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재즈는 어떤 음악인가?
재즈는 어떤 음악인가? 재즈에 특별히 관심이 없는 대중들에게 재즈는 일상의 곳곳에서 멜로디를 의식하지 않고 무심하게 들을 수 있어 편안한 음악, 아늑한 분위기의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왠지 분위기로 기억되는 그런 음악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영화 <라라랜드>의 한 장면에 나오는, 재즈 연주자이면서 재즈를 너무나 사랑하는 주인공 세바스찬의 말을 들어보자.
“재즈는 그냥 듣는 음악이 아니에요. 얼마나 치열한 대결인지 직접 봐야 해요. 저 친구들 보세요. 저 색소폰 연주자요. 방금 곡을 가로채서 멋대로 가지고 놀아요. 다들 새로 작곡하고, 편곡하고, 쓰면서 선율까지 들려주죠. 이젠 또 트럼펫이 할 말이 있군요. 서로 충돌했다가 다시 타협하고 그냥… 매번 새로워요. 매일 밤이 초연이에요. 진짜 기가 막혀요.” (본문 193쪽)
세바스찬에게 재즈는 그냥 흘려듣는 음악이 아니다.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특별한 관심과 이해를 가지고 능동적으로 청취해야 하는 음악이고, 그렇게 해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음악이다. 물론 그냥 듣는다고 해서 재즈의 아름다움을 알 수 없다는 뜻은 결코 아닐 것이다. 다만 재즈는 그 내용이 만들어지는 메커니즘을 알고 나면 더욱 다양한 재미와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종류의 음악이라는 뜻이다.
인문학으로 재즈를 사유하다
이 책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재즈에 대해 이야기한다. 실제 무대에서 재즈를 연주하는 재즈보컬리스트이면서 동시에 재즈와 인문학의 융합 연구에 매진하는 학자이기도 한 저자는 인문학적 사유라는 낯선 방식을 통해 재즈에 대해 탐색해간다. 이 책은 단순히 재즈를 연주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재즈란 무엇인가?’라는 문제에 천착해온 저자가 철학, 미학, 심리학 등 좀 더 다른 시각에서 재즈의 정체성에 접근해보고자 했던 학문적 고민의 결과물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문학적 사유를 통해 재즈가 과연 무엇인지 묻고 또 묻는다. 때로는 독일 철학자 테오도어 아도르노의 재즈 비평을 소개하며 그에 대한 동의와 반박을 통해, 때로는 정신분석학자 라캉의 이론이나 린다 허천의 패러디 이론, 질 들뢰즈의 《프루스트와 기호들》을 인용하거나 움베르토 에코의 대중음악에 대한 분석을 빌려 재즈에 대해 사유한다. 또 니체의 《비극의 탄생》을 통해 재즈에서 이원적 세계들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 탐색하기도 한다.
저자가 재즈와 인문학의 융합 연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우리나라의 재즈 연구가 음악이나 연주 스타일에 대한 분석 혹은 재즈 역사나 재즈 음악 시장에 대한 연구를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는 데 반해 타 학문과의 융합 연구는 왜 찾아보기 힘들까, 하는 의문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재즈 역사 혹은 재즈 명반이나 연주자 등을 소개하는 기존의 재즈 도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색다른 방식으로 재즈에 대해서 말한다. 재즈를 잘 알지 못하는 독자들에게는 재즈라는 음악을 제대로 감상해보고 싶다는 흥미를 불러일으킬 것이며, 재즈 애호가들에게는 좀 더 깊이 있는 재즈 듣기로 안내하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재즈를 한다는 것
기존의 음악적 질서를 위반하고 전복하며 끊임없이 진화하면서 그 영역을 확장해가는 ‘재즈’는 그 어느 누구도 명확한 답을 찾기 어려운 복잡 미묘한 음악이다. 인류학자 존 스웨드는 저서인 《재즈 오디세이》 서두에서 재즈는 다른 음악과 달리 정의 자체를 거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서 ‘재즈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이 책의 제목처럼 답을 찾기 어려운 ‘끝나지 않는 물음’일지도 모른다. 다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이 책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은 ‘재즈’라는 음악에 대한 나와 우리의 관습적 사고에 ‘틈’을 내어보는 것이다. 재즈의 정체성을 단지 음악 내적으로만 사유할 것이 아니라, 음악 외적으로 그 사고의 지평을 넓혀보는 것이다.” (본문 7쪽)
그래서 음악을 단지 음악적으로 사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문학적으로 사유함으로써 ‘관습적 사고에 틈을 내어보고자’ 하는 이 책은 ‘차이에 집중하며 고정된 세계를 깨뜨려줄 낯선 만남을 기대하게 하는 음악’ 재즈와 무척 닮아 있다. 재즈와 인문학의 융합 연구를 지금도 계속해서 진행 중인 저자는 여전히 재즈가 무엇인지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고 어쩌면 연구의 첫 시작점보다 좀 더 혼란스러워졌는지도 모르겠다고 솔직히 고백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나는 이런 식으로 계속 고민하며 사고에 틈을 내다보면 언젠가는 우리의 ‘재즈’가 더 깊어지리라고 확신한다. 크리스토퍼 스몰의 용어를 빌려오자면,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는 (아마도) 모두 ‘재즈를 하고 있다’. 악기로 재즈를 연주하고, 재즈에 대한 글을 쓰며, 재즈 공연을 만들기도 하고, 재즈 음악을 감상하거나 재즈에 관한 공부를 하며 나름의 ‘재즈를 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재즈를 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삶을 통해 재즈를 하기도 한다. 일상의 정해진 틀 안에서 자유를 꿈꾸며, 억압된 것들을 통해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려 하고, 크고 작은 위반과 전복을 통해 끊임없이 보편에 저항하며 나만의 특별한 삶을 살아낸다.” (본문 233쪽)
이 책은 재즈에 관심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책이 아닌, 재즈라는 음악을 통해 우리의 삶을 사유해보고자 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책이기도 하다.
작가 소개
남예지
재즈 보컬리스트이자 음악 교육자이며, 가끔은 글도 쓴다.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재학 시절,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음악을 시작했으며, 이후 중앙대학교 공연영상학과에서 실용음악을, 고려대학교 응용언어문화학협동과정에서 문화콘텐츠학을 전공했다. 박사 논문인 「재즈의 미학적 연구」를 시작으로 활발하게 재즈와 인문학의 융합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재즈 전문 월간지 《재즈피플》에 ‘인문학으로 재즈 횡단하기’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연재했다. 정규 음반으로는 1집 <Am I Blue>, 2집 <Terra Incognita>, 3집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가 있으며, 현재 공연기획사 재즈올로지(Jazzology)의 대표이자,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글로벌예술학부 초빙교수로 재직 중이다.
목 차
글을 시작하며
1장 재즈, 끝나지 않는 물음
- 재즈란 무엇인가
2장 즉흥의 미학
- 재즈의 흥은 즉흥에 있다
- 위반과 전복의 음악
3장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법
-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
- 아는 만큼 들리는 음악
- 아도르노는 재즈를 싫어했을까?
- 누군가의 기억과 만나는 일
4장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하는 음악
- 작은 차이가 만들어내는 세계
- 건반들 틈새로부터 나오는 음악
- ‘음악’ 혹은 ‘음악하기’
5장 재즈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 변증법으로 바라보기
- 이원적 세계의 병존
- 익숙함과 낯섦의 사이
- 비극 정신으로부터 재즈의 탄생
6장 모던 재즈와 포스트모던 재즈
- 음악을 위한 음악
- 재즈를 넘어선 재즈
- 일상의 재즈가 소비되는 방식
7장 재즈의 영토 확장
- 모던 걸과 모던 보이의 음악
- 환영받지 못한 음악
글을 마치며
후주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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