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서양미술사의 하늘을 수놓은 성좌 중 가장 찬란하게 빛나는 별,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예술 공간
반 고흐의 상실과 결핍의 근원인 쥔데르트에서부터
예술이라는 구도의 길을 걷기 시작한 파리를 거쳐
유토피아적 꿈의 시작점과 마침표를 찍은 아를과 오베르쉬르우아즈까지,
그의 자취를 따라가다
_ 속지 않는 자가 방황한다
문학, 사상, 예술의 위대한 거장을 찾아가는 국내 대표적 인문 기행 프로젝트인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서른 번째 책이 출간되었다. 거장의 자취를 직접 밟아 가면서 그의 생애와 작품·사상·예술 세계를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는, 평전은 평전이되 공간의 현장성을 질 높은 도판과 산뜻한 디자인으로 담아 낸 입체적 평전의 모범을 보여 줌으로써 인문 교양 독자들에게 호평을 받아 왔다. 서른 번째로 만나는 거장은 서양미술사를 수놓은 성좌 중 전 세계인들로부터 사랑받는 빈센트 반 고흐로,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거장 화가로는 구스타프 클림트, 에드바르 뭉크, 클로드 모네, 얀 페르메이르, 에드가르 드가에 이어 여섯 번째다.
살아생전 단 한 점의 그림밖에 팔지 못했고 평생 세상과 불화하며 부랑자처럼 떠돌았지만 죽은 뒤 서양미술사상 가장 높고 찬란한 명성을 누린 빈센트 반 고흐의 삶과 예술 세계는 “속지 않는 자가 방황한다”라고 한 자크 라캉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사람들은 흔히 그를 극한의 광기로 치닫다가 끝내 스스로 생을 마감한 비극적 예술가로만 여기지만, 그는 누구보다 명료한 정신으로 자기 안의 깊은 고독과 슬픔을 표현하기 위해 날마다 치열하게 분투한 건강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 37년이라는 짧은 생의 여정 동안 어디에도 온전히 정착하지 못하고 유배자처럼 떠돌았던 것은 역설적으로 그가 너무나 투명한 영혼을 가진 자였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는 기성의 보수적 체제에 늘 미심쩍은 시선을 보내며 저항했는데, 그것은 창조적 모험이라 할 만한 탈주로 이어졌다. 그가 이 지상에서 보여 준 탈주의 파노라마는 결국 영원과 닿아 있는 위대한 예술을 탄생시켰다.
저자인 미술평론가 유경희는, 내면의 깊은 상실과 결핍을 오히려 창작의 원동력으로 삼아 눈부신 예술 세계를 일군 반 고흐의 행보를 따라간다. 저자의 여정은 특히 화가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으면서도 우리에게 익숙한 많은 걸작들을 탄생시킨 프랑스의 아를, 생레미드프로방스, 오베르쉬르우아즈 등에 집중되어 있다. 저자는, 평생 고단하게 떠돌았던 반 고흐라는 한 인간에 접속하여 그를 이해해 보고자 한 이 시도는 “빈센트 반 고흐-되기의 시간”이자, “빈센트로 시작해 나에게 도달한 영적인 여행”이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여행을 통해 “빈센트처럼 사물과 사람을 보는 습성도 생겼다. 그는 사람들이 충분히 감탄하지 않는다며 불평했는데, 나는 무엇보다 그처럼 감탄하는 법을 배웠”으며, 또한 반 고흐의 “방황과 방랑은 자기만의 삶을 구축하기 위한 너무도 건강한 삶의 드라이브이자 메커니즘이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_ 예술이라는 구도의 길
반 고흐의 인생은 주로 네덜란드, 벨기에에서 보낸 전기와, 프랑스의 파리, 아를, 생레미드프로방스, 오베르쉬르우아즈에서 보낸 후기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그는 큰아버지 센트가 운영하던 구필화랑 덴하흐 지점의 화상으로서 세상에 첫발을 내디뎠다. 이때 유명 화가들과 작품들을 풍부하게 접할 수 있었는데, 특히 장 프랑수아 밀레를 필두로 한 바르비종파의 자연 친화적 화풍에서 심대한 영향을 받았다. 그림 파는 일을 그만둔 뒤에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종교적 포부를 안고 평신도 전도사로서 열악하기로 악명 높은 보리나주 광산촌으로 들어가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다. 그러나 교단으로부터 전도사로서 부적합하다는 판결을 받은 그는 종교 대신 예술이라는 구도의 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화가로서 반 고흐의 인생은 세계 예술의 중심지 파리에 입성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파리에서는 무엇보다도 인상주의 사조를 접하면서 그의 그림도 초기의 어둡고 무거운 색조에서 강렬하고 생기 있는 색조로 바뀌기 시작했다. 즉 “색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그는 색채 속에서 삶을 찾고자 했으며, 진정한 그림이란 색채에서 솟아나는 것이라고 믿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그는 파리보다는 보다 밝은 빛과 따뜻한 색채가 있는 곳에서 예술가들을 위한 공동체를 만들고 싶어 했다. 밀레와 앙리 루소가 주축이 되어 프랑스의 작은 시골 마을인 바르비종에 화가들의 공동체를 만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반 고흐의 아를 시대가 시작되었다. 그가 예술에 대한 열정을 가장 폭발적으로 분출한 생의 마지막 3년의 시작점이다.
밝고 화사한 색으로 뒤덮인 남프랑스 아를의 봄은 마치 그가 꿈꾼 유토피아에서 온 편지 같았다. 그리고 반 고흐가 테오의 돈으로 심혈을 기울여 꾸민 ‘노란 집’은 유토피아 건설을 위한 꿈의 아지트 같았다. 그러나 그 유토피아 건설의 동지라고 여긴 폴 고갱과의 갈등이 끝내 비극적 결말로 치달으면서 반 고흐의 꿈도 모두 부서지고 말았다. 이후 정신 질환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은 그는 생레미드프로방스에 있는 생폴드모졸요양원에서 약 1년간 머물렀다. 당시 반복되는 발작과 불안으로 가장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그는 그 유명한 <별이 빛나는 밤>, <꽃핀 아몬드나무>를 비롯하여 <올리브나무>, <사이프러스나무> 등 많은 걸작을 남겼다.
이후 요양원을 떠나 파리와 가까운 오베르쉬르우아즈라는 작은 마을로 거처를 옮긴 반 고흐는 마을 여기저기를 쏘다니며 드넓게 펼쳐진 밀밭, 포도밭, 나무, 정원 등을 그렸다. 특히 죽기 얼마 전에 그린 <구름 낀 하늘 아래의 밑밭>, <까마귀가 나는 밀밭>은 생의 끄트머리에 선 그가 느꼈을 절망감과 고독감이 사무치게 묻어난다. 1890년 7월, 그는 저물녘 들판으로 산책을 나갔다가 자신의 가슴에 총을 쏘았고, 이틀 뒤 테오의 품에서 숨을 거두었다. 살아생전에 그는 “내 작품이 팔리지 않아도 어쩔 수 없지. 그렇지만 언젠가는 사람들도 내 인생보다 더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거야”라고 했는데, 그의 예견대로 이제는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화가가 되었다.
작가 소개
유경희
대학에서 국문학, 대학원에서 미학을 전공했고, 시각예술과 정신분석학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술 잡지 기자와 큐레이터로 일하던 중 뉴욕에 체류하면서 예술 행정을 공부했다. 현재는 유경희예술처방연구소를 만들어 인문학과 예술을 통섭하는 맞춤 강좌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치유의 미술관』, 『가만히 가까이』, 『나쁜 그림』, 『리더를 위한 유쾌한 그림 수업』, 『교양 그림』 등이 있다.
목 차
PROLOGUE_속지 않는 자가 방황한다
01_한 예술가의 초상
02_유년의 빛과 그림자
03_예술의 중심지 파리로 가다
04_사랑에는 참된 힘이 있다
05_영감의 근원
06_공동체와 유토피아
07_파국으로 끝난 꿈의 공동체
08_정신병이라는 영감
09_영원한 휴식
10_정다운 분신, 테오
EPILOGUE_영원의 문 앞에서
반 고흐 예술의 키워드
반 고흐 생애의 결정적 장면
참고 문헌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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