분야는 지식과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거나(크로스오버) 융합하는(하이브리드) 작업이다. 수년 전부터 진행해온 ‘미술관에 간 지식인 시리즈’의 여러 도서가 문화체육관광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등 정부 부처 및 기관으로부터 우수도서로 다수 선정되었다. 

목 차

Chapter 1. 삶을 짓누르는 중력에 맞서

01. 삶의 여백을 채우는 법, 저항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_ 빈센트 반 고흐

02. 울고 있는 열두 살 내면아이에게 보내는 위로 _ 에드가 드가

03. 당신이 좇는 것은 달빛인가 6펜스인가? _ 폴 고갱

04. 하늘과 바람과 별을 담은 삶 _ 장 프랑수아 밀레

05. 짙은 어둠으로도 감출 수 없었던 정제되지 않은 욕망 _ 틴토레토


Chapter 2. 내 캔버스의 뮤즈는 ‘나’

06.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근대적 개인의 탄생 _ 알브레히트 뒤러

07. 자유롭게 상상하고 치밀하게 검증하라! _ 레오나르도 다 빈치

08. 삶은 평범하게, 예술은 비범하게 _ 외젠 들라크루아

09. 나는 반항한다, 고로 존재한다 _ 귀스타브 쿠르베

10. 고독을 앓고 얻은 것과 잃은 것 _ 폴 세잔


Chapter 3. 어둠이 빛을 정의한다

11.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_ 에드바르 뭉크

12. 모든 것이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남은 단 하나 _ 렘브란트 반 레인

13. 웃음으로 저항하고, 웃음으로 세상을 바꾸다 _ 오노레 도미에

14. 인생의 양감은 행복이 아닌 불행에서 비롯된다 _ 에두아르 마네

15. 모순된 욕망과 함께 걷는 길 _ 프란시스코 고야

16. 소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운명 _ 한스 홀바인 2세


Chapter 4. 달의 뒷모습

17. 사실적 인물 묘사의 대가가 왜곡해 그린 단 한 사람 _ 디에고 벨라스케스

18.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열흘 붉은 꽃이 없다 _ 자크 루이 다비드

19. 미워하다가 닮아버린 지독한 모순 _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

20. 삶의 방점을 어디에 찍을 것인가? _ 니콜라 푸생

21. 영혼이 따라올 시간 _ 라파엘로 산치오

22. 한 번뿐인 인생, 가장 화려하게 그리리라 _ 피터 파울 루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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