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한국 영화가 도달할 수 있는 깊이는 곧 이창동 감독이 도달한 깊이” (영화평론가 이동진)
“내가 그 인간을 용서하기도 전에
어떻게 하나님이 먼저 그를 용서할 수 있어요?”
타인의 고통, 용서의 한계, 그리고 구원의 가능성
인간 존재 방식과 삶의 의미를 탐구한 문제적 걸작!
★ 제60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 여우주연상 수상작 ★
★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뽑은 21세기 최고의 한국 영화 ★
+ ‘밀양’ 오리지널 시나리오, 작가 노트와 오프닝 씬 콘티
+ 70여 컷 이상의 미공개 촬영 현장 스틸
+ 초기 구상과 플롯이 담긴 시놉시스와 트리트먼트
+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밀양’ 심층 인터뷰
+ 여성학, 평화학 연구자 정희진의 신작 에세이
+ 제주대 사회교육학과 교수 이소영의 추천사
+ 영화평론가 김영진의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인터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말할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세속의 평범한 삶을 비추는 이창동의 빛
“한국 영화가 도달할 수 있는 깊이는 곧 이창동 감독이 도달한 깊이”(이동진), “세계 영화계의 한 주역이 만들어낸 위대한 영화”(뉴욕타임스), “모자람 없이 훌륭하다.”(LA 위클리)
2007년 제60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배우 전도연에게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안긴 이창동 감독의 네 번째 연출작 ‘밀양’이 영화 개봉 15년 만에 각본집으로 관객과 독자 들을 찾아왔다. ‘밀양’은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이라는 쾌거와 더불어 국내외 평론가들로부터 비평적 상찬을 받았고, 참여정부에서 문화부장관을 지낸 이창동 감독의 영화계 복귀작이라는 기대감, 촬영장에 들렀던 봉준호 감독이 “전쟁터 같다.”라고 할 만큼 치열했던 현장에서의 일화들, 영화 속 상황의 극적 충격, 특정 종교와 관련한 논란 등 개봉 전후로 숱한 화제를 모았다. 그해 ‘밀양’은 제6회 대한민국영화대상에서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송강호)을 수상하는 등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상의 영예와 “거장의 위대한 작품”이라는 찬사를 동시에 받았다.
《시 각본집》, 《버닝 각본집》에 이어서 출간되는 《밀양 각본집》에는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포함해 이창동 감독이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발전시켜나간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가 노트, 직접 스케치한 오프닝 씬의 콘티, 지금까지 공개된 적 없는 촬영 현장 스틸 70여 컷 등 영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소장 가치 높은 콘텐츠들이 풍성하게 수록되어 있다. 이를 통해 ‘밀양’이라는 이야기의 시작부터 시놉시스-트리트먼트-시나리오-촬영으로 이어지는 제작 과정, 촬영장에서 감독과 연기자들 사이에 흐르던 미묘한 긴장감까지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특히 부록의 ‘시놉시스’와 ‘트리트먼트’는 오리지널 시나리오와 동일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 아니라 원래의 시나리오 창작 과정에서 최초의 구상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것을 수록했다. 이창동 감독이 ‘작가의 말’에서 언급하고 있듯이 원래 ‘밀양’의 클라이맥스는 신애가 저수지의 차가운 물속에서 신과 마지막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었다. 그러나 기술적인 문제로 해당 장면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결국 2주간 촬영을 중단하고 시나리오를 수정하는 작업을 거쳐 다시 촬영된 것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밀양’인 셈이다(기술적인 문제로 사용할 수 없게 된 ‘저수지 장면’은 현장 스틸에 실린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즉 《밀양 각본집》에 수록된 시놉시스와 트리트먼트는 최종 수정된 오리지널 시나리오와 비교해 줄거리나 장면들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으며, 이를 통해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또 다른 버전의 ‘밀양’을 비교 감상할 수 있다.
“영화라는 매체가 도달할 수 있는 깊이”
‘밀양’의 비밀스런 빛에 다가가는 몇 가지 방법
《밀양 각본집》에는 ‘밀양’에 담긴 이창동 감독의 의도와 작가적 문제의식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게 해주는 인터뷰들, 영화를 분석하고 의미를 해석하기보다는 타인의 고통과 위로의 가능성에 대해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는 인상적인 글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의 인터뷰는 2007년 ‘밀양’이 개봉한 직후에 이루어졌지만, 이 책을 위해 내용을 전면 수정하고 새롭게 다듬은 것이다. “영화라는 매체가 도달할 수 있는 깊이”라는 유명한 한 줄 평으로 ‘밀양’을 극찬한 바 있는 이동진은 2021년 유튜브 채널 ‘이동진의 파이아키아’에서 이 영화를 21세기 최고의 한국 영화로 선정하기도 했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밀양’의 씨앗이 이창동 감독에게 뿌려진 계기부터 밀양이라는 공간의 의미, 타인의 고통과 용서의 한계, 특정 종교와 관련된 해석과 논란, 전도연과 송강호라는 명배우들의 탁월한 연기 등 깊이 있고 다채로운 질문을 통해 감독의 생각을 충실하게 이끌어낸다. 무엇보다도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 등의 전작들과 ‘밀양’을 서로 교차시키고 비교함으로써 이창동의 작품 세계 전반에서 나타나는 특징들을 더욱 잘 이해하게 해준다.
이 책에서 최초로 공개되는 영화평론가 김영진의 인터뷰는 2011년 전 세계의 중요한 고전영화와 예술영화 들을 엄선해 DVD/블루레이로 출시하는 ‘크라이테리언 컬렉션(The Criterion Collection)’에 ‘밀양’이 포함되었을 때 부가영상(supplement) 수록을 위해서 이루어졌던 것이다.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의 부가영상에는 이창동 감독이 답변하는 영상만 편집되어 있었던 반면, 《밀양 각본집》에는 김영진이 당시의 질문을 되살리고 새롭게 글을 추가하여 온전히 갖춰진 형태의 인터뷰를 수록했다. 간결함을 유지하면서 영화의 핵심에 과감히 다가가는 김영진의 인터뷰는 ’밀양’이 지닌 평범함과 세속적인 것들의 의미를, 삶과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한 예술가의 초상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여성학자 정희진은 이 책을 위해 쓴 신작 에세이 ‘피해자의 오만과 숭고한 실패’에서 “타인의 고통을 정녕 이해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동시에 고통의 본질에 대해, 사회적 재난이나 범죄의 피해자들이 맞닥뜨리는 회복(구원) 불가능성에 대해, 가해자 또는 사회 구조가 만든 피해자의 강제적 위치성에 대해 강렬하게 말한다. “용서, 구원? 이는 몸의 훼손을 알지 못하는 자들의 용어이다. 피해는 재해석(dis-covery)될 수는 있어도 사건 이전으로 회복(回復, re-covery)될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정희진은 “고통을 직면하고 재해석하려는 노력이 공부이고 예술”이라고 말한다. “피해자가 고통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그들의 고통을 다루고자 하는 예술가가 있을 뿐이다. 나의 유일한 위로는 윤리적인 지식인 이창동의 존재다. 나는 그에게 의지한다.”(303쪽)
제주대 사회교육학과 교수 이소영의 글 ‘고통받는 존재들을 비추는 비밀의 빛’은 “단 한 차례의 감상으로 불에 덴 듯한 각인이 내면에 새겨지는 영화” ‘밀양’을 의도치 않게 네 번이나 감상하면서 그때마다 새롭게 느끼고 발견한 것들을 담백하게 풀어놓는다. 많은 사람들이 ‘밀양’에서 고통과 비극을 보지만, 이소영이 발견한 것은 마지막 장면에서 종찬이 신애를 향해 들고 있던 거울 조각에 반사된 볕 한 줌이었다. 이런 발견은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이 어떤 위로도 해줄 수 없음을 알았을 때, 그에게 내어줄 빛이 없더라도 다른 빛을 반사해줄 종찬의 거울 조각이 되길 바랐던 소중한 경험으로 이어진다. 통상적으로 짤막하게 쓰이는 추천사들과 달리 이소영의 글은 영화 ‘밀양’에서 발견한 ‘별것 아닌 위로’에 관한 에세이로 읽어도 좋을 아름다운 글이다.
고통을 다루고자 하는 예술가에게
영화는 거울이고 나침반이며 망치이다
‘밀양’의 원작은 이청준(1939-2008)의 단편소설 <벌레 이야기>이다. 이창동 감독은 1988년 가을에 이 소설을 읽고 반드시 영화화하기로 결심했다. 당시는 광주 학살의 진상 규명을 위한 5공 청문회가 열리고 있을 때였고, 그는 <벌레 이야기>를 광주 학살을 정치적으로 마무리하려는 사회적 흐름을 향한 피해자들의 통렬한 항변으로 읽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 이창동은 영화감독이 되어 몇 편의 영화를 만들었고, 참여정부에서 문화부장관을 지냈다. 《밀양 각본집》에 수록된 ‘작가 노트’를 보면 2004년에 ‘밀양’에 관한 메모가 시작되고 있는데, 1988년에 하나의 씨앗으로 뿌려진 생각이 발아한 순간이다.
‘밀양’은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없는 인간의 한계, 그 불가능성을 시험한다. 이창동 감독은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회고한다. “영화는 타인의 고통을 어떻게 전달하는가. 고통받기 싫어하는 관객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고통을 공유하도록 해야 하는가.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하고부터 촬영하는 내내 나는 그 의심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20쪽) 이런 생각은 ‘말할 수 없는 것’, ‘보이지 않는 것’을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영화적 방식으로 답을 구하는 고뇌의 과정으로 이어졌다.
피해자와 희생자를 낳는 개인적/사회적 사건 사고가 도처에 있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커녕 피해자의 고통 자체가 비난의 대상이 되곤 하는 현실에 대해 “고통을 다루고자 하는 예술가” 이창동은 그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을 영화의 언어로, ‘눈앞에 보이는 지극히 평범한 것들’을 통해서 보여준다. “밀양이 어떤 곳이냐? 똑같아예. 딴 데하고... 사람 사는 데 다 똑같지예.”라는 영화 속 종찬의 대사처럼.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인터뷰 서두에 쓴 글처럼 이창동에게 영화는 “거울이고 나침반이며 망치이다.” 이동진은 이어서 이렇게 말한다. “누구나 쿨하게 취향과 스타일을 내세우는 이 시대에, 그는 고집스럽게도 본질과 진실을 말한다. 휘황한 테크놀로지와 방대한 참고 목록엔 눈길조차 주지 않은 채, 그는 오로지 인간이라는 심연 속으로 깊숙이 자맥질할 뿐이다.”(257쪽)
영화 개봉 15년 만에 출간되는 이 책 《밀양 각본집》은 바로 그 ‘인간 심연의 진실’에 가닿으려는 한 예술가의 고뇌와 저항을 다시금 여실히 보여준다. 이창동 감독이 인간 삶의 본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여전히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작가 소개
이창동
영화감독, 시나리오 작가, 소설가. 대구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재직하다가 19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소설 〈전리戰利〉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상처받은 삶과 인간애에 대한 믿음을 아름다운 문장으로 현실성 있게 그려냈으며, 소설집 《소지》(1987), 《녹천에는 똥이 많다》(1992)를 펴냈다. 1990년대 초반 박광수 감독의 권유로 ‘그 섬에 가고 싶다’(1993)의 각본을 쓰고 조연출을 맡으면서 영화계에 입문한 뒤 이어서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1995)의 각본을 썼다. 1997년 국내외에서 크게 주목받은 연출 데뷔작 ‘초록물고기’, 1999년 부산 국제영화제 개막작 ‘박하사탕’, 2002년 베니스 국제영화제 감독상과 신인여우상(문소리)을 수상한 ‘오아시스’까지 단 세 편의 영화로 ‘리얼리즘의 대가’라는 찬사를 받으며 세계적인 감독 반열에 올랐다. 2003년 참여정부 출범 후 문화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돼 2004년까지 일한 뒤 2007년 ‘밀양’으로 영화계에 복귀했다. ‘밀양’은 한국 영화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전도연)을 수상했다. 2010년 배우 윤정희가 16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해 화제가 된 작품 ‘시’는 그해 칸에서 “이창동의 작품 중 가장 조용하지만 주제적으로 가장 완결된 영화”, “서사적 완결성과 완성도가 뛰어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각본상을 수상했다. 2018년 칸에서 초연된 ‘버닝’은 “거인의 작품”, “아름답고 영화적이고 지적이다.”라는 극찬과 함께 국제영화비평가연맹상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 초청받아 최우수작품상을 다수 수상했으며, 전 세계 100여 개 국가에서 상영됐다. 2022년 세계보건기구WHO와 베이징현대예술기금BCAF의 의뢰로 단편영화 ‘심장소리’를 연출했다.
목 차
[추천의 글]
고통받는 존재들을 비추는 비밀의 빛 _이소영
해외 주요 리뷰
[작가의 말]
말할 수 없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하여
[오리지널 시나리오]
밀양 Secret Sunshine
[작가 노트 x 콘티]
“신과 대결하는 한 여자의 이야기”
[현장 스틸]
세속의 공간에서 마주친 빛의 표정들
[인터뷰 I]
영화라는 매체가 도달할 수 있는 깊이 _이동진 x 이창동
[에세이]
피해자의 오만과 숭고한 실패 _정희진
[인터뷰 II]
특별하지 않은 삶에 던지는 질문 _김영진 x 이창동
[부록]
시놉시스
트리트먼트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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